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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12 01:01:28
Name minimandu
Subject [일반]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경험한 기독교 이야기 (3. 마지막)
첫번째 글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4043

두번째 글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4220

글을 쓰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pgr의 글쓰기 버튼의 무게입니다.
항상 어떤 반응이 있을지, 혹시 불편해 하는 사람은 없을지, 혹은 무관심 글이 되지는 않을지,
두려움이 앞서는 경우가 많죠. 물론 저는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나눠 쓰는 과정에서는 생각도 못한 몇 가지 이야기가 리플로 파이어 되는 경험도 하니, 부담이 커지네요.
그래서 부담감을 잔뜩 안고 마무리를 지어볼까 합니다.
(사실 마무리 짓기가 참 어려운 것이, 아직도 저도 고민중이거든요.)
3번째 이야기 입니다.
많은 분들의 요청에 의해서 신교와 구교를 개신교, 천주교라는 올바른 명칭을 사용하였습니다.
다만 제목은 기존의 글이 있기에 그대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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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11시 예배시간. 셀모임을 마치면 3시에서 3시반 사이. 집에 오면 4시.
마치 일주일 중 합당하게 주어지는 내 휴일 하루를 강탈 당하는 느낌.
어느덧 내일이 일요일인 것이 전혀 쉬는 날 같이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저와 아내는 교회와 관련된 토론은 지속적으로 나눴습니다.
아내도 종교에만 푹 빠져사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어느 정도 합리적인 대화는 가능했습니다.

한번은 목사님의 설교 말씀 중 한 부분에 대한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목사님은 설교 중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한 신도가 땅 문제로 너무너무 힘들어하기에,
그 땅을 처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도를 해주었고, 결국 그 땅이 팔렸다는 이야기를 설교시간에 한 적이 있습니다.
전 그 이야기가 합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저의 종교관입니다.
저는 종교라는 것은 이성이나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저 나름의 기준이 있어야만
제 자신이 양자를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만 제 스스로도 종교의 당위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구요.
그래서 성인이 될 무렵 세운 나름의 판단 기준은,

일단 종교생활과 사회생활은 별개다. 내가 내 노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 얘로 들자면,  
성적이 잘나왔으면 좋겠다 라거나, 혹은 금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기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하나님이 절대자라면 그분의 의도를 제 맘데로 알 수 없으니, 기대할 필요도 없고.
두 번째는 기도만으로 그것들이 이뤄진다면, 공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기도만으로 이뤄진다면 세상에 '노력' 이라는 것을
할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이 기도만으로는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현실적인 제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천주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기도는 우리 가족의 건강, 나의 건강, 내가 올바른 삶을 살수 있도록 하는 마음,
삶속에서 용기를 잃지 않도록 해주실 것, 내 판단에 후회가 없도록 할 것. 내 능력 밖의 일이 생길 경우에만 잘 해결되도록 기도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에서 제 이런 개인적인 종교관과의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야기가 나온 거였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과연, 그런 속세에 금전적인 문제에 대해서 기도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물론 신도를 위하는 마음에서 이셨겠지만, 그것도 목사님이 직접?”

“자주 있는 일은 아닐꺼야. 하지만 적어도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자신을 믿고, 또 자신에게 기도하고 해달라고 조르는 사람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지 않겠어?”

“그걸 들어주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야. 그건 하나님의 뜻이겠지. 내가 궁금한 건 하나님을 일꾼이라는 사람이 그런 세속적인 기도를 해도 되느냐의 문제지.”

“글쎄, 사실 사람들도 겉으론 얘기 안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많이들 기도 할꺼야. 모든 종교인이 오빠 같은 생각을 가진 건 아니야.”

이 정도 선에서 대화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 종교관을 아내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은 끝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한가지 사건이 생겼습니다.
매년 12월에는 각 셀을 한번씩 조정을 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계속 같은 사람들끼리 활동하는 것보다는 이사람 저사람 모두 교류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셀장이라는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임명직이라 고정이고, 셀원들을 조금씩 바꾸는 거였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바꾸지는 않고, 셀에 따라서 한 두명 정도씩만 이동하더군요.
전 초보(?)신자인 관계로 혼자가 아니라 동서와 함께 셀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셀 이동이 발표 나고서 전 이상한 기류를 느꼈습니다.
어느덧 가족 모임 등과 교회에서 자주 만난 동서와는 친해지게 되었는데,
새로 이동한 셀의 셀장의 이름을 보더니 기겁을 하는겁니다.
예배가 끝나고 아는 교회 사람들이 동서에게 물어왔습니다.

“누구 셀로 갔어?”

“김탁구(가명) 셀장.”

상대방은 순간 표정이 ‘헉~’ 하는 얼굴로 변하더니,

“잘해봐~”

라는 이상야릇한 멘트를 날리며 총총걸음으로 사라졌습니다.
또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아놔… 뭐지? 도대체 누구이길래, 독실한 동서까지 긴장을 하는 거지?’

아내 쪽은 한술 더 뜨더군요.
처형과도 갈라져서 다른 셀로 들어간 겁니다.
아내는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사실 아내도 셀모임이 그리 내켜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앞에서 불만을 표시할 입장이 아니었기에 참고 있었지만 이 교회가 좀 요구사항이 많다고는 느끼는 듯 했습니다.
아내는 처형네 조카들을 무지 아낍니다.
당시 처조카로는 3살 난 여자아이와 갓 태어난 남자아이 이렇게 둘이 있었는데, 특히 갓 태어난 남자아이를 끔찍이 아꼈죠.
며칠 안보면 보고 싶다고, 저 출근한 사이에 언니네 집으로 달려가던 사람입니다.
셀모임은 싫지만, 그 시간에 처조카랑 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셀이 바뀌어 버린 겁니다.

셀이 바뀌고 첫 셀모임이 있던 주일은 저희가 결혼식을 올린 다음날이었습니다.
월요일이 신혼여행 출국 날이었기 때문에, 준비할 것도 많고 어제 결혼식 이후 정리 못한 집도 정신 사나워서, 양해를 구하고 11시 예배만 드리고 오기로 했죠.
그 사이 예배가 끝나고 새 셀장과 인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상황을 설명했는데도

“아, 네… 그래도 같이 함께 하시면 좋은 말씀이 많을 텐데요.”

