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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26 20:20:51
Name 휘리노이에스
Subject 수의학, 그리고 수의사. (2) 호랑이 치료해봤어요? 안 치료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호랑이 치료해봤어요? 안 치료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엄청...무섭습니다 -_- 뭐 제가 직접 해본것은 아니고 교수님의 경험담을 전해 들은 것에 불과하지만, 수의사로 일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애로사항중의 하나를 얘기하고자 합니다. 얼마전 미국에서 3D 직종이지만 큰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종으로 수의사가 소개된 적이 있는데요, 아시다 시피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얘기하는 3D에 속한다고 하면 주변에 애완견만 생각하시면서 왜 위험한거지?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에게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이야기 해드리려 합니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국내에도 많은 숫자의 동물원들이 있고, 여기에는 수많은 ‘맹수’들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원이라는 환경의 특성상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있고, 그 희소성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력이 쇠해지면 무리사이에서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은 이 녀석들은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담당 수의사들은 초 긴장상태가 됩니다. 언제 이 녀석을 진료하게 될지 모르거든요 -_- 뭐 외국 동영상 보면 어렸을때부터 함께 자란 사람을 알아보고 장난을 치고 어쩌고 하는 동영상이 많지만...우리나라에선 그런거 없슴다. 그저 마취하고 나서도 초 긴장상태에서 진료할 뿐. 더 골치 아픈건 사람, 개, 고양이 뭐 종종 마취해보는 경우에는 마취약 분량이라도 자신 있게 넣을 텐데...많이 넣었다간 못 깨어날테고 적게 넣었다간 사람맛을...응? -_-

여하튼 당시 시점으로 서술하는 그날의 케이스는 그러한 동물원의 전문적인 진료는 아니었고 대학 근처에서 공연을 하던 서커스의 호랑이가 다리를 저는 증상을 보여 진료 의뢰가 온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거절 할 수는 없어서 받아들인 상황. 천으로 바깥을 가린 우리가 트럭에 실려 왔고 학교 건물 앞에 내린 뒤에 천을 벗겨내는 순간 호랑이가 울부짖었습니다. 옛말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죠? 호랑이가 앞에서 울어 제끼는데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면 김전일 & 코난과 여행을 가도 살아 돌아 올겁니다 -_- 호랑이를 산신이라 부르는 이유를 울음 한번으로 알려주더군요. 여튼 우리안에 갇혀 있는 녀석이니 마취제를 투입하고 점점 둔해지던 녀석이 잠들었는데...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인겁니다.

“얘들아. 잠든것 같지?”

“네. 교수님. 잠든거 같은데요.”

“그래도 확실하게 해야되니까 막대기 같은거 가져와서 한번 찔러봐라.”

쿡~쿡~쿡

“안 움직이는데요.”

“그럼 저거 확실하게 마취된거지? 우리 연다?”

“잠시만요 교수님 -_- 호랑이가 위장에 능할뿐더러 사냥꾼을 속일정도로 똑똑하다 하지 않으셨습니까?-_-”

“지금 이 순간에도 마취는 깨어가는 중이라는 걸 잊지는 않았겠지 제자야?”

“-_- 마취제 조금만 더 넣으면 안될까요?”

결국 어찌어찌 우리를 열고 호랑이를 꺼내게 되었는데...학생들의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던 겁니다. 아무리 잠들었다 해도 호랑이를 들어서 옮겨야 하는데 가뜩이나 무서운데다가 이녀석의 무게라는게 정말 상상을 초월했던거죠. 결국 진단을 위해 X-ray 실로 옮기는 데만도 그날 바쁘지 않은 대학원생 전원이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하이라이트가 남아있었죠. X-ray 선반으로 호랑이를 올려야 하는 겁니다. 참고로 사람 허리높이 정도가 됩니다 -_-

“어흐어흐어흐 내허리...겨우 올렸네 ㅠㅠ”

“자 찍는다 하나 둘 셋! 오케이. 자 돌려.”

“????????????”

“뭐하냐 깨기 전에 빨리 찍게 돌려. 래터럴로.”

“?!?!?!?!?!?!?!”

그렇죠. 올려놓고 찍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어딘가 아픈곳이 있어서 찍어보신 분들은 당연히 아시겠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여러 부위’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는게 필요하죠. 선반 위에서 호랑이 돌려 보셨어요? 안 돌려보셨음 말을 하지 마세요 -_- 이날의 슬픈 전설의 마무리는 결국 X-ray 상에서는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거?

