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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27 06:34:33
Name Realise
Subject [일반] 오빠가 초밥 사줄께, 초밥 먹으러 가자.
나는 치느님,피자, 돼지국밥 같은 음식을 선호하는, 밥같은건 대충 후라이팬에 올려 참치,고추장,계란넣고 슥슥 비벼서 볶아 후라이팬 채로 먹는 저렴한 입맛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초밥이라는 음식에 대해 별다른 인식이 없었다. 그저 부모님이 사 오시면 같이 먹는 음식이라는 것 정도가 내가 초밥에 대해 가진 그때까지의 생각이었을뿐.

서울대 옆의 고시촌인 신림 9동 녹두거리에는 난스시라는 작은 초밥집이 하나 있다. 식사시간만 되면 빈 테이블이 없어 입구쪽의 조그만 의자에서 기다려야 할 만큼 꽤 잘되는 초밥집이다. 내가 처음으로 간 초밥집이 바로 이곳이었다. 여기 살고 있던 친구를 만나러 갔을때 자신이 저녁을 대접한다며 날 이곳으로 데리고 갔었고 여기서 친구가 사 주는 초밥을 먹었던게 최초로 초밥을 외식했던 날이다. 가장 최근에 갔을때가 작년 11월이었는데 이 때도 초밥 8피스의 가격이 5천원이었고 회덮밥의 가격이 4500원이었던 것 같다.  그저 밥 한끼 먹는가격, 아니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1인당 5천원으로는 돼지국밥 한 그릇 사먹기도, 유가네에서 밥 먹기도 어려운 세상이니 밥 한끼도 안되는 가격이네.

이후 내가 가진 초밥에 대한 인식은 '밥 한끼 가격이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괜찮은 음식' 이었다.

잠시 휴학하고 대학교안 기숙사 편의점에서 알바를 할 때 같이 일하던 대학교 1학년 여자애가 있었다.  당시 이 여자 알바동생과 친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하얀 피부와 예쁜 외모로 내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었다. 빠른 생일이라 당시 나이는 19살,  그러던 어느날 같이 일하던 이 알바애가 쪼르르 나에게 오더만, 자기 친구 피부 하얀 걔를 아냐면서 걔가 오빠 손 이쁘다고 소개팅 시켜 달라고 했다며 꺄르르 웃으면서 얘기를 했었다.

당시 25살 때 무슨 나에게 대박 행운이 터진 년도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오락실에서 문 열고 전화번호 물어본 여고생이 있었던 적도 이 때의 3개월 전이었고, 알바를 두달 정도 더 하면서 이후 2명의 고등학생한테 작은 선물도 받았었다. 살다보니 이런 때도 있었네, 근데 두번 다시 이런 시기는 없었다.

어쨌든 예전 글 https://pgr21.com/pb/pb.php?id=recommend&no=2115&divpage=1&sn=on&keyword=realise 을 봤던 사람은 알다시피 당시 나는 정신빠진 인간이었고 -_-. 물론 지금도 별 다를 것 같진 않지만;; 당연히 이 상황에서도 혼자 좋아 죽으면서  그래? 당장 하자. 내일 당장 일정 잡어!! 라고 마음속에서는 외치고 있었는데,

정작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소개팅은 무슨, 됐다 그런거 안해"

ㅡㅡ.....
역시나 나는 안하긴 뭘 안해 이 미친놈아, 라고 같은 후회를 반복하며 대상만 바뀌었을뿐 여전히 새벽에 이불을 걷어차야 했었다. 근데 그러다 어쩌다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되었고,  그 여자애의 카톡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카톡의 알림말이

'초밥 먹고 싶다.'

응? 초밥? 그거 밥 한끼 값이잖아 크크 뭐 이런걸 다 먹고 싶다고 알림말에 써 놓냐 크크 귀엽게
당장 나는 알바에게 콜을 해서 오빠가 너희들 초밥 한끼 사준다고, 걔 데리고 나오라고 멋있는 척 패기있게 연락을 날렸다. 그리고 어느 초밥집을 가야 할지를 고민했다. 어딜 가지? 회전 초밥집을 갈까? 근데 그건 접시별로 먹는거라 애들이 눈치보이고 부담스러워서 마음놓고 못 먹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냥 초밥 전문 일식집에 가서 먹기로 했다. 코스요리라고 해도 뭐 어때, 초밥 그거 ^^ 얼마한다고.

