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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05 06: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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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책 소개]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 시사 활극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 시사 활극
주진우 저 | 2012.03.29 | 푸른숲

* 편의상 반말체로 작성했습니다.

정통 시사 주간지 시사 IN 기자.

권력과 비리가 출입처다.

'악마 기자', '사탄 기자' 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내 월급은 기사 써서 받는 돈 20 퍼센트,

사회에 보탬 되는 일 하고 받는 돈 30 퍼센트,

나머지 50 퍼센트는 약자 애기 들어주는 것으로 받는 대가다.



나는 사회가 나아지는 데 벽돌 두 장만 놓아야지.

이 생각 밖에 없다.



벽돌 두 장.







차례


프롤로그


불타는 취재 연대기



1 검경, 개가 되고 싶었다

2 삼성, 10년 간의 취재 파일

3 종교, 가장 강력하고 오래 된 마피아

4 언론, 우리는 진실의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5 MB, 간단하다

6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아직 보내지 않았다

7 친일파와 빨갱이 ( 빨갱이 김대중과 친일파 박정희 신화 )

8 우리는 모두 약자다



에필로그

혼자서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인상적인 내용





판검사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계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만나본 판검사 가운데 똑똑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위직에 앉은 사람일수록 형편 없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외고나 특목고 출신, 강남 출신 판검사들은 끔찍했다.





조폭과 사채 대처법


조폭


내가 남자이고 어려서부터 사고를 지고 살다 보니 조폭 기사를 쓰는 게 재밌었다.

또 조폭이 순복음 교회 등 공적인 영역에서 활개를 치니 안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직 조폭 출신이라는 오해도 받고, 위협은 없냐며 많이들 걱정한다.

그런데 걱정 할 것 없다.

조폭 기사를 쓰는 걸로 조폭이 위협하거나 하면 싸우면 된다.

내가 그 놈 하고 싸우면, 무조건 그 놈은 잡혀간다.

때릴 것 같으면 신고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조폭에게 쫄지 않는다.

협박 전화가 와도 그냥 "바쁘니까 내일 전화해라" 그러고 끊는다.

그럼 '널어버린다', '발라버린다' 등등 욕이 살벌하지만 그게 다 작전이다.

욕을 퍼붓고 있을 때, "야, 바쁘니까 좀 있다 해 임마" 하면

바로 "어, 어떻게 하지?" 그 쪽에서 먼저 알아서 쫀다.


또 내가 먼저 어디서 만나자고 하면 당황한다.

만나서 문제 될 것 같으면 또 신고하면 된다.






사채


먼저 사채가 어떻게 눈덩이가 되는지부터 알아보자.

화투를 치러 갔다. 처음에는 무조건 딴다. 도박꾼들이 좀 잃어줘서.

그럼 신나서 두 번째 도 간다.

처음에는 따다가 다 잃고 천만 원을 빌린다.

그런데 천만 원을 빌리면 일단 거기 꽁지가 붙어서

100 만원은 떼고 900 만원만 준다.

그런데 이번에는 못 딴다. 이제 갚을 일만 남았다.

며칠 내에 갚으면 1200 만원.

이건 그 동네에서 비싼 이자도 아니다.

그런데 1주일 후에 못 갚으면 바로 1500 만원.

그 1주일 후에 또 못 갚으면 2000 만원으로 계산된다.


2주 만에 2천만 원이 되는 거고

한 달까지 못 갚으면 3천만 원이 된다.


어떤 주부가 1억을 빌렸다가 몇 달 만에 빚이 20억이 됐다.


어쨌든 꾸역꾸역 10억 까지는 갚았다.

결국 미국으로 도망갔다.


유명 가수의 부인 이야기다.

사채는 이렇게 움직인다.


돈의 액수도 액수지만 사채업자들이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처럼

정중하게 전화해서 "얼마 갚아주세요" 하지 않는다.


온갖 폭언과 주변인에 대한 협박이 난무한다.

그게 정말 무서운 거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사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

나는 거의 사채 전문 해결사가 됐다.



해결에도 룰은 있다.

처음에 빌린 돈이 1000 만원이면 이자가 어찌 됐든

그 동안 얼마나 돌려주었는지 확인한다.


원금 이상을 주었으면 이제 웬만큼 주었으니까 정리하자고 협상한다.

1000 만원을 하나도 못 갚고 3000 만원이 됐다.


그러면 천만원은 썼으니 그 액수는 언제까지 준다고 약속을 하고 돌려준다.

협상 방식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예 못 준다고 선을 긋는 거다.



그런데 맞았다고 하면 좋게 끝낼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원금도 안 돌려주고 해결한다.


물론 내가 직접 가서 말하면 되는 건 아니다.


사채 조직은 대부분 조폭 아래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업자든 거부할 수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


나는 그 라인만 찾으면 된다.


깡패들이 업자한테 찾아가서 얘기하면 잘 통한다.


