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1/22 11:20:01
Name Lunatic Love ㈜Solo
Subject 황제여. 그리고, 그가 땅에 흘린 눈물이여...

재수를 3번이나 해가며 한양대 성악과를 간 동창생이 있다.




일도 늦게 끝난데다가 위치도 잘못 알아서 무려 30분이나 늦게
도착한 그 친구 녀석의 졸업 연주회는 옛 생각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 -0- 연대 100주년 기념관이라고 했잖아...;;;;;
하기사 한양대 성악과 졸업연주회를 연대서 할리 없.....;;; 난 바보? -_-;;; -




그리고, 그저 일상에 빠진 내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녀석의 목에서 나오는
성악곡은 내겐 에덴의 동쪽으로 가는 성가와 같은 - 아테네의 신전에 울려퍼지는
신을 찬양하는 찬미가와 같은 - 나를 환상의 바다로 빠지게 하는 인어의
유혹의 노래와 같은 것이 었다.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
그 녀석은 피치를 최대한 올리며 부르다가 갑자기 속된 말로 삑사리를 냈다.



MP3로 녹음을 하던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 녀석이 아니다. 이런
사소한 실수를 자신의 곡조에 넣을 녀석이 아니다.




...




그 녀석은 울기 시작했다. 흘러 나오는 눈물을 멈추질 못했다.





피아노 연주를 하던 - 같이 연습을 봐줬던 교수님은 그것을 눈치챘는지
피아노 연주를 좀 더 힘있게 했고 그 어떤 곡 보다 아름다웠고


공허하게 느껴지던 - 차갑게 느껴지던 성악곡엔
그 동안의 시련과 연습의 고통이 보였고 성악에, 자신의 꿈에
최선을 다하던 그 녀석이 보여졌다.

그리곤, 곡이 끝나고 인사도 대충하고 자신의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인지
뒤돌아 발을 빠르게 안으로 옮겼다.




그 어떤 졸업생들보다 "브라보!! 브라보!!" 성원의 박수는 컸다.



아쉽게 겨우 한 곡 녹음 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친 나는
허탈하게 밖에 나왔다. 그리곤, 그 녀석의 동생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그 녀석. 그렇게 차가웠던 녀석이 감정을 드러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모님하고 외할머니, 할아버지. 친할머니. 증조할머니께서 오셨었는데요.
형이 노래부르기 전부터 우시고 계셨어요. "






아...난 맨 앞에 있어서...그래서 보질 못했구나.
그거 까진 보지 못했구나...



그분들께선 당신의 큰 자식이, 당신의 큰 손주의 노래소리가 그렇게
감동일 수 밖에 없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







우린 며칠전 무엇을 보았는가...




3패로 16강 떨어진다고 예상했던 이도 있었다.

8강에서 2승으로 진출하면 압구정에서 스트립쇼한다-_-며
그의 탈락을 장담하던 이도 있었다.

준결승에서 8배럭 타이밍 치즈러쉬로 승리한 그에겐 테러 수준의 글들이 날라왔었다.






결승전은 관계자를 포함에서 어떠한 이들도 그의 승리에 낙관하던 이는 없었다.



단지 황제라면, SlayerS_`BoxeR`라면...
무너져 버린 4대천왕의 아성을 지킬 단 한 사람일거라는


그 하나의 소망뿐이었다.




...


"임요환 GG!!!!!!!!!!!!!!!!!!!! "

그가 타임머신안에서 나와 본 것은 무엇이겠는가.






승자에게 승리를 축하해주고 제일 먼저 본 것은 무엇이겠는가.







...





성악을 하면서 고개를 돌린다거나 눈을 감는다거나 억지로 목이 매임을
참으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안된다.

내 동기 녀석은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눈물을 보며 - 나라면 처음부터
한 마디도 입을 띄지 못할 눈물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






그것을 참고 노래를 불렀다.

대견하다.










황제는 모진 비난과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며
괴물 iloveoov와의 전투를 했다.


모진 전투 후.
정신을 차리고 본 것은 무엇일까.

성원하던 팬들의 눈. 소리없이 멀리서 응원하며
VOD를 보던 올드보이-_-들의 눈. 그리고, 프로게이머라는 길을
조용히 돕던 부모님의 눈.



...



친구 녀석. 연주가 끝난뒤 사진을 찍을땐 한층 밝아 보였다.





최연성 선수도 임요환 선수도 아마 다시 차기리그에 나올땐
밝아 보일 것이다.



다른 선수들 모두 차기 리그엔 더 밝게 표정을 할 것이다.