라고 말을 서슴없이 한번 더 권유하는 포스가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샌님 같은 외모에 성경을 가슴에 대고 꼭쥔 손하며, 누가 봐도 ‘개신교에 몸바치는 신자’ 라고 써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내가 처형과 통화를 하더니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오빠, 형부가 셀모임을 다녀오더니, 하루 종일 한숨을 쉰대”

“뭐? 그 독실한 동서가? 도대체 그 셀장은 어떤 사람인거야?”

“좀 피곤한 스타일인가봐”

“…….아 미치겠네”

그러고 있는데 처형이 다시 저에게 전화를 하더군요.
그 셀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우선, 나쁜 분은 아니다. (이런 서두로 시작하면 뭐 말다한거죠)
다만 가르치고 싶어하고, 말이 좀 많은 타입이다. 지금 남편도 힘들어하고 있다. 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무래도 제가 견디기 힘들 것 같다면서 저라도 예전 셀로 돌아가는 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안 그래도 두 주일 정도 얼굴을 보던 사람들이고, 예전 셀에서는 딱히 피곤한 스타일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셀장도 말이 전혀 안 통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한다고 그게 가능할까요? 교회에서 정한 건데?”

“제부는 이제 막 교회를 다닌 분이라 이해들 하실꺼에요. 제가 목사님에게 직접 말씀 드려볼께요.”

전 일단 그렇게 하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시금 그 셀장의 얼굴이 떠올리며, 만약 그날 셀모임을 따라갔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처형은 저희 의도대로 저만 예전 셀로 되돌아가게 되었다고 말해주더군요.
그런데, 며칠 후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처형에게는 미안하지만 좀 심한 표현으로는 ‘아차! 당했다.’ 싶었습니다.

저는 셀모임를 안 나갈 절호의 찬스를 놓쳐버린 동시에, 앞으로 셀모임를 빠질 수 없는 명백한 이유를 만들어버린 꼴이 된 거였습니다.
만약, 제가 바뀐 셀로 그대로 셀모임을 나갔다면?
셀장은 독실한 동서조차 혀를 내두르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는 셀모임은 못나가겠습니다. 앞으로 그냥 예배만 보도록 할께요.”

라고 얘기했어도 아무도 뭐라 못 했을거란 말이죠.
전 그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초기에 이상한 셀장을 만나 셀모임에 대한 의욕을 잃은 게 될 테니까요.
물론, 그 이후에 셀 이동에 대한 제의가 왔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셀 이동이 제 의사가 아닌, 교회의 의사로 제가 이동한 게 되니까요.
오히려 바뀐 셀에서도 제 눈치를 봤겠죠.
하지만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하면서, 그것도 두주일간 얼굴을 본 익숙한 사람들로, 그것도 제가 원해서 셀을 이동했는데,
앞으로 셀모임을 빠지면 제가 나쁜 놈이 되는 거였습니다.

물론 처형이 거기까지 치밀하게 계산했을 리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셀모임을 안 나갈 여지를 애초에 잘라버릴 결정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아내였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바뀐 셀에 적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적응할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게 맞겠죠.
아내는 싫고 좋음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곧바로 말로 하는 성격이죠.

바뀐 셀로 모임을 다녀온 아내는 짜증을 폭발시켰습니다.

“아! 진짜 왜 모이는 건지 모르겠어.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왜 거기 앉아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새로 바뀐 셀은 그야말로 FM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이전의 셀모임은 아줌마들이 전부이다 보니 그냥 수다 떨다가 끝나는 분위기였는데,
바뀐 셀의 경우는 그날 있었던 목사님의 설교를 되짚어보거나, 그날 말씀에 대한 본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식이었던거죠.
사실 셀모임의 실제 목적도 그것입니다. 일종의 복습이라고나 할까요?
서너명의 점조직으로 교인들을 관리 하는 건 덤이구요.

결국 며칠 고민하던 아내는 셀모임을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내는 그런 결정을 언니에게 통보해버렸고, 중간에서 언니가 난처하건 말건 신경 쓸 성격도 아니었죠.
저는 그야말로 ‘올레!’ 였습니다.
저희는 이제 갓 결혼한 신혼입니다. 저는 아내를 따라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남편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었죠.
핑계거리의 시나리오는 완벽했습니다.
곧바로 다음 주 셀장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사실은 이러저러 해서 아내가 셀모임을 안 나가겠답니다. 아직 신혼인데 아내를 혼자 둘 수도 없고, 집도 멀기 때문에 운전이 서툰 아내 혼자 집에 보내기가 좀 그렇습니다.”

라구요. (아, 물론 아내는 운전을 잘합니다.)
셀장은 고민을 많이 하더니, 일단 이번 주는 같이 집에 가주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계속 예배만 드릴 수는 없으니, (너는 내가 셀까지 바꿔줬는데… ) 다음 주부터 는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여운을 남기기는 했습니다.
11시 예배만을 마치고 12시가 조금 넘어 돌아온 그날은 어찌나 여유롭던지!
두 세시간 낮잠을 자도 여전히 3시가 안 넘은 시간 이라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줄 몰랐습니다.

그 무렵, 장인 장모는 제가 매주 빠지지 않고 교회를 나가는 모습에 칭찬을 많이 하셨다고 아내를 통해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반 강제로 교회에 가도록 은 만들었는데, 정말로 잘 나갈까? 걱정은 하셨던 모양이었습니다.
주례 문제로 완강하던 아버지을 보시고, 저 역시 속마음은 똑같지 않을까,(사실 정답) 다소 긴장하셨던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처형과 교회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목사님께 다이렉트로 보고를 올리고 아내를 다시 처형의 셀로 옮기기에 이릅니다.
아내는 처조카와 놀면서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었고, 그 정도 액션을 취해주니 더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죠.
아내의 땡깡과 저의 동조는 한주간의 테러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서 교회 관련 일에서 아내와 확실한 공감대는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와 교회를 옮겨보는 문제에 대해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하게 되었는데, 그 얘기를 하려면 제 지인 한 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지인 중에 마침 제가 사는 동네로 교회를 다니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집은 교회에서 차로 50분 거리로, 그야말로 이 도시 끝에서 끝인데,
단지 그 교회 스타일과 목사님 설교가 맘에 든다면서 일부러 다니는 친구였습니다.
저희 결혼식에 축가를 불러준 친구니까 상당히 막역한 사이였는데,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면서도 좀 특이한 데가 있었습니다.
국내 개신교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국내 기독교의 주류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정치로 말하면 ‘진보’ 쪽 이었죠.
그 친구와 술을 한잔 기울이며 듣는 기독교의 역사 이야기는 남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도 제가 교회 나가기 이전에는 교회 관련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다가, 제가 교회에 나가면서부터 그런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현재 다니는 교회에 대해서 이런저런 불만을 터트리자, 자기 교회가 제가 원하는 방향과 맞는 것 같다면서 한번 목사님 설교나 들으러 와보라고 하더군요.
거기서 흠칫! 한 것도 사실이었고, 일단 이 교회에도 처형, 동서, 그리고 셀원들과 벌려놓은 일이 있으니 당장은 어렵다,
정 안 맞는다 싶으면 집 근처로 알아본다는 핑계로 한번 가서 목사님 말씀이나 들어보겠다. 정도로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그 무렵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밝혔더니, 잠자코 있던 교회 다니는 친구 몇명이 서로 자기 교회로 오라고 난리였거든요.
그래서 당시로서는 그런 제안에 상당히 방어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 친구의 성향을 미루어 가장 신뢰가 가는 제안이었지만, 일단 재고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내와는 그 교회를 한번 가볼까? 하는 의논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경우는 찬성이었는데, 그 이유가

