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0/16 12:05:42
Name realwealth
Subject [일반] 내가 찾은 인생의 의미
꽤 오랫동안 생각했던 질문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다른 분들은 벌써 그분들의 답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나이가 적지 않은데,
이제서야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문득문득  
사람은 왜 사는 걸까?
나는 지금 왜 이 곳에 있을까?
따위의 질문들이 아지랑이 처럼 피어오르고,

수염이 나기
시작해서부터는
열병처럼
이마에서 끓어오르더니,
답을 찾지 못해
갈증에 목이 타고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어요.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여자친구를 만나면 잠시 잊혀지곤 했고,

군대에 다녀오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잊어버린 듯 했어요.

그러다,
인생 후반기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잘 살고 있나?
라는 질문이 머리에 켜졌어요.

다시 예전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지?

허무할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인생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어떤 의도로 탄생한 존재가 아니고,
그냥 던져진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맞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건,
윤리 시간에 그런 의미를 배운 기억이 있음에도
한창 고민할 때는 왜 이 답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인데,

살아보니, 별개 없구나. 하고,
경험이 쌓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고민을 했던 근본적인 이유가
열등감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조금은 놓을 수 있게 되어서 이제야 머리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알 수 없는 인생의 의미를 이제야 집어치울 수 있게 되서 시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내가 정하면 되는거 아냐?
라는 생각도 들고, 그게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다들 어떻게 정하고 gogo 하시는지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맥도널드
23/10/16 12:15
수정 아이콘
결혼 전에는 인생의 의미가 "나" 를 중심으로 정해졌는데, 결혼하고나니 "아내와 아이"가 중심이 되더라고요

나 중심이었을 땐 목표를 가지고 성취라던가 해결을 하는게 중요했는데, 이제는 평생 제가 안고 고민하고 이끌고 나가는게 중요해졌습니다.
그 닉네임
23/10/16 12:32
수정 아이콘
인류역사를 먼저 살다가신 선배님들을 보면
"신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가
가장 보편적인 답이 아닐까 합니다.

종교도 없고, 강한 소속감도 없도, 가정도 없으면
굴러가는 돌처럼 사는거죠.
물론 굴러가는 돌처럼 사는거면 이런 의문도 안가집니다만
23/10/16 12:43
수정 아이콘
질문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인 경우들이 있죠.
북극보다 북쪽은 어디지? 네모난 삼각형은 어떻게 그리지? 전능한 게 뭐지? 초월을 초월한 존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걸까?
저는 인생의 의미는 뭘까 라는 물음도 그런 질문들 중의 하나인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똑같은 색을 다르게 인식하는 등의 착시에서도 간단히 알 수 있듯, 우리의 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환상을 만들어내는 기계라고 하던데
무언가를 떠올린다고 해서 그런 게 반드시 있다는 법은 없을테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서로가 공존할 수 있도록 약속, 사회계약을 만들어 사는 것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Grateful Days~
23/10/16 12:50
수정 아이콘
[인생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맞긴하죠. 거창한 의미부여 없이 남한테 큰 피해 안주고 하루하루 살다가 자연스레 가는것..
raindraw
23/10/16 13:42
수정 아이콘
인생은 그냥 이왕이면 살아남고 이왕이면 즐겁게 사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23/10/16 13:42
수정 아이콘
저도 강하게 의미부여를 할수록 없던 가치도 생겨난다고 여기는 편입니다
파프리카
23/10/16 13:42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움 그러니깐 쾌락을 위해 사는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육체적이든 쾌락과 만족감이 인생의 원동력이고 목표라고 봐요. 물론 감당 안되는 쾌락은 자제하거나 다가가지도 말아야겠지만 말입니다.
23/10/16 13:51
수정 아이콘
살아있기에 살아가는 것이죠. 그리고 이왕 살고 있기에 삶의 가치를 찾으려 하는 것이겠죠.
23/10/16 14:17
수정 아이콘
저도 글쓴님과 같은 고민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무얼해도 예전보다 재미는 없어지고, 삶은 편해지는데 인생의 의미가 없어지는것 같고
혼자 해볼수 있는것은 거진 해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문에 있는 "인생의 후반부"가 무엇일지 매우 두려웠죠

아직 가보지 못한 인생의 길이 뭐가 있을까,
저는 그래서 그것이 결혼과 출산, 육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인생에 결혼따위는 없다 라고 살다가 이제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결혼해서 자식 키우신 분들도 인생의 의미는 없다라고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길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것을 요즘 느낍니다
소이밀크러버
23/10/16 14:45
수정 아이콘
나 없으면 슬퍼할 사람들 위해서 삽니다.