어떻게 쓰다보니 위험함에 대해 쓰려다가 힘든거에 대한거만 써버리게 되었는데 다음 글 정도에 어떤 점에서 위험한지, 이것이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크게 문제가 되는건지에 대해 글을 쓰려 합니다. 적어도 PGR의 여러분들 만이라도 자신의 반려동물이 병원에서 크게 긴장을 하여 타인이나 타 반려동물에게 공격성일 보일경우에는 입마개나 가벼운 진정제 투여 등을 먼저 말할 수 있는 분들이 되어 주셨으면 하는 작은 부탁을 드립니다. 병원에 있으면 정말 무서워요...흑...

p.s 수의학, 수의사, 동물병원 등에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 있고 답변해드립니다. 아래글의 질문에는 다른분이 답변을 달아주셨네요. 궁금한건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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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린
09/08/26 20:24
수정 아이콘
글을 재밌게 잘 쓰시는것 같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크크
09/08/26 20:33
수정 아이콘
호..호랑이라니!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시는 듯..!
울 호랑이 V10해야 되니 애정으로 보살펴주세요~ (<-응?)

왠지 판님이 소환될 거 같은..
09/08/26 20:43
수정 아이콘
오오오오 빨리 다음 글 올려주세요~ 재미있네요~~
Je ne sais quoi
09/08/26 20:44
수정 아이콘
크하하하하 너무 재미있는데요. 물론 고생하셨겠지만... 연재 계속~ 부탁해요~
개의눈 미도그
09/08/26 20:49
수정 아이콘
글 읽으며 장면이 상상 되었는데
정말 식은땀 나는 상황이네요..
마취가 풀리기라도 하는 날엔..어휴~~정말
ProtossArchon
09/08/26 20:56
수정 아이콘
호랑이 마취할 때 무슨 약물을 쓰셨나요?
은비까비
09/08/26 21:00
수정 아이콘
수의사 분들에게 정말 궁금한점이 있는데 동물들이 엄청많은데 그걸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의사는 사람을 치료 하지만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를 하는데 동물숫자도 엄청나고 동물농장에보면 개과천선할때 수의사분은

어떤 동물이던 척척 다고치더군요 정말 신기할따름이였어요 상어.고래.바다표범.거북.개.고양이.원숭이.사자.호랑이.등등
09/08/26 21:18
수정 아이콘
호랑이 마취할 때는 리도카인을 한 10% 되는거 쓰나요 -0-;;

아 글 재밌네요 ^^;;
냥이낙타
09/08/26 21:31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동물농장에서 보여주는 맹수 치료 이상의 스릴이네요.
사람맛에 빵 터졌습니다!!
휘리노이에스
09/08/26 21:39
수정 아이콘
은비까비님// 제가 아래에 썼던 글을 참고하시면 답을 얻으실 수 있을겁니다. 다들 그걸 가장 궁금해 하시더군요 :)
휘리노이에스
09/08/26 21:40
수정 아이콘
ProtossArchon님// 약물은...교수님과 마취하시던 분만 아는거라 전해듣지 못했네요. 아하하. 사실 학생의 지식은 많이 허술합니다 -_-
검은고양이경
09/08/26 21:58
수정 아이콘
딴소리해서 죄송하지만,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이말 이상하지 않나요?
못해봤으면 말하지 마세요가 아닌가요?
ProtossArchon
09/08/26 21:59
수정 아이콘
DeMiaN님// 리도카인은 국소마취용으로 쓰입니다;; 국소 마취만 된 정신 멀쩡한 호랑이...덜덜..
휘리노이에스// 제 짧디 짧은 지식으로는 케타민 이나 프로포폴..xylazine 정도가 쓰이지 않았을까요; 저라면 중간에 깰까 무서워서 흡입마취도 계속...;;;
휘리노이에스
09/08/26 22:11
수정 아이콘
검은고양이경찰관님// 나름 달인을 따라한다고 한거였는데 어색한가 보군요 ㅠㅠ

