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읽어주시고, 잊지않고 계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편을 안보신 분들은 전편을 꼭 봐주세요.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1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22
2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32
3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36
4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50
5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53
6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65
7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2469&divpage=8&ss=on&sc=on&keyword=디링디링
8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4706
9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4723&divpage=8&sn=on&ss=on&sc=on&keyword=aura
10부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4803
<단편> 진눈깨비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08
- - -
##
- 중2때까지 늘 첫째줄에... 겨우 160이 됐을 무렵...
나는 잠시만 지체해도 놓쳐 버릴 것 같은 이 단서를 꽉 잡기 위해 먼저 영욱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익숙한 델리스파이스의 노래가 길어질수록 내 마음은 다급해졌다. 발길은 벌써 영욱이의 집 근처로 향하고 있었다.
어차피 영욱이의 집은 우리가 연습했던 학교 주변의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까.
- 딸각.
- 여어. 후후. 친구 무슨 일인가?
“물어볼 게 있어. 집근처로 가고 있으니까 잠깐 나와.”
- 그런거라면 전화로 물어도 될 것인데? 후후.
그러니까.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라고. 녀석의 능글능글한 말투가 처음으로 왈칵 짜증이 났다.
“잔말 말고 10분이면 도착하니까.”
- ...
영욱이도 평소와 다른 나를 눈치 챈 걸까? 전화기가 잠시 조용해졌다.
- 그럼 우리 연습하던 교회에서 보자.
“그래.”
전화를 끊자 발걸음은 더욱 바빠진다. 드디어 가슴 속에서 답답하고 찝찝했던 뭔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묘한 기대감마저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이것에 대해서 초조하게 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꼭 알아야만 하는 중요한 사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결국 나는 뛰다시피 걸어서 예상보다 일찍 교회에 도착했다.
“후우.”
가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영욱이 놈은 안온 것 같군.
녀석이 오면 먼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일단 왜 이런 사실을 숨겼는지 물어보자. 그러고 나서 왜 승제와 나에게 축제 공연을 제안했는지도, 또 지인이는 어떻게 같이하게 됐는지도.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니 가빴던 숨도 잠잠해진다. 그와 동시에 저 편에서 영욱이가 나타났다.
“벌써 왔어?”
“응.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서.”
“그거라면 저번에 내가 미안하다고...”
“민한광을 만났어.”
말을 자르고 들어오는 나의 대답에 영욱이 녀석이 아주 약간 표정변화를 보인다.
“어디까지 들었는데?”
영욱이는 나조차도 거의 처음보는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너희 셋이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고 밴드부였다는 것. 그리고 우리 학교 밴드부로 원래 같이 입부하려고 했었다는 것 까지.”
“하 민한광 그 자식이 입은 또 싸지.”
자 그런 영양가 없는 투덜거림은 이제 그만하고 내게 말해줘. 사실을.
“왜 숨겼어?”
영욱이는 내 질문에 미안하면서도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어. 단지...”
“단지?”
“지인이 때문이야.”
가슴에 무거운 벽돌 한 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내게 이런 사실을 감추려고 했던 게 지인이라고? 어째서?
“지인이 때문이라고?”
“그래. 미안하지만,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뿐이다. 내가 정말 현이 너한테 사실을 숨긴 것도 미안하고, 말해 줄 수 없는 것도 미안한데 어쩔 수 없어.”
“왜?”
“약속했거든. 네가 알기 전까지 말해주지 않기로.”
마음속에 무거운 벽돌이 또 다시 추가된다. 영욱이 녀석이 이렇게까지 나오니 더 이상 추궁하기도 그렇다. 어렵게 찾은 단서를 어이없게 도둑맞은 기분이다.
“그럼 내기는? 어째서 민한광과 그런 내기를 한거야?”
나는 조금 감정이 격앙되어 떨리는 목소리로 영욱이에게 따져들었다.
“글쎄? 그 내기는 지인이가 받아들인 거거든. 지인이 말로는 지지 않으면 된다고 하더라.”
영욱이는 씩 미소지어보인다. 나는 어쩐지 그 미소가 불안하게 느껴져서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지 말자. 내일 공연에서 우리가 최고가 되는 거야.”
“처음부터 나랑 승제랑 순수하게 같이 공연할 목적이 아니었지?”
내 어깨를 툭 치려는 영욱이의 손길을, 몸을 살짝 틀어 거부한다. 나의 가시 돋친 말에 영욱이의 표정은 그야말로 복잡 미묘해졌다.
“좋은 친구들과 같이 공연을 하는 건 역시 축제의 꽃이잖아?”
영욱이의 말이 진심이란 걸 느낀다. 하지만.
“그렇지만, 아예 목적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이 말 역시도 진짜다.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미안해.”
“됐어. 네가 진짜로 미안해하는 거 아니까.”
원망은 들지 않는다. 역시 영욱이는 승제와 함께 대학교에 와서 만난 가장 좋은 친구니까.
“가볼게.”
어차피 들을 수 있는 말은 다 들었다. 더 얘기해서 말해줄 것 같지도 않고.
“그래. 내일 최고의 공연을 하자.”
“응.”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내일 공연에서 1등하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낫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현아!”
조금 멀어진 영욱이가 발길을 붙잡는다.
“어?”
“어쩌면 지인이가 내기에 응한 건 널 믿어서 일거야! 조심히 들어가라!”
영욱이의 외침을 듣고 나니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일단 내일, 그래 내일 1등을 하고 보는 거다.
집으로 가는 발길이 무겁다. 축제 공연 전 날. D-1은 그렇게 갔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으로 네가 알아 채 주지 못한다면, 깨끗하게 단념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네가 부럽다. 이 현.”
혼자 남은 영욱이의 말은 듣지 못한 채.
12에 계속
- - -
앞으로 세 네 편 안으로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끝까지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