안녕하세요. aura입니다.
집에서 인터넷이 갑자기 안돼서 업데이트가 늦었네요.
늦은 시간이지만 즐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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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힘들다.”
집으로 돌아와 과제를 하고 그대로 엎어졌다. 보통 때와 다름없는 하루에, 과제를 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이렇게 피곤할 수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갑자기 그녀가 떠올랐다. 다시 생각해봐도 여지없이 이상형이다.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고, 이렇게 엮이게 된 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은 무슨.”
그러다 내 생각이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지를 깨닫고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다. 애초에 소울메이트라던가 운명이라는 게 있을 리 없지. 만약 있었다면 9개월 전에 나는...
하지만, 자조 속에서도 카페에 있던 그녀의 잔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운명이나 아니더라도 역시 후회 없이 번호라도 물어보는 게 좋겠지.
과제도 하고, 생각도 차곡차곡 정리하고 나니 긴장이 풀린 탓인지 졸음이 쏟아진다. 아마 불길한 진동만 울리지 않는다면, 오늘은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위이잉
젠장. 항상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진동에 반응해 메시지를 확인한다.
-- 헬프 미!
“아오. 또 시작이네.”
하필 기분 좋게 잠들 타이밍에!
- 또 왜?
-- 고민 있어. 급해! 지금 놀이터로 빨리 나와. 10분 안에 나와 줘.
나름 살짝 약이 올라서 뭐라고 반발이라도 할까 하다가 이내 전화기를 잡은 손을 내려놓는다.
예전부터 얘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사람 불러내서 고민답지 않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안 나가자니... 무섭다.
“에휴.”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대충 나가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제발 오늘은 그나마 영양가 있는 고민이길.
“엄마, 나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이 시간에?” “잠깐이면 돼, 소희가 불러서 잠깐 나가는 거니까.”
“그래.”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 엄마에게 말했다. 꽤 늦은 시간에 나가는 거지만, 소희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엄마는 걱정도 의심도 하지 않는다. 은소희의 어머님과 우리 엄마는 옛날부터 서로 절친한 사이였으니까. 어쩌면 엄마는 아들인 나보다 소희를 더 믿을지도...
자고 싶은 몸을 억지로 끌고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로 향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놀이터에는 그네에 앉은 소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 이현우 일찍 나왔는데?”
“됐고, 그래서 고민이 뭔데?”
나는 소희 옆에 빈 그네에 털썩 앉았다.
“그러니까...”
“응.”
“염색하려는데, 무슨 색으로 할지 고민이야!”
또 낚였다. 젠장. 하지만 소희는 매번 주장한다. 내 고민이 너한테는 사소한 것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고민이라고.
분명히 진지하게 대답 안 해주면, 똑같은 레퍼토리로 설교를 들을 것이다. 제발 그것만은 사절이었기 때문에, 나름 진지하게 생각한 느낌을 주려고 살짝 뜸을 들였다.
“레드 브라운 계열 어때? 이제 점점 날도 더워 질 텐데.”
“음.”
성공인가?
일단 소희가 생각에 잠겼다는 것은 나의 회심의 대답이 효과를 봤다는 증거다. 어쩌면 이걸로 오늘은 쉽게 넘어갈지도 모른다.
“으아, 역시 레드 브라운 쪽은 안 돼! 내 친구들이 다 했단 말이야. 그리고 너무 흔해!”
역시 쉽지 않다. 생각해내라 이현우, 은소희를 만족시킬 명답을! 제발, 제발...
“흠흠, 그럼...”
“그럼?”
망했다. 머리를 이리 저리 쥐어짜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망할!
“에라 모르겠다. 소희야 미안하다! 오늘은 그냥 잠들고 싶어!”
으아아, 이럴 땐 역시 삼십육계줄행랑이 최고다. 나는 잽싸게 자리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현우! 너 잡히면 죽는다? 거기 안 서?”
어떻게 여자애가 저렇게 빠를 수 있을까? 전생에 치타? 아니면 타조? 소희는 여자라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나를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생각났다. 소희는 고등학교 때 육상부였어.
꿀꺽.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간다. 어렸을 적, 자기 말을 제대로 안 들어줬다고, 가방으로 나를 찍어 누르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이래서 사람이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안 되는 거다. 충동구매, 돌발 행동, 우발 범죄!
육상부였던 소희를 상대로 나는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그대로 잡혀버렸다.
“잡았다 이 놈.”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오늘 말고 영원히 잠들 게 해줄까?”
최대한 있는 힘을 다해 도리질 친다.
“휴우. 그럼 역시 무슨 색이 좋다고 생각 해?”
“거, 검은색. 그냥 다시 베이직하게 가보는 게 어때?”
뚫린 입이라고 일단 아무 말이나 뱉었다.
“음...”
효과가 있는 걸까? 소희는 잠시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거 좋은데?”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은 소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순간 살짝 오싹함이 나를 엄습해왔다. 죽일 듯이 따라왔다가 한 마디에 저런 미소라니. 내 기분을 지금 딱 세 글자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쓸 수 있다. 후덜덜.
더 무서운 사실은 은소희의 이런 이중인격 같은 모습은 나밖에 모른다는 점이다. 심지어 우리 엄마만 해도 내게 맨날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나중에 나이 좀 더 들면, 소희랑 결혼하는 건 어떠니? 엄마는 소희만한 애 못 봤다? 엄마 친구 딸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소희 정도면 얼굴도 예쁘지, 요리도 잘하지, 공부도 잘하지. 어머? 요새 애들 말대로 정말 엄친딸이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얼굴은 예쁘다 치자, 요리는... 그래 나쁘지 않지. 공부도 나보다는 잘하고. 음 엄마 말이 다 맞는 말이긴 하네?
하지만, 엄마의 바람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왜냐하면 난 은소희의 저런 무서운 면모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럼 오늘은 대충 된 거지?”
“그래. 아!”
말이 덧붙이는 추임새에 몸이 움찔한다.
“이번 주에 너희 학교 금요일 날 가는데, 시간 비워 놔라.”
“금요일에? 나 그 날 약속 있는데.”
“뭐?”
째려보는 눈빛이 매섭다.
“과 술자리라 빼기도 그래. 근데 우리학교는 왜?”
‘이제 학생도 아닌 네가 학교는 왜 찾아?’라는 말은 꾹 참는다.
“친구 만나기로 했거든.”
“아, 슬이?”
소희가 우리학교에서 만날 친구라면, 아마 고등학교 때 친했던 이슬이라는 애밖에 없다.
“응.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나 그 날 일이 일찍끝나서 시간이 비잖아. 그러니까 비는 시간 좀 놀아줘.?”
어차피 애초부터 나한테 선택권은 없는 것을, 허허.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알았어. 어차피 내 약속도 저녁타임이니까.”
“그럼 그때 봐. 나 먼저 갈게.”
소희가 홀연 사라진 자리에 나는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 은소희, 역시 무섭다.
6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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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주요히로인은 나온 것 같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