  1. 셀예배의 목적자체를 잘 모르겠고.
  2. 이 교회 목사님이 너무 리액션이 많아서 설교의 핵심이 잘 와닿지 않는다.
  3. 집에서 너무 멀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었구요.
하지만 저는 일단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일단 좀더 다니면서 그 교회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교려해 보자는 방향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1. 처형과 동서의 체면도 있고,
  2. 어쨌든 셀원들 과도 이제는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3. 좀 더 다녀보고 옮겨도 된다. 시간은 많고 교회도 많다.

라고 말이죠.

그 이후의 셀모임은 한번 나가면 한번은 안 나가는 패턴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결혼식이 잡히기도 했고, 연초에 회사관련 학술제가 주말에 끼면, 일요일에는 11시 예배를 갈 수 없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그러면 2시 예배를 갔는데, 아침에 늦잠도 자고, 자동적으로 셀모임을 빠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장인장모는 다른 교회를 다닌다는 사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단, 장인장모는 ‘사위가 예배를 빼먹지 않고 가는가?’ 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 인 듯 했습니다.
셀모임의 경우는 사실 부수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처형도 타이트하게 보고(?)를 하지는 않는 듯 했습니다.
셀장의 경우는 은근히 압박을 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결혼까지 한 사람들끼리 이래라 저래라 까지는 아니었고,

“아, 얼굴을 너무 띄엄띄엄 보는 거 아니에요?”

정도로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물론 그 정도로도 압박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보다 보면 친해지게 마련입니다.
실제로 셀 사람들도 밖에서 만났어도 그다지 안 맞을 만한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제 마음속에도 셀모임을 자주 빠지는 것에 대해서 미안한 감정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가지 사건이 터졌습니다.
셀원들끼리도 카카오톡 친구를 맺고 카톡방을 만들어놨는데, (역시 그놈의 카톡!)
그러다 보니 카카오 스토리 친구도 맺어져 있었죠.
제가 신혼여행 사진 몇 장을 올렸는데, 그 중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진도 있었던 겁니다.
사실 올리면서 그 생각을 안한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전 평소 셀원들의 카톡방에서는 잘 대꾸도 안하는 것으로 포지셔닝을 잡고 있던 터라 그냥 쿨하게 올려버렸죠.
그리고 제 인생에서 교회생활은 사실 마이너 적인 부분이라고 스스로 생각한 터였습니다.
사진의 구도가 좋네 어쩌네, 맛있겠다 등등의 리플은 주욱 달렸었죠.

그 주일에 셀 예배 때 셀장이 슬쩍 그 이야기를 언급하더군요.

“맥주 드시는 사진을 올리셨던데…”

“아, 예. 신혼여행이라…”

“평소에 술 자주 드세요?”

“뭐, 자주는 아니구요, 전 소주는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하지만 맥주 한 두 잔은 즐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교회에 다니시면 술은 원래 안 드셔야 합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 일 때문에 마셔야 하는 상황도 없지 않고, 인사불성 될 정도로 마시는 스타일도 아닐 뿐더러,
맥주 한 두 잔이 제 신념을 흔들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서로 의견이 오고 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멘트에서는 ‘천주교는 이런 별 것 아닌 것으로 잔소리는 안한다’
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습니다. 뭐, 언쟁까지는 아니었지만, 셀원들이 저희 눈치를 살짝 볼 정도는 되는 분위기였죠.

그날 셀모임이 끝나고 전 아내를 만나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아니, 자기들이 뭐라고 내가 맥주 마시는 것까지 터치하려 드는 거야?”

하지만 일단 저희 부부끼리 의논이 끝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개신교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으니,
내가 이해하겠다. 라고 이야기 하고 끝내게 되었습니다.
개신교와 술의 관계는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독실하면서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악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취업 후 처음 맞은 신입사원 여성은 보수적인 회사내의 회식에서 당시 부장님이 따라준 술잔을 한쪽으로 밀어놓으며,

"저는 기독교인이라 안마셔요~"

라고 말해, 주변을 경악시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대전제를 개신교가 갖는 것까지 부정적으로 이야기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아무리 종교인이라도, 놀려고 모인 집단이 아닌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여, 구성원들 사이에서의 관계도 생각하면서 행동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받고 천천히 마실 듯 말 듯 하다가 윗분이 물어보면 그렇게 답하거나 하면 될 일을 그렇게 거창(?) 하게 이야기해서 주변 분위기를 쎄- 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그 당시의 회사가 보수적이었다고는 해도 여직원을 억지로 술먹이는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그 직원은 그렇다고 딱히 일을 잘한 것도 아니었고, 딱 대학생 마인드의 여직원이라 스스로 못 버티고 1년 만에 퇴사를 했지만,
저런 사람을 보면서 무교인 사람들은 개신교인들을 정의하겠지, 하는 딱함이 드는 행동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각설하고, 그 이후에도 저의 지극히 천주교적인 마인드 + 냉담자의 마인드와 셀장 및 셀원들의 마인드는 부딪치는 경우가 가끔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논쟁을 만드는 것도 좀 그렇고, 결국 점점 제 의견을 숨기게 되더라구요.
뭐랄까, 이미 저와 그들 사이에는 좀처럼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꼭 셀모임이 그런 논쟁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주간 서로 살아온 이야기, 고민거리를 털어놓기도 하고 힘든 사람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셀모임의 마지막은 여전히 기도로 마무리하는데 저를 제외한 모두가 내뱉는 ‘방언’은 아직도 적응이 안되었죠.