기왕 사는 거 재미있게 살면 좋다고 생각하고요.
이민들레
23/10/16 14:48
수정 아이콘
인생의 목적지 보단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둘까를 생각하는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여름휴가에 비유해서 말씀 드리면 이번 여름휴가의 목표가 편하게 쉬는거라고 했을때 그 목적지는 산이 될수도 바다가 될수도 도심 호텔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인생의 목적지를 정해놓으면 이게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바꿀 수 없지만,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목적지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가치도 살아가면서 바뀔 수 있는게 당연하구요. 먼 미래보단 현재에 집중하는게 필요합니다.
구급킹
23/10/16 14:5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의미란게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은거 같아요. 생물을 dna 전달 로봇이라고 한다든지, 인간에게 사실 자유의지가 한톨도 없다든지 같은 얘기들은 아직 원시인 뇌 수준인 인간들이 감당 못해요. 그냥 하늘에 킹왕짱 아버지가 계신다거나 살아있다면 반드시 지켜야할 계시나 천명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게 사실 맘이 편하죠.
네 가끔 과학이 너무 많은 것을 까발렸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서린언니
23/10/16 14:54
수정 아이콘
결국 죽는게 무서워서 사는거 같아요 배우자도 없으니 혼자 쓸쓸히 죽겠지만 받아들여야겠죠
무냐고
23/10/16 15:32
수정 아이콘
가끔 생각합니다만 저 스스로는 인간관계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는것 같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은 거기서도 찾으실수 있을까 싶네요.
23/10/16 16:19
수정 아이콘
최근 읽은 소설에서 '인간이 죽음 앞에서 뒤돌아 보았을 때 자부심을 느낄만한 무언가 한가지만은 꾸준히 해야된다' 라는 구절을 읽고 깊이 공감했습니다. 월급쟁이로서 그 '자부심'이 적어도 직장생활을 통해서 느낄만한 건 아닐거 같아서(전문직이 아닌 이상 꾸준히 할 기회도 없을 듯 하구요).. 최근에는 좋은아빠, 좋은남편으로 가족들에게 기억되는게 미흡한 인간인 저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인듯 싶어서 인성을 가다듬고 기본생활(?)에 몹시 충실해지려고 노력중이고 그런 매일매일에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차라리꽉눌러붙을
23/10/16 16: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죽을 때까지 하루하루 버티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가능하다면 사랑(에에올에서 세상의 허무로의 멸망을 막은 힘은 사랑이었죠...)을...
비선광
23/10/16 17:33
수정 아이콘
제가 가진 종교를 정당화하게된 이유 중 하나에요
저는 초자연을 믿고 그 이상의 의미를 믿지요
어떤 종교든 가지게 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명이든 사랑이든 선함이든
따식이
23/10/16 17:54
수정 아이콘
아버지께 중,고등학교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 나네요. 살아보니 아무것도 없다. 너도 살아보면 알게 될 거다. 도의적으로 나쁜짓만 하지말아라. 인생은 몇번의 찰나의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찰나의 순간은 경험 해보았습니다.하하 그리고 살아보니 아무것도 없는데 자식은 있더군요
23/10/16 23:43
수정 아이콘
살아 있어 그냥 사는거죠.
人在江湖身不由己
23/10/17 00:13
수정 아이콘
그래도 대략 50년 가까이 살아보니 저는 이런 것 같습니다 허허

