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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1/14 18:38:00
Name
Subject 그들은 프로니까. 아니,겨우 프로에 불과하니까.
이것은 감정의 문제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절친한 친구와 스타를 합니다. 3경기 연속 벙커링을 들어가나요?
아닙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지요.
하지만. 홍진호와 임요환이라는 두 사람은 프로일 "뿐"입니다.
아주, 잠시나마.
임진록이라는 이름에, 뭔가 두 사람의 경기에는
프로라는 이름을 뛰어넘는, 어딘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원천이 있다고
모두들 믿어버린 것뿐입니다.
글쎄요. 두 사람이 정상의 정상만을 딛고 고공비행하고 있을 무렵에는
아마도, 그런 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먹튀, 정전테란, 한물간 황제..이런 불명예들로부터
임선수는 더이상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그 두 사람의 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더라도
홍선수 역시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겠지요.
또한, 벙커링이 아닌, 뭔가 다른 방법, 소위 정면돌파라는 방법이
좀더 오연한, 황제다운 대처였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군요.
단지, 임요환 선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사람들이
예상 외로 많았던 것뿐이겠지요.
그의 화려한 드랍십이 다시 날아오르는 광경을,
줄지어 늘어선 팩토리에서 일제히 몰려나오는 기갑부대의 모습을,
요즘 잘 나간다는 TV드라마에서의 학익진을 구현해내는 그의 보병부대를,
그런 모습들이, 다섯 경기 내내 펼쳐지기를...
다른 형태의 말과 감정을 주고받는 게시판에서의 모습들도
결국은 그 황제의 재림을, 폭풍의 현신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벙커링이라는, 우리 "아마추어"들이 보기에 조금 치사해 보이고,
조금 비겁해 보이고, 뭔가 우리에게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이 쓰면 안 될것만 같은
그런 "금단의 사술" 이 펼쳐지는 것에,
그의 승리에 조금의 오점도 남아서는 안 될 것만 같았던
그런 사람의 손에 거리낌 없이 펼쳐지는 것에,
어쩌면 우리는 조금 , 아주 조금 가슴아팠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프로니까. 우린 소리내어 말할 권리도, 아니, 이유도 없겠지요.

이유는 없지요. 그래서 소리내어 말하지도 않아요.
가슴을 에이는 이별 언저리에서,
왜 우리는 소리내어 울지 못하나요.
어째서 꺽꺽 숨죽여 아린 눈물들을 속으로만 삭혀내나요.

그앤 내가 좋아서 사귀어 줬을 뿐이고, 이제 싫어졌다는데 무슨 이유로 잡겠다는 거야?

애이불비라 했던가요. 당신의 말이 맞군요.
어떤 이유로, 무슨 휘황찬란한 논거로 내가 그녀의 떠나갈 "권리"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읽는 그대들이 지금 떠올리는 생각들은 무수히 많겠지만
그대들이여, 과연 이별 앞에
당신들은 얼마나 오연할 수 있었나요.

어쩌면 우린, 고작 연애관계일 뿐이라는
초라하기만 한 현실이 싫어서,
서로의 반사광들로만 빛나는 달이 아닌
자신의 가슴 안쪽에서 비치는 태양을 믿고 싶었던 건 아닌가요.
조금 더 따스한, 조금 더 밝은, 조금 더, 조금 더.
내가 믿기 싫었던 차가운 귀가길의 달빛들보다 조금 더.....

그래요.
그들은 프로이니까. 라고 말하지 않아도 좋아요.
프로에 불과하니까. 라고. 이제 그들의 냉엄한 현실을 인정해 주세요.
더이상  그들에게, 우리 서로에게 소리치지 않아도 좋지 않나요.
그들은 프로니까. 어떤 이유도 논리도 우리가 그들의 승부에 소리칠 권리를 부여해 주지 못하니까.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승부하기를 요구할, 어떤 권리도 말이지요.

우린 지금, "황제"를 끌어내리려고, 혹은 그걸 막으려고 싸우는 게 아닙니다.
단지,
제일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서 밝고, 그리고 따뜻한 휘광을 두르고 서 있던 내 마음 속의 황제에서,
이젠 차가운 현실 속의 황제로 걸어내려가는 그의 뒷모습이 서글퍼서,
그걸 막을 권리가 없는 우리 스스로가 서글퍼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뿐일지도 모른다고,
가끔, 아주 가끔. 생각해 보곤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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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스
04/11/14 18:43
수정 아이콘
음... 오연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추측이건데. 오열을 오타하신게 아닐지....
04/11/14 18:4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04/11/14 18:47
수정 아이콘
글 잘 보았습니다.
임진록의 기대는 확실히 이성의 범주를 벗어난 그 무엇이었고, 과열된 그 분위기에 비해 게임은 싱거웠죠.
하지만 그뿐입니다. 수많은 온게임넷 4강 경기들 중의 하나일 뿐이고, 솔직히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실망감, 허탈감 등의 '감정'은 잊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래서는 안될 수도 있지만, 워낙 인터넷 여론이 그런것을 많이 봐서요. )
남는 것은 '현실', 그것은 글쓰신 분의 정의인 '프로로서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해결가능성 있는 분야인 종족상성과 맵 밸런스 쪽에 맞춰지길 희망합니다.

