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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26 01:20:06
Name lovehis
Subject 프로토스 유닛 예찬
  별로 재미없고 딱딱한 글 이지만, 이 글을 읽기 전에
!!이것 꾹!! 을 읽으시면 조금은 재미있게 보실 수도 있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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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을 잃어버린 두억시니(1)와 같이 비 정상적이고, 일탈 적이며, 비 상식적(2)인 당신
들의 모습을 보며 난 참을 수 없는 동정과 연민을 느끼지만, 당신의 당신을 버린 신을
향한 헌신과, 그 끝없는 산술적, 수치적인 탐구에서 오는 조합의 강함(3)은 나를 불타오
르게 하기 충분 합니다.

  수 천년 전 Masada(4)에서의 피로 약속한 맹세를 아직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 난 나의 곧지 못한 심성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됩니다. 살아서는 당신의 간을
탐하는 저 탐욕스러운 독수리무리(5)가 살고 있는 기계로 이루어진 숲을 방황하고, 죽어
서는 당신이 아닌 또 다른 당신의 모습으로, 자아를 버려야 하는 당신...(6) 그건 단순히
핏빛 맹약으로는 설명 할 수 없는 당신에게 주어진 운명이겠죠? 그런 슬픈 운명을 타고
난 당신에게 나 한마디 위로를 한다면, 당신의 그 무모한 돌진은 약속된 승리를 위한 행
진 이라는 것을 당신이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죽어서도 자신의 왕을 지키기 위해 흙 인형으로 변해 갔던 진용(7)을 기억 한다면, 그
숨겨진 슬픔도 기억 해야겠죠? 당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용기병(8)으로 태어난 당신은
누구에게나 약속된 휴식도 허락 되지 않은, 구천을 떠도는 슬픈 영혼이라는 것을 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도, 자신의 의지도, 심지여 자신의 목소리도 날카로운 기계음
으로 변한 당신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렇게 당당하고 소리 높여 부르던 신의 이
름도 이젠 확실히 발음 할 수 없어진 당신... 당신의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둔해져만 가
는 당신의 신경을(9) 비웃는 무리들을 보며 당신을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그러나 너무
걱정 마세요, 당신의 행진(10)이 시작된다면, 당신을 비웃던 그 모든 무리들은 당신이
만들어낸 공포에 숨을 멈출 것 이니까요.

  신조차 숨기고 싶어하던 비밀의 폭로자... 그 모든 비밀을 알고 있어서 일까요? 차원의
틈 속에 숨어 쓰러져 가는 당신의 동료를 보며 그들이 원하는 작은 도움조차 줄 수 없어
슬퍼하는 당신의 모습(11)은, 상황에 틈바구니에 차여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비극의 주인공 같습니다. 전장에서 싸우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수치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 이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없다면 기계 숲을 방황하는 당신의
동료들은 곧 어둠을 맞이할 수 밖에 없겠지요. 당신은 무능하고 수치스러운 비밀의 폭로
자가 아니라, 꼭 필요하고 영광스러운 대양 한가운데 있는 든든한 등대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무엇이 타인의 행복을 빌며, 축복을 내려야 하는 성스러운 당신의 손(12)을 핏빛 죽음
을 내리는 죽음의 무기로 변하게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당신이 그렇게 기도
하는 이미 당신을 떠난 신의 의지겠지요. 잃어버린 신을 찾기 위한 당신의 노력이 당신
을 전장의 공포로 만들었나요? 그렇다면 난 당신을 버린 신을 탓하겠습니다. 하지만, 당
신은 절대 그렇지는 않겠지요? 그건 당신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순응의 문제니까요.
이 긴 전쟁이 끝나면 당신은 알 수 있을까요? 왜 당신의 신이 당신을 버렸는지, 과연 당
신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그 때까지 당신은 눈물을 흘리며 당신 앞길을 막아선
그 모든 자들에게 죽음이 축복을 내리겠지요.(13)

  버려진 슬픔을 가슴속에 감추며 살아가는 당신들의 모습을 보며, 난 잠시 연민도 느끼
지만, 연민은 약한 자들에게나 필요한 그 무엇이라는 것을 잘 아기에.. 난 당신들의 강
함을 찬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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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길에 갑자기 생각나서 버스 안에서 몇 자 주절거려 봤습니다. 테란 유저인데... 플토
유닛에 대해 쓰자니 뭔가 어색 하지만... 그래도 테란 유저이기 이전에 스타 유저니까요.

  12시에 집에 들어와서... 꼬박 1시간 이상을 두두려 댔군요... 피곤합니다. 요즘은 글을쓸
여유가 있는 분들을 무척 부러워하고 있답니다. 아무튼 좋은 날들 되세요.
  
  

(1) 신을 잃어버린 두억시니 : 이영도씨의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의 나오는
가상의 종족. 스타크레프트 설정에 보면 프로토스를 만든 신도 프로토스를 버렸다.

(2) 비 정상적이고, 일탈 적이며, 비 상식적: 프로토스의 유닛들은 강하지만, 일반적으로
커다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드라군, 리버의 비 정상적인 인공지능. 강하지만 멜레이 유닛
인 질럿, 끝임 없이 자원이 들어가는 유닛인 리버와 케리어... 등등등 이런 비 상식적인
약점을 필자는 신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 표현했다.  

