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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1/30 14:28:37
Name 비롱투유
Subject pgr 뭐 있나?
━ 1


살다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다지만 아주 가끔식은 그냥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고 답답할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한심한 생각이 그저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한심하다 못해 미련하기까지한 행동으로 이어질때가 있다는거죠.
그러다보니 이 한심하고 미련한 사람은 배꼽 옆에 커다란 때같은 흉터가 남았고 그리고 왼쪽 손목에는 하얀색 금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고 또 한심할뿐이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그때는 그냥 죽고 싶었습니다.
이유를 찾자면 찾을수도 있고 만들수도 있겠지만 "그냥" 죽고 싶다는게 가장 정확한것 같습니다. . .







━ 2


한동안 그렇게 방황하던 나에게 다시 정신차리게 해준 한마디 말은 동네 포장마차에서나 들을 법한 개똥철학에 가까운 말이었죠.

"인생 뭐 있나? "

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말도 아니고 무슨 훌륭한 뜻을 담고 있는 말도 아니지만  이 한마디 말은 다시 일어날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특별할것도 없는 인생..  "
"남들 다 하는 경험 한번 해본셈 치면 그만이지 .."    
"인생 뭐 있나?   썅썅구리지~~  "  

예전엔 혼자서 슬픈 비극의 주인공인척 했었지만 그 말을 들은 뒤론  
이 말을 내뱉으며 비극의 주인공이 아닌 너무나 평범한 수많은 엑스트라중 한명이 되었습니다.






━ 3


살면서 정말로 힘들땐 이 말을 한번 해보는것도 나쁘진 않은것 같습니다.

"인생 뭐 있나? "

살면서 정말로 힘들땐 카메라의 각도를 조금 돌려서 모든 짐을 짊어진 비극의 주인공이
아닌 그냥 조금 슬픈 표정의 엑스트라가 되는것도 나쁜건 아니니까요.
이 말을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지겹기만 한 흉터들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그런데..
엑스트라로 사는건 꽤나 심심하네요.
인생에 뭐 특별한게 없는것도 그리 좋은거 같지만은 않고요.







━ 4



" pgr 뭐 있나..? "

요새는 이런말을 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입니다.
간혹이라곤 하지만 예전엔 그런 사람을 찾기 힘들어서인지 솔직히 많아보입니다.
하긴 pgr 이라고 뭐 특별히 다를꺼 있겠습니까.
그냥 인터넷에 수많은 웹 싸이트중에 하나이고 조금 유명한 스타크래프트 싸이트일뿐이죠.
이렇게 특별한곳이 아닌 아주 평범한 그냥 그런 웹싸이트로 생각하면 마음은 참 편해지는것 같습니다.
한줄짜리 댓글 때문에 상처받을일도 없고.. 예전에 봤던 좋은글들이 잘 안보인다고 해서 기분 상할일도 없겠죠.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이 지겹다고 말하는 pgr 성토글 같은건 쓸 필요가 전혀 없을테고요.


하지만 이 심심한 인생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없을지 몰라도 pgr 에는 꽤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pgr 뭐 있나? " 이렇게 중얼거려 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것이고 지금은 왜 그 특별한 무언가가 사라져가는건지 아쉬운거겠죠.
아주 가끔은 엑스트라로 사는게 편하겠지만 언제까지나 엑스트라는 싫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인생 뭐 있나?" 라고 말하며 뒤로 물러서 있지는 않겠습니다.


인생에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고, 다시 카메라를 돌려서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떤 주인공이 좋을까요?
자신이 사랑하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은 어떨까요?
물론 이건 뻔한 영웅물이 아니니까 그 주인공은 잘생기지도 특출난 능력이 있지도 않을꺼에요.
그래도 그 주인공은 그 마을을 정말로 사랑하니까 별 문제는 없겠죠.
아무래도 그 마을 이름은 "pgr" 로 하느게 좋을꺼 같군요.
그리고 주인공의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꺼 같고요.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캐스팅 대상인거 아시죠?





━━━━━━━━━━━━━━━━━━━━━━━━━━━━━━━━━━━━━━━
주의 : 어떤 상처를 받을지 모르고 얼마나 힘들지는 모르지만 출연료는 없습니다. -_-b
━━━━━━━━━━━━━━━━━━━━━━━━━━━━━━━━━━━━━━━━














ps : 행복한 하루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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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럿을사랑한
04/11/30 14:52
수정 아이콘
근래(... 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꽤나 되어버린..) PGR에는 악역 조연이 너무 많아져 버렸습니다...

주연급 논객이었던 막군님, 키메라님,글곰 님 등등이
시나리오가 처음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중도하차 하시고,
시청률은 높아졌지만 자극적인 소재로 처음의 PGR스러움은 많이 퇴색했죠..

그래도..