깡패들이 와서 행패 부리면 영업이 잘 안 될게 뻔하니까.


간혹 안 통할 때도 있는데 그럼

"아이씨, 그런 것도 해결 못하고 그러냐" 고 깡패들을 자극하면

"그것이 아니고 동생!" 그러면서 발끈하게 되고, 정리한다.



사채업자 돈을 떼어먹을 수 없으니까 원금 수준에서 협상하는 거다.

사채를 빌렸는데 갚기 싫다고 나한테 메일을 보내는 분들,

원금을 갚아야 합니다. 자제해주세요.








최소 20억


한국에서 가장 염치 없는 직군이 바로 검찰이다.

돌을 맞아도 꿈쩍도 안 한다.


무수한 스캔들이 터져도 부끄럽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검찰 내부망에 자성의 목소리가 올라오지도 않는다.


검찰 옷을 벗고 나와도 절대 검찰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검찰 눈 밖에 나면 평생 괴롭다는 속설이 있다.



검찰과 스폰서 간에도 룰이 있는데

처음 만나자마자 청탁과 돈이 오가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좋은 형, 동생 관계다.



부탁 없이 그냥 형이 동생 용돈 챙겨주듯

철철이 돈을 보내고, 여행 보내주고,

휴가 가면 술 사주고 그렇게 지낸다.



또 스폰서들은 서초동 주변 횟집, 복집 등에서

검사들이 그냥 먹을 수 있도록 해주고

한 달에 한 번 씩 결제해준다.



룸살롱도 그런 식으로 계약해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결정적일 때 스폰서가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스폰서는 물주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돈이 많이 건너가면 갑을 관계는 반드시 바뀌게 되어 있다.


어느 날 M & A 업계의 이름난 사업가가 술집으로 나를 불렀다.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내가 술을 안 먹는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 기어코 불렀다.



술집에 가보니 어떤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에게 나를 소개했다.



내가 예뻐하는 동생 주진우 기자라고.

그 사람이 깜짝 놀랐다. 고위 검사였다.


다음 날 전화가 왔다.


"고맙다. 네 덕에 하나 해결했다."


이 사업가는 검사의 스폰서였는데 청탁을 안 들어주니 협박했던 거다.

나를 불러서. 이 사업가는 지금 감옥에 있다.


검사는 옷을 벗고 정부 산하 위원회의 장을 맡고 있는데

아직도 이 사업가의 뒤를 봐주고 있다.



가끔 기자들에게도 스폰서가 있는데 기자 초년병 시절

나에게도 제안이 있었다.



당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는데,

현대 측에서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선배는 계속 만나라고 했는데 안 만났다.

그랬더니 현대 직원이 우리 회사 밖에서 계속 기다렸다.

사흘 째에 좀 미안해서 같이 밥 먹으러 갔는데,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수표 한 묶음이 다발로 들어 있었다.

바로 내려 놓고 나왔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더러웠다.


정말 너무 기분이 나빠서 촌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돈을 받을 거면 확실하게 받자.

50억 주면 촌지 받고 기사 안 쓰겠다.


아니, 아예 기자를 그만 두겠다.


이후 돈을 주려는 사람이 있으면 시원하게 50억 원 줄 거 아니면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


그런데 50억 원을 주겠다는 사람이 없다.




스폰서가 영 흥미가 없는 건 그 돈 안 받아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떡값이라는 게 어마어마한 돈도 아니고 50만원, 100만원 수준이다.


그게 결정적으로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걸로 집을 산다든가 인생이 달라지고 그런 거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몇 번 받았다가는 언젠가 자기 인생을 걸고 스폰서 뒤를 봐줘야 할 때가 온다.


얼마나 찝찝한가.


권력의 개가 되고 스폰서에 환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성 교육의 문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사채업자나 사업가가 돼야 한다.


판검사라고 대접해주는 건 사회적 책임이 커서이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돈이 아니라 명예를 선택 한 것 아닌가.


돈도 많이 갖고 권력도 많이 갖고 명예도 많이 갖고 싶고,

너무 염치 없다.


높이 올라갈 수록 더하다.



고위직으로 갈 수록 양심, 신념, 가치, 법 정신

이런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든다.


앞에서 말했듯이 공무원은 승진에 목숨 건다.

특히 검찰은 그렇다.



한 전직 지점장이 말했다.



"검사에게 승진과 출세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요.

양심이, 신념이 인생을 책임져줍니까.

순진한 소리죠.


주 기자는 양심이나 신념이나 정의감이 너무 강하고

꼴통이니까 그 따위 그 모양으로 그렇게 사는 거지.


쯧쯧."





2008년 한 유명인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대선 전부터 정치 검사들이 표적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대구 출신이 트집 잡아 고려대 출신 검사들이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을 다시 들추어서 괴롭힌다는 것이었다.


