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1/17 17:22:15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아주 먼 곳의 목소리

안개가 짙은 아침이었다.

문을 나서면 보이는 커다란 포플라 나무들이 안개에 젖어 가벼이 떨고 있다.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분명 춥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파랗게 매달린 나뭇잎들 때문인가.

차라리 헐벗은 한겨울의 삭풍은 견딜 만 할 것이다.

무엇이 시작되기 전이 가장 두려운 것처럼 포플러 나무들에게도 지금이 가장 힘겨운 시기

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을 준비하기엔 나뭇잎들의 싱그러움이 아쉽고, 싱그러움을 간직하기엔 겨울바람은 너

무 매섭다.

이젠 나뭇잎들을 모두 떨구고 뿌리와 줄기들에 영양을 모아 한겨울의 삭풍을 온몸으로 견

뎌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자연의 섭리는 서서히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있다.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마음껏 음미했다면 그 여름의 열기를 고이 간직해 겨울을 견디

는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름의 그 긴 햇볕에 취해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뿐인가 보다.

가을도 다 지쳐버리고 겨울이 문 앞에 이르러서야 게으른 감각들이 춥다고 아우성을 친다.

언제나 한결 같기만 한 것 같은 삶의 모습도 가만히 돌아보면 너무도 많은 그림자들 속에

갇혀있다.

그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은 언제나 준비하라 친절히 말을 하지만 나는 안일한 모습으로 때늦은 후회에 묻혀 삶

의 지혜를 이해하지 못했다.

벽돌을 쌓아 올리듯 하나하나 준비하는 모습이야말로 삶의 지혜이며 본질이다.

아주 먼 곳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면 또다시 힘차게 약동하는 계절이 올 테니 이제 준비하라고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하지만 먼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보단 당장에 시린 바람을 피하는데 급급한 삶을 살

아가고 있다.

이제는...

겨울은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봄을 준비해야겠다.

그것이 내 삶에 대한 예의리라...


오늘 수능을 치른 많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수능은 하나의 과정일뿐 입니다. 오히려 더 많은 노력과 수고를 요구하는 시절이 여러분 앞에 놓여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푹쉬시더라도 자신을 스스로 단속하고 추스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작은 준비를 하시면 좋겠습니다....쓰고 나니 건방진 느낌...--;;  어쨋든 수고하셨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케미
04/11/17 18:36
수정 아이콘
휴우… 수능도 안 본 제가 한숨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요. 하지만 힘내야겠죠? 글 잘 읽었습니다.
04/11/17 19:17
수정 아이콘
수험생 분들 모두 대박 나셨길! ^^
피그베어
04/11/17 22:12
수정 아이콘
어떻게 되셨건 푹 쉬세요. 그동안 힘드셨을테니.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062 끝났습니다. [12] The Drizzle3189 04/11/17 3189 0
9061 Sky Pro League 2004 - 3 Round - 타이틀 영상 [31] kimbilly4602 04/11/17 4602 0
9059 아주 먼 곳의 목소리 [3] 총알이 모자라.3322 04/11/17 3322 0
8772 피지알 서버 이전 및 접속 장애 안내 [9] canoppy5331 04/11/04 5331 0
9058 영세구단에 연습생 난을 줄이는 방안 [13] 양동원3925 04/11/17 3925 0
9057 EVER스타리그 결승전 예고편 [28] OnePageMemories4496 04/11/17 4496 0
9056 차기 시즌 맵은.... [32] BaekGomToss3664 04/11/17 3664 0
9055 [잡담]워3리그.. 예,살리긴 살려야죠 [19] 김우중3386 04/11/17 3386 0
9054 E-sports가 선수를 죽인다. [25] SonOfDarkNess4313 04/11/17 4313 0
9053 [펌]한빛 이재균 감독 연습생 선발에 진땀. [12] 마리아4487 04/11/17 4487 0
9052 MBC GAME TEAM LEAGUE OPENING [49] OnePageMemories4407 04/11/17 4407 0
9050 듀얼토너먼트 대진표 예상 [30] Altair~★5152 04/11/16 5152 0
9049 최단 기록 경기가 경신됐습니다...(약간의 스포일러) [16] 내 머리 속의 5183 04/11/16 5183 0
9047 올 해 수능 문제 또 유출되었나 보네요. [28] 바카스4707 04/11/16 4707 0
9046 생뚱맞은 글하나 써봅니다 ^^(그렇다고 이상한글 아닙니다;;;) [7] 사탕발림꾼3315 04/11/16 3315 0
9045 프리미어 통합 챔피언 결승 저그 대 저그 가능성 큽니다. [37] 반지의제왕4140 04/11/16 4140 0
9044 마지막 프리미어 리그의 경기 배치에 관하여. [12] 마동왕3175 04/11/16 3175 0
9043 방송사 규정을 제대로 지켜주셨으면 합니다.[또 수정 ㅠ..ㅠ] [61] 테란유저4545 04/11/16 4545 0
9041 바둑의 대국방식을 스타에 도입한다면.... [3] 이창우3380 04/11/16 3380 0
9040 임요환 선수의 부전패 사건때 나도현 선수의 기절 사건이 생각난 것은 저뿐인가요??? [22] 임정현6152 04/11/16 6152 0
9039 [잡담] let's get rid of the cyber identity of ourselves. [8] 하와이강3966 04/11/16 3966 0
9038 엽기적인 그녀에서 처럼.......... [6] 아이러브스타3167 04/11/16 3167 0
9037 이제것 노력해왔던 것만큼. [23] 대세를향한미3277 04/11/16 327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