영보이들. 학생들.
그들이 스타를, 스타 리그를 부모님의 성화에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그리고 나보다 더 큰 형님들이 스타를, 스타 리그를
형수님들의 모진 핀잔-_-에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닐까...









by Lunatic Love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도대체
04/11/22 11:38
수정 아이콘
첫 리플인가요?? 이런 가문의 영광이~~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한동안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던 게시판이었는데,
요즘 많은 분들의 따뜻한 글 덕분에 힘을 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04/11/22 11:43
수정 아이콘
그의 팬인 저는 아직 그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모릅니다. 아마 무엇을 이루려하는 그 사람조차도 그 것을 알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읆조림처럼 들려오는 한마디, "가고 가다보면 행하고 행하다 보면 언젠간 알 게 될 것이다."....이 세상 우리가 무슨 진실을 원하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길을 가는 것만큼 크나큰 진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제가 좋아하는 게이머선수들 열심히 앞으로 나아 가십시요. 당신들이 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저희도 항상 옆에서 걸어갈테니까요....
04/11/22 11:55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그가 왜 눈물을 흘렸느냐를 묻기보다 옆에서 가만히 그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rownEyes
04/11/22 12:41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하늘 한번 보기
04/11/22 12:42
수정 아이콘
어느 남자가 지갑을 도둑 맞고 세가지를 감사했다고 합니다.
첫째는 돈만 잃어버리고 목숨을 잃어버리지 않았음에
둘째는 그날따라 지갑에 돈이 얼마 없었음에
셋째는 돈을 훔쳐야 하는 사람이 아니고 돈을 잃어버릴 수 있는 사람인 것에

결승전을 보며 그에게 감사했습니다.
- 비록 졌지만 멋진 경기였음에...3:0으로 끝나지 않았음에...
- 그가 무대 아래서 동료를 바라보는 선수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멋지게 경기하는 선수임에
- 참고 참고 또 참기만 하던 그가 가장 큰 무대위에서 마음을 표현했음에...눈물을 흘렸음에...
-rookie-
04/11/22 12:54
수정 아이콘
다음 리플은 추게에서 달겠습니다. ^^
미친여자친구
04/11/22 13:25
수정 아이콘
(2004-11-22 13:22:57)
좋은 글입니다.
그분이야기라 아주 조금만큼 지겨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swflying
04/11/22 14:19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 추게로~~
04/11/22 14:34
수정 아이콘
음.. 저도 어제 졸전이 끝났는데, 미친듯이 공들여서 하고났는데도.. 하고나니까 정말 허탈하더군요. 그간 과전체의 모든 아이들이 단합되기도 했구요, 일주일에 열시간도 안되게 자기도 했었습니다. 승부를 요하는 작업은 아니지만.. 승부라면 나와의 승부겠죠. 그런 순간순간에도 나에게 느껴지는 것들은 있으니까요. 과정의 중요함도 깨닫는 순간이 었죠..

결승전을 보고 나서도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승전을 치루고 난 선수들도 모두 허탈할듯 했습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했죠.. 고독이 가장 큰 적이었을수도 있습니다. 임요환선수의 눈물도 자기에게 만족감을 얻지 못한 허탈한 느낌일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들이 밟아온 ever스타리그의 과정을 보고 싶었습니다.
5판 3선승, 3판 2선승, 풀리그에서 재경기까지.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경기를 치르고 명경기를 산출하며 결승에 올라온 최연성선수..
16강에서 탈락할것이다, 8강에서도 탈락할것이다, 4강에서 임진록의 치즈러쉬가 뭐냐...등등의 비난들..누구보다 이번 스타리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을듯한 임요환선수..
그 과정을 보고 있으려니까 결승의 승자와 패자의 태도.. 모두 이해가 될수밖에 없드라구요. 씁쓸했지만 역시 다음 경기에 두분모두 웃으면서 나타나시리라 생각합니다.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추게로 가도 좋을꺼같아요+_+)
04/11/22 14:51
수정 아이콘
간신히 맘을 가다듬고 있는 제게 다시 울컥 하게 만드시는군요..ㅡㅜ
저도 추게로..한표입니다.
Cool-Summer
04/11/22 15:08
수정 아이콘
박서의 눈물을 보면서
당분간은 스타를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접어야 겠구나......했었습니다....
헌데 님의 글을 읽어보니 그러면 안될 것 같네요^^
더 열심히 보고 하면서 응원해줘야겠습니다...
주말 내내 나를 우울하게 하던 박서의 눈물.......여전히 가슴이 아픕니다
04/11/22 15:09
수정 아이콘
저또한 간신히 추스리는 맘에 다시한번 쿨럭...;;;
웃으면서 울수있는 이 아름다운 자유...;;
04/11/22 15:35
수정 아이콘
한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면 그 사람을 비워내기가 너무 힘든거 같아요.
첫사랑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것처럼..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첫사랑은 소중하니깐...
나야돌돌이
04/11/22 16:08
수정 아이콘
그 첫정이란 것이 참 무서운 모양입니다
이 나이 먹고도 겨우겨우 추스리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한때 박서의 전성기 시절 박서의 성적이 떨어지면 다른 선수를 응원하게 되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홍승식
04/11/22 18:18
수정 아이콘
저역시도 추게로 한표..
아케미
04/11/22 18:58
수정 아이콘
끊을 수 없는 이유를 너무도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는군요. 추게 한 표요~ ^^
Daydreamer
04/11/22 19:34
수정 아이콘
이 글이 아니었으면 오늘 PGR 회원 탈퇴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낭만드랍쉽
04/11/22 19:44
수정 아이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철저하게 자신의 약점을 노출했고,
그 노출된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연성 선수에게 패했습니다.

