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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17 17:55:15
Name 삼공파일
Subject [일반] 과학과 유사과학 (2)
들어가기 전에

원래 이어서 포퍼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했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서 쓰지 말까 하다가 이왕 쓰기로 한 거 포퍼까지만 쓰겠습니다. 아무래도 쿤까지 썼다가는 제 멘탈이 무너질 것 같군요. 먼저 댓글을 통해 받은 의견들을 종합해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일단 과학과 유사과학을 구별하는 문제가 과학철학의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어젠다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과학과 유사과학을 구별하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포퍼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유사과학이 정말 유사과학일까 고민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꿈을 해석하겠다는 사람이나 사회주의 앞에 과학적이라는 말을 붙이는 사람이나 대홍수의 증거를 화석에서 찾는 사람이나, 과학자들은 그들의 작업을 과학이라고 단 1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미 답은 정해진 상황이죠. (포퍼나 쿤이나 라카토슈나, 과학이 아니라고 여기던 것을 과학이라고 새롭게 인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포퍼는 오히려 기존의 과학자들도 사실 제대로 과학을 하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공격했고 쿤과 라카토슈는 그런 엄밀성이 현실의 과학을 모르는 허구라고 비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과학과 유사과학을 구별하는 작업 자체를 위한 이론은 아니었던 셈이죠.)

게다가 과학자들은 철학자들이나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의 작업에 간섭하는 걸 매우 싫어했습니다. 또한,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대중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오늘날의 (미국 중심의, 또 생물학, 사실상 의학 중심의) 과학이 되었고 대중과 과학과의 간극은 스티븐 호킹이나 리처드 도킨스 같은 뛰어난 과학자들이 쓴 명문들이 소개되거나, 황우석 박사 같은 사람들 덕분에 전국민이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리는 게 대단한 일임을 알게 되는 식으로 좁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과학에 대한 메타적 연구는 활발하게 계속되겠지만 과학이냐 유사과학이냐의 논의에 철학이나 역사학이 끼어들 여지는 사라지게 된 것…… 같습니다.

과학철학의 배경

그런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는 달랐습니다. 세상이 무너지고 동시에 사상도 무너지고 게다가 과학도 무너지던 시대였거든요. 그 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다시 건립되고 새로운 사상이 다시 생겨나고 또 새로운 과학이 다시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낭만과 혼란의 시대에 가장 낭만적이고 혼란하던 도시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빈에서 태어난 천재들 중의 천재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영국으로 떠나 러셀을 만나고 다시 노르웨이의 사람 없는 움막에서 잠적해서 <논리-철학 논고>라는 짧은 책을 씁니다. 그 뒤 이 책을 너무 감명 깊게 읽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서로 토론을 하면서 학파를 만드는데, 그 학파의 이름은 “빈 학파” 혹은 “비엔나 서클”이었습니다. 세상에 논리학 빼면 아무 의미 없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은 논할 가치가 없다는 다소 극단적이기도 한 생각들을 유려하게 정리하여 “논리 실증주의”라는 중요한 사상을 정립시키죠.

과학철학의 역사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포퍼와 쿤, 둘 다 논리 실증주의와 비트겐슈타인을 탐독하고 매우 깊은 영향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역시 빈에서 태어난 포퍼는 논리 실증주의의 토대 위에서 출발한 한편, 논리 실증주의의 한계를 지적해나가면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나갑니다. 논리 실증주의를 매우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떤 명제의 본질적 속성은 참 혹은 거짓으로 언제나 판명될 수 있고 그것을 판명하는 작업이 과학의 본질이며, 그 본질적 속성에 대해 논하는 작업이 논리학과 철학의 임무다. 참 혹은 거짓을 판명할 수 없는 윤리학이나 형이상학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약간 무리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팩트 중심주의라는 말에서 이런 논리학과 과학에 대한 지나친 신뢰를 쉽게 찾아보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세상을 바꾸고 떠들썩하던 때, 포퍼 역시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지성에 탄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딩턴이라는 사람이 어디 멀리 다른 대륙으로 가더니 실험을 합니다. 태양빛을 측정하는데 뉴턴 물리학에서 예측하던 것과 각도로 1.25초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한 것이죠.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면서 상대성 이론이 실험적으로 검증된 첫 사례가 됩니다. 포퍼는 이 실험을 지켜보면서 너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어떤 영감이 떠오르게 된 것이죠. “만약 이 실험 결과, 아인슈타인이 틀렸다고 나왔다면 상대성 이론은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은 그가 옳았던 것이 아니라 “틀릴 수도 있었던 것”에 있다고 깨닫게 되면서 반증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게 된 것입니다.

포퍼의 사상

이렇게 제시된 반증가능성의 개념으로 포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눈엣가시 같던 몇 가지를 과학의 영역에서 영영 쫓아내버리는 작업이었습니다. 빈에서 탄생하거나 빈을 강타한 세 가지 이론이 그것이었는데,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아들러의 개별 심리학이었습니다. 사실 포퍼가 빈에서 성장하면서 이 세 가지 이론들에 대해 매우 안 좋은 추억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후 포퍼는 자신의 반증가능성 개념을 민주주의 사회에서 열린 토론의 필요성과 접목시키면서 오늘날 자유주의나 보수주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노년까지 정치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연설과 기고를 왕성하게 했는데 그런 점에서는 포퍼와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사회주의와 좌파 사상을 맹렬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그 유명세에 비해서 인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또, 쿤에 비해서 천재성이 두드러지는 사상을 전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묻힌 느낌이 있는 철학자인데 오늘날 한국에서 다시금 인기(?)를 얻네요.