그러다, 최근의 이 혼란스러운 종교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하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던 저희 집 근처의 교회를 다니는 지인과 술을 한잔 하다가, 그 지인 교회분과 합석을 하게 된 겁니다.
목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시는 전도사 분이었습니다.
왠지 침착해 보이는 인상이었고, 여기저기 이야기를 많이 하러 다니시는 분답게 말도 조리있게 잘 하시더군요.
술도 조금이라면 마다하지는 않는 분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종교인의 냄새가 확 느껴지지 않는 그런 모습도 맘에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자연스럽게 최근 저의 종교관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전 솔직히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성당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약속한 게 있기 때문에 지키고 싶다.
하지만 지금껏 갖고 있는 종교관에 대한 문제, 현재 다니는 교회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 문제 등등에 대해서 말이죠.
그분의 이야기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저와 비슷한 처지의 목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같은 시간에 교회를 오는 분들 말이죠. 참 대단하신 분들 이라구요.
누구나 일요일이면 늦잠 자고 싶고, 놀러 가고 싶습니다. 당연하죠.
그런 욕구와 본능을 억제하면서, 참아내면서 와주신 분들이라는 거죠. 그것 만으로 감사해야 한다고 말이죠.
결론은 K씨는 지금처럼 예배를 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종교인이라는 겁니다.
스스로 행한 작은 일을 크게 보는 것도 나쁘지만, 스스로의 행동을 너무 작게만 볼 필요는 없어요.
스스로 그 정도만 바라신다면, 그 정도라도 충분합니다.”

뭐랄까, 그냥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사람은 고민을 상담할 때 ‘공감’ 해주는 상대에게 마음을 연다고 하죠. 약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 맞다. 난 이미 아내를 위해 충분한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들의 흐름에 스스로를 맞추려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조금만 천천히, 내가 따라오도록 바라봐 줄 수는 없을까?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습니다.

“흔히 개신교에서 인생의 가장 큰 목적은 천국을 가는 것이라고 하죠?
옛날 동 유럽에서는 경제가 안 좋은 가정은 아이를 낳고 키울 수가 없으면, 일단 세례를 주고 사실상 죽도록 방치했다고 해요.
세례라도 주었던 것은 죽어서도 천국을 가라는 마지막 배려였죠.
자, 과연 얼만큼 믿고, 얼만큼 기도하고, 얼만큼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야 천국을 간다고 정해진 것이 있을까요?
그냥 하나님을,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천국을 가는 걸까요?
아니면 잘 믿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걸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그건 아무도 몰라요.
K씨가 다니는 큰 교회의 담임 목사님도 사실 잘 모르실 거에요. 그냥 본인의 신념만큼 믿고 행동하면 되는 겁니다.
다만 바뀌지 않는 사실이 있어요. 그건 K씨가 천주교를 다니던, 개신교를 다니던 마찬가지입니다.
K씨는 정말로 하나님과 주 예수를 믿고, 그들을 믿음으로써 천국을 갈꺼란 사실을 믿나요?”

잠시 생각이 길어졌습니다.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아도 답은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믿었었죠. 한치의 의심도 없이요. 하지만 지금은 대답하기가 쉽지 않네요.
전 종교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올바르지 않은데, 믿음만 독실하다고 천국을 가는 건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믿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결국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은 방식의 차이일 뿐, 천주교와 개신교의 시작점은 모두 마찬가지일 터였습니다.
과연 저의 그 시작점을 올바로 되어 있는 것인지, 처음으로 되묻게 되더군요.
어찌 보면 올바르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시작이었습니다.
스스로 천주교와도 멀어진 상황, 오랜 무심한 생활 그리고 개신교를 강요하는 장인 장모.
결혼을 밀어붙이기 위한 결정들.
그렇다면 과연 내가 천주교를 다시 열심히 다닌다고 가정했어도, 이런 근원적인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종교에 대한 그 근원적인 대답에 대해여 나름의 믿음을 가졌는가?

사실 정답은 ‘그렇지 않다.’ 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신교 뿐 아니라 어떤 그리스도교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강요에 의해서니까, 원래 내가 원한게 아니니까 라고 방어적이기만 했었는지도 모르죠.
저는 매주 교회에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노력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정신 만은 그냥 예배를 보던, 셀모임을 하던 그냥 제 3자였을 뿐이겠죠.
할건 다 하면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대로 받고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지는 않는 건지.

그리고 그날 저녁 많은 생각 끝에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 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기로 했습니다.
사실 완전히 제 선택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셀장의 추천이 있어야 가능했는데, 셀장은 오히려 저에게 세례를 받기를 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교회는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천주교 영세를 인정하지 않았죠.
(그 얘기를 전해들은 지인은, “뭐야? 감리교야, 침례교야?” 라며 다소 황당해 하더군요. 이런 부분은 대체로 침례교의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제가 천주교인이자, 기독교인으로서 냉담자 였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세례를 통해서 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보다 깊은 깊은 고민을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 문제는 결혼으로 인한 종교문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언젠가는 바로 잡고 가야할 문제였겠죠.
사실 세례는 이전의 나는 죽고, 기독교인으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의식입니다.
굳이 그렇게 굳은 마음의 결심은 비록 없다고 하더라도, 제 뿌리를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어쨌든 저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져 신부님의 성수를 받으며 영세를 받은 사람일테니까요.

그리고 때마침 1년에 한번 있는 세례식이 다가왔습니다. 전 일정기간의 교육기간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이 교회에서도 나와 맞는 목사님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교회에는 담임목사님 말고도 총 5분의 목사님이 계십니다. 예배는 담임 목사님만 진행하지만,
교육은 모든 분들이 돌아가면서 진행했는데, 이상하게도 제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사실 전 담임목사님의 설교는 정말 제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항상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주중이라도 지인을 따라 그 지인의 교회도 나가보기로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냥 설교를 듣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맞지 않는다면 여러 다른 경험도 필요하겠죠.

