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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1/29 13:38:55
Name 흰둥
Subject [일반] 군대시절 기억 하나
군복무때, 절 꽤나 두드려패고 괴롭힌 고참(A)이 있었습니다.
구타 가혹행위가 꽤나 심한 곳이었는데,
그녀석도 자기보다 더 윗고참들 때문에 저를 몰아붙인건지 모르겠는데
(그녀석이 덩치가 크고 성격도 괄괄해서 윗고참들도 직접 녀석을 건드리지는 못함)
이후에 복무지를 이동하니 윗고참들이 없어져서인지 그후부턴 아무튼 저를 더이상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먼저 복무지를 이동했고, A는 나중에 제 복무지로 이동되어 같이 지냈는데요.
녀석은 성격상 화는 종종 냈지만, 같이 근무하는 동안 저를 때리거나 못살게 굴지는 않았습니다.

뭐랄까,
일단 능력적으로는 꽤 똑똑하고 유능한 애였습니다(제가 군대를 늦게가서 저보다 서너살 아래였습니다).
학교도 인서울 상위권대였고, 일도 잘하고 덩치만큼이나 힘도 세고 일머리가 있어서 이런저런 잡일도 잘하고 이래저래 군생활 잘 한 영리한 녀석이었죠.
글씨도 무척 잘 썼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기 위에 고참이 없어진것도 있고 해서인지
저한테 어느정도 호의적으로 대하는걸로 느꼈습니다. 제가 형이고 하니 겉으로 말은 안해도 형 대우해주고 친해지려는 거 같기도 했습니다.
다만 A가 고참이고 저를 두드려팼었고 워낙 성격이 괄괄한 반면 저는 덩치도 작고 완전 유리멘탈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고 끝내 마음을 열지는 못했구요.

A가 제대후 복학할 무렵,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사회에서 한번 볼수 있냐 뭐 그랬던거 같습니다.
사실 당황스러웠는데, 저는 끝내 트라우마를 지닌채로 편하게 대하기는 어려울거 같고... 결국 답하지 않았지요.

어쨌든,
A외에 기타 저를 때리고 괴롭힌 녀석들(사회에서 마주치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를정도로 증오스런 녀석도 여럿 있었습니다)과는 달리
저는 적어도 A가 더이상 그렇게 밉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을지언정.

제가 생각해도 무슨 심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가끔 생각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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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앤다운타운
24/11/29 14:05
수정 아이콘
글쓴이에게 군대라는 장소와 시간이 이제는 웃으면서 회고할 수 있는 추억같은 형태로 남아있다면 만나셔도 될 것이고,
아직까지 삶 속에 새겨진 쓰라린 상처와 트라우마를 여전히 상기시키는 과거라면 그냥 계속 묻어두시는게 낫습니다.
김삼관
24/11/29 14:5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 고참이 있습니다 분명 나를 괴롭혔는데 지나고보니 용서가 되는 수준의 인간.. 사람은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저도 끝까지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공감을 크게 했네요 

환경이란 인간에게 참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알게되는 곳이 군대가 아닐까요 
우상향
24/11/29 15:10
수정 아이콘
저 몇 개월 윗 선임도 내무실에서 그렇게나 저를 갈구고 사납게 굴었는데, 둘이서 초소 근무만 나가면 엄청 다정하고 노래도 불러주고 낭만적인 대학 선배 같더라구요. 반면에 내무실에서는 본체 만체인데 근무나가면 기분 나쁘게 계속 긁는 선임도 있었죠. 지나고 보니 둘만 있을 때 잘해주는 선임이 진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내무실에서는 자기도 선임들 눈치보면서 군기 반장 역할을 한 거였죠.
20060828
24/11/29 15:19
수정 아이콘
몇 년도 군번이시길래 구타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00년대 군번인데 구타는 없었거든요. 대신 진짜 성격 이상하게 냉탕온탕 심한 사람 있었는데 나중에 전역할 때 아무도 위병소에 나가지 않았던 사람은 있었네요.
그리고 반대로 저 재대할 때는 위병소에서 후임들이 축하한다고 전역빵 때려줬는데 너무 심하게 달려와서 때린 놈 기억납니다. 우리 소대도 아니었고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세게 맞아서 기억납니다. 물론 그 이후로는 만난적 없지만 진짜 왜그랬는지 궁금해요.
미고띠
24/11/29 15: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05년 군번이었는데 구타 있었긴했습니다. 슬슬 사라지는 분위기긴 했어요.
저희 중대 기준으로 03~04년 상반기 군번 정도까지가 툭하면 애들 때리던 선임들이었고, 04년 하반기 군번 선임들부터는 거의 애들 안때렸던거 같네요.

전 친구들 중에서 군대를 좀 일찍 간 편이었는데, 군 생활동안 제일 많이 맞은 기억이... 신병휴가도 가기 전에 친구들이 군인들은 맥심을 좋아한다더라를 어디서 듣고 소포로 저한테 맥심을 보냈었어요. 당직사관이 행정반에서 소포 뜯고 저랑 분대장 불러서 분대장한테 개지랄하고...
그날밤 위병소 근무서는 한시간 반 내내 처맞았었네요 크크크크
트럼프
+ 24/11/29 16:32
수정 아이콘
아돌프 아이히만 같은 유형의 사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열씨미
+ 24/11/29 16:35
수정 아이콘
저는 선임중에는 기억이 나긴해도 굳이 다시 만나고픈 사람은 한명도 없네요. 동기나 후임중에는 한번 만나고싶은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박세웅
+ 24/11/29 16:50
수정 아이콘
저도 가끔 그립긴한데 두번은 못합니다..정말..
+ 24/11/29 17:10
수정 아이콘
저는 군대를 늦게 가서 동기보다 3~4살 많았습니다. 제대하고 한참 후에 동기 녀석이 전화를 했는데 반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니 친구냐?"라고 쏘아 붙였더니 이후 전화를 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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