여하튼 다시 그의 사상으로 들어가보면, 먼저 그는 과학에 대한 오해 몇 가지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작업은 과학과 유사과학을 구분하는 것인데, 이는 어떤 이론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냐, 혹은 어떤 이론이 제대로 된 이론이냐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과학 역시 자주 실수를 저지르며, 과학이 아닌 것 역시 때로는 진리를 발견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죠. 어떤 이론이 참인지 아닌지는 포퍼에게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뉴턴의 고전 물리학의 오류를 지적했다고 해서 뉴턴의 작업이 과학이 아니게 된 것은 아니죠. 오히려 그러한 오류를 지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과학인 것입니다. 또, 그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엄밀한 실험적 방법과 수학적 증명을 사용했다고 해서 과학이 사회학이나 심리학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더 엄밀하고 더 정확해서 과학인 것도 아니죠. 오히려 이러한 과학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 때문에 유사과학을 과학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나 프로이트를 읽고 감명받지 않기는 사실 어려울 것입니다. 유려한 문체 속에 열정과 통찰력이 담겨 있죠. 그들의 사상이 빈을 휩쓰는 모습을 보면서 포퍼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그들의 이론은 많은 현상들을 매우 합리적으로 잘 설명해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되고 이 이론들이 제시하는 많은 것들이 실제 우리 세상에서 참인 것이 증명됨을 목격합니다. 정교하고 잘 설계된 이론이며 실제와 부합합니다. 그 이론의 힘을 느낀 사람들은 “과학적”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죠. 가령 정신분석학의 경우, 그 당시에 인간의 정신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는 접근은 프로이트 자신이 물리학과 화학을 신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 임상적으로(clinically) 효과를 보고 많은 환자를 치료합니다. 꿈을 해석한다고 처음에는 사이비 취급 당하다가 환자를 실제로 치료하면서 프로이트가 점차 인정 받게 된 것이죠.

포퍼의 반증가능성이 이런 기라성 같은 유사과학들을 어떻게 꺾어나갔는지 확인해봅시다. 먼저,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죠. 자연 현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통해 연역적 추론을 해내며, 꼼꼼히 기록하고 때로는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 전형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과학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해서 과학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이런 조건에 점성술이 완벽하게 부합한다는 것이죠. 우리 식으로 따지면 주역이나 토정비결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황도 12궁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기록하고 그 때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할 지로 점성술을 당연하게도 과학이 아닙니다. 점쟁이들은 자신의 예언이 틀린 사례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고 맞은 사례만 추려내어 자신의 예언을 더욱 공고하게 만듭니다. 또, 구체적이지 않고 애매모호한 말을 써서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실하지 않게 만듭니다. 이렇듯 대놓고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피하는, 즉 반증가능성이 없는 점성술은 과학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왜 과학이 아닐까요? 정신분석학은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이론적 체계가 있고 임상적 효과도 얻었지만 포퍼는 과학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남자가 앞에 있던 사람을 밀어서 물에 빠뜨렸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남자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정신분석학에 의하면 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같은 어린 시절의 문제로 인한 강박증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어떤 남자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다면, 정신분석학은 이 역시 강박증 때문에 일어난 일로서 윤리적 행동을 하도록 초자아가 강박증을 승화시켰다고 봅니다. 즉, 서로 완전히 상반된 행동을 하더라도 정신분석학은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이론은 점성술과 마찬가지로, 어떤 가능한 사실에 의해 틀렸다고 입증될 수가 없습니다. 과학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포퍼가 가장 미워했던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마르크스주의는 반증가능성이 있는 이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누적되면 노동자 계급에 의한 혁명이 발발하여 공산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죠. 이는 정말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이 이론에는 예외가 많죠.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가 잘 정착됐지만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고, 중국은 중세적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가 자본주의 사회가 제대로 정착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계속 믿거나 아니면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으면 혁명이 일어나지 못한다고 이론을 수정하고 또, 중국에 맞춰서 이론을 수정했죠. 편한 방법대로 이론을 계속 수정해나가면서 정합성을 유지하는 대신에 반증가능성을 희생했고, 때문에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 것입니다.

포퍼의 이론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론을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것은 대부분 매우 쉽다.
2.        검증은 틀릴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의미 있다.
3.        모든 좋은 과학 이론은 어떤 가능성을 금지한다. 금지하는 것이 많을수록 좋은 과학이다.
4.        어떤 이론이 반드시 반증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증되지 못한다면 과학이 아니다.
5.        진짜 실험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다. 실험할 수 있는 이론은 반증가능성이 있는 이론이다.
6.        증거는 예외 상황에도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즉, 보강 증거는 없다.
7.        어떤 이론이 반증되었다는 사실을 거부하기 위해서 보조적인 가정을 계속 더해나간다면 과학적 지위를 상실한다.

포퍼에 대한 비판

과학과 유사과학을 구별하는 문제는 유사과학을 과학으로부터 구별하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역사적 질문을 새롭게 던지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라는 말씀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포퍼가 이러한 문제를 가장 먼저 정립한 사람이고요. 그런데 이러한 포퍼의 이론에 대해 “네가 진짜 과학이 어떻게 연구되는지 아냐? 혼자 방구석에서 상상하는 게 과학이 아니야!”라고 (실제 그들의 논쟁은 이 이상으로 공격적이고 예의 없었다고 합니다) 태클을 거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쿤은 역사적 접근을, 라카토슈는 인류학적 접근을 시도했죠. 포퍼는 이러한 공격에 대해 “과학자라는 놈들이 과학이 뭔지도 모르고 그동안 과학한답시고 나댔네” 정도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즉, 반증가능성의 엄밀함을 지키지 않은 것을 과학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 것이죠. 그런데 이는 포퍼 스스로 과학은 언제나 옳다, 과학은 실험적 방법과 연역적 추론으로 이뤄져 있다 등의 편견을 깼다는 점에서 다소 아이러니한 점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접근 방법까지 사용하지 않더라도 포퍼 이론 자체에 내재적인 오류 몇 가지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로 반증가능성이 지칭하는 것이 무엇인가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반증가능성이 어떤 명제의 논리적인 참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과학자가 어떤 이론에 대해서 가져야 할 태도인지 포퍼조차도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마르크스주의자가 나는 마르크스 원형의 이론만 가치가 있다고 보고 이후의 모든 수정주의는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그가 주장한 마르크스주의는 추종자들에 의한 훼손이 없기 때문에 과학일까요? (물론 너무나 당연하게 마르크스주의가 과학이 아니라는 대전제가 있어야겠지만요)

두 번째로는 반증가능성이 있는 이론이 모두 과학이 될 수 없다는 점이죠. 이는 포퍼 스스로도 인정한 부분인데 반증가능성이 구획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한 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진화한다”라는 문장을 더해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또 진화한다”라는 문장을 새롭게 만들고 이를 새로운 이론이라고 해봅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진화한다”라는 문장이 거짓임을 판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그 문장과 다른 문장을 합쳐서 만든 문장 역시 반증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A가 거짓일 때, A&B도 무조건 거짓) 즉,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또 진화한다”라는 이론은 반증가능성을 갖고 있고 과학인 셈이죠.