(3) 산술적, 수치적인 탐구에서 오는 조합의 강함: 필자 개인적인 견해로 보면 프로토스의
4대 천왕 이후에 그에 근접한 프로토스가 많이 없는 이유는 깨달음에서 오는 한계 라고
생각한다. 프로토스의 유닛 생산과 조합 보면 어쩌면 다른 모든 종족보다 가장 많은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황금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황금률은 산술적, 수치적 탐구에서
오는 깨달음이 아닐까?

(4) Masada: 유대교의 성지. 960여명의 "질럿파" (열심당)가 로마의 군대에 항거하다 최후에는
모두 자결을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참고도 읽어 보세요

(5) 탐욕스러운 독수리무리: 테란의 벌쳐. 참고도 읽어 보세요

(6) 자아를 버려야 하는 당신...: 설정상 질럿은 죽어서 드라군으로 된다.

(7) 흙 인형으로 변해 갔던 진용: 장예모 감독의 영화와 동명의 주인공. 진시왕의 여자를
사랑한 죄로 진시왕의 무덤을 지키는 흙 인형이 된다.

(8) 용기병: 드라군(dragoon) 기병의 일종. 드래곤이라는 이름의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16세기 프랑스를 발생지로 하는 용기병은 제 1 차세계대전
이전까지는 각국 육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9) 둔해져만 가는 당신의 신경: 멍청한 드라군의 AI에 대한 잠깐의 묵념을...

(10) 당신의 행진: 드라군 드라이브, 혹은 드라군 웨이브... 본진에 들이닥치는 드라군은
정말 공포 그 자체이다.

(11) 슬퍼하는 당신의 모습: 옵져버는 공격력이 없다.

(12) 성스러운 당신의 손: 하이 템플러(High Templer)는 고위성직자 이다.

(13) 죽음이 축복을 내리겠지요: 사이오닉 스톰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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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민
04/10/26 01:50
수정 아이콘
메카닉 예찬에 이어 또 감동입니다.1시간 이상이라뇨? 하루종일 써도 이보다 멋지게 쓸 순 없을 것 같습니다.ㅠㅠ
표현력이 예술이네요 예술...특히 사이오닉 스톰의 '죽음이 축복을 내리겠지요' 원츄입니다.^^
한박자
04/10/26 01:55
수정 아이콘
화려하지만 와닫지는 않는글이군요.
카이레스
04/10/26 02:14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제가 프로토스 유저라 더욱 그런 듯^^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한박자님// 글에 대한 느낌은 주관적이지만 꼭 그렇게 말씀하셔야 하는지...
기억의 습작...
04/10/26 02:22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는 무언가 모를 심오한 것들이 잔뜩 있는듯합니다.
멋집니다!
그리고 박정석선수를 생각나게 합니다...ㅠㅠ 가을이에요~! 힘내세요!
04/10/26 08:51
수정 아이콘
lovehis 님글 내공이 느껴집니다.접때도 메카닉으로 쓰신거 잘읽었었는데..
참좋네요.
한박자/고등학교땐 저렇게 말하는게 괜히 있어보인다고 생각되어졌습니다 저도.
04/10/26 09:19
수정 아이콘
한박자님//
뭐 연애편지를 써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밤에 연애편지를 쓰면 뭔가
잘 쓴 것 같은데...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얼굴이 붉어질정도로 민망할 때가
많이 있지요. 네.. 지금 제가 얼굴이 붉어 지는 군요. 좀 민망합니다.

음... 진짜 어떻게 보면 아무런 내용도 없고 그냥 형용사와 접속사로 이루어진
문장 같아서... 민망 민망... 연애편지라면 그냥 찢어 버리거나, 쓰레기통
이 있지만... 이 글은 그러기도 힘들고... 어쩌겠어요. 그냥 혼자만의
챙피한 기억으로 남기는 수 밖에는..

좋은 아침 입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기를... (여전히 몹시 몹시 피곤
하지만요...)
04/10/26 09:45
수정 아이콘
질럿들이 체력이 다하면 드라군으로 합체시키면 사기겠죠?하핫...
Lucky_Flair
04/10/26 10:44
수정 아이콘
새벽과 아침의 중간 무렵에 술에 덜 깬 상태로 깨어나 담배 한대를 태우는 기분이 드는 군요.(으응?..;)
04/10/26 12:47
수정 아이콘
요즘 직장일은 잘되시나 보르겠군요. ^^
글쓰신것 보니 잘지내시는듯 해서 다행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04/10/26 14:02
수정 아이콘
둘 다 잊혀짐의 비애를 겪은 존재이기 때문일까요.
발굴 이전까지는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마사다와
탱크숲에 떨어져 산화되어 가는 질럿들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누구나 "탱크 잡았다"고 생각하지 "질럿 죽었다"고는 생각 안하니까요.
마음속의빛
04/10/26 18:49
수정 아이콘
[!!이것을 꾹!!] + [참고도 읽어보세요] 센스 있으시네요...^^
마음속의빛
04/10/26 18:52
수정 아이콘
한박자// 와닫지 => 와닿지... ^^;; 죄송해요..
한박자
04/10/28 05:44
수정 아이콘
lovehis//이 글은 확실히 멋진 글입니다^^ 단지 제 마인드와 약간 맞지 않아서 그점을 표현한거지요^^; 마음속의빛//감사^^
비오는수요일
04/10/29 15:40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이제야 리플을 남기게 되다니.... 내가 왜 이글을 발견하지 못했을까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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