글쓴 분의 '밝고 따뜻한 휘광의 황제'는, 처음부터 임요환선수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엔 판이 너무 커졌고, 팬들도 적응해가야 한다고 봅니다.
04/11/14 18:47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 님//
오연... '슬픔 앞에서도 의연하다' 할 때의 의연과 대충 비슷한 뜻이 아닐지. ^^;
오타는 아니신 것 같구요.

첫 줄처럼 결국 감정의 문제라는 데 동의합니다.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크다... 결국은 그 얘기인 것 같아요.
04/11/14 18:54
수정 아이콘
파포를 보고 있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임요환 팬들을, 소위 말하는 임빠들이 밀어붙여 이 위클리 엠브이피를 임요환 선수가 또 되겠지 하면서......

욕하면서 포인트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우려하면서, 김동진 선수에게 주더군요.

그들은 어차피 임빠들이 머릿수가 많으니 개념없는 그들이 또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머릿수로 밀어붙일지도 모르니 우리들끼리 단결하자고......

심지어는 단순히 그가 싫다는 이유로 아니 그들이 싫다는 이유로 상관없이 투표를 하거나 매도 하는 것을 보면서......

서로서로 뭉치면서 완전히 악의 축으로 몰고 가더군요.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임요환 선수가 아닌 김동진 선수가 되었지요.

그들이 스스로 임빠들이 머릿수가 많아서 머릿수로 밀어붙일 거라는 생각이 왜 통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이 스스로 주장하는 개념없는 임빠들이라면 말이죠......

그러면서 정의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그들을 보면서 경기도 보지도 않았으면서 서로서로 뭉치면서 까기 신공에 들어가는 그들을 보면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일까요?

누구의 잘못일까요?

투표는 순수히 자기 맘으로 투표를 하거늘 그것마저도 강제하면서 임요환을 투표하든 김동진을 투표하든 자기 맘이거늘......

특정선수를 투표하면 빠라 몰아붙이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누구의 잘못인지 생각하게끔 듭니다.

소위 말하는 마녀사냥도 생각이 납니다.

김동진 선수 Weekly Mvp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 보여주시길 기대하면서

소위 말하는 개념없는 임빠의 코멘을 마칩니다.
04/11/14 19:04
수정 아이콘
Nerion 님//저역시 마녀사냥이 좀 떠올랐습니다;
물론 김동진선수의 플레이는 훌륭했지만, '일부' 표들은 순수한 그의 플레이에 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임선수에 대한 반감'이었기에 씁쓸하군요.
死の灰
04/11/14 19:18
수정 아이콘
Nerion 님// 님의 글에 절!대! 동감합니다. 저도 이런 주제로 글을 올리려 했으나, 글을 잘 쓰지 못하고 제가 의도하는 바가 제대로 전해 질지가 두려워서 글쓰기를 시도하다가 결국에는 못 썼습니다. 소위 말하는 임빠들을 욕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과연 욕할 자격이 있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어디 부터 이렇게 잘 못되었는지 참 씁쓸한 따름입니다.
04/11/14 22:03
수정 아이콘
Nerion 님// 임선수에게 표 몰아준 '임빠'분들의 행위는 정당하다고 보십니까? 김동진 선수 게임 보셨습니까? 임요환선수 세게임과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이 많군요
04/11/15 00:03
수정 아이콘
정말로 임선수의 팬이 몰아준다고 작정했으면 임선수의 압승이죠.

그러나 수많은 임선수의 팬들은 투표를 안했습니다. 파포 가보니 약 2만명정도가 참가했다고 하더군요.

드랍동 회원은 50만명인데 활동하고 있는 사람만 쳐도 5만은 가볍게 넘을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님들이 몰아붙이는 임빠들의 몰아붙이기식의 논리가 더이상 안 통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상당수의 팬분들은 투표 안했습니다.

투표 제대로 보시고 말하시길.
SummerSnow
04/11/15 06:57
수정 아이콘
넬리 님//
'임요환 선수 팬' 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팬은 임요환 선수에게로 몰아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음.. 제 의견은..
아. 또, 제가 아래 어느 덧글에서도 말했지만,
포스는 임요환 선수쪽이 더 컸다고 봅니다.
솔직히 김동진 선수 멋진 플레이 보여줬지만,
이번 스타리그에 힘입어서(?) 더 그렇게 보이는거라고 생각됩니다.
(마침 박성준 선수와 레퀴엠에서의 경기였죠..)

전 그렇게 많이 봐왔던 힘싸움 경기보다,
이런 필승의 전략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이런 포스를 느낀 건 박정석 선수의 비프로스트 전략 이후 두번째;)

덧.
아.. 그리고..
코멘트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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