얼마 전에는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세례식날 저는 이름 탓에 가장 먼저 교단에 올라가 4명의 목사님 중 담임목사님의 손에 의해 머리에 물이 뿌려졌습니다.
물이 뿌려질 때의 그 차가움으로 약간의 한기와 함께, 어머니의 품에 안겨 성수로 영세를 받았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억이 날리 없지만, 지금처럼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행해졌겠지요. 그리고 부모님도 저의 믿음의 앞날을 의심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적어도 저의 세례식을 축하하는 아내와 처가의 가족들, 그리고 셀원들의 마음은 진심 어린 것이었겠죠.

저에게 있어 모태신앙 천주교, 그 후에 냉담자, 그리고 다시 개신교인으로 시작하는 다소 혼란스런 가치관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무조건적인 믿음은 이미 형성된 제 개인적인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듯 하네요.
하지만 믿는 것과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분명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믿음 없이 비판적인 시각만을 가진다면,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는 건 시간낭비에 불과하겠죠.
그냥 제 믿음의 뿌리부터 다시 찾아보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다시 발을 내딛기로 했습니다.
그 시작이 세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무것도 답은 없습니다.
제가 개신교가 싫어 도망 나왔을 스토리도,
다시 천주교로 돌아갈 스토리도 모든게 가능했겠죠.
전 사실 후자이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태신앙을 제외하면 지극히 적은 숫자가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 종교를 만나지는 않을까.
나머지는 여러가지 의미로 타인에 의해서 이끌리는 것은 아닌가, 그것이 부모이든 장인 장모인든 말이죠.
그냥 다닐 것인지, 본인 스스로의 당위성을 만들 것인지, 그건 본인이 정해야 겠죠.
저는 후자를 위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닥치고 믿어라' 라는 말. 사실 전 이말을 믿기엔 너무 냉담해졌고, 너무 커버렸는지 모릅니다.

제가 계속 교회에 다닌다고 해도 적어도 저는 무조건적으로 기독교를 옹호하는 교인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에 입각한 비판적인 시선은 언제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앞에서 언급한 지인도 일깨워 주었었죠.
단지 그것이 개인적인 귀찮음이 아닌, 상식적인 교인이 되기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창세기 부분의 지루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잠언으로 넘어와 버렸지만, 시작이 반이겠죠.


…………… 한가지 확실한 건 그래도 ‘방언’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겁니다.



이상, 저의 결혼 준비로 시작된 종교관련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냥 시작은 '결혼 준비와 함께 의도치 않게 시작된 종교생활’ 이라는 간단한 이야기 거리였습니다.
전 지금도 만족스런 결혼생활 중입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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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ohny=Kuma
13/06/12 01:09
수정 아이콘
3개의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흐흐 결말도 정말 좋네요. (마지막 두 줄까지 헤헤)
리그오브레전드
13/06/12 01:12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종교이야기+재미있는 인생이야기=추천

추천 날려드립니다.
흰코뿔소
13/06/12 01:17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13/06/12 01:17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Cool Gray
13/06/12 01:18
수정 아이콘
일화가 하나 떠오르네요. 예전에 다니던 교회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교지만요. 그 교회 목사분이 정치적인 말씀을 좀 하신데다 저 혼자 늦잠자고 교회에 늦게 나갔던 터라, 그때부터 전 교회 측 입장에서 보면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는데, 한 번은 다른 전도사님이었나 목사님이었나 여하간 다른 분이 설교를 하셨습니다. 수넴 여인(좀 긴가민가한데 그 남편이 계속 바뀌었다는 그 여자 말입니다)을 주제로 설교말씀을 하셨는데, 해석이 다른 분과 달랐어요. 그 여자가 창녀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으셨고, 그 시대상에 맞춰서 설교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식의 설교말씀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설교였던지라 굉장히 감명 깊게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물론 말씀도 좋았고... 그 목사님은 지금 뭘 하고 계시려나 모르겠네요. 단순히 문자주의에 입각한 설교가 아니라 배경을 설명하고, 시대를 설명하고, 의미를 설명해서 결국 큰 뜻을 이끌어내는, 비유하자면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입혀서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설교말씀이었던지라, 철저하게 이론을 추구하는 저와 코드가 맞았습니다. 그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기회는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만... 만일 그 목사님을 다시 뵐 수 있다면 교회를 나가는 것도 저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역시 뜻이 맞아야 종교생활이고 뭐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3/06/12 01:23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여러가지 면에서 minimandu 님과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아들이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이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이 종교밖에 없다는 것을 3년 정도의 시간에 걸쳐서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아들을 위해서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영세도 받고 견진 성사도 받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신앙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들 본인은 아직 모르고 있겠지만, 이 놈의 성격상 말이 되지 않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종교란 것은 그 본질이 leap of faith - 즉,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음에도 눈 감고 믿어버리는 것 - 에 있으니만큼, 모르긴 해도 몇 년 내로 교회를 떠날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날까지는 (제 예상이 틀려서 아들이 교회를 계속 다니게 된다면.... 대학 갈 때까지) 같이 신앙 생활을 해주려고요. 다만 성당이 나름대로 좀 좋은 것은, 천주교 특유의 분위기 - 사제와 수사/수녀는 인생에서 큰 것들을 끊고 살아야 하지만 일반 신자들은 널럴하게 살아도 됨 - 가 절 그나마 편하게 해 주더군요. 제가 비논리에 대한 혐오가 꽤 강한 사람인데도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제 기준으로) 괴랄한 말씀을 하셔도 '그래 이 분들은 진심 그렇게 생각하시나보다' 라고 그럭저럭 한 수 접어드릴 수가 있어서요. 물론 제가 신앙심이 생길 일은 아마 없을테니 (재작년에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에 비해서 지금은 더 확신합니다) 아마도 수백 수천시간이 그대로 제 인생에서 무의미하게 삭제되어버리겠지만, 가족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싶습니다.