그는 녹음해놓은 검사와의 대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검사의 목소리는 고압적이었다.


"지금 한국이 반만년 역사상 역대로 가장 잘 살고 있는 시기다.

항상 전쟁에 시달리고 중국에 빌붙어서 ....

여기서 한번 더 깽판 치면 이제 다시 기회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 때 국민은 검증 안 된 사람을 뽑으면 5년 간 피해 본다는 학습을 했다."


"정치인한테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절에 가서 고기 찾는 격이다."


"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역학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이명박이 된다고 했다."


검찰 조사실에서 검사가 피의자를 상대로 하는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에게 청구된 2 차례 구속 영장은 기각되었다.








몇 대 맞겠다




나에게 취재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듣기 위한 나름의 작전이 있다.

일단 녹음기를 가지고 가서 만지작거리다 녹음기를 끈 다음에 던져버린다.

"에이 씨, 이런 거 안 하고 솔직하게 하나만 물어 봅시다."


그 때 나오는 말,

그게 바로 진실이 되고, 기사가 된다.



그래도 녹음을 열심히 한다. 소송 때문이다.



나는 모든 기사를 소송을 생각하고 쓴다.


기사가 나간 뒤 항의 오고 욕설 하는 전화가 오면

'아, 이번에는 잘 썼네. 괜찮군." 이렇게 생각한다.



가끔은 나를 고소한 범죄자가 자기들이 살아남으려고

기사를 제대로 못 쓰게 소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녹음은 아주 중요하다.


'이 기사를 쓰면 고소구나' 싶어 하나 하나 조심하고 신경 쓰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괴롭다.


한 번 고소 들어오면 또 몇 년씩 끌려다녀야 하는데

자다가도 분통 터져서 저절로 눈이 다 떠진다.




소송의 또 한 가지 무서운 점이 '돈'이다.

소송은 돈이 있어야 한다.


벌금은 작은 문제다. 사실 거의 안 지니까.




나를 고소한 측을 변호하는 대형 로펌은


"얘는 BBK 로 재판 받고,

정치인 명예 훼손을 밥 먹듯 하고,

SBS 사장 비방해서 매번 재판 받는,

기사를 한국에서 제일 못 쓰는 기자."


라고 공격한다.




'이 새끼는 이렇게 사법부를 무시하는 X새끼야'

이런 논리가 재판에서 그대로 먹히고 적용되어서 내가 패소했다.


SBS 사장 건은 사실 여부만 놓고 보면

내가 절대로 질 수가 없는 재판인데

대형 로펌의 그 말 한 마디에 지고 말앗다.



담당 판사가 법정에서 대형 로펌의 그 말 한 마디를 듣고

"언론사에서 자기 명예가 훼손됐다고 어떻게 다른 언론사한테

돈을 내놓으라고 하냐" 고 까지 얘기해놓고 판결은 전혀 다르게 냈다.



내가 서는 법정에서는 이렇게 억울하고 황당한 일이 비일 비재하다.

나는 이렇게 한 쪽으로 휘어진 잣대가 너무나도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도 고소를 무릅쓰고

약자들을 짓밟고 군림하는 그들에게 짱돌을 던진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순간에도

경찰과 검찰은 나의 구속 영장을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큰 파도가 밀려와도 당황하지 않는다.


김용철 변호사 사건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게 크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노건평 사건,

순복음 교회 파동 사건, 신정아 사건, BBK 와 에리카 김 기사 등.



다른 기자들이 평생 한 번 겪을 까 말까 하는 경험을 몇 번이나 했다.

괴로웠다. 외롭고 슬펐다. 고독했다.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기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기도 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진실을 밝혀냈다.


많이 아팠다. 대신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지금의 싸움이 별로 두렵지 않다.





나는 검찰이나 경찰 앞에만 가면 훨씬 건방지다.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손과 선글라스.


내가 당당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니까

검찰이나 경찰 측에서 내가 비리 관련 비밀 파일을  

수십 개씩 가지고 있는 것 처럼 생각한다.


사실 생각보다 별로 몇 개 없다.


내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폭탄을 터뜨리니 거대한 정보 조직이

나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도 않다.



혹시 물리적 테러의 위협은 없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비라고 할 만한 건, 몇 년 전에 들어놓은 생명 보험이 전부다.



전에 정봉주 국회의원이 걱정하기에

나는 가진 게 없어서 무서운 거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런게 가끔씩은 걱정된다. 죽는 게 걱정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누가 때려서 죽지 않고 평생 불구로 살아가면 어쩌나 ....



김어준도 정봉주도 가끔씩 이런 걱정을 하고 산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일개 기자일 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검사들이, 경찰들이, 기자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안 하고

남들의 눈치나 보고 사느라 바빠서 그렇지.








3백원 짜리 기자


삼성 수뇌부는 문정우 당시 시사 IN 편집국장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광고 협찬 이외에도 삼성 그룹이 언론사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수십 가지가 넘는다."