1)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하기 싫은 것들의 지도(경계)를 가능한 빨리 인식하는 게 중요함. (대개 여행이 권장됨)
2) 왜냐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나와 주변 상황(상태)가 바뀌니까. (하고 싶은 것은 의지와 욕심으로 지속 가능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상황에 따라 변함)
3)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빨리 캐치해서 남은 인생 동안 추진하면 가장 베스트겠고,
4) 그게 아니라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or 하기 싫은) 것을 빨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함. 비옥한 밭은 아니더라도, 함정에 빠질 필요는 없으니까.
방구차야
23/10/17 01:03
수정 아이콘
결론은 이미 정해져있기에 3자적 입장에서의 복기를 해봅니다. 정말 부러운 시점도 있었고 정말 쓰레기같은 시점도 있었네요. 결론이 서서히 찾아올지 어느 순간 스위치 꺼지듯 찾아올지 알수는 없지만, 남은 시간은 관찰자로서가 아닌 자기주도권 하에 있다는 진리가 있습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지난 시간의 조건을 전제로한 새로운 퀘스트가 되겠네요. 이제 또 시작해봅니다.
23/10/19 10:08
수정 아이콘
어차피 사는거,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최대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죽음의 순간, 눈을 감을 때 그래도 참 열심히 살았다라고 생각이 들고 싶어서요

다만 그 방법론이 아니라 방향성에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되는지는 사회생활시작한 20대 중반부터는 언제나 고민인것 같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할까라는...

본문과 댓글을 보다 보니, 더 고민이 많아지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083 [일반] 은유가 우리를 구원하리라 [17] mmOmm9053 23/10/18 9053 22
100081 [일반] 불황의 늪 - 버티거나 포기하거나, 2023 자영업 생존기 [22] 챨스7577 23/10/18 7577 3
100080 [일반] 나이 40 넘어서 건강관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 [39] realwealth12181 23/10/18 12181 30
100079 [일반] 컴퓨터가 감기 걸린 것 같을 때 CR2032 배터리 처방을...... [14] 카페알파7860 23/10/18 7860 4
100078 [일반] 처음으로 10km 달린 이야기(부제: 천천히 달리니 즐거워졌다.) [58] 사람되고싶다8055 23/10/17 8055 16
100077 [일반] 저출생 시대, 2~30년뒤 노인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요? [76] 푸끆이13050 23/10/17 13050 6
100076 [일반] 권경애 “사건 알려져 충격, 유가족의 손해배상 기각돼야” [53] GOAT12734 23/10/17 12734 4
100075 [일반] 5년(17-21)간 감기로 인한 건보부담 3.2조원 [41] VictoryFood10179 23/10/17 10179 15
100074 [정치] 유승민 “12월에 당 떠날지 남을지 선택…신당 창당은 최후 수단” [153] Davi4ever15692 23/10/17 15692 0
100072 [일반] 바이탈과 레지던트를 하며 얻은 것 [12] 헤이즐넛커피9227 23/10/17 9227 25
100071 [일반] 의지박약 고도비만 환자의 찌질한 건강 찾기 미완의 우여곡절 여정 [57] realwealth9521 23/10/17 9521 13
100070 [정치] 구로구와 광명시사이의 지역갈등 [8] 강가딘10603 23/10/17 10603 0
100069 [정치] 의대 증원이 답이 되려면 필요한 것들 (2) [139] 여왕의심복15666 23/10/17 15666 0
100068 [일반] “질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아”…판사가 성폭행범 두둔? [40] infinitefrontier13880 23/10/17 13880 4
100067 [일반] 진짜와 가짜 [23] 림림10929 23/10/17 10929 29
100066 [정치] 의대정원 확대 관련하여 - 의대교육의 문제 [212] J11872 23/10/17 11872 0
100065 [정치] '경기북도'는 싫다는 김포시…"차라리 서울로 편입시켜 달라" [74] 강가딘13925 23/10/16 13925 0
100064 [일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16] 악질14147 23/10/16 14147 7
100063 [일반] 주말에 명량, 한산 뒤늦게 본 후기 [6] 겨울삼각형13645 23/10/16 13645 2
100062 [정치] 의대 정원 확대가 정답이 될 수 있을까?(1) [453] 여왕의심복20947 23/10/16 20947 0
100060 [정치] 안철수, 윤리위에 이준석 제명 요구…"총선 때도 내부총질할 것" [338] Davi4ever24401 23/10/16 24401 0
100059 [일반] 내가 찾은 인생의 의미 [22] realwealth9989 23/10/16 9989 8
100058 [일반] 이팔 사태 관련 바이든 입장문 + 이스라엘 아기 참수 확인 불가 [34] 고세구12726 23/10/16 12726 1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