그는 결코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120%까지 끌어올려 극대화 했습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고, 예상하기도 힘든걸 보여주었습니다.
3경기의 아쉬운 패배가 없었다면 3:1로 이겼을겁니다.

이글을 다시 읽는순간 또 다시 슬퍼지네요.
1, 2, 3 경기 그렇게 포석을 깔고, 승리에 종점을 찍기위한 전략을 펴보였는데..
3경기의 너무 아쉬운 패배가 그의 눈에서 눈물로 흐른걸로 보였씁니다ㅠ ㅠ

아자아자!! 박서 화이팅!!! 성악가 친구분도 화이팅!!!!
인생명랑주식
04/11/22 20:44
수정 아이콘
다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추게 추천한표요.
구루미
04/11/22 21:05
수정 아이콘
글 감사히 잘 읽었어요...
박서 화이팅!! 글쓰신 님도 화이팅!! 덩달아 저도 화이팅..^0^
04/11/22 22:28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를 좋아하고, 저역시 부모님과 마찰이 심한데 끊을수 없는이유....-_- 임요환선수 덕분이죠........ㅠ_ㅠ 앞으로 힘내시길!
iloveoov
04/11/23 00:43
수정 아이콘
정말 로그인하게 만드시는군요.....제가 98년도부터 스타를 해서 아직까지 끊지 못하는 이유는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그의 승패를 떠나 그가 보여준 것들에 대한 각인이 너무나도 크게 자리잡혔기 때문입니다....아...추게로 한표!!
Endless_No.1
04/11/23 09:46
수정 아이콘
So Good~
마그리트
04/11/23 14:04
수정 아이콘
감동 ㅠ.ㅠ
저녁하늘의종
04/11/23 22:16
수정 아이콘
이미 마음의 정리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울컥.. 하네요-_ㅠ

추게로.. 역시 한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43 비프로스트의 징크스는 계속 이어지는가.. [14] ChRh열혈팬4993 04/11/24 4993 0
9242 눈물을 보인다는 것.... [19] 낭만메카닉3673 04/11/23 3673 0
9241 결산! EVER 스타리그!-2 [9] kama4298 04/11/23 4298 0
9240 잊어요. 잊어야만 돼요... (오타수정) [15] 요린★3378 04/11/23 3378 0
9238 교사, 약간은 거만한 일부. [72] 내 머리 속의 5817 04/11/23 5817 0
9237 결산! EVER 스타리그! [17] kama6746 04/11/23 6746 0
9235 그는 비록 울고 있지만 나의 영웅이며 테란의 황제였다... [6] 김찬석3634 04/11/23 3634 0
9234 삼성.. 그들의 투자를 어떻게 보십니까? (제목수정) [59] 적 울린 네마리6643 04/11/23 6643 0
9232 스타크래프트를 끊으려 합니다... [21] 저그맨5378 04/11/23 5378 0
9231 스토브리그를 바라보며 (지오) [16] relove4687 04/11/22 4687 0
9230 [후기] 최연성의 시점에서 바라본 EVER OSL 결승전 [12] nodelay4811 04/11/22 4811 0
9229 상근이지만 엄청난 압박감이네요 T_T [30] OOv5487 04/11/22 5487 0
9226 포 더 호드~! [23] legend4005 04/11/22 4005 0
9225 스타리그 주간 MVP (11월 셋째주) ... 최연성 [17] nting4304 04/11/22 4304 0
9223 스타크래프트 만다라 [4] 총알이 모자라.3293 04/11/22 3293 0
9221 떼쓰는 어린아이... [17] 총알이 모자라.3582 04/11/22 3582 0
9220 nba 폭력 사건의 징계 확정("격투기 in 오번힐스") [19] 임정현4157 04/11/22 4157 0
9219 황제여. 그리고, 그가 땅에 흘린 눈물이여... [25] Lunatic Love ㈜Solo6898 04/11/22 6898 0
9218 한 가수가 너무 그립네요 .. [53] OOv6436 04/11/22 6436 0
9217 궤변론적 관점에서 본 에버스타리그 순위 [11] 지나가다말다4712 04/11/22 4712 0
9216 게임팬, 우리가 남이가 [22] 해원5053 04/11/22 5053 0
9215 이런 빅딜은 어떨까요... [14] DR.jekyll3942 04/11/22 3942 0
9213 조용호 대 김근백 [21] traviata3683 04/11/22 368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