"시사 IN 만 안 나오면 다른 언론사는 절대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특히 조선 중앙 동아 일보를 비롯한 모든 언론사에서 '1보 금지' 묵계가 되어 있다."



묵계라 ... 삼성의 위력을 실감했다.




2003년 대선 비자금 관련 수사가 대검 중수부에서 진행될 때였다.

당시 MBC에서 삼성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햇다.


당시 PD는 내가 삼성 전문가라면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실상은 삼성에 관해 인터뷰를 해줄 기자가 없었다.

인터뷰도 별 것 아니었다.


"삼성은 종교 기관 같다"


"국정원보다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모은다."


"한국 법을 대기업에게만 유리하게 바꾸는 힘이 있다."


이런 평범한 내용이었다. 아주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이 방송이 나간 직후, 삼성에서 주진우 기자 전용 파일이 제작되었다.


'건방진 기자', '악마 기자', '사탄 기자' 라는 딱지도 이 때 붙었다.



사실 솔직히 이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


눕듯이 뒤로 기대앉아서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고

인터뷰하는 장면이 일부 방송에 나갔다.


'건방진' 장면은 모두 공식적인 인터뷰 녹화가 끝난 다음에 있었다.



방송용으로 인터뷰 할 때는 당연히 무릎을 모으고

그 위에 손을 가지런히 얹고 공손하게 말했다.



방송인데 어떻게 '건방질' 수 있느냐.

인터뷰 끝났다고 해서 긴장을 풀고 삼성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그 부분이 방송에 나간 거였다.


그러니 건방지게 보일 수 밖에.


웃기는 권위로 누르려고 하지 않는 한 나는 누구나에게 늘 공손하고 순하다.

특히 힘 없고 가난한 서민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더더욱 공손하게 대한다.


껄끄러운 취재원들과 누나들을 포함해 다들 그렇게 말한다.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라고. 너무 순하고 착하다고.




2006년 시사 저널 파업 때의 일이다.

파업 스트레스가 심리적 경제적 다방면으로 몰려왔다.

가족 모두가 힘들었다.

부부 싸움을 크게 하고 밖에서 독방에서 홀로 외로이 지내고 있었다.

삼성 그룹의 고위 인사가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내가 아껴서 하는 이야기인데, 주 기자, 이혼은 안 된다.

아내와 오래 떨어져 있는 건 안 된다."


"삼성의 정보력이 무섭기는 무섭군요."


섬뜩했다.

그 때 내가 나와 있다는 사실은 쫓아낸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회사 옆 사람, 제일 친한 친구도 몰랐다.


그런데 삼성에서 그 정보를 전부 다 알고 있는 거다.

나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지켜보고 있었고 나에 관한 정보가 삼성 수뇌부에 올라갔다는 거다.


그 정도 수준으로 뒤를 치밀하게 파는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파업 때 사무실에 나가지 못 했다.


나중에 가 보니까 내 컴퓨터에서 삼성 파일만 싹 죄다 사라졌고,

삼성 관련 박스만 전부 싹 사라졌다.


내부자의 소행이었다.

그 일을 겪은 뒤 삼성 자료는 무조건 세 군데로 분산해놓는다.


삼성이 지켜보자 먹던 술도 일체 끊었다.


기자가 술을 못 하는 게 말이 되나,

취중에 진담이 나온다, 취재에 제약이 있다 등 선입견이 많았다.


막상 술을 끊어보니 취재와 술자리는 별로 상관 관계가 없었다.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적인 이유도 고려 사항이었다.


나는 밥 값은 내가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재원에게 밥이든 뭐든 한 번 얻어 먹으면 한 번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도리에도 맞다.


밥값은 감당 할 수 있다. 찌개를 대접한 들 어떤가.

원래 김치 찌개를 좋아하기도 하고.

술을 한 두번 사면 그 달을 완전 마이너스다.


그래서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과 함께 경제적인 이유로 아예 끊었다.

내가 술을 안 먹고, 돈으로 움직이지도 않으니까 삼성에서는 당황하고 답답해했다.



일단 안 만난다. 만나더라도 술을 안 먹는다.

커피숍에서 보자고 한다.


커피숍에 가서도

"방금 마시고 와서, 안 마셔도 되죠? 그냥 좀 걷죠."

라고 말한다.



좀 황당해한다.



내가 실수 할 수 있다.

모함이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나는 발가벗겨진 채 뒷골목에서 아주 쓸쓸하고 처량하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 할 수 도 있다.



이름 값이 커질 수록 추락의 깊이도 깊어 질 것이다.



그래도 내 길을 가려고 한다.

벽돌 두 장을 놓고, 짱돌을 던지면서, 욕을 바락 바락 하면서 ....


그 함정을 고발하면서 죽겠다고 결심했다.