진화론은 과학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인데, 포퍼는 오랫동안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말년에 한 연설에서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까 과학이다”라고 번복하긴 했지만, 포퍼의 논지는 창조과학자(?)들의 좋은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포퍼 스스로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으로 인정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창조과학자들이 자신을 오용하는데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일단 먼저 지적할 점은 다윈의 진화론은 사실 틀렸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죠. 이를 대전제로 했던 다윈의 진화론은 유전자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던 멘델의 유전학과 함께 한동안 묻혀버렸다가 몇몇 실험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의해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과 상관 없이, 포퍼는 반증가능성 이론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일종의 동어반복이라고 봤는데 적자, 즉 가장 적응했다는 말과, 생존, 살아남았다는 말이 똑같다고 생각한 것이죠. 동어반복(tautology)는 논리학적으로 거짓으로 판명날 수가 없으므로 과학이 아니라는 말이죠. 재밌는 점은 역시 당대 이론가들의 입장입니다. (마르크스주의가 과학을 마음대로 가져다 쓴 것은 너무 사례가 많긴 합니다만) 마르크스는 처음 다윈의 진화론을 접하고 좋아했습니다. 인류의 탄생이라는 신화적이기까지 한 영역에서 신을 몰아낸 이론을 좋아할 수 밖에 없었겠죠. 그런데 적자생존이 자본주의 사회를 정당화하는데 쓰이는 것을 보면서 나중에는 다윈의 진화론을 엄청 비난하죠. 아마,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한 천재의 엄청난 통찰력으로 태어난 이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지만 실험 따위는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포퍼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마르크스주의의 향기를 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도 과학이 아니라 어떤 인문학적 이론이라는 입장을 내놓았고요.

그러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 이론 중 하나인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이 아니라고 했다는 지점에서 이미 뭔가 문제가 있겠죠? 가장 간단한 지적은,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의 역사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될 수가 없죠. 지구를 다시 똑같은 환경에서 탄생시킨 다음에 정말 생물이 진화하는지 볼 수 있다면 논쟁의 여지가 없겠지만 애초에 그럴 수 없는 일이죠. 사실 일반인들이 진화론에 대해 갖는 오해 아닌 오해가 여기 있는데 “진화론이 실험적으로 입증된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은 답은 “없다”가 답인 셈입니다. 유전자의 존재, 유전자의 변형, 유전자가 개체에 미치는 영향, 유전자가 집단에 미치는 영향, 세대가 지남에 따라 유전자가 변하는 과정 모두 실험적으로 수만 번 확인되었지만, 사람들이 물어보는 건 그게 아니죠.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식으면서 단세포가 태어나고 그게 벌레가 되었다가 공룡이 되었다가 다시 원숭이가 되었다가 사람이 되는 과정을 실험으로 입증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물어보는 질문일겁니다. 물론 화석상의 증거, DNA상의 증거가 있지만 이는 이론의 정합성을 더해주는 (포퍼가 과학의 단서로 거부했던) 보강 증거인 셈이죠. 다만, 그 점에 있어서도 너무 많이 보강이 되었다는 게 함정이랄까요?

결말

사실 포퍼보다 쿤이 훨씬 더 많이 인용되고 흥미롭고 천재적이지만 쿤은 너무 어려워서 못 쓰는 걸로...... 아마 몇 년 전 게시판 글을 검색하면 좋은 글 몇 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포퍼나 쿤이나 라카토슈나 철학적이든 역사학적이든 인류학적이든 현대 과학에서 그다지 쓸모 없다는 이야기로 끝나면 여태까지 쓴 이야기가 허망해지고 비약이 있는 듯한데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비유를 들자면, 시장경제가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만나 잘 조절되는 거라는 이론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 그런 시장은 없잖아요? 적어도 시장경제 이론은 시장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만, 과학자라는 어떤 전문자 집단에 대한 메타적 접근이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죠.

일단 확실한 점 하나는 그 당시 때도 과학철학이나 과학사는 유사과학을 가려내는데 딱히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유사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점은 그냥 답은 정해져 있었을 뿐이었고 과학자들이 열 받아 하면 유사과학이었죠. 그 전에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그렇고 어떤 과학에 대한 이론도 기존에 유사과학이라고 여겨졌던 것을 과학의 지위로 올려놓거나 과학이라고 여겨졌던 것을 유사과학의 지위로 추락시킨 적은 없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당시에 정신질환자 이마에 대못이나 박던 수준에서 상담치료를 하는 방법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임상적 효과를 봤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정받았지만,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곧바로 “원래 위치”로 돌아갔습니다.

창조과학을 교실에서 몰아낸 것으로 유명한 아칸소 재판이라는 것이 있죠. 재판장이 포퍼의 이론을 비롯해서 몇 가지를 인용해 창조과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는데요, 과학자와 종교학자를 불러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전문가 증인이라고 하죠. 과학자들에게 진화론은 과학이냐고 물어보니까 다 맞다고 하고 창조과학이 과학이냐고 물어보니까 다 아니라고 했고, 종교학자들에게 진화론이 종교냐고 물어보니까 다 아니라고 하고 창조과학이 종교냐고 물어보니까 다 맞다고 했다는군요. 전문가 증인의 증언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과학적 판단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이었겠죠. 아마 오늘날 우리가 과학철학을 읽었을 때 의미가 있다면, 과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씻고 과학주의로부터 탈피하는데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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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17 18:18
수정 아이콘
포퍼가 마르크스주의를 미워했나요? 그 또한 청년시절 마르크스주의자였고, <열린사회와 그 적들>출간 이후에는 마르크스를 너무 후하게 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스스로 적고 있는데요. 물론 공산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에게도 비판을 받았지만. 어쨌든 그는 마르크스를 훌륭한 철학자(어찌되었건 플라톤에 비하면)로 평가했습니다. 포퍼의 다른 서적에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적대감이 나타나나요? 제가 위의 책을 읽은 감상과는 사뭇 달라서 질문드립니다.
중복입니다
13/07/17 18:28
수정 아이콘
포퍼는 오스트리아인인데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할 때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를 공산혁명으로 가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보는 것을 보고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게 됩니다. 포퍼가 남긴 말중에 이런 말이 있죠. “젊어서 마르크스에 빠지지 않으면 바보지만, 그 시절을 보내고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 있으면 더 바보”
삼공파일
13/07/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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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퍼가 마르크스주의를 매우 싫어했다는 건 꽤 유명한 이야기라서...
개미먹이
13/07/17 18:19
수정 아이콘
유사과학 논지에 갑자기 철학이 비판을 받아 당황스럽네요.