애들을 데리고 알바하던 곳 근처 번화가의 초밥집으로 향했다. 룸형의 구조에 잠시 흠칫하여 당황했지만 이내 당당하게 룸으로 들어가서 초밥 요리 3인분을 시킬려고 메뉴판을 뽑아들었고....

거품 물고 실신했다.

그래서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본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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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7 06:36
수정 아이콘
아.... 좋네요
13/06/27 06:43
수정 아이콘
전 초밥 싫어요 크크크크 무슨 댓글이 이렇게나 빠릅니까.
공상만화
13/06/27 06:46
수정 아이콘
비슷한 수준의 스시면 일본이 싸지 않나요? 친구나 후배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봐도 그렇던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13/06/27 06:48
수정 아이콘
저는 ^^;; 잘 모르겠네요 일본 가본적이 없어서요.
불량품
13/06/27 06:54
수정 아이콘
비싼 초밥에 당황했다는 내용의 탈을 쓴 글쓴이의 인기 자랑글이라니 전 반대합니다 흑흑
13/06/27 07:00
수정 아이콘
네? 크크 저 년도를 제외하면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크크 당시 제가 가진 평생의 운을 다 썼나 봅니다.
13/06/27 07:00
수정 아이콘
그래서 훈훈합니까? 제발 훈훈하다고 해줘요. 피지알답다고 해주세요.
13/06/27 07:03
수정 아이콘
아 ^^;; 고향에서 한 거라 이후 바로 대학교 복학하면서 멀어졌습니다.
...
...
...
...
...
...
13/06/27 07:10
수정 아이콘
아,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잘 봤습니다.
산적왕루피
13/06/27 10:38
수정 아이콘
아....역시 PGR은 따뜻한 곳이야.
감모여재
13/06/27 07:02
수정 아이콘
난스시보다는 니와가 크크
관악구쪽에서는 보라매공원에 있는 초밥집이 괜찮더군요
13/06/27 07:05
수정 아이콘
그 곳은 지나가며 볼 때마다 사람 엄청 많더군요. 흐흐 근데 혼자 가기도 그렇고 친구랑만 같이 먹어서 친구가 가는 난스시 말고 다른곳은 안가봤네요^^;;; 그래서 니와는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크.. 단지 사람 많은 초밥집이다. 정도만 크크
감모여재
13/06/27 07:51
수정 아이콘
예전 스시와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망한 스시킹 자리에서 하실때 가성비가 좋아서 입소문이 났었죠 지금은 그 때 만큼은 아니지만 싼 가격에 초밥다운 초밥을 맛볼수는 있는듯해요 가게 여는 시간 맞춰서 가면 줄 안 서실수 있는듯합니다 흐흐
R.Oswalt
13/06/27 07:02
수정 아이콘
유부초밥을 싸줬다거나 이마트 초밥을 기대했는데 너무 오바했군요. 크크;;;
그 놈의 초밥, 혼자 먹기에는 정말 좋은데 머릿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는 공포가 밀려옵니다... 회전초밥집에서 대패한 기억 때문에 씁쓸하네요...
13/06/27 07:10
수정 아이콘
사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동네 근처에도, 학교 앞에도 작은 초밥집 한두개는 있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창원에는 폰으로 검색해도 나오는 곳이 없더라구요;; 대충 폰으로 검색했었는데 회전초밥집이랑 일식집 밖에 선택지가 없어서 일식집 간거죠 뭐 크크.. 정말 초밥은 혼자 그냥 조용히 포장해와서 집에서 먹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_-...
13/06/27 07:15
수정 아이콘
사실 회전초밥은 저렴하고 편한 맛에 먹는 거죠.

초밥은 실장님 앞에 두고 개별로 오더넣어 먹는 맛이 진국.. 카드값도 진국..
감모여재
13/06/27 07:53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게 진국... 값은 초밥먹은거랑 상관없이 정찰이면 더 진국...
13/06/27 07:28
수정 아이콘
하아... 초밥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하나로서 슬프기 그지없는 글이네요...
하지만 훈훈한 결말에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
스케미
13/06/27 07:57
수정 아이콘
realise 님 글은 항상 훈훈하네요
다시한번말해봐
13/06/27 08:14
수정 아이콘
좋아요+1
13/06/27 08:18
수정 아이콘
옳지... 숨막히는 엔딩!
설탕가루인형
13/06/27 08:36
수정 아이콘
기승전훈
마이쭈아유
13/06/27 08:45
수정 아이콘
훈훈하네. 훈제구인줄...
명란젓
13/06/27 08:46
수정 아이콘
댓글까지 보고나니 더욱더 훈훈하네요.
감동적입니다. 좋은글 더 부탁 드려요
13/06/27 09:04
수정 아이콘
결론이 훈훈해서 추천 눌렀습니다.