대신에

"그래, 나 하나 죽이려고 누구를 움직여서 이렇게 했느냐" 고 대들 생각이다.


감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 인생이라는 게 300 원 짜리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이건 내 얘기다. 몇 년 전 어느 월급 날이었다.

월급 통장은 비었고 주머니를 뒤졌는데 300원 밖에 없었다.

차비도 안 되는 돈, 악착같이 일해도 결국은 300원 쥐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지키려고, 몇십 원 더 모으려고 아둥 바둥한다.

다른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을 피눈물 나게 한다.

어차피 인생에서 돈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을 순서대로 놓으면 돈은 7등 정도 될까 말까 한다.

나도 돈 버는 것이 좋고 돈 쓰는 것은 더 좋은 줄 안다.

하지만 돈에 인생이 저당 잡힌 노예가 되는 것은 경계한다.


이건 멋이 없다.


'돈 벌려고 회사 다닌다'

'돈 벌려고 누군가에게 잘 보인다'



이건 사실 아주 슬픈 이야기다.


내 주머니에 300원 밖에 없는데 이걸 지키려고 눈치 보고 살지 말자.

쪽팔리게 살지 말자.

어차피 잃어도 300원 아닌가 ?




내가 하도 없이 생겨서 어머니가 옷만큼은 좀 번듯하고 멋있게 입으라고 하셨는데,

다른 가르침은 전부 다 잊어먹고 지금은 그거 하나 남았다.



나 같은 사람이 좋은 옷을 입으면 공격 대상이 된다.


새누리당이 아닌 야권 정치인들이 뭔가 좋은 걸 입고 좋은 걸 먹는다고 하면

배신감을 느끼라고 부추기는 언론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웬만한 사람들도 명품 백 한 두개는 갖고 싶어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돈 버는 거 좋아하고 쓰는 거 좋아하지만,

통장에 얼마가 쌓였는지 얼마를 벌었는지는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다.


어떻게 돈에 인생을 몽땅 바치고 노예가 되나.

내 가치, 심하면 나조차도 돈에 쓸려가버리면 이건 멋이 없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에는 돈 이외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있다.

나꼼수 멤버들은 모두 다 돈에 대해서는 전부 개념이 없다.

동네 고깃집에서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다, 고기를 조금 밖에 못 먹는다.

이 차이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바라는 것 없는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기득권층을 향해서 사고를 칠 수 있는 이유다.






6장 -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아직 보내지 않았다


백 번 양보해도 권양숙 여사가 조사 한 번 받으면 충분한 일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말했다.


"나 하나 때문에 내 부인을 그런 험한 자리에 절대 보낼 수 없다."


"나 하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전부 다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가겠다. 내가 가서 조사를 받겠다."


자기가 대신에 검찰에 직접 조사 받으러 간 거다.

무슨 일인지도 잘 모르면서.



"아이들이 정치를 사랑하게 하리라"

[ 시사 저널 686호 ] 2002. 12. 26




나는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다.

하지만 대통령 노무현과 참여 정부에는 가장 비판적인 기자였다.

참여 정부의 권력형 게이트를 가장 많이 고발한 기자였다.

권력형 게이트라 봐야 이명박 정부에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미미하지만.


내 비판의 한 가운데는 애정이 있었다.

참여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예방 주사를 미리 놓아드리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많지 않다.

추억도 별로 없다.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한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 만큼은 밝히고 싶었다.

과연 그는 정말로 죽을 만큼 잘못한 것인지.



( 중략 )


노무현 참여 정부에 몸 담았던 사람들은 전부 잘못했다는 평가에 대해서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조중동이나 수구 세력이 못하게 막아서 그렇지."

라고 답하고는 한다.


그건 그냥 무능하다는 말 밖에는 안 된다.


이 한국이라는 땅의 메인 스트림을 차지하고 있는

친일파들이, 수구가, 한나라당 ( 새누리당 ) 이, 조선 - 중앙 - 동아가

정말로 진심으로 참여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도울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



그들이 언제 한국이라는 나라가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나 ?

자기들 기득권 지키고, 돈 많이 벌어서 자기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문제였지.


그들은 진심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철저하고 완벽하게 망가져야만

자신들이 정권을 잡기가 쉬워진다는 생각만 했다.


조선-중앙-동아 일보와 한나라당은 원래 그런 놈들이다.



참여 정부 중간 쯤 들어서

노무현 대통령은 각계 원로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이제는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가도 괜찮다.

누가 권력을 잡아도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줄기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이 좋게 번갈아

정권을 잡는 것이 한국의 발전을 위해 유익한 일일지도 모른다."


당시 원로들이 이 의견에 크게 우려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그 말을 아주 크게 후회했다.




당시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서 시계를 받아서

권양숙 여사한테 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 관계가 아예 잘못 되어 있었다.

박연차 회장이 시계를 준 사람은 노건평 씨다.