칼 포퍼는 반증가능성 이론을 제시 했지만, 이 또한 콰인 등에 의해 비판 받습니다.
어떤 이론이 반증가능하다 해서 그 이론이 틀렸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이론은 그 스스로 독립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보조 이론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이론이 반증가능하다는 것은 그 이론 혹은 수많은 보조 이론의 집합체 중 일부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뿐이지,
해당 이론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콰인의 "경험론의 두 독단"을 추천합니다. 콰인에 따르면 분석성과 종합성은 구분되지 않으며, 이것이 구분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경험론의 독단일 뿐입니다. 경험은 분석에서 독립하여 판단될 수 없습니다.

좋은 과학은 좋은 철학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삼공파일
13/07/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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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인을 좀 읽긴 했었는데 어렵더군요 ^^;; 감사합니다
13/07/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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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과학철학에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추천합니다.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4666&divpage=8&sn=on&ss=on&sc=on&keyword=flowers
13/07/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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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요약이라 이해가 어렵네요. 관련 입문서 좀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삼공파일
13/07/17 18:36
수정 아이콘
장대익 교수님이 쓰신 <쿤vs포퍼>라는 책이 있는데 과학철학 입문으로 이 이상의 책이 없더군요.
13/07/17 18:37
수정 아이콘
과학적 사고에 날개를 달아주는 철학의 나무 1 <박제윤 저>
과학적 사고에 날개를 달아주는 철학의 나무 2 <박제윤 저>
뇌과학과 철학 <패트리샤 처칠랜드 저, 박제윤 역>


과학적 사고에 날개를 달아주는 철학의 나무 3(가제)은 한~참 뒤에나 다른 제목으로 나올 예정
삼공파일
13/07/17 18:35
수정 아이콘
한 눈에 흐름을 잘 볼 수 있어서 좋네요! 언어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이제 인지과학이나 뇌과학의 영역으로 다 흡수되었죠. 흐름이랄까요? 분석철학이나 과학철학의 유행은 뭐, 끝난 셈이죠.
개미먹이
13/07/17 18:50
수정 아이콘
포퍼 까지의 철학/과학만 언급하시고 철학이 끝났다고 단정하시는건 좀...
철학 = 형이상학인 것은 아닙니다.
13/07/1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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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인이 말했듯이 이제 과학철학도 뇌과학으로 탐구하는 거죠. 과학철학의 성격이 바뀌었을 뿐, 끝났다고 하기엔...
삼공파일
13/07/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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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철학이라고 하면 프레게, 러셀, 비트겐슈타인, 논리실증주의, 콰인, 해킹 정도까지로 보고, 과학철학이라고 하면 포퍼, 쿤, 라카토슈, 파이아벤트 정도까지로 보고, 이후의 논의들은 인지과학이라고 보는 분류법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유행이라고 한 건, 현재 사람들이 뭘 많이 연구하냐는 의미였고요. 아직도 플라톤 연구하는 사람도 많을텐데요.
13/07/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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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의미라면 저도 공감합니다. 이 링크의 강사이신 교수님도 과학철학 공부하시다가 뇌과학으로 가셨죠.
삼공파일
13/07/1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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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철학이 끝났다는 건 아니고... 여튼 방법론적으로 아주 다른 얘기니 그 이전의 방법론의 "유행"은 끝났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분석철학이나 그 전의 철학들이 아예 끝나버려서 언급할 이유도 없다 그런 의미로 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콰인 이후에 철학이 과학 쪽에 가까워졌는지 과학이 철학 쪽에 가까워졌는지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전자겠죠?

다만, 계속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과학이란 무엇인가?"이나 "과학과 유사과학은 어떻게 구별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학철학(논리실증주의 이후에 포퍼, 쿤 등의 이론을 지칭하는 의미에서)이 출발했지만 이제 그 역할은 다 했다는 말이죠.
개미먹이
13/07/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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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을 과학과 나누려는 논의는 철학의 주류라기 보다는 포퍼등의 비판철학이 하고자 하는 바였죠.
그렇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포퍼 또한 논박되면서 실질적으로 철학과 과학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비판받게 되었습니다.

높은 수준의 과학과 높은 수준의 철학은 서로 의지 하고 있습니다.
삼공파일님께서 강조하는 경험론적 과학은 사실 과학의 흐름을 바꿔놓는 수준은 아닙니다.
뉴턴 역학이 대체된 것은 수많은 실험에 의한 반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상대성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해서야 비로소 대체될 수 있었죠.
삼공파일
13/07/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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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는 본문에서도 그렇고 뭐 철학 자체를 통째로 까거나 그런 적은 없고 본문에서도 포퍼에 대한 비판에 상당히 할애를 했고 그 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높은 수준의 과학과 높은 수준의 철학은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말은 애매하네요. 적어도 현재 유행하고 있는 철학이 상당히 과학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알고 있는 과학 분야 중에서 깊은 철학적 사상에 의존하고 있는 건 없거든요. 물론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이런 식의 관점에서는 뭐 철학이 필요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철학이 낄 틈은 없죠. 거꾸로 언어란 무엇인가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의 철학적 질문에 과학이 낄 틈은 많아졌고요. 지금 철학의 주류는 무엇인가요? 인지과학의 도움을 받는 것들 아닌가요?