ProtossArchon님// 아마도 그러하겠지만 각성후유증이나 종 별로 투입금지 약물도 있으니 확신할수가 없어서 그냥 안적었습니다. 뭐 마취실습 해보니 한가지 약물로 마취하면 도입시나 깨어날때나 볼만하더군요 -_- 그 순하던 비글이 '공격성'을 강하게...호랑이가 공격성을 보이면...아하하 -_- 그리고 흡입마취기는 씌울 사이즈가 없어서 안될겁니다. :)
09/08/26 22:14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왜 글을 읽으면서 옛날 이야기 중에 엄마로 분장한 호랑이가 문지방에 손을 내미는 장면이 떠오르는지...크크
정말 위험한 일이네요..호랑이 뿐만아니라 위험한 동물이 많을 텐데..
수의 병원 자체에 동물 우리를 통째로 엑스레이 찍는 선반 또는 그 옆으로 옮기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할까요..거기서 다리만 빼서 찍으면...아무래도 호랭이 문지방 장면이 다시 떠오르네요...크크
로즈마리
09/08/26 22:23
수정 아이콘
호랑이를 눌러보면 느낌은 어떤가요??
예전에 태국에 놀러갔다가 큰 곰을 눌러봤는데 전혀 부드럽거나 말랑하지 않고
털 거칠거칠하고 딱딱하더라구요;;
휘리노이에스
09/08/26 22:30
수정 아이콘
Cafri님// 전문적으로 야생동물을 진료하는곳에는 그러한 설비를 갖춘곳들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건은 급히 대학에 의뢰된 터라 장비가 없어서 다들 엄청난 고생을 했죠 -_-

로즈마리님// 집에서 키우는 동물처럼 계속해서 씻기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의 종은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애완견도 몇달 씻지 못한 유기견들은 딱딱한 느낌의 털을 가지게 되죠.
요르문간드
09/08/26 23:31
수정 아이콘
마취풀리면 마이클잭슨 보게 되는건가요...;;;
정Marlowe
09/08/26 23:31
수정 아이콘
우선 녹색갑옷을 입은 분의 이름을 보게 되어서 왠지 반갑네요.

근데 `순한` 비글이라는게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겁니까?
악마도 키우다 버리는 애완견이라던데..

그리고 그런 맹수의 경우는 돌아간 다음에는 화장하나요? 아니면 매장??
휘리노이에스
09/08/27 00:10
수정 아이콘
정Marlowe님// 실험용으로 거래되는 순종의 고가 비글의 경우 굉장히 순합니다. 물론 활발하거나 이런건 또 다른역영일수도 있지만 실험에 오래 함께한 비글의 경우는 잡아주는 사람이 없이도 앞다리 채혈이 가능할정도입니다. 실험중에 날뛰는 녀석들은 대게 혈통없는-_- 녀석들의 경우가 많지요. 잡아주는 사람 없이 채혈이 가능하다는건 마치 사람처럼 그냥 다리를 맡겨놓은채 찌르고 원하는 양의 피를 뽑아낼때까지 꼼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말 순한거죠.

맹수의 경우는 예전에 모 대학에서 해부실습을 하고 이후에는 삶아서 된장을 -_-

네. 농담입니다만 삶는것 자체는 농담이 아닙니다. 그러한 희귀종의 경우는해부실습을 하고 이후에 삶아서 뼈를 보존해 표본을 만듭니다. 삶아서 먹는건 아니니 안심하세요 :)
09/08/27 00:19
수정 아이콘
호랑이도 만져보시고... 완전 부럽네요. 저도 어흥하며 벼락소리내는 호랑이 만나보고싶어요. 물론 철창을 사이에 두고^^
어제 아기 백호가 배변하는거(혹은 똥싸는거) 봤는데 갑자기 생각나네요. 쪼꼬만 짧은 다리로 버티면서 힘주는데 어찌나 이쁜지 (변스럽나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길게길게 써주세요~
나두미키
09/08/27 07:34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쓰시네요. 자 다음 글을 어서~
LightColorDesignFram
09/08/27 11:08
수정 아이콘
비글 이야기를 읽다보니 평소에 궁금했던게 떠올랐어요.
케바케일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자란 견/묘 들은 대체로 순하고 의젓한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데,
왜 우리나라에서 보는 견/묘들은 시끄럽고 뛰어다니고 불안해보이는 걸까요?
사는 환경이 달라서 스트레스받아서 그런건지 아님 품종이 달라서 그런지 ...

저랑 같이 살았던 견님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쳐도 말이죠;;
휘리노이에스
09/08/29 11:23
수정 아이콘
LightColorDesignFram님// 대체로 외국은 아무래도 넓다 보니 좀 얌전해 보이죠. 걔네들도 막 이곳저곳 파고 헤집어 놓더라도 넓은 마당에서 그렇게 하다보니...좁은 공간에 갇혀있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훨씬 덜 받으니 성격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구요. 우리나라 개들도 얌전한 애들은 얌전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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