당시 문재인 이사장은 자신의 책 [ 운명 ] 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검찰이 줄곧 피의 사실 공표를 해왔지만 수사 기획관이라는 사람이

노골적으로 매일 오전 오후 번갈아가면서

지속적으로 브리핑을 한 예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정작 노무현 대통령은 그 시계를 본 적도 없다.

그러나 대응하지 않았다.

그 때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와이프한테 모든 것을 미뤄버리는 비겁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사과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모른 척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잘못했다고 사과문도 내고, 검찰에도 가겠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는 공격의 빌미만 주었다.



나는 그 때 문재인 실장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더럽고 지저분한 플레이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실장은 심성 자체가 너무 착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버스에 펑크를 내서라도 노무현 대통령께서

검찰에 끌려가시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싶었다.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리 혐의로 샅샅이 뒤졌음에도

이렇다 할 만한 건은 단 하나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그나마 찾은 것도 검찰이 기소도 못할 아주 사소한 건들이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기자로서의 양심을 걸고

내 모든 전 재산을 걸고 약속 할 수 있다.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을 소환하고도 신병 처리를 하지 못했다.

질질 끌었다.

영장 청구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영장을 청구하면 기각은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검찰은 더더욱 여론 재판에 매달린 것이다.


나는 수사 기록을 통째로 까보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잘못했는지 따져 보고 싶다.

과연 죽을 만큼 잘못했는지.


내사 중지된 수사 자료는 조사 받은 당사자만 열람 할 수 있다.

봉하 마을에 내려가 권양숙 여사님께 고통스럽겠지만

노무현 대통령님의 수사 기록을 복사해놓으시라고 말씀드렸다.


기억하지 싶지는 않겠지만 정연씨, 건호씨의 수사 기록도.

역사를 위해서, 반드시 올바르게 기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새누리당) 과 조중동을 위시한 수구 세력들이

두고 두고 괴롭힐 것이 분명하다.



나는 문재인 실장의 대응 방식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꼿꼿하고 멋있고 좋다. 좋은 사람인거 당연히 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동네 불량배들 훈계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 같다.


그런 사람이 착한 말로 좋게 훈계하면 시골 불량배들이 말 듣나?

이 새끼는 뭐야? 하면서 때리면 그냥 쳐맞고 코피 터지고 끝나는 거다.



나는 이럴 때는 문재인 실장같이 고고하게 맞는 건 바보짓이라고 생각한다.

맞붙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데 참여 정부 사람들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싸움에서 너무 무기력했다.

수구 세력들 (동네 불량배들) 이 때리면 그냥 맞고 또 맞으면서 끝까지 고고했다.



지금 문재인 이사장을 만나보면 특히 검찰을 제대로 개혁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런 체험을 바탕으로 정치판에 나섰기 때문에 그에게 희망이 보인다.




나는 누군가를 죽이는 기사만 쓴다.

칭찬하는 기사는 나 말고도 쓸 사람이 많다.


얼마 전에는 여자 대학생 후배를 성추행한 SBS 기자도 있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부끄러워 해야 한다.

특히 언론인이 부끄러움을 모른다.






7장 친일파와 빨갱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재산이 10조 원 가량 된다는 부분은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 취득하거나 강탈하여 정수 장학회, 영남대, 육영 재단을 남겼다.

박근혜 현 대통령은 3군데 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했다.


전국에서 캠퍼스가 가장 큰 대구의 영남대학교도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재산이다.

'교주' 박정희 대통령이 출연한 돈도 '0원'이었다.

박근혜 현 대통령이 출연한 돈도 '0원'이었다.







박근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취재를 오랫 동안 했다.

박근혜 본인의 분위기 자체부터가 어둡고 무겁다.


다음은 박근혜의 자서전 작업을 한 출판가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동 자택은 대단한 음기가 서려있다.

따뜻한 분위기가 없고 어둡다.

사람이 사는 집처럼 느껴지지 않아 놀랐다.


거실에는 조카 사진 (박지만 씨 아들) 이 여러 장 보였다.

외부에 있는 박근혜의 비밀 사무실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박정희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데 1970년대 분위기였다.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담당 기자들에게는 말도 따뜻하게 하고,

폭탄주도 재미있게 타준다고 주변에서 입을 모은다.


나는 한 번도 못 받아봤다.


그런데 이 기자들은 기자인지 직원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기자가 기자들 사이에 길을 내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는 것 그것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는 기자들도 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맨 얼굴을 대중들은 접할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즉흥적인 질문을 싫어하는 것은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안철수 대선 지지율'에 대한 질문에 "병 걸렸나요" 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미리 준비된 유머를 구사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서 전여옥 의원은 책에 이렇게 적었다.

"박근혜는 늘 짧게 답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


국민들은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쳤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어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낯을 많이 가린다.

주변에 사람도 적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도 않는다.


