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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28 17:27:30
Name 휘리노이에스
Subject 수의학 그리고 수의사. (5) 그리고 지구는 멸망했다. 2
제목 없음

지구멸망 시리즈의 두 번째 글입니다. 마치 좀비영화에서나 있을법한 감염되면 100%의 치사율을 보이고, 사리 판단력을 잃게 되고 눈앞에 움직이는 모든 물체에 대해 공격성을 띄게 되며, 감염개체에게 물린 상처로 전염되는 질병이 실제로 있다는건 저번 글을 보신분들은 아실겁니다. 바로 광견병이죠. 이녀석이 최근에 공기중의 비말로 전염이 된 케이스가 하나 나온적이 있는데, 만약 이러한 케이스가 퍼져나간다면 지금의 신종플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공포를 전세계에 퍼뜨릴 겁니다 -_-

그럼 그외의 질병은 뭐가 있을까요? 페스트나 탄저균과 같은 레벨의 질병으로 분류되면서 동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보툴리눔균 등의 매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가능합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매우 위협적인 레벨로 분류되고 동물 유래인 것은 광우병과 조류독감을 들 수 있겠네요. 광우병을 막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뭐 PGR에서 수십차례 토론이 되었으니 넘어가고 조류독감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수많은 철새들을 모두 방역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본같은 방역개념이 그나마 철저한 수준의 나라와 사이에서만 오고 간다면 모를까 옆나라 중국-_-에서 오고가는 철새들 때문에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 퍼져나가는 질병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국가 방역체계에 있어서도 큰 시사점을 남긴 질병이 바로 이 조류독감이었습니다. 예전의 질병들은 대게 크게 한번 터지면 어딘가 방역체계에 구멍이 있어서 책임자색출-_-등이 가능했지만 이건 그러한 영역을 이미 벗어나 버린 질병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보다 더 인상적인 레벨인 4등급 질병에 속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등급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헨드라, 마버그, 니파 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모두 아직까지 정확한 감염 경로등이 완벽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벌써 수십에서 수백명의 인명을 살상하고 공기중으로 감염이 가능하며,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이 시작된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질병들입니다. 복잡한 얘기들 다 빼고 간단히 말하자면 현재 신종플루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감염시 50%정도의 치사율을 보이며 대게 최초로 수의사 혹은 목장관리인-_-을 사망에 이르게 한 뒤에 급속히 퍼져나가는 경로를 택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녀석들의 잠복기가 조금 더 길어져서 많은 감염기회를 가진다거나, 혹은 공기중에서 포자를 형성하는 식의 진화가 이루어져서 6개월 1년정도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이런 옷 입은 분들이 집앞을 돌아다닌다거나 혹은 모 영화에서 처럼 감염자들을 여의도에 몰아넣고 운송수단을 통제해 보지만 결국 몇 달 뒤에는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거죠.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다른 유형의 인류멸망 시나리오인 운석충돌이나 외계문명의 침입, 빙하기의 도래 등등의 원인보다는 훨씬 더 가깝게, 인간의 과도한 동물이나 자연에 대한 개입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은 상당히 가까이 다가와 있는 인류멸망 시나리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원래 쓰려던 것은 훨씬 많았는데 시험기간에 영혼을 쏟아냈더니 더 나오는게 없군요...OTL

p.s 조만간 니콜이랑 같이 수업을 듣겠더군요 -_- 카메라 기피증이 있는관계로 다른반으로 도망가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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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ThanAir
09/10/28 17:28
수정 아이콘
p.s.에만 눈이 가서 죄송합니다...ㅠ.ㅠ

그렇다고 내가 니꼴빠라는건 아냐...;
nicewing
09/10/28 17:43
수정 아이콘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질환이 인류에게 퍼져서 순식간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지만

다행히 그런 질환들은 숙주를 '너무' 빨리 죽여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쉽게 퍼지지 못하죠.



현명한(?) 기생충, 박테리아, 바이러스는 인간의 몸에서 가늘고 길게 사는 길을 선택하죠.

예를 들면 회충이나 대장균 등등...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죠.
09/10/28 17:52
수정 아이콘
때문에 조류 독감은 위대(?)하다는 것입니당. 조류라는 절대 숙주, 즉 자신들과 완벽한 친화력을 가진 숙주를 가지고 있으니까 절대 지구상에서 멸망할 일 없지요. 게다가 segemented RNA virus라 변이도 무척이나.. 밥먹듯이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조류 독감은 하필 인간의 폐의 수용체와 아주 친말한 관계가 있기때문에, 그래서 발병부터 폐렴으로 산뜻한 출발을 해주고, 그로인해 mortality도 높지요.

만약 인간에서 인간으로 퍼질 수 있는 조류독감 변종이 생긴다면 정말 인류 멸망일 겁니다. 그리고 아마 그 핵심에 중국이 있겠죠. 조류독감의 유전자와 인간의 유전자의 재조합 실험체는 거의 항상 돼지니까요 -_-;;;
Je ne sais quoi
09/10/28 17:54
수정 아이콘
1. 오랜만의 글 반갑네요.
2. 갑자기 십 몇년만에 수능이 보고 싶어 지는군요 -_-;
3. 그나저나 새가 무슨 죄라고 새도 중국에서 오면 문제가 되는군요 ^^;
SCVgoodtogosir
09/10/28 17:55
수정 아이콘
가늘고 길게 사는 것 중의 짱은 HIV라죠 흐흐. 얼마나 잠복기가 기신지 (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작용해서 죽이는 기간이 길다고 하는게 옳지만요..인간의 면역계를 계속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해서 exhaust 시켜서 죽이죠...)