개신교가 이렇게 저렇게 욕도 많이 먹지만, 진심 신앙심이 강한 분들이라면 교회만큼 사람에게 인생의 목적을 잘 부여해주어서 외로움과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집단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왕 선택을 하셨으니 그곳에서 평안을 찾으실 수 있기를 빕니다.
13/06/12 01:23
수정 아이콘
본인이 괜찮으시니 다행이지만
그냥 읽다보면 짜증이 나네요..
오늘도 이렇게 종교에 대한 편견은 커져만 갑니다.
13/06/12 01:31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와 퍽 비슷한 경우셔서 정말 많은 부분에 공감을 했습니다.
jjohny=Kuma
13/06/12 01:32
수정 아이콘
세례와 술에 대해 각각 한 마디 하자면
1. 세례에 대해서는 본문에 기술된 사항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장로교회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만, 성인이 되고 나서 한 번 더 세례를 받았습니다. 흐흐
당시는 유아세례의 개념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그랬고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교회 다니면 술 마시면 안된다는 것은 교회 내에서도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은 전형적인 오류입니다.
물론 절제 없이 퍼마시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술 마시는 것 자체는 죄악도 뭣도 아닙니다.
저는 잘 못 마십니다만, 제가 술을 처음 배운 것도 개신교인 친구들에게서였습니다.
덧붙여서, 그 이전 셀장분의 발언('술 마시면 안됩니다')은 개신교 교리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제 후배였다면 상당히 나무랐을 법한 발언입니다. 헣헣
13/06/12 01:35
수정 아이콘
일단 예수님부터가 술을 드셨는데 안된다는 게 에러...
jjohny=Kuma
13/06/12 01:35
수정 아이콘
지금도 제 원룸 냉장고에는 접대용 아사히 맥주 두캔이... 헤헤
엄마를부탁해
13/06/12 01:50
수정 아이콘
.
jjohny=Kuma
13/06/12 01:56
수정 아이콘
그 '지역 특수성' 논리가 거의 유일한데, 뜯어보면 좀 허술합니다.

교회에서 가끔 하는 '성찬식'이라는 예식이 있는데, 이 예식에 포도주 사용하는 교회들도 적잖게 있습니다. 그 논리에 따르면 이 행위도 죄악이 되겠죠.
엄마를부탁해
13/06/12 02:01
수정 아이콘
.
13/06/12 08:18
수정 아이콘
예전에 제가 다녔던 교회는 포도주를 직접 만들어서 성찬식에 썼는데 그 맛이 캬~
13/06/12 08:32
수정 아이콘
술꾼들 더 마시라고 통크게 물까지 S급 포도주로 바꿔주셨다는 게 함정....
흰코뿔소
13/06/12 09:4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엄마를부탁해
13/06/12 01:44
수정 아이콘
.
jjohny=Kuma
13/06/12 01:52
수정 아이콘
저는 지금 '장로교 합동측'(교리적으로 개신교 내에서 손가락에 꼽게 보수적인 + 국내 최대교단인) 교회에 다니고 있고, 대학 때 다니던 교회는 그보다 더 보수적인 '장로교 고신측' 소속 목사님께서 담임하셨습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도 개신교 내 스펙트럼 상 상당히 보수적인 축에 속합니다마는, 공식 입장상 술을 '죄악'으로 규정하는 교단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생의 마스터
13/06/12 02:0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개신교가 술과 담배를 금기시 하는건 죄악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운동같은 거였죠.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이 건너왔을때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며,
가난하게 살면서 술담배는 무지하게 하는걸 보고 모순을 느껴한 운동같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브라질 쪽 개신교에서는 우리나라의 '술담배'와 같이 '축구'를 멀리하라는 압박이 있다고 합니다.
13/06/12 08:20
수정 아이콘
축구라니 뭔가 웃프네요. 크크크크.
13/06/12 01:3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글을 참 재미지게 잘 쓰시네요.
남일 같지 않아서 열심히 읽었는데 인내심이 정말 대단하신거 같아요.
전 이미 틀렸지만..하하하하... minimandu님께서는 종교 안에서 평화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제 시카입니다
13/06/12 01:3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엄마를부탁해
13/06/12 01:4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전에 쓰셨던 글에서 개신교 쪽에 너무 비판적인 것 아닌가, 천주교 쪽에 너무 비판적인 것 아닌가로
이해되는 댓글이 모두 있었기에 부담이 좀 되지 않으실까 했는데 마지막까지 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13/06/12 01:56
수정 아이콘
모태신앙이지만 저고 셀 참 싫어합니다 흐흐
그래서 한번도 간적이 없네요, 예배도 잘 안가는데...
그래도 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생각하고 누가 물어봐도 항상 기독교인이라 합니다
기본적인것은 항상 지키려하는데, 예배를 잘 안나가고, 술, 담배를 하네요;;;;
13/06/12 08:27
수정 아이콘
저도 예배 안 간지 몇 년 되었고 소주 돌리는 회식은 좋아하지 않아도 나름 자기 전에 집에서 맥주 한 캔 따는 게 삶의 보람입니다만-_-;
제 정체성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하면 꼭 착하고 믿음 좋은 와이프랑 손잡고 다녀야지 생각하고 있긴 한데
이거 뭐 생겨야지(....)
13/06/12 02:02
수정 아이콘
전 제가 약 2년동안 아는형의 부탁이랑 반협박에 이끌려서 다닌 느낌을 써보자면
뭔가 이율 배반적이라는 느낌이 엄청 강했습니다. 물론 10계명을 완벽히 다 지키는 생활은 불가능 함을 이미 알고있고
대충 이해를 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교회를 다니는 이유는 중세시대에
천주교에서 돈을 받고 판매했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형태의 교리 인것같아 받아 들이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성경 구절인지 어떤 풀이 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생활속에 성경을 녹여내는 삶을 살라고 하는데
평소 생활이나 태도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그저 주일에 와서 일주일동안 쌓인 잘못을 그저 용서해달라고 하는 형태의 기도밖에 보지 못했다고 느꼇거든요.
그래서 제가 교회를 가지 않게 되더군요 뭐랄까 갭이 너무컷습니다.(그래서 제가 종교를 가지지 못하겠더군요)
아마 minimando님이 격으신 거의 모든상황을 제가 거의 비슷하게 격었는데 minimando님은 남으셧네요^_^.(결혼제외)
좋은 믿음 계속 가꾸시라고 쓰면서 리플을 마칠까 합니다.
13/06/12 03:03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그런 주일에 예배만보면 뭘해도 구원받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꿈도 꾸지 말라고 저희 목사님이 말씀하셨지요 크크크
차라리 성경에 맞게 살고 예배 못나오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13/06/12 02:06
수정 아이콘
술 담배와 더불어 극장 출입도 금한게 당시 미국 근본주의인데 선교당시 우린 극장이 없어서 술 담배만...
13/06/12 02:49
수정 아이콘
한국 개신교는 기복신앙하고 뒤섞인 면이 많아서 어쩔 수 없습니다. 대놓고 헌금을 독려하는 목사도 많아요. 교회를 옮기지 못한다면 그런건 감안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저도 모태신앙이지만 셀모임 이런건 정말 귀찮고 부담스러워요. 길거리 전도를 아주 열성적으로 할 것 같은 독실한 분들은 저도 대화하기가 너무 껄끄럽습니다.
저글링아빠
13/06/12 03:05
수정 아이콘
하하. 꽤 머리 굵어서까지 성당에 오래 다니다가 (견진성사도 받았죠. 대부도 몇 번 서주고.)
정말로 진지한 종교적 회의 끝에 그 오랜 인간관계들을 버리고 무신론을 거쳐 불교도로 컨버전한 후
독실한 개신교 집안의 처자와 결혼했습니다.
지금이야 나름 잘 살고 있지만 과정에서 이런 저런 좌충우돌이 없진 않았기에 온전히 남일 같지는 않아 재미있게 읽었네요.