최측근이던 전여옥 의원이 친이계로 돌아섰을 때 충격이 컸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밥을 안 먹고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고 있었다고 증언하는 이가 여럿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색하는 시간이 많고 독서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국지, 로마인 이야기, 대망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측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마를 즐긴다고 한다.

< 베토벤 바이러스 > 에 열광했고, 배우 김명민을 좋아한다.






김대중 대통령 : 죽어서도 못 뗀 빨갱이 딱지

[ 시사 IN 102 호 ] 2009. 08. 24




.....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몇일 전

휠체어를 타고 어느 행사장에 오셨다.


한 눈에 기력이 쇠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악수는 말할 것도 없고.



1주일에 나흘 간 투석을 받는 등 건강 문제가 심각했다.

그런데 마이크를 잡으시더니 갑자기 변신했다.


"말하자면" 으로 시작해서 예를 계속해서 늘어놓기 시작했다.


"첫째로, .... 둘째로, .... " 논리적인 연설이 이어졌다.

중간에 통계 자료도 첨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관해서 말씀하실 때는

청년 같은 패기와 열정을 아낌 없이 발산하셨다.



연설이 끝나고 마이크를 놓았다.



그러자 다시 영락없이 기운 없는 할아버지로 돌아가셨다.



김대중 대통령의 인생은 실패와 고난의 연속이었다.


독재자들에 의해서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의 감옥 살이를 했고,

40년을 가택 연금과 감시 속에서 살았다.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한국의 민주주의이자 정의 실현이었다.


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김대중 대통령 그에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삶은 내게도 많은 좌표가 되었다.



서거 전 함세웅 신부님을 따라서 연세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건강과 평안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고귀한 선물은 사랑이다."


"서생처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되 실천 방법에 대해서는 상인과 같이 유연하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용기는 모든 덕 중 최고의 덕이다."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다 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 있다."







아들


나는 기자 생활이 독립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특히 나꼼수를 시작하고 나서는 거의 모든 것을 내놓고 싸우고 있다.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집 주소를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회사 비상 연락망에 우리 집 주소만 몇 년째 없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 며칠 만에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독립 운동 한다고 생각해라. 잊어버렸다고 생각해라.

그래도 만주에서 안 오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


위로? 당연히 안 된다. 많이 혼났다.

집에 있는 둘에게 미안함과 사랑함을 전한다.

너희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 그저 나를 만난 게 죄다.



나는 여름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얼마 전 나꼼수 미국 강연 일정에 아들을 데리고 갔다.

아들과 같이 하는 첫 여행이었다.


내 마일리지를 털어서 아들의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런데 일정이 워낙에 살인적이라서 함께 구경 갈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김어준 총수는 "남자는 가오다" 라는 말을 가르쳐준다고 한심하게 그러고 있고,

유일하게 진지한 회의가 자칭 시사 돼지 김용민의 욕설 개인기에 관한 것이었다.



아들한테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좋은 대학교 가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인생이 보람차고

남들한테 손가락질 안 받고 가치를 존중하면서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에 생활 기록부에 기록할 부모 장래 희망란에

"바르고 의로운 멋진 사람" 이라고 적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유, 아들이 멋진 놈이네" "좋은 녀석이네"

이런 얘기 듣고 살면 정말 행복 할 것 같다.


부귀 영화를 누리며 살겠다고 남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는 것도,

나처럼 미친 놈처럼 뛰어다니는 것도 절대로 전혀 추천하고 싶지 않다.







8장 우리는 모두 약자다



권리금도 없고, 단골도 사라지고,

가게 차리면서 얻은 빚도 갚을 수 없어지고,

신용 불량자가 되고, 삶이 무너진다.


머리띠를 묶게 된다.

깡패들이 몰려온다.


그런데 경찰은 이미 깡패 편이다.

언론에서는 법을 무시하는 데모꾼이라고 비난한다.


조금만 지나면 '좌파' '종북 세력' '빨갱이'라고 매도한다.

이들은 좌파가 무엇인지 종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에필로그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책을 썼다.

처음으로 내 생각을 말한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세상에 책을 내놓기에는 부끄럽다는 것도,

한 일도 별로 없고.


철 없고 수줍은 17살 꼴통 기자의 생각이라는 것을 밝힌다.

이 책에는 내 마음의 창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담겼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그런 게 아니라고.

강하면 결국 부러진다고.


나도 편히 사는 법을 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의미도 안다.



이러한 합리적인 이성은 실패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동시에 나를 꿈에서도 떼어 놓으려고 한다.


나는 사랑하는 가슴으로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살겠다.


그 가슴은 영원히 상처 받지 않고,

신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이성을 넘어 가슴을 따르고 가슴으로 판단하겠다.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충동을 믿고 도전하겠다.


