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맵제작자 변종석입니다...

하루 만에 다시 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이렇게 이슈가 될 수도 있고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천천히 글을 읽어보니 제가 생각해도 조금은 흐지부지한 느낌이 있네요. 처음 글을 쓰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은데 정리는 안 되어서 저런 느낌의 글이 나온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제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드네요.

글을 쓴 가장 큰 목적은 아마도... 사람들이 말하는 맵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는 그것!!! 그것을 말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계속 잠자코만 있으면 과연 맵과 관련된 글을 제작자나 관계자가 듣고 있는지 의심스러워 할 수 있으니 잘 듣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논란이 되었던 사실을 정리해 보면 저는 온게임넷 직원은 아닙니다. 프리랜서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WCG나 게임TV(리그가 무산되어서 공개는 안했지만...) 맵도 맞았던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다른 곳은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텐데요. 직업은 따로 있습니다. 휴학 중인 대학생이면서 E-Sports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죠. 자세한 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맵 선정 방식이 질렛트부터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어쩌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지금은 그 과도기적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되어서 그렇게 해서 요렇게 된다!!! 고 정확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직까지 선이 정확하게 그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줄여야 겠습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맵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체계화되고 조금 더 전문적인 맵 제작 팀 혹은 기구가 만들어 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그 일원이 될 수도 있구요.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네요. 그 놈의 흥분이란... ㅡㅡ;;)

머큐리 이야기가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그 오묘함 때문에 세 종족의 밸런스를 맞추기란 정말 힘듭니다. 더욱이 세 종족 자체도 완벽한 밸런스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렵죠. 테란이 저그에게 조금 쌔고 저그가 토스에게 조금 쌔고 토스가 테란에게 조금 쌘 것이 사실입니다. 쌔다기 보다는 운영하기 편한 면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맵은 테란을 상대할 때는 저그가 조금 좋게 저그를 상대할 때는 토스가 조금 좋게 토스를 상대할 때는 테란이 조금 좋게 맞춰주면 밸런스가 잘 나옵니다. 하지만 세 종족이기 때문에 토스를 중심으로 밸런스를 맞추다 보면 저그 대 토스나 테란 대 토스는 맞을 수 있지만 테란 대 저그는 테란이 좋아지거나 혹은 저그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포비든 존같은 경우는 테란이 좋은 경우이고 레가시 오브 차같은 경우는 저그가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노스텔지어처럼 잘 맞는 밸런스를 갖은 맵도 있지만 이는 선수들이 만들어 간 것이 꽤 큽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전략이 나와서 해법을 찾게 되면 그 전략으로 승을 꽤 쌓을 수 있고 그 전략을 바탕으로 다른 전략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여지만 있다면 순식간에 데이터 상의 밸런스는 잡아갈 수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노스텔지어 역시 초반에는 저그 맵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 분석에 따르면 "맵 적응력이 저그가 가장 좋고 노스텔지어는 저그가 운영하기 편한 맵이다"고 결론을 냈죠. 하지만 저그 대 테란은 임요환 선수의 압박 테란이나 최수범 선수의 마인 조이기로 승수를 꽤 쌓았고 저그 대 토스는 한 때 7대 1까지 갔었지만 김성제 선수가 저그를 상대로 마치 리버를 테란의 탱크를 사용하듯이 운영해 승리를 많이 따냈습니다. 이처럼 종족 밸런스는 단순히 맵뿐만 아니라 전략에 따라서 그리고 그 때의 분위기에 따라서 많이 결정이 됩니다.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제가 말하고 싶었던 또 한 가지인 E-Sports와 관련한 네티즌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사실 어제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이 다수의 네티즌을 상대로 '서운하다'는 감정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잘 찾지 못해서 글이 흐지부지된 거였죠. 퇴근하고 집에 가면서 그리고 잠자리에 누워서 곰곰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감정을 갖게 된 이유가 뭔지? 그랬더니 불연 듯 '라그나로크'라는 맵이 떠올랐습니다. 진태도 역시 이 글을 볼 테니 (짬이 돼서 이제 부대에서 인터넷을 가끔 쓴다고 하네요... ^-^) 순간 '흠짓'하겠지만 절대로 맵을 비하하려 하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가끔 진태랑 이야기를 해보아도 라그나로크에 대한 미련을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밸런스가 무너진 것도 무너진 거지만 맵의 컨샙이 그대로 묻혀버려서 더 아쉬워하는 것 같더군요. 라그나로크는 머큐리만큼이나 테란 대 저그 전의 밸런스가 많이 무너졌고 부담을 많이 느낀 선수들이 자신의 주종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후에 패러독스 역시 그런 분위기는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라그나로크가 사용되던 그 때 즈음에는 지금과 분위기와 사뭇 달랐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리그의 규모가 크지도 않았고 마니아층이 두껍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인터넷 사이에서는 항상 치열한 논쟁이 있어왔죠. 지금처럼 말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끝도 없는 비난이나 험한 욕설 혹은 인격마저 모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때는 비난이나 비판 역시 영양가 있는 글들이 많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몇몇 사이트에 가보면 근거 없는 사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 빠지고 회의를 느끼고 할 것 같습니다. 다분히 저뿐만이 아니라 선수들이나 중계진들, 옵저버하시는 분 그리고 소위 말하는 표면으로 나타나는 많은 스텝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어 있는 사이트라 할지라도 선수나 관계자 혹은 중계진들이 남기는 글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전혀 없죠. (그러고 보니 pgr에서 재경이형의 글을 본지도 정말 오래 되었네요...) 하지만 그 관련된 모든 분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글은 모두 읽어보고 있을 겁니다.