포퍼가 말한 점은 상대성 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뉴턴 역학을 대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반증가능성에 있었다는 말입니다. 상대성 이론이 창의적이고 완벽했지만 과학으로서 입지를 완전하게 다진 것을 에딩턴의 실험 덕분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반증가능성을 떼어놓고 생각해도, 실험에 의한 입증은 오늘날 과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경험론의 독단이나 과학의 흐름과 상관 없이, 최소한 실험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과학적으로 가치가 현격이 떨어지죠.
개미먹이
13/07/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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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명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는 철학이라기보다는 윤리학의 영역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말씀하신 인식론이나 언어의 의미 문제 등은 이미 주류 철학에서 멀어졌습니다. 암치료제 개발은 기술적인 부분에 가깝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2) 당연히 철학은 기술적인 과학에는 크게 기여할 수는 없을 겁니다. 기술적 과학은 이론에 기대는 면이 뉴턴 역학이나 상대성이론 만큼 크지 않으니까요. 철학이 중요해지는 순간은 정교한 이론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3) 과학에서 실험이 중요하다는 것과 과학이 철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 별도로 평가해야 합니다. 실험 할 수도 없는 이론 과학들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이들은 과학이 아닌가요?
삼공파일
13/07/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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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에 있어서 이론 과학과 응용 과학의 경계는 매우 많이 허물어진 상태입니다. 앞선 글에서 제가 댓글에 썼던 것 같은데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자연 현상을 이해 못하거나 실험실에서 다시 재연하지 못해서 연구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현대 과학의 변화를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과학이 철학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콰인의 이론이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문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만 과학의 실재에 철학을 요청한다는 내용은 없는 걸로 압니다. 말씀하신 이론 과학의 대표적인 예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입니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가 책상에 혼자 앉아서 펜이랑 종이만 가지고 상대성 이론을 만들었죠. 그런데 그걸 만든 이유는 뉴턴 역학의 한계를 말해주는 실험 결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 결과들은 실험 기구들이 너무 발전해서 얻을 수 있었고요. 그렇게 나온 상대성 이론이 실험적으로 입증될 수 있었기 때문에 과학인 것이죠. 물론 아마 당시의 어떤 과학자라고 해도 아인슈타인의 실험 결과가 잘못될 리 없다는 걸 잘 알았을테니 중요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실험을 할 수 없는 이론과학 같은 건 없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이나 멘델의 유전학 역시 앞서 지적한대로 실험을 할 수 없다는 이유나 몇 가지로 묻혀 있다가 몇 가지 실험을 해낸 과학자들에 의해 다시 부활한 것이고요.
개미먹이
13/07/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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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경험론적 과한만 이야기한다면 물론 철학이 들어갈 틈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수학이나 논리학 등 다른 기초 학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뉴턴 역학은 수많은 반증 가능한 실험 결과들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뉴턴역할을 없앤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험을 수정하면서 뉴턴역학을 공고히 했을 뿐이죠. 뉴턴역학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상대성 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의 등장이 필요했던 것이죠. 상대성 이론이 경험적인 실험으로 만들어진 이론인가요?

실험 할 수 없는 이론 과학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초끈이론만해도 그렇습니다.
삼공파일
13/07/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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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끈이론은 실험을 하기 어려운 예일 뿐 초끈이론의 과학적 지위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 역시 반드시 실험적 결과를 거쳐야 합니다. 초끈이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도 많이 있습니다.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의 발달 과정과 다른 점이죠.

경험론적 과학이 존재하고 추상적인 혹은 이론적인 과학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실재를 설명할 수 없으면 과학이 아니라 이론으로서의 가치조차 현저히 떨어집니다. 오히려 수학이나 논리학 같은 다른 학문에 있어서는 철학이 개입할 여지가 있죠. 잘 아시겠지만, 분석철학의 전통이 그것 아닙니까?

뉴턴 역학과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는 무엇인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뉴턴도 아인슈타인도 각자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만, 뉴턴은 케플러의 관측 기록을 봤고, 아인슈타인은 뭐 여튼 뉴턴 역학이랑 안 맞는 더 복잡한 실험 결과를 봤기 때문에 그 실재를 설명하고자 이론을 만든 것입니다.
개미먹이
13/07/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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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시는 바를 생각해보면, 과학에서는 분석(논리)과 종합(경험)이 구분될 수 있으며 종합만으로 과학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인지요? 과학에서 종합을 띄어 놓을 수는 당연히 없지만 (언젠가는 초끈이론도 실험 대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분석 없이는 종합으로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뉴턴 역학에 대해서는 반증가능성에 대해 본문에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예시를 든 겁니다.
반증가능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뉴턴 역학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면 뉴턴 역학은 폐기 되어야죠.
하지만 실제로는 부단히 그 성립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게 과학계였죠.
삼공파일
13/07/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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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나중에 차분하게 푸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이후에 아직 뉴턴 역학이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노력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과학사보다 철학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계셔서 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제가 지금 해결하기 좀 애매한 것 같습니다.
개미먹이
13/07/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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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계신 철학이 "생명의 의미" "세계의 인식" 같은 것이라면 당연히 현대 과학은 철학이 필요하지 않죠.
그러나 대표적으로는 크립키 등의 철학자들은 논리적/이론적 영역에서 과학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삼공파일
13/07/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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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의 영역에서 컴퓨터과학이나 기타 등등에 끼친 영향이 상당히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삼공파일
13/07/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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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상상할 때 철학적 소양이 없었더라면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니라면 상대성 이론의 탄생에 철학이 끼어든 바는 없겠죠. 반면, 상대성 이론 이후에 철학이나 논리학이 흔들린 바는 많지만요.
삼공파일
13/07/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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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말씀을 드리자면 콰인이 포퍼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이론을 전개한 것은 아닌 걸로 압니다. 포퍼는 사실 쿤이 등장하면서 많이 퇴색했죠. 콰인의 논의는 분석철학에서 인지과학으로 넘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지금 그게 "대세"죠. 콰인의 논의가 상당히 가치가 있고 현재 철학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그런 유행 내지 흐름을 따라 가시는 분들이 많고요.

그런데 칸트를 연구하는 철학자나 비트겐슈타인을 연구하는 철학자는 지금도 많을텐데 철학과 과학을 구분하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콰인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연구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하네요.
개미먹이
13/07/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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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비트겐슈타인을 연구하는 철학자 보다 그 이후의 콰인을 연구하는 철학자가 더 많은지는 세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적어도 후자가 현대 주류 철학에 가깝습니다.
삼공파일
13/07/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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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칸트나 비트겐슈타인을 연구하는 "꽤" 많은 철학자들의 의견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요? 철학과 과학을 구분하는 시도가 콰인 등에 의해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 내용에 있어서도 위 댓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콰인의 이론이 과학이 반드시 철학을 요청한다는 말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명제의 진리값은 다른 명제나 이론에 얽혀 있고 그 연결 관계가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제시했던 것으로 얼핏 기억하는데 쉬운 내용은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네요.
개미먹이
13/07/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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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같은 대륙계 철학이나 비트겐슈타인 등의 언어철학에서 철학과 과학의 구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포퍼의 역사적 가치는 당연히 인정하지만 그것이 현대에서 주류적 의견인 것은 아닙니다.
삼공파일
13/07/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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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퍼가 주류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저도 전혀 없고 현재에 유용하지 않다고 여러번 말씀드렸습니다.
개미먹이
13/07/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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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퍼가 현재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신다면 포퍼의 반증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본문의 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깁니다만.
삼공파일
13/07/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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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퍼의 사상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쓴 글입니다.
개깡다구
13/07/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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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글 요약본을 이 글 서론으로 붙여놓고 이걸 첫 글로 썼으면 아마도 원하시던 유익한 토론의 장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네요.
삼공파일
13/07/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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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생각이 그랬는데... 이 글도 길잖아요? ^^;; 지난번 글도 길고...
아하스페르츠
13/07/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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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보니,

포퍼-쿤-처음글

이런 순서였으면, 더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지난 글에서 느꼈던 것이, 삼공파일님의 과학철학에 대한 이해가 상당하신데,
짧은 글속에서 자신의 이해를 표현하시고,
그 표현의 결론이 유사과학의 판별은 과학자에게 물어 보면 된다는 것이어서,
그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담긴 내용이나 사유보다는 권위에 호소하는 것으로 비추어 져 논란이 있었다고 생각이 되어서요.