강자에게는 당당함으로,

약자에게는 겸손함으로

세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


이상과 정의 그리고 진실을 위해서는

그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겠다.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과 골방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앞이 환하게 뚫려 있었다.


감옥으로.


그래서 지금은 그냥 잡혀가는 데 같이 가는 거다.


내 입장에서는 몇 회 하고 빠지는 게 제일 멋있어 보이고,

내 일로 돌아가기에도 좋다.


그런데도 같이 가는 거다.

의리 때문이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지금은 모든 전투를 이겨야 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분명히 깨질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나도 그렇고 나꼼수도 완벽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단 하나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맞서겠다.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나는 안다.

세상을 뜻대로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웃으면서 가겠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


소년으로 살다가 소년으로 가겠다.


오늘도 비굴하지 않은 가슴을 달라고 항상 기도한다.








개인적인 감상 :


나꼼수의 주요 멤버 중 하나인 주진우 기자의 탐사 보도에 관련된 책이다.

정통 시사 활극이라는 책의 제목 답게 시종일관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하다.

그러다가 중반부와 후반부에 들어설수록 비장미와 슬픔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주로 검찰과 경찰, 그리고 대기업 집단의 탑인 삼성, 그리고 종교, 메이저 언론,

이명박 정부,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친일파, 빨갱이, 종북 좌파,

최진실 관련 기사와 여학생 성폭행 관련 기사가 주제로 선정되었다.



리포트 - 이것이 팩트다 - 꼼꼼한 뒷얘기의 3단계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가며,

주진우 기자의 사실과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기 위한 과정이 세부적으로 드러나있다.



그는 이 책에서 그가 직접 취재했던 기사들이 어떻게 조중동을 위시한 거대 언론과

기득권 세력과 한국 정치 권력에 의해서 왜곡되었는지에 대해서 날카롭게 서술했다.


그는 이 책을 출간한 이유가 그 동안 가족들에게 소홀히 한 게 너무 미안해서

책이라도 팔아서 아내와 아들에게 생활비로 쓸 돈이라도 조금 벌려고 작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거짓말을 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진실을 기록했기에

한국 정치와 사회 그리고 언론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주는 보고서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나 울림은 사라지고

부정 부패와 권력과 불의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축소되어갔다.


하지만 주진우 기자는 그러한 비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어 가면서 탐사 보도를 하면서

신문 기사를 작성하고 끊임없이 취재한다.



개인적으로 먼저 소개했던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 보다 더 훨씬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물론 "닥치고 정치" 보다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 시사 활극" 이 책을 더 추천한다.



우리 한국 사회에도 이렇게 양심 있고 자기 소신껏 말하면서

상류층 기득권이나 국가 권력에게는 잔인하게 대응하면서

힘 없는 서민에게는 한 없이 착하고 상냥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이런 기자가 조금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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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대가리
13/06/05 09:0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이네요.

삼성이 잘못했을때 깔 수 있으면 좋은기자라고 생각합니다.

주진우는 좋은기자구요.
13/06/05 09:04
수정 아이콘
주진우 기자님 너무 좋아요~ 그 깡다구! 가족분들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리고 재미있게 잘 읽은 책입니다.
형광굴비
13/06/05 09:26
수정 아이콘
일단 이 책은 재미가 있음 이상호기자 저서 X파일도 비슷한 시기에 읽은듯 한데 이상호 기자는 삼성엑스파일만 얘기하는데 재미가 별로 없음 너무 비장함(팟캐스트방송을 듣고 후원한다는 마음으로 그들 책은 무조건 사서 읽습니다.)...
13/06/05 10:13
수정 아이콘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13/06/05 10:21
수정 아이콘
꼼수를 열심히 들었어서 사서 읽어보니 꼼수에서 말씀하신 내용이 많더라구요 크크 이 책에 사인 받아서 다른 분께 선물했는데 사인 내용이 "꿈꾸나요?" 였네요.
13/06/05 13:28
수정 아이콘
나꼼수를 한번도 안들은사람인데도 책은 워낙 화제라 3인방 책을 다샀었는데 이책이 제일 좋았던거같습니다. 보면서 기자님이 걱정되긴 처음이었어요.
아우디 사라비아
13/06/05 14:13
수정 아이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글이네요....
13/06/05 14:23
수정 아이콘
이 책 정말 재밌습니다. 뭐 새로운 사실이나 그런 건 별로 없는데 그냥 '재밌'습니다. 진짜 활극이에요.
단빵~♡
13/06/05 15:25
수정 아이콘
이책 진짜 그냥 여러 생각하지 말고 그냥 보시는게 좋습니다 신주님 말씀처럼 정말 그냥 순수하게 재밌어요
13/06/05 15:29
수정 아이콘
꼼수에 보답하는 길은 책 이외에는 없어서 일단 꼼수에서 나온 책을 모두 샀는데...
그중 제일 best로 꼽을 만한 책입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현재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잘 극복하고 꼼수2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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