암요 그래야죠...
13/06/27 09:04
수정 아이콘
댓글 보고 나니 전 일본이 좋아지는군요
이래야 내 pgr답지
tannenbaum
13/06/27 09:10
수정 아이콘
사회 초년생 시절 아는 동생들(성별은 여자) 세명이 초밥 먹고 싶다고 조르길래 아는 회전 초밥집에 데려갔습니다 접시당 1천원~4천원 하는 집이어서 저렴한 편이었고 여자들이 먹어봐야 몇 접시나 먹겠어? 4천원 짜리 먹어도 끽해야 두어접시 먹겠지 하는 마음에 훗 초밥 그까이꺼 했다가 10만원 훌쩍 넘게 털렸습니다

무슨 기집애들이 씨름 선수들처럼 먹어대는지ㅜㅜ
그때 알았습니다
여자들은 잘생긴 남자들 앞에서만 밥 조금 먹는다는걸.....
분명 내 친구들 앞에선 스테이크 반에 반정도 먹고 배부르다 그랬는데
감모여재
13/06/27 09:34
수정 아이콘
....? 초밥이라 많이 먹은겁니다?
13/06/27 14:49
수정 아이콘
잠재적 연애대상에서 예외인 분이시라 그런 것 아닐까요? 크크
근데 여성분들 초밥은 살 안찐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고기에 비해선 엄청 잘 드시는 것 같더라구요. 밥인데 그거 -_-;;
13/06/27 15:08
수정 아이콘
의외로 초밥+회+해산물 종류가 살 안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군요...-_-;;;;;

바닷가 출신으로서 얘기하자면...찝니다...쪄요...ㅠㅠ
13/06/27 15:27
수정 아이콘
그렇죠 크크 대부분이 해산물은 정말 잘 드시는데 고기는...다들 살찐다고 회피..
13/06/27 09:41
수정 아이콘
댓글로 확인 후 훈훈함을 알게 되는 글이네요. 하하하.
트릴비
13/06/27 10:10
수정 아이콘
난스시가 싼편이긴 하죠 녹두 초밥집들이 비슷하지만 크크
뭐 요샌 은행골 수준 가격만 되도 아 싸다 하면서 감사합니다
천진희
13/06/27 10:19
수정 아이콘
하아...아는 후배가 초밥 먹고 싶대서 먹여주러 갔는데, 둘이서 이것저것 먹다보니 8만원이 훌쩍...
그래도 맛있어서 그냥 패스! 아하하 초밥 먹고 싶네요.
요즘엔 백화점 식품코너 마감 직전에 가거나, 대형마트 초밥 할인할때 싼 맛에 집어와서 종종 먹네요 크크
불량공돌이
13/06/27 10:19
수정 아이콘
제 주위의 여성분들은 2명이서 25접시 정도는 기본이더군요.
이사람들아 초밥은 마시는게 아니고 먹는거라고..
13/06/27 10:26
수정 아이콘
2명이서 25접시요? 저는 혼자서 28접시까지 먹은적 있는데요...초밥은 먹는게아니라 마시는겁니다...크크
The xian
13/06/27 11:25
수정 아이콘
대학교 때 50접시를 먹어본 적은 있습니다만. 지금은 많아야 20접시 정도입니다.

먹을 때는 즐거워도 이젠 많이 먹으면 뒷감당이 안 되는 처지지요.
tannenbaum
13/06/27 11:40
수정 아이콘
5.... 50이요?? @@
Thanatos.OIOF7I
13/06/27 11:49
수정 아이콘
정말 Realise님의 글은 훈훈함이 넘치네요.
그런 의미로 PGR 대표 훈남 인증 갑시다--!!
JazzPianist
13/06/27 12:12
수정 아이콘
오사카 난바에 류구테이 라고 한국말로 용궁전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가이드북 보면 항상 용궁전이 실려있었지요. 근데 현지에서는 하나도 유명하지 않던 가게였습니다.
회전초밥 집이였는데 1400엔 정도 내면 부패처럼 먹을수 있는 곳이였는데요. 거기서 아는 동생이랑
가서 많이먹기 내기로 제가 32접시 먹고 동생이 29접시 먹어서 이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 오사카 놀러가는데요 용궁전은 이미 망하고 없더랍니..
루키즈
13/06/27 13:10
수정 아이콘
제가 먹어본 초밥이라곤 이마트초밥과 초밥뷔페 뿐인지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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