게다가 virus 들은 proofreading mechanism이 없어서 변이도 상당히 빠른데다가 진화도 빠르고 (여기서 진화라는건 한쪽 방향으로 진화하는걸 의미하는게 아니라 숙주의 상태, 복용하는 약물에 대한 적응을 의미합니다) 약도 잘 안듣고... 그나마 HIV는 연구를 많이 해서 그렇지만 에볼라 같은건 pathway 도 불명확, 생활사도 불명확... 하죠. 만약 에볼라가 변이되어서 긴 잠복기를 가지다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와서 확 다 죽여버린다면? -_-; 광견병이 무언가와 퓨전해서 플루 수준의 전염력을 가진다면? 생각만해도 끔찍 합니다...

낮은 확률은 일어나기 드문 일을 의미하지만 그게 드물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죠.
일어나지 말았으면 할 법한 일들은 꼭 일어나더라고요.
09/10/28 17:55
수정 아이콘
이번글은 제대로 미괄식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제껏 질병 이런거에 무심했었는데 이번에 신종플루에 관한 보도를 여러번 듣다보니 좀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놈은 아무것도 아니군요...
SCVgoodtogosir
09/10/28 17:56
수정 아이콘
렐랴님// 그렇죠. 항상 인간의 질병에는 돼지가 많이 문제되더라고요.
09/10/28 18:00
수정 아이콘
SCVgoodtogosir님// 넵. 그래서 열심히 잡아 먹어야 한다구요. 그러니 오늘 저녁도 삼겹살 고고씽 -_-b
휘리노이에스
09/10/28 18:02
수정 아이콘
돼지가 많이 문제가 되는것은 아무래도 인공장기의 최적체로 인식될만큼 인체의 장기와 사이즈도 비슷하고 면역반응도 그나마 적게 일어날 정도로 생체적인 유사성도 가지고 있는데다가 야생이 아니라 밀집사육되다보니 질병이 개체들사이를 오고 가기도 쉽고 질병 하나 들어간게 인공정자생산이라도 하는 수컷이라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_-특성을 지니다 보니 요주의 개체인듯 합니다.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니 개체수도 어마어마하구요.
SCVgoodtogosir
09/10/28 18:03
수정 아이콘
렐랴님// 저는 갈매기살 고고씽 ^_^b 맛있게 드세요^^;
휘리노이에스
09/10/28 18:06
수정 아이콘
nicewing님// 예를 든 질병중에 몇몇은 '인간에게만' 치명적입니다. 대표적으로 광견병은 원래 숙주인 박쥐에게는 큰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인간에게 넘어오면서 증식할 위치를 찾지못하고 헤메다 신경계 증식을 하면서 치명적으로 작용하는것이라 인간이 다 죽어버리거나 말거나 박쥐만 살아있다면 퍼져나가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인간에겐 자비가 없어서 -_- 어마어마하게 퍼져나가는것도 가능합니다.
nicewing
09/10/28 18:06
수정 아이콘
SCVgoodtogosir님//

드물긴 하지만 정말 그런 일이 생기면 초국가적인 비상이 되겠죠.

특히 요즘처럼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한 사회에서는 병의 전파도 그만큼 빠를 수 밖에 없죠.
Siriuslee
09/10/28 18:09
수정 아이콘
미괄식 염장(?) 본문에 이은

저녁시간에 급 배고파 지게 만드는 리플들이군요..
nicewing
09/10/28 18:10
수정 아이콘
휘리노이에스님//

그 말은 인간의 생활상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 이상은 (동굴에서 박쥐와 같이 사는 게 보편적이 된다든지...)

어마어마하게 퍼져나가긴 힘들다는 뜻도 됩니다.

인간에게 빈번하게 접촉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추고 있죠.

(정확히는 면역력을 갖춘 사람만이 살아남아 후손을 남겼죠.)

물론,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겠지만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소수의 인간은 살아남아서 자손을 남기긴 할 겁니다.

(제가 후손을 못 남기고 사라지는 인류가 될 가능성이 99.99%는 되겠지만요.)
휘리노이에스
09/10/28 18:15
수정 아이콘
nicewing님// 네. 그래서 저번글에서 인간과 질병과의 균형관계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인류멸망의 재앙이 될 수 있는 질병과 관계깊은것이 수의사가 될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렸죠. 원래 인간에게 있는 질병은 크게 위협이 되지 못하니까요. 또한 그러한 생각에 경종을 울린것이 우리주변의 통제 불가능한 조류가 뿌리고 다니는 조류독감이었구요. 하지만 역시, 가능성은 nicewing님 말씀처럼 매우매우매우 희박합니다 :) 다만 운석충돌이나 외계문명의 침입보다는 높은 확률이니 재미삼아 읽어보시길 바라는 글입니다.
nicewing
09/10/28 18:18
수정 아이콘
휘리노이에스님//

그렇죠. 수의학 시리즈 잘 보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이번 기회에 수의사가 단지 동물병원 의사의 역할 뿐 아니라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을 통한 질환은, 의사 뿐 아니라 수의사의 역할이 질병 전파 차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죠.

앞으로도 좋은 글 잘 부탁드립니다.
09/10/28 21:03
수정 아이콘
이 글도 재밌네요 어렸을 때 들었던 바이러스 수업도 떠올리게 됐구요
대츄붸리핫
09/10/28 21:21
수정 아이콘
니콜은 수의학과에 떨어지고 서울대 의류학과에 붙었답니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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