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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13 16:43:25
Name Hazelnut
Subject [일반] 최근에 벌어진 해프닝들
1. 회사

회사에 입사한지 이제 10개월이 되었습니다. 사장은 대만인이고, 부사장은 중국인이며, 사원들은 대부분 중국인/대만인들이고 그외 한국, 인도, 일본, 미국 등 여러 사람들도 많은 미국계/중국계 항체생산회사인데 제가 입사할 적에 제 사촌누나와 친형이 다니던 회사인지라 본의 아니게 낙하산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사실 가족과 같은 회사를 다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당장 수입이 필요했던 집안사정 때문에 생산부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하는 일이 생산인지라 초반에 부장한테 생산량 낮다고 갈굼도 당하고, 혼나기도 하고, 몇번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훨씬 좋아졌습니다.

지는게 이기는거라던 옛말이 새삼 크게 다가왔습니다. 자존심 세우려고 홧김에 때려치웠더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보자면 아찔하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은 이직을 했지만 초기에 저한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대만인 친구가 진지하게 해준 조언이 컸습니다. 대만인인만큼 중국인들의 특징을 잘 파악했던 그 친구가 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는데, 사실 요점은 "매일 100% 열심히 해라." 였죠.

제가 그에게 회사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얘기할 때 평소엔 농담이나 말장난이 대부분이던 그 친구도 진지하게 정색하면서 하던 말은,


"내가 봤을 때, 넌 열심히 일하지 않고있어. 하루에 8시간 딱 맞춰서 일하는게 물론 일반적이지만 그게 절대적이진 않아. 10시간을 일한다고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6시간을 일한다고 반드시 이익이 되지도 않아. 네가 10시간을 일하는걸 부장이 알게 되면 이익이 될 수도 있는거고, 6시간을 일하는걸 부장이 알게 되면 손해일 수도 있는거야.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 양반(부장)은 단순해서 네가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평생 갈굼당하는 일이 없을거라고 내 전재산을 걸 수 있어."


전 반박할 수가 없었죠. 돌아보면 전 충분히 제 능력을 발휘해서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겁니다. 이후에 저는 다음날 아침에 끝낼 수 있는 일이라도 전날 저녁에 끝내는 것을 선택했고, 때로는 밤늦게까지 일했습니다. 항상 8시 넘어서 퇴근하는 부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고, 그러면서 부장은 점점 갈굼이 아닌 격려가 잦아지는걸 느꼈습니다. 지금은 거의 터치를 받지 않고 있구요. 사실 아침잠이 좀 과하게 많아서 지각하는 일도 간혹 있는데 아무런 추궁도 안하는걸 보고 제가 오히려 찔려서 가책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2. 아는 여자 동생

아는 여자 동생이 있습니다. 아니, 정말정말 친한 여자 동생이 있습니다. 알게 된건 2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 토요일 저녁에 정말 쌩뚱맞게 페이스북으로 나눈 채팅으로 급격하게 친해졌습니다.


"주말인데 술은 안 땡기고 그냥 커피마시고 담배피면서 수다나 떨고싶다."


라고 보낸 제 한마디에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를 데리고 커피숍으로 가려던 찰나에 일이 끝난 그녀의 친한 친구가 술 마시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친해졌습니다. 이후에 맨날 카톡하고 퇴근하면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그녀이기에 숙제도 도와주면서 1주일에 거의 매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2년 넘게 교제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죠.

그런데 이 남자친구가 그녀를 엄청나게 구속합니다. 술자리에 가게 되면 다음날 전화로 대판 싸우는건 당연하고, 심지어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셔도 불같이 화를 낸다고 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 구속하는건 보수적인 성향의 남자라면 이해하겠지만 그녀 얘기를 들어보면 진짜 늦둥이 막내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녀와 평소처럼 커피 마시고 담배피면서 수다를 떨고있는데 계속 인상을 찌푸리면서 열심히 카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뭐라고 하냐는 제 말에 그녀는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녀는 평소에 누구를 만나거나 어디를 가면 남자친구에게 숨기지 않고 다 말하는 성격이었는데 그동안 저를 만날 때마다 남자친구에게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오빠랑 밥먹는다 커피마신다 숙제하고 있다 라구요.

그날도 저랑 같이 있다는 말에 남자친구가 그녀와 저 사이를 의심했고 싸움으로 번지게 된 것이죠.

그리고 그날 밤 집에 들어와서 한참을 생각한 후에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우리 당분간 안 만나는게 좋겠다. 나 때문에 너랑 너 남자친구랑 싸우는거 뻔히 아는데 만나면 안될거 같애. 불편해."
"아냐 아냐. 오빠가 왜 불편해해? 우리 싸운거 아니야. 다 풀었어."
"그게 싸운거지 뭐야. 지금 풀어도 다음에 또 나랑 만나면 또 같은 이유로 싸울거 아냐."
"아니야 그런거. 오빠가 나 이성으로 안 좋아하는 것도 알고, 나도 오빠한테 감정이 있어서 만나는 것도 아닌데 왜?"
"글쎄. 사람 일은 모르는거니까."


