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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27 07:16:03
Name c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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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2 LanceArmstrong.jpg (39.8 KB), Download : 2
Subject 두 명의 암스트롱




자게에 올라올 법도 한 이야기인데, 아직 아무도 올리신 것 같지 않아서 올려 봅니다.
최근 세간에 두 명의 암스트롱에 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첫번째 암스트롱은 많은 분들이 잘 아실만한 Neil Armstrong이고, 다른 한명의 암스트롱은
사이클의 살아있는 전설 혹은 황제로 불려왔던 Lance Armstrong입니다.

Neil Armstrong은 지난 25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69년 올드린, 콜린스와 함께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으로 인류 최초로 월면에 발을 내딪은 그는 (콜린스는 착륙하지는 않았었죠) 착륙 직후,
"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죠.
그에 대해 잘 안 알려진 사실로는 그가 한국전쟁에 해군항공조종사 (장교)로 참전한 적이 있는 참전용사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NASA는 냉전 시대 경쟁용으로 여러 종류의 제트엔진을 기반으로 한 시제기를 테스트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시제기 테스트 파일럿으로 근무했었다고도 하네요. 어쨌든 냉전시대 미국의 우주 탐사 계획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했던 그는 사실 정치나 정부 관련 일들에 얽히는 것을 싫어해서 거물급의 커리어를 가진 사람치고는
꽤나 조용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이런 점은 비슷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던 전직 미 상원의원 존 글렌이나 해리슨 슈미트와는
대비가 되는 부분입니다. 닐 암스트롱은 중립적이고 신중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이나 권위가 어떤 식으로든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도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원인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많은 일을 하였으며, 그외 공익적으로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그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알고 싶어도 별다른 자서전조차 남기지 않은 그였기에 지엽적인 사실들만 추적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저를 포함하여 많은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고 우주 및 자연에 대해 동경을 가지게 해준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 가장 아꼈던 공책은 바로 암스트롱이 월면에 서서 경례하는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에서 암스트롱의 검은 헬멧에 아름답게 비춰진 달과 우주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네요.

Lance Armstrong은 올해 만으로 41세를 맞은 현역 (하지만 아마도 조만간 은퇴?) 사이클선수입니다.
아마 자게에도 사이클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 사이클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가장 큰 위업으로는
투르드프랑스 7연속 제패 (1999-2005)가 있습니다. 이 기록만으로도 전설적인 인물로 칭송받을만 했지만, 그에 더해
인간승리라는 스토리가 더해져 그가 세운 위업들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1996년에 고환암을 진단받은
랜스 암스트롱은 나중에는 암이 폐와 뇌까지 전이되는 과정 속에서 40% 미만이라는 생존 확율을 넘고 수술 후
기적같이 재활하여 고작(?) 2년만에 다시 경기에 복귀, 마침내는 99년 투르드프랑스 제패라는 전설의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믿을 수 없을만큼 강인한 체력과 폐활량, 그리고 놀라운 투지로 이후 2005년까지 7연속 투르드프랑스
제패라는 사이클계는 물론, 스포츠계 전체적으로도 비견될만한 기록을 찾기 힘든 대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이후 잠시 은퇴했다가 2008년에 현역에 복귀하게 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록들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되었고,
몇 가지 금지약물이 복용되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하면서, 랜스 암스트롱의 기록들은 점차 신뢰가
흔들리게 됩니다. 특히 같은 팀 동료들의 양심선언, 불특정 다수의 반도핑기관에 의해 행해진 검사 (대부분은 음성반응으로 나옴),
국제반도핑기구 등의 고발 등으로 이전투구 양상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별다른 확정적 증거 없이 유럽쪽에서 진행되어오던
도핑의혹사건/조사는 2012년 6월 미국반도핑기구 (USADA)가 2009-2010년에 채취한 암스트롱의 소변샘플에서,
약물복용 흔적을 찾아내면서, 그가 적어도 몇 가지 스테로이드와 혈액부스터라 불리던 erythropoietin (EPO) 같은 약물을 사용한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암스트롱측은 USADA에 대해 소송을 걸었지만,
계속 되는 증거 제출 요구, 증인 출석 요구 등으로 지친 암스트롱은 8월 23일 항소 및 이후 모든 법적 절차를 취하하였고,
USADA는 바로 다음 날인 24일 암스트롱의 1998년 8월 1일 이후의 모든 공식 스포츠 기록을 삭제해야한다는 엄청난 결정을 내립니다.
물론 국제 사이클협회 (UCI)는 아직 이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아마도 암스트롱측이 새로운 증거나 USADA,
그리고 이전의 반도핑기구들이 행했던 각종 검사의 부당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아마도 USADA측의 입장이 고수될 것으로
현재로서는 보입니다.

두 암스트롱 모두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시기인 8월 24-25일에 걸쳐 각자의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되었는데, 전자의 암스트롱은
말 그래도 별세하여, (아마도) 본인이 꿈꾸던 우주로 영면하기 위해 작별을 고했고, 후자의 암스트롱은 거의 평생을 바쳐 온
스포츠계에서 강제 추방당하여 모든 명예가 박탈된 일반인의 삶으로 그 세계와 작별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랜스 암스트롱의 각종 기사와 그의 스토리를 보면서 감명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심정적으로는 아직
랜스 암스트롱이 약물을 했다고 믿지 않고 (설사 증거가 있더라도 아마 항암치료와 관련된 것이겠거니 믿고 싶네요.) 그의 기록이
박탈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그래도 진실이 올바로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닐 암스트롱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많은 어린이들에게 과학자로서의 꿈과 희망(응?)을 심어준 그에 대해 심심한 아쉬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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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2/08/27 08:17
수정 아이콘
랜스의 약물소식과 그 이후 닐의 죽음을 암스트롱 이라는 성으로만 접해서 놀랐었던 근래였었죠
닐은 편안히 쉬길 랜스는 명명백백...해지길
Neandertal
12/08/27 08:47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
그때의 심정이 어땠을런지 상상하기가 어렵네요...
Go윤하
12/08/27 08:48
수정 아이콘
유게 댓글에도 썻지만... 웬지 승부조작이 밝혀졌을때랑 비슷한 기분이네요...ㅜㅜ
Absinthe
12/08/27 09:05
수정 아이콘
생일인 8월 24일에 이런 일이 일어나니 기분이 묘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atistuta
12/08/27 11:05
수정 아이콘
최근 14년간의 챔피언중 9명이 약물로 박탈이라니 참 막장이네요..........
발로테리의멘탈
12/08/27 12:59
수정 아이콘
일단 사이클은 아직도 약물이 어느정도 만연해 있는게 사실이죠ㅠㅠ 저기 양심선언한 사람들이 전부 약물 걸려서 분게 함정...
랜스의 경우 아주 명확한 복용 증거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안했다 해도 저는 팬이지만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뚜르 7연패는 정말 말도 안되는 기록이기에 사이클러로써는 존경합니다.
Zakk WyldE
12/08/27 14:38
수정 아이콘
아.. 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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