사실 준비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도둑같이 오기에,
결혼준비와 함께 예기치 않게 시작한 종교생활이라도 어떤 결실을 맺을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기독교를 떠난 저조차도 믿었던 시절은 여러가지로 제 인생에 큰 자양분이었습니다.
만족스런 결혼생활 하시면서 종교에서도 많은 의미들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azurespace
13/06/12 03:37
수정 아이콘
사실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원죄를 사하기 위해 대신 희생하셨음을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죠. 이건 무슨 바라새인도 아닌데 이상한 점에서 꼬투리를 잡는 교회들이 있어요. 말 그대로 취해서 이상한 짓만 하지 말라고 이해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데도.
터치터치
13/06/12 08:30
수정 아이콘
1. 현재의 와이프분과의 타협(?)이 영원할 것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극성 그 셀장으로 와이프분이 변할 수도 있는 가능성(절대 악담이 아니며, 그렇게 가더라도 져주자 하면 뭐든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이 있고 그런 환경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지금 져 주고 있던 마음을 기억하세요. 영원히 져야 됩니다. 크크크...(과제는 무궁무진하며, 와이프가 지난 세월 반성하며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뭐 예컨데 - 새벽기도, 십일조+알파, 직분, 봉사, 친척 지인 전도, 가족예배, 대표기도 등)

2. 이 글 역시 와이프가 봐도 될 정도의 글로 보이고요. 좀 더 솔직하기엔 크크.....

3. 1, 2는 직, 간접경험에서 이야기 드린 거라 오해 없으시길 바라구요. 글 정말 잘 봤습니다. 추천 드리고 갑니다.....
프리온
13/06/12 09:04
수정 아이콘
일단 글을 잘쓰셔서 재미도있었고 공감도 가는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랑 비슷하신듯해서 안타까움을 전한다면
말씀하신것처럼 생각이 많으신듯 하세요 상황에 따라 자신과 이성적인 타협을 계속하시는듯한데
행복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거나 그러지않더군요
단순하게그냥 좋아,싫어 표출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좀 뻔뻔스럽거나 내키는대로 한번쯤 해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리니시아
13/06/12 09:27
수정 아이콘
세가지 글 모두 재밌게 잘 읽어봤습니다.
참 고민 많았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편히 쉴수있는 일요일인데도 반나절을 교회에서 보내야하고, 강요받게되는 신앙 생활 때문에..
20년 넘게 교회다닌 저로써 꽤나 보수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좀 날라리(?) 신앙일 수 있지만 일단 저런것에 글쓴이 분 말대로 딱딱한 것에 굉장히 반대하는 편입니다.
오래 다닌 저라도 셀모임이 저리 딱딱하고 셀 리더가 힘든 존재면 예배만 드리고 나올랍니다..-0-;;
아니면 직접적으로 옮겨달라고 하던지요.

맥주사진은 글쎄요.. 많은건 아니지만 제가다니는 교회 청년들도 정말 드물게 술자리 사진을 올리곤 하더군요.
그때마다 따지고드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교회활동도 잘하는것 봐서는 마음이 가시도록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오랫동안 교회라는 곳을 지켜보면 확실히 '인간관계' 때문에 인연을 끊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흔히 말하는 '신' 을 보러 온거지 '인간' 을 보러 온게 아닌데 반대가 되기 때문이죠.
만약 계속 교회를 다니는데 '결혼생활' 에 문제가 되는 수준이라면 '신' 이 바라는건 절대 아닐 것 같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 되세요 ^^
아쥬레날린질럿
13/06/12 09:49
수정 아이콘
너무 잘 읽었습니다.
천주교인이자, 기독교인으로서 냉담자라는 부분이 저와 똑같아서 더 몰입했네요.
또한 종교에 대한 신념 (사회생활과 종교는 별개) 부분도 공감합니다.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적당한 해피엔딩에 건전한 수준의 퐈이어를 이끌어내시는게 부럽습니다.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타이밍승부
13/06/12 10:53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고 예전 글들까지 읽어봤는데,

저 역시 교회 다니는 크리스챤으로서

교회 문화를 접하지 않은 입장에서의 시점과
리플들의 교회문화에 대한 인식들을 보면서

내가 이미 알고있었던 점과 이런 점이 이렇게 내비춰지고 있었구나 하던 모르던 점들까지,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켈로그김
13/06/12 12:34
수정 아이콘
글에서 느껴지는 이 성숙미는 그야말로 최고급 콩으로 빚은 88년산 간장의 느낌.. 음.. 추천 한 방 때립니다.
王天君
13/06/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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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느꼈던 고민이랑 정말 흡사하네요. 저도 늘 기복신앙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나 자신은 떳떳한 사생활을 일일히 간섭받는 문제 때문에 교회 다니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점점 솔직해질 수 없는 제 모습과, 말빨이 후달려 늘 저에게 '아무튼 안돼' 라는 답밖에 건네주지 못하던 셀장 때문에 갈 수록 회의적으로 변해가더군요.
솔직히 술 마시고 안 마시고의 문제 뿐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죠. 그 셀장이란 분이 굉장히 편협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밖에는 안 보입니다. 권장되는 행동에 대해서 권유를 하는 것은 옳지만 지양할 행동에 대해서 규탄하는 것은 인간 관계에 있어서 전혀 좋은 태도가 아니죠. 그거야 말로 믿음의 강요입니다.
기독교 클럽에 술 사진을 올린 것도 아니고, 개인 SNS 에 올린 사진을 일일히 간섭하는 건...굉장히 짜증나네요.
13/06/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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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셀' 이라는게, 우리나라 교회들에 보급(?) 된지가 오래되지 않은 방식이죠.
물론 그 전에도 '구역' 이라는게 있었고, 어떤 교회는 '목장'이라고도 하고, '순' 이라고도 하고.. 제자교육이니 뭐니... 많죠.
그 전에는 멘토-멘티 운동 비슷한것도 있었는데... 사실 이런 것들이 전부 다 교회 부흥(이라고 쓰고 양적 확장이라고 읽는다.)을 위한겁니다.
즉, 신도들간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이탈을 막고, 전도를 활성화한다...는게 목적인데...