라그나로크가 테란 대 저그 전에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그 때 당시의 네티즌들은 맵을 비하하기도 하고 제작자를 탓하기도 했지만 그 맵에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다분한 노력을 했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어떤 사이트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라그나로크에서 테란 대 저그전의 해법', '라그나로크에서 저그가 테란 잡는 법' 이런 식의 글이 참 많았었죠. 물론 그 중에는 말도 안 되는 것도 있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있었지만 제작자가 보면 자료도 되고 힘도 될 만한 글이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라그나로크는 이것만 고치면 된다...' 혹은 '라그나로크의 밸런스를 맞춰보자!!!'라는 글도 참 많았죠.

기억하시겠지만 홍진호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보여주었던 언덕 아래 성큰 전략은 이미 하루인가 이틀 전에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던 전략이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실인데 그 때 역시 저는 맵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맵과 관련된 글을 많이 읽었었죠. 상대의 앞마당에 해처리를 펴면 다 펴질 때까지 정찰이 안 되고 성큰으로 시간을 많이 끌면서 상대의 바이오닉이 내려오면 본진으로 병력이 난입하는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요환 선수가 기가 막히게 막아냈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습할 때 그 전략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서 전략이 사용된 건지 혹은 우연찮게 하나의 전략이 네티즌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비스름하게 만들어 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 만은 요즘은 정말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행여 라도 오프에서 보면 속된 말로 '다굴'을 당할 만큼 일부 네티즌들의 비하글은 심해졌고 또 그런 분위기는 점점 더 과장되고 있는 추세이죠. 리그는 팬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팬의 입장에서 스타리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이구요. 많은 분들이 안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밖에서도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지요. 함께 좋은 리그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네요.

흔히 말하는 악플러들 혹은 찌질이들(잘못된 표현이지만...)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저 뿐만이 아니라 관계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신경을 쓰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네 집 담벼락에 '너 그 딴 식으로 살지 마라!!!'라고 낙서를 해놓는다면 무시를 하더라도 뭔가 짠~ 한 감정이 남기 마련이지요. 스타리그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변종석 미틴 색히 또 디랄하네..."라는 익명의 답글을 남기기 전에 자신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듣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리그를 한 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

정화의 차원으로 글을 쓰려고 했던 건 아닌데 마지막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어제 남긴 답글을 보고 힘이 많이 되었고 자극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 열심히 준비해야겠죠. 남은 듀얼에서 선수들 좋은 경기 보여주길 바라고 응원하는 선수가 부디 IOPS 스타리그로 진출하길 바랍니다.

답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분들도 화이링입니다!!!


Rose.of.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