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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1/20 00:02:23
Name 비오는수요일
Subject 결승당일 : 24:00 / 00:00
my message 35

'봤어?'
'응'
'볼거야?'
'응'
'나 낼 대전갈건데, 넌?'
'응'
'자슥이...응이란 말만 하네?'
'...응...화장실이라서...'

3,4위전을 보고 참았던 생리현상을 해결키위해 화장실에 있는데, 친구녀석이 전화를 했습니다.
내일은 회사 휴가를 내고 대전에 올거라고 합니다.
저나, 그친구나 모두 대전에 본가(本家)가 있기에, 다른때와는 다르게 별 부담 없이 결승전을 보러 가기로 했나봅니다.

'야, 자동차 전용극장에서도 볼 수 있대. 거기서 보자 우리'
'그래'
'이번에 울 조카 수능 끝났잖아. 그 녀석도 같이 데려갈거야.'
'그래'
'아씨, 결승전도 좋지만, 우리 정석이 아쉬워 죽겄다 정말... 너만 살판났네? 눈에 넣어도 안아퍼하는 친구가 결승진출해서?'
'그래. 하지만 진호땜시 맘 아프기도 하다'

옆에서는 벌써부터 아내의 '눈동자 없애기 신공'과 '오리입술 흉내내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오랫만에 처가를 와서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이것저것 하고싶은게 많았나본데, 이미 화려한외출을 선포받았기에 뭐라고 말은 못하고....
미안한 마음에 멀뚱히 앉아있다가 기껏 한마디 던졌습니다.

'알지? 내가 스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 친구를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지'
'열부(烈夫)났네....'
'......모레 교회가자.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예수님이 퍽이나 기뻐하시겠다? 흥정의 대상이 되셔서?'
'......'

평소 착실한 신자이자, 전도의 1순위를 나로 여기던 아내와 아내의 가족들이었기에 기껏생각해낸 말인데, 결국 아내의 화만 더 돋우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가만이 있는것이 어색해 서성이고 있는데, 장모님이 피시방이라도 갔다오라고 하셨습니다.
이왕 이렇게된거 하면서 뒤도 않보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처음으로 직접 가보게될 스타리그 결승전이라서가 아닙니다.
내가 그리도 한결같은 마음을 보내왔던 그 친구의 결승행이라서도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서있는 그 친구가 대견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나에게 자극을 주는 그 친구가 고맙기 때문입니다.

승리했을때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상대선수를 안아주는 모습이 보고싶습니다.
비록 패배할지라도 더욱더 환한 미소로 상대선수를 축하해주는 모습이 보고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그 누가 뭐라해도,
나에게 'Boxer'는 한결같은 존재입니다.

후회없는 승부를 기원하며....

*대화를 그대로 옮기다보니, 선수의 호칭을 안붙였습니다. 혹시 불편하셨던분들, 이해해 주십시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응원해보기는 처음이군요. 오늘은 그러고 싶은 날이었나봅니다. 역시 불편하셨던분들, 이해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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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토
04/11/20 00:04
수정 아이콘
오오... ...........그리고 오늘...
박서 화이팅 입니다.
04/11/20 00:07
수정 아이콘
이 나이에 "거짓말"까지 하며, 휴무를 바꿔서 내일 저도 갑니다.
박서가..마지막에 웃기를..간절히 기원합니다.
박서 화이팅!
마음속의빛
04/11/20 00:42
수정 아이콘
치터 최연성 선수를 응원해봅니다.
누가 이기든, 경기 결과가 서로에게 만족스러웠기를....
승자, 패자 모두 웃으며 껴안으면 좋겠네요.(악수라도..)
04/11/20 00:42
수정 아이콘
이 나이에 걱정되어서 잠이 안 올 지경입니다. 요즘 그 녀석, 여기 저기서 하도 "까이고" 다녀서, 제가 다 맘이 아픕디다.
자기 갈 길, 자기 할 일 잘하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버텨만 주는 것도 대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욕심 좀 내야겠습니다. 그래서 저력이 뭔지, 노련함이 뭔지, 원숙미가 뭔지 제발 좀 화끈하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대전까지 가서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저 조용히 서울에서 응원하렵니다. 실컷 비웃고, 실컷 폄하했던 무리들에게 멋지게 한방 날려줄 녀석의 짜릿한 승부를 기다리면서!
내일은 녀석이, 황제가 멋지게 돌아오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SlayerS_`BoxeR` Fighting!!!!
적 울린 네마리
04/11/20 01:19
수정 아이콘
작은 에피소드인데 너무 감칠맛나고 ..한편 부럽습니다.~
낼 결승전 후기 올려주시고 모레는 꼭 교회 가세요~~