전 이런 운동들에 대해서 부정적인게, 이러한 모든 방식들이 이미 몇년전에 유명 기업들에서 도입해서 성공을 거둔 경영방식이라는 것이고,
그것을 모방하여, 어떻게든 교인들을 늘리려는 방법론적인 접근방식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 도입해서 성공한 교회들의 사례가 있지만, 그 이후에 그걸 모방한 교회 치고, 성공한데가 극히 드물어요.
솔까... 사람 많이 모으려면 피라미드-네트워크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죠. 문제는 비도덕적(?) 이라 차마 못하고 있는거 뿐이지...

술에 대해서는... 미국 근본주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 마시면 개 되는(...) 특성이 너무 강해서,
교회 내에서도 문제가 많이 벌어졌기에, 금한겁니다. 담배는.. 뭐 거기 딸려 들어온거에다가, 어른 앞에서 담배 안피는 거라는 전통까지...
우리나라 초창기 기독교 부흥기에는, 심지어는 시루떡에 막걸리로 성찬을 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빵과 포도주를 구하기 힘드니까...)
교회라는데가, 일주일에 한번씩 사람들이 모이는 곳 아닙니까? 그러다보니, 그동안 만나기 힘들던 동네 주민들이 한군데 모이고,
그러다보니... 예배 끝나고 나면 의례히 술판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것도 교회 마당에 멍석 깔아놓고...
그러다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싸움이 나거나, 여신도들을 추행하거나... 하는 사고들이 자꾸 벌어지다보니,
아예 술을 금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2막2장
13/06/1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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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우리나라 유명한 목사님들 중에도 미국 신학교에 유학갔다가 신학교 건물 1층 주위에서 발견된 담배피는 신학생들 보고 깜짝 놀란 경험을 말하는 분이 있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딱히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가진곳도 아니었어요. 트리니티 이런덴 아니었던 것 같고..
말씀하신 부분들이 성경에서 딱히 금하는 것이 아니고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도 괜찮을 부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April9th
13/06/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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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신교(장로교)인데 minimandu님 같은 분을 만난 와이프님이 부러울 따름이에요!!

글을 읽고 든 생각을 몇 자 적어봅니다.

저희집은 친가는 불교, 외가는 개신교입니다. 아버지는 절에 가거나 하진 않으시고 할머니께서 가끔 절에 가시는 정도이고, 어머니는 매 주 예배를 빼먹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시는 정도의 신앙생활을 하고 계셨습니다.(어머니가 자영업을 하시기에 주일을 지키기는 것을 정말 힘들어 하셨던 기억이 있어요.)저도 중고등학교때는 이런 저런 교회 활동을 많이 했지만, 사회인이 되어서는 주일에 예배 한시간 이외에 활동은 하지 않았었습니다.(사실 그 마저도 잘 지키지는 못하는 소위 나이롱신자였습니다만)

저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늦은 나이에 유학의 기회가 생겨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주일 예배도 잘 지키지 못하는 나이롱 신자이지만 마음은 언제나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임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기에, 일본에 오자마자 교회를 찾아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거두절미 하고 말씀드리면 첫번째 교회를 1년정도 다니면서 신앙적으로 힘들어져서 반년정도 바쁜 현실에 타협해 교회를 나가지 않다가 다른 교회를 찾아 지금은 너무 잘 다니고 있습니다.

너무나 잘라버린 감이 없지 않지만, 드리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목사님을 비롯한 교회에서 어떤 권위를 가진 사람도 '인간'이란 것이죠. 결국 성서, 하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전해주는 사람인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선생님' '교수님' 같은 분들이라 생각할 수 있겠어요. 현실에서도 지식을 전함에 있어 전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견해(편견)가 포함되기 마련이며, 심한 경우 전하는 사람이 지식 자체를 왜곡해서 이해하여 가르치기도 합니다. 경험하기 어렵지 만은 않은 일이죠. 더구나 성경을, 인간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규명할 수 없고 심지어 믿으면서도 정말인지 믿기 힘든 기적들을 오직 믿음(신앙)으로 전해야 하니, 개인적 견해나 해석에 의한 전달이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참 힘든 부분이에요. 교회라는 '집단'이 되는 순간 성경과 멀어지기 쉽상인데, 또한 성경적으로 아님을 알면서도 '집단'이 되는 순간 인간은 인간의 방식으로 행동해야만 하게 되거든요. 모두가 예스 할때 노 하면 왕따되듯이, 상사가 그렇다면 아닌것도 그렇다 할 수밖에 없듯이요. 본래 교회에선 '상사'가 없습니다.(하나님뿐) 전하는 자는 있어도요.
그래서 전하는 자의 성경에 대한 견해와 목적이 신앙생활에 대단히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성경을 먼저 이해하시고 교회를, 성경에 이해에 더 도움이 되는 길잡이 목사님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 기도하라, 구하면 주시는 하나님이다 라는 말씀을 minimandu님의 글속의 목사님 처럼 설교하시면 시험드는 사람이라서요. (기도해서 부동산이 팔렸다 였나요)
minimandu님이 쓰신 의견에 동의를 하며 방향성에 기도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글재주는 물론 나이롱 신자임에도 불구 이런 글을 남겨봅니다.
다시 읽어보니 정신없네요;
한줄요약이 가능하겠습니다. -_-;

다른 교회를 찾아보십시오.

이건 그 교회가 이상하다가 아니고 성경의 이해가 너무 다르거나, 성향이 안맞아서 힘들면 올바르게 개신교란 종교를 경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장로교파로 찾아보심이 좋을것 같습니다.

아아, 정말 와이프님이 부럽습니다. minimandu님의 배려와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할게요. 가정의 행복이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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