저 대화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비록 저는 그녀와 가까이 있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떨어져 있지만 어쨌든 그녀가 저보다 남자친구를 우선시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왔기에 차라리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3. 친한 동생에게 욕설(?)

알게된지 10년 가까이 된 이군이 있습니다. 예쁘장하게 생긴 놈인데 10년째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생각없이 놀려대는 '주둥이'. 눈치도 없을 뿐더러 술이라도 마시는 날에는 돌아가면서 형들한테 쌍욕먹고 갈굼당하고 맞기도 하는 놈이죠. 그래서 저와 제 친구들은 이눔을 '담배같은 놈' 이라고 칭합니다. 백해무익한 인간인데 끊을 수가 없어서요. 저를 포함해서 8명(여자 2명, 남자 6명)의 친한 사람들을 모은 단체카톡방이 있는데 대부분 욕과 개드립과 디스가 난무하는 곳입니다. 남자 6명 중에 저와 제 친구가 제일 연장자, 제 밑으로 동생 4명이죠. 워낙 안지가 오래됬으니 호칭만 형이고 거리낌 없이 개드립과 디스에도 그냥 웃으면서 넘기는게 다반사였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전 평소에 이군이 눈치없이 앞뒤 안가리고 내뱉는 욕설이나 드립에 짜증이 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정말 안 좋은 일이 있는데 축하한다고 한다든지 다칠 수도 있을뻔한 위험한 일이 있었는데 아깝다고 한다든지 같은 말이었죠. 그러다가 몇번 좀 심하다 싶었던 적이 있어서 저와 제 친구가 정색하고 아무리 친해도 말은 가려서 하자는 경고 아닌 경고를 내렸고 평소답지 않던 저와 제 친구의 모습에 동생들도 얌전하게 동의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회사 내적으로 개인적으로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하루종일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퇴근시간 즈음에 한가해져서 휴게실에서 담배 하나 태우고 커피 마시면서 웹서핑하다가 재밌게 본 넌센스 문제를 발견해서 단체카톡방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군이 퀴즈의 답을 보고는 욕을 했는데 평소 같았으면 저도 가볍게 욕설로 지나갈 일이었죠.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욕설을 들으니 저도 욱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죠. 대화내용은 그리 건전하지 않았구요. 결국 사과는 받아내긴 했습니다만 나중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좀 진정이 되고난 후에 다시 전화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물론 여전히 훈훈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좋게 끝냈습니다.

이 일을 친구인 김군에게 전화로 얘기하자 김군은 놀라면서 저한테 물어보더군요.


"그걸 말로 해결했다고...?"




위의 세가지 외에도 골수 리버풀빠로서 맨유팬이었던 친하지도 않은 지인에게 조롱당해서 대판 싸울 뻔한 일도 있었고, 전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서 전화로 땡깡부린 일 등 대부분 좋지 않은 일들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연애 좀 하라고 하는데 연애할 마음이 크게 생기지도 않구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 혼자 즐기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독신주의가 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구요. 벌써 1년의 반이 지났는데 생각해보면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아서, 다음 6개월은 좀 더 좋은 일들만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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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치고내말들어
13/06/13 16:54
수정 아이콘
'전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전화로 땡깡부린 일' 이라는 부분에 밑줄이랑 볼드랑 이탤릭이랑 궁서체 효과가 들어가있는 것 같은데, 저만의 착각일까요?
Hazelnut
13/06/14 02:26
수정 아이콘
기분 탓입니다 흐흐흐
Cool Gray
13/06/13 17:02
수정 아이콘
저야 뭐 아직 스물넷밖에 안 된 사람이긴 한데, 전 평소 마인드가 딱 이거에요. "인생은 원래 삽질이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한결 낫더라구요. 가끔 재수없이 구정물이 튀어나와 옷 버리기도 하지만 삽질을 계속하다 보면 때로는 100원짜리 동전도 찾는 거고, 정말 재수 좋으면 금덩이 캐는 거고 그런 거죠 뭐. 그래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아주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마그마에 데이면 얄짤없는 게 함정이지만... 그런 일은 10년에 한 번 일어날까말까 수준이니까요.
Hazelnut
13/06/14 02:27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저도 회사생활하면서 느낀 부분입니다.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고 생각하니 항상 마인드가 중립을 유지하게 되더라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안 좋은 일도 쉽게 털어내게 되구요.
13/06/13 17:07
수정 아이콘
전 오늘..
태어나서 제일 아프게 머리를 박았습니다 ㅠ_ㅠ
아..
4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아픈 것 같네요.. ㅠ_ㅠ
Hazelnut
13/06/14 02:28
수정 아이콘
아이고 ㅠㅠ 얼른 나으시기 바랍니다
13/06/13 18:13
수정 아이콘
3번에서 "반 안죽여놔야지!"가 생략되어 있어보이는건 제 착각이겠죠.....?
Hazelnut
13/06/14 02:28
수정 아이콘
착각이 아닐겁니다 흐흐
13/06/13 19:07
수정 아이콘
좋은일 생기실겁니다

YNWA
Hazelnut
13/06/14 02:28
수정 아이콘
다음 시즌은 제발 ㅠㅠ YN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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