전 그 친구와 붙는 괴물께 응원 보내겠습니다.^^
그리운 아키텍
04/11/20 02:58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예요. 그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와서 뭉클해집니다.

저두 이 나이에 걱정되서 잠이 안옵니다. 생각만 오락가락..

연성선수 포스가 장난아닌데 이길수있을까....
에이, 그래두 boxer인데 괴물을 꺽을 전략을 만들어올거야....

아냐 아냐, 이번 결승전은 시간이 너무 없었어....여러가지 사건 땜에 준비할 시간이 더더욱 없....
뭔소리야, 그래도 boxer가 이길거야... 다시 한번 우뚝 설 거라구

맞고 긁히고 처절하게 생채기 난 몸을 이끌고 그자리에 다시 한번 우뚝 설거야. 누구보다 당당하게.
그는 boxer 이니까!!!! 그를 믿어.
하늘호수
04/11/20 08:18
수정 아이콘
참 대견한 젊은이죠. 그를 보고 많은 것을 배웁니다. 후회없는, 멋진 경기 기대하겠습니다. 더불어 그에게 승리의 기쁨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하늘 한번 보기
04/11/20 09:23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그렇게 까이지만 또 이렇게 응원하는 팬들이 있기에
그 친구가 아직 거기에 서있는가 봅니다. ^^
나야돌돌이
04/11/20 09:35
수정 아이콘
박서의 올드팬이라면 다 이심전심이실듯해요
민망한 말씀이지만 전 이 나이에 박서의 중요 경기 때 우황청심환까지 복용할 정도입니다....-_-;;;

암튼 박서 화이팅!!!!!!!
메딕아빠
04/11/20 11:20
수정 아이콘
^^...모두의 애정이 묻어 나는 듯 하네요...^^

박서...oov...
같인 팀이지만...선의의 경쟁에 양보는 없을테니...^^
당연...멋진 경기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자...다들 준비하세요...6시간 40분 남았습니다...^^v
04/11/20 11:41
수정 아이콘
누가 뭐래도, 그 누가 뭐라해도,
나에게 'Boxer'는 한결같은 존재입니다.
--------------제맘속 이야기....
한껏 애정이 묻어나는 좋은글입니다...
어쨌든...박서 파이팅~!
와룡선생
04/11/20 11:53
수정 아이콘
누군가 예전에 했던말이 생각나는데요..
괴물을 잡을 사람은 임요환뿐이라고..
누가 이기던 누가 패하던 결승에서의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란게
더욱더 경기를 기대하게 되네요..

어제 회식에서 술을 마니 마셔서 머리가 아픈데 빨리 정신 차려야지..ㅡㅡ;;
산너뫼
04/11/20 12:00
수정 아이콘
박서의 스타리그 결승전이라니 ...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것도 7승1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결승진출 했는데 이번엔 꼭 우승해서 아직은 건재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고하시기 바랍니다. 박서 ! 화이팅 !!!
아줌마메딕
04/11/20 13:32
수정 아이콘
오늘은 저두 우황청심원을 복용해야 할것 같습니다.
박서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기는 글이네요. 오늘 꼭 좋은 일 있을겁니다.
아케미
04/11/20 13:38
수정 아이콘
5시간도 채 안 남았네요. 임요환 선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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