달리 갈곳이 없기에 T.T
04/11/30 14:54
수정 아이콘
윗 분과 동감입니다.. 5달정도 사이에 너무 많이 바뀌었죠...

그리고

이런 댓글보면 또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구요.;;
뉴[SuhmT]
04/11/30 15:00
수정 아이콘
음... 뭐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비롱투유 님 너무반가워요 : )
두번째로, 바뀌고 가끔씩 속상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글쓰기 버튼을 누를 맘 조차 사라져버렸지만, 그래도 전 PGR 좋아합니다 : )
그래도...뭐뭐 사이트 보단 낫더이다 ㅠ_ㅠ
-rookie-
04/11/30 15:07
수정 아이콘
요즘, Pgr을 원래 주인께 잠시 돌려주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사용하다 보니 청소도 쉽지 않고 가꾸기도 영 녹녹치 않아 보일때가 있습니다.
처음 이 마당을, 광장을 가꾸시던 분들이 정성스레 가꾸고 저는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았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04/11/30 15:23
수정 아이콘
이번에도 글 잘 읽었습니다. 비롱투유님.
지나가다말다
04/11/30 15:27
수정 아이콘
PGR의 색이 없어지는 것은 악연과 조연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주연들이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님들이 생각하는 PGR의 색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그 주연들이 패배했다는 것일 수도 있겠죠.

본문의 비롱투유님처럼 다시 고난과 역경을 향해 도전해 본다면,
진정한 주연으로 되돌아 올 수 있겠죠.
지난 시절의 향수에 젖는 것보다는,
당신이 주연이 되어 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예전의 PGR을 좋아해서 가입했지만,
악연과 조연에 대해 큰 거부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있기에 주연이 있기 때문이겠죠.
비록 엑스트라이지만,
이 마을이 좋아 PGR이란 마을의 거리를 오늘도 지나갑니다.

지나가다말다 카메라 앵글이 가리키는 곳을 잠시 보면서요.....

' 오늘은 무슨 씬을 찍고 있는 것일까?.......'
하늘치우
04/11/30 15:47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글이네요. 추천이요.
『 Slayers 』
04/11/30 15:59
수정 아이콘
저도 윗분들 말씀에 동감 합니다.. ㅡ_ㅡ;;
제가 예전에 보고 들은 PGR은 지금과 다른 모습인건 확실 했습니다.. ;;
가정문
04/11/30 16:02
수정 아이콘
정말궁금해서 그러는데...출현료가 맞나여 출연료가 맞나요?- _-;; 문법에서 손을뗀지가 오래되서
안전제일
04/11/30 16:12
수정 아이콘
출연료가 맞습니다.--;;;
출현료는 나타나서 주는 돈인가요...먼산-(농담입니다 농담.ㅠ.ㅠ)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관객이고 손님이어서..그저 아쉽고 조금 어색하고 마냥 기다려질뿐...입니다 전. 으하하하^^;;
04/11/30 17:07
수정 아이콘
이 글 보면서 백반형님이 생각나는 이유는 -.-;; "인생뭐있냐? 백반한끼하자"
영웅의물량
04/11/30 17:27
수정 아이콘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_-;;;
제가 처음에 눈팅을 시작한 그때.. 그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지금의 PGR이요.;
04/11/30 17:36
수정 아이콘
슬픈 영화의 비련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엑스트라의 하나다...

비운의 주인공 케릭이 아닌것에 안도하며 인생뭐있냐를 외쳐야하나..
고작 엑스트라 신세인것에 슬퍼해야하나....
비롱투유
04/11/30 17:37
수정 아이콘
쿨럭 -_-... 출연이었군요.
출현이라고 써놓고 먼가 어색했다는... 음허허허허
정말로 초등학교 다시 가야겠어요 ㅠ.ㅠ
04/11/30 17:42
수정 아이콘
요즘 영화 같은 것 보면 악역이 주인공인 경우도 있고..... WWE 로우나 스맥다운 봐도 악역이 챔피언이고......(저도 먼산~)
별수 있겠습니까. 인터넷의 특성상 많은 사람이 이용하면 할수록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지요. 좀 더 나은 PGR을 바라는 분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04/11/30 20:27
수정 아이콘
정말 지금의 pgr은 예전과 다르다고 느낄때가 많은데요.. 산적님말처럼 좀 더 나은 pgr을 바라는 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그게 정답인거 같습니다. 분위기는 결국 다수결이거든요.
저녁하늘의종
04/11/30 21:13
수정 아이콘
비롱투유님 글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_ㅠ
CoNd.XellOs
04/11/30 23:06
수정 아이콘
저에게 pgr은 인터넷에서 매너를 가르쳐 준 곳이죠 ^^
pgr에서 매너를 정말 많이 배웠는데. .
앞으로도 글 자주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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