지금의 글과 쿤의 철학에 대한 글이 함께 하고 각각의 한계와 삼공파일님의 사유가 충분히 담기었다면,
지난 글에서도 훨씬 생산적인 토론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삼공파일
13/07/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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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의 1장의 1절을 대충 풀어서 쓴 것입니다. http://amzn.to/9LBJpF
삼공파일
13/07/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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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철학의 품 안에서 태동한 가장 훌륭한 자손" 정도의 이미지를 갖고 계시는 분이 많을텐데, 사실 생각해보면 칸트 이후에 많은 철학이나 사상은 과학의 발전에 영감을 얻어 따라오는 입장입니다. 칸트의 "하늘의 별들"은 뉴턴의 계산 결과라고 봐야겠죠.
삼공파일
13/07/1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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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댓글이긴 한데, 과학과 유사과학을 나누는데 있어서 몇 가지 기준들은 과학자들이 기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의 문제인 것이죠.

제가 지금부터 열심히 물리학을 공부해서 물리학 박사가 된 다음에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해서 그 절차에 따라 영혼의 존재에 대해 물리학적으로 접근하여 연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학계에서 추방되거나 왕따가 되고 저 역시 영혼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부제가 달린 요상한 책을 팔게 되고 다른 과학자들에게 사이비과학이라고 욕먹게 될 겁니다.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의 문제라는 측면을 간과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측면에서 자연 현상과 초자연 현상 같은 걸 구분하는 기준은 아마 직관적인 것 이상이 없지 않을까 싶고요. 뭐, 그냥 그렇습니다.
13/07/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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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제 댓글에 걸린 링크에 보시면, 스왐머담이 개구리 다리 실험으로 영혼의 존재를 부정한 실험이 있습니다.
삼공파일
13/07/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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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따위 없다는 걸 명백하게 보여주려고 실험을 했다는 최초의 사례 정도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지금 진지하게 연구 주제로 영혼을 삼는다면 분명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생기겠죠.
13/07/1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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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굉장한 확신을 가지신것 같아요. 그런것 때문인지 반박도 많네요. 글이랑 댓글 보면... 내용이 어려워서 찾아보면서 읽어야 겠네요.
13/07/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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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관적인 분위기의 글이 되어 버리고 말았는데, 결론적으로 과학과 유사과학을 구별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1. 과학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면 주변에 과학자에게 물어보세요.
2. 이미 물어보는 그 순간, 당신의 직관을 의심시킨 그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

지난 글 말미에 유사과학을 가려내는 방법에 대해 위와 같이 쓰셨는데, 저는 2번에 대해서 아직도 이해가 안됩니다. 예를 들어, 황우석 사건이나 요런 사건(https://pgr21.com/?b=8&n=43467)에 대해서 과학계는 그 순간에 분명하게 그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확언할 수 있는 눈이 따로 있는 건가요?
삼공파일
13/07/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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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이 유사과학의 사례는 아니죠. 제가 쓴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유사과학들(창조과학, 혈액형 심리학 등)이 특별히 고민하거나 방법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유사과학임이 확실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연구하는데 직관이 중요합니다만 과학적 검증을 직관으로 한다는 말이 아니라요.
아하스페르츠
13/07/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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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과학과 틀린 과학과 과학자가 사기를 치는 것은 다른 경우입니다.
13/07/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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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 2번 문장을 <과학자는 유사과학과 과학을 구별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과학의 경계 또한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했는데, 그러면 '과학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유사과학에 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적절할까요.
삼공파일
13/07/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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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황우석 사건은 과학의 경계 안에서 일어난 셈이죠. 정치와 연루됐다거나 다른 과학자랑 싸웠던 것은 아니겠지만, 논문이 알고 보니 조작되었다는 것은 과학의 경계 안에서 다뤄진 일입니다. 물론 인터넷과 집단 지성이 상당히 활약했지만 그 사람들도 과학자 집단이었죠.
13/07/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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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말씀하신 것처럼 과학의 경계 밖에 있는 유사과학과 비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고요. 다만, 경계 안에 있는 대상도 그것이 제대로 안에 속한 것인지를 직관적으로 확언할 수 있나 해서 적었습니다. 1번 문장을 살펴보면, 과학인지를 물어볼 수도 있으니가요.
삼공파일
13/07/1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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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적어도 대학교 실험실 내에서 논문을 내면서 하고 있는 활동들을 과학이라고 보는데 무리가 없겠죠.
Fabolous
13/07/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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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형질이 유전되는 경우도 있죠. DNA 메틸화등에 의해서요. 네오 라마르키즘이라고 하던가요.
그리고 진화론이 실험으로 증명된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생명의 탄생' 순간이 증명이 안된것이죠. 단세포에서 공룡되는 과정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기때문에 실험을 해 볼 엄두조차 낼 수 없죠; 그래서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대장균 같은 놈들로 진화와 관련된 간단한 실험을 하는거구요.
삼공파일
13/07/1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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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생각한 획득형질의 유전은 라마르크가 생각한 획득형질의 유전과 동일한 개념입니다. 높은데 있는 걸 먹다가 보니까 목이 길어졌는데 새끼 기린도 목이 길어졌다는 말이죠. 이렇게 획득된 형질이 유전되는 경우는 없죠. 왜냐면 유전자가 아니니까요. DNA 메틸화가 라마르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라마르크와 다윈이 생각한 방법으로 획득형질이 유전되는 경우는 없는 걸로 압니다. 후천적으로 유전자가 변하거나 멘델의 법칙을 따르지 않거나 기타 분자생물학적인 내용으로 뭐 여튼 후천적으로 유전자가 바뀌고 그게 생식세포라면 유전되겠죠.

진화론에 대해서는 같은 논지로 제가 글을 쓴 것 같네요.
Fabolous
13/07/1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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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이란거 자체가 한 개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이외의 정보가 유전되는걸 말하니까 DNA메틸화가 그 범주에 들어갑니다. 라마르크 용불용설은 획득형질이 태어나게된 기원이지만 그럼 '용불용설이 잘못된거다'에 국한하셔야지, 획득형질 유전은 잘못된 거다라고 하는건 오류죠.
그리고 후반부에 말씀하신 (후성유전의 정의에는 맞지않지만) 후천적으로 유전자가 변형되는 사례는 엄청 많습니다. RNA editing 이나 뭐 염기돌연변이 등등
아하스페르츠
13/07/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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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형질의 유전이라는 것은 유전자의 변화가 아닌 환경의 영향에 의해 변화된 개체의 형질이 후대에 영향을 미침을 말합니다.

DNA methylation이 이 경우에 속하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DNA methylation 자체가 유전자가 변한 것이 아니라 메틸화가 된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메틸화가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지속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가 지나고 나면 다시 메틸화가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자의 스위치가 개체간 켜지고 꺼짐이 있는 것이지 궁극적인 유전자의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획득 형질이 유전된다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획득 형질은 유전 되지 않는다는 말은 그리 틀린 말이 아닙니다.
Fabolous
13/07/1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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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틸화가 세대를 지나서도 유전되는 사례가 있다고 알고있습니다
아하스페르츠
13/07/1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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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세대 동안 유전되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유전정보 자체의 변화가 없고, 언젠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온전히 획득 형질의 유전이라 부르기는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용불용설의 관점과는 관계가 적기도 하구요.
삼공파일
13/07/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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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불용설이 획득형질이 유전된다는 이론입니다.
Fabolous
13/07/17 22:37
수정 아이콘
위에도 말씀드렸듯이 유전자 염기서열이 변화가 있으면 후성유전이 아닙니다. 용불용설은 오히려 개체의 의지에 의해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점에서 유전자 염기서열 변화를 내포하고 있기에 엄밀히 말하면 후성유전의 정의에 어긋나죠
삼공파일
13/07/1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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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불용설이 나왔을 때 DNA 구조는 커녕 유전자라는 개념도 없었는데 그런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건 무리인 것 같네요.

뭐 연관이 있다고 해도 지금 리플에서 용불용설이랑 후성유전은 상관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고요. 후성유전에서 유전되는 형질을 획득형질이라고 하는 용례는 본 적이 없고 설령 쓴다고 해도 지적하신대로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일 뿐더러 저는 충분히 구분해서 썼습니다.
Fabolous
13/07/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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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343355.html

마지막 문단만 보셔도 되겠네요
jjohny=Kuma
13/07/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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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레퍼런스로 삼기는 조금 거시기한 것 같은 게, 제가 봤을 때는 기자가 해당 이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썼거나 의도적으로 약간의 장난질을 쳐놓은 것 같습니다. 사실 과학기사들의 침소봉대는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구요. 헣헣
삼공파일
13/07/1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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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을 라마르크의 재발견으로 보실건지 아니면 라마르크랑 별로 상관 없는 걸로 보실건지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설과 보어의 원자설을 원자란 말을 썼다고 같게 보는 것과 비슷한 개념 같아요. 에세이 같은데서 최후의 승자는 데모크리토스였다 이런 식으로 쓸 수는 있겠죠. 문제는 후성유전 개념에서 획득형질이라는 말을 잘 안 쓴다는데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아하스페르츠
13/07/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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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나쁜 기사네요.

유전 정보 자체의 변화가 아니고, 유전될 가능성도 낮으며, 세대가 지나면 복원될 가능성이 있는 DNA methylation의 사례를 가지고,
많이 쓰는 기관은 강화 되고, 쓰지 않는 기관은 퇴화 된다는 용불용설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게 썼군요.
삼공파일
13/07/17 22:24
수정 아이콘
바로 위에 라마르크와 다윈이 제시했던 획득형질에 대한 생각이 틀렸다고 맥락까지 다시 짚어서 말씀드렸고 DNA 메틸레이션과 아무 관련 없는 라마르크 이야기는 먼저 꺼내신 것 같아요.

저도 어느 정도 분자생물학적 지식은 있으니 말씀하시고 싶은 예외적인 상황을 충분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jjohny=Kuma
13/07/17 22:35
수정 아이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 범인은 그냥 입 다물고 있어야겠네요. ㅠ_ㅠ
13/07/17 22:37
수정 아이콘
아, 범인이셨군요. 저는 곰인이신줄..

죄송합니다.
jjohny=Kuma
13/07/17 22:38
수정 아이콘
사실은 웅인입니다. 정웅인 씨가 제 먼 친척...

저도 죄송합니다.ㅠ_ㅠ
삼공파일
13/07/17 22:52
수정 아이콘
뭔가 논쟁거리가 아닌데 논쟁 비슷하게 되어 버렸네요.
jjohny=Kuma
13/07/17 22:53
수정 아이콘
농담이고,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흐흐
삼공파일
13/07/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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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엽적인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저는 재미가 없네요. 좀 공격적이거나 단언하는 말투로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주제들이라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을 것 같고요.
Fabolous
13/07/17 22:40
수정 아이콘
아무 관계가 없는게 아니라 관계가 많지는 않음에도 용어를 그렇게 부르곤 합니다.
삼공파일
13/07/17 22:51
수정 아이콘
위키백과에 검색해보니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다윈의 진화론 이후 폐기되었던 라마르크 이론을 획득형질의 유전을 필두로 다시 들고 나온 학파를 네오라마르키즘이라고 한다고 나와 있네요.

DNA 메틸레이션을 네오라마르키즘이라고 부르거나 연관 짓는 예는... 아마 없을 것 같고요.
13/07/17 23:32
수정 아이콘
우와.... 잘읽고 갑니다!
애패는 엄마
13/07/18 00:43
수정 아이콘
저번에도 썼듯이 굉장히 동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취미삼아 보는 수준이라서 저번 글을 보고 와우 했거든요. 앞서 관련 지식에 대해 짧게 설명만 하셔도 내공이 느껴져서.

무언가 덧붙이고 싶은데 사실 제가 아는 지식은 본문에 거의 다 쓰여있군요. 핫핫.
언급한대로 뇌과학이 향후를 좌우할 거 같아서 기대됩니다.

일부 철학자들은 과학속에서 철학의 역할을 찾으려고 하지만 앞으로도 힘들거 같아요. 저번 댓글에도 이야기했지만 철학의 근간이었던 논리와 과학을 어떻게 보면 착각하는 거라고 보거든요.
구밀복검
13/07/18 04:09
수정 아이콘
(전통적인 의미의)철학은 이제 뭐 그냥 할머니라고 봅니다. 밥은 먹었냐, 왜 이리 말랐냐, 빨래 안 널고 뭐하니 등등..여타 학문에 대한 참견과 어깃장 이상의 고유한 기능이 없죠.
그게 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13/07/18 03:32
수정 아이콘
이 글에 추천이 없다니!!! 저라도 한 번 누르고 갑니다.

여기서 멈추지 마시고, 비트겐슈타인과 콰인도 한번 정리해주시면 저같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삼공파일
13/07/18 04:26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이나 콰인은 제 능력 밖이라 ㅠㅠ 혹시 가능하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13/07/18 04:32
수정 아이콘
추천 하나 누르고 갑니다.
삼공파일
13/07/18 04:47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ㅠㅠ
인생의 마스터
13/07/18 07:18
수정 아이콘
이번글도 저번글과 같이 뭔가 결말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드네요.
정신분석학이 틀린 것도 많고 검증하기 힘들다는 점에 과학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통계적,경험적 접근 덕분에 많은 유의미한걸 발견했고, 임상적인 결과도 얻었는데
이걸 점성학과 같이 묶는다는게 되게 이상하네요.
아하스페르츠
13/07/18 08:40
수정 아이콘
해당 부분은 삼공파일님의 결론이 아니라 포퍼의 관점입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반증할 수 없는 이론이라는 측면에서는 점성학이나 종교의 교리 같은 것과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인생의 마스터
13/07/18 14:46
수정 아이콘
포퍼의 관점의 오류를 본문에 지적하면서 결론에도 그대로 끌고 오니까요.
13/07/18 09:24
수정 아이콘
둘이 같이 묶이는 것은 반증할 수 없음에서 오는 것이겠지요. 정신분석학이 과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생의 마스터
13/07/18 15:05
수정 아이콘
프로이트의 성본능이 대부분이라는 해석은 불확실한 무의식을 다루는 분야 특성상
검증이 힘들고 결론의 과정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과학이라 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전엔 치료불가능했던 수많은 히스테리 환자들에게 무의식속에 있는 부모와의 관계의 기억을
끄집어 내면 치유가 된다는 사실은 아주 유의미한 발견이고 분명한 통계적 사실입니다.

이걸 통계적 근거조차도 없는 점성학이나 혈액형 성격론과 같이 분류되는게 아이러니 합니다.
과학이 아니면 다 이거다라는식의 포프의 이분법적인 오류를 결론에도 똑같이 가져옵니다.
아하스페르츠
13/07/18 16:23
수정 아이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반증할 수 없다는 면에서 과학이 아니라 하였을 뿐이지,
프로이트의 임상 효과나 그 이론 안에서의 체계를 부정하고 있지 않으신데요?

프로이트가 과학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신다면, 삼공파일님과 인생의 마스터님의 관점이 그리 차이나지 않습니다.

자전거와 비행기는 바퀴달린 교통수단이라고 분류하였다해서 자전거와 비행기를 같은 취급하였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이분법의 오류라기보다는 과학이냐 아니냐로 분류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의 마스터
13/07/18 17:28
수정 아이콘
만약 본문이 이렇게만 말하고 끝났으면 저도 지적 안했습니다.

그런데 본문의 결론 부분 늬앙스를 보세요.
포프의 진화론에 대한 반례까지 언급했으면서도 과학자들이 열받아 했으니까 유사과학,
혹은 유사과학처럼 생겼으면 유사과학이라는 이상한 결론하며,
'원래 위치'로 돌아같다는 표현도 잘쳐줘봐야 점성술 류와 동급이 되었다라는 말로 밖에 해석이 안됩니다.

그래서 본문과 결론이 따로논다고 한 겁니다.
아하스페르츠
13/07/19 02:36
수정 아이콘
문제점 지적을 프로이트에 대해 하고 싶으신 것인지요? 본문의 결론에 대해 하고 싶으신 것인지요?

프로이트가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는 것은 과학이 아닌 위치로 갔다는 것이니,
프로이트가 과학이 아니라고 이미 인정하고 계신 인생의 마스터님이시라면 이상할 일이 없는 결론입니다.

과학자들이 열받으면 유사과학, 유사과학처럼 생겼으면 유사과학이라는 결론은 충분한 설명이 없는 비약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결론은 프로이트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아랫길
13/07/18 09:43
수정 아이콘
흔히들 정신과라고 알고 계시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더이상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보다는 정신생물학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정신분석학을 통한 과학적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한몫 하고 있지 않나...생각합니다.
13/07/18 09:1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추게로 보내서 수많은 인문학도들의(?) 멘탈을 붕괴시켜야한다고 생각됩니다.

어렵지만 잘 읽었습니다..
13/07/18 09:31
수정 아이콘
동의하기 힘든 부분들이 여럿있네요. 결국 적당히 말 바꿔서 (과학)철학의 불필요성을 거짓으로 말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구요.

다윈이 말한 진화론은 왜 과학일까요? 점성학은 왜 과학이 아닐까요?
첫번째 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딱 봤을때 과학이면 과학이고 과학인지 의심이 가면 과학이 아니다. 이건 무엇이 과학이고 유사과학인지 논하는 상황에서 적합한 대답은 아닙니다. 그건 무엇이 과학인지 엄밀하게 증명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할 말이지요. 이러한 시도 자체가 과학철학인건데 오히려 그런 물음에 과학철학은 쓸모가 없다? 그냥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겁니다.

박쥐는 날아다니지만 조류가 아니고 고래는 물속에 살지만 어류가 아닙니다. 그건 딱 봤을때 포유류여서가 아니라 무엇이 포유류인지 조류인지 어류인지 '합리적인' 근거에서 출발한 이론으로 인간들이 '약속했기'때문이죠.
개미먹이
13/07/18 10:43
수정 아이콘
옳은 말씀입니다.
ArcanumToss
13/07/18 11:53
수정 아이콘
예전에 뉴스에서 본 게 기억이 나는데 획득 형질이 유전자에 기록된다고 하던데...
그 뉴스에서 다룬 것은 비만이었는데 비만인 상태로 6개월 이상을 살면 비만 유전자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이 사람이 낳은 아기에게 비만 유전자가 상속되는 것 아닌가요?
누가 답변 좀 부탁합니다~
아하스페르츠
13/07/18 13:12
수정 아이콘
뉴스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 보고 정확하게 답변 드릴 수 있을텐데, 간단한 검색으로는 해당 뉴스를 못찾겠네요.

근거 없는 이야기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특정 생활 습관이 생식세포의 특정 유전자의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는 밝혀진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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