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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19 04:19:04
Name 버로우드론
Subject <꽁트> 누군가의 독백 2
나다를 보면서도 언제나 느낀 것이지만, 우브의 경기 운영은 정말로 깔끔의 극이다.

나보다 불성실한 손, 나보다 불성실한 자세를 가지고도 그는 나보다 완벽한 게임을 만들어낸다.

처음 스타를 접했을 시절에 누구나 겪었을 많이 뽑기와 뽑은거 잘쓰기의 기로에서 나는 후자를 택했고 우브는 전자를 택했다. 그것이 승화되고 승화되고 승화되어 우브의 절대물량과 나의 절대마린이 탄생했지만, 시작은 그렇게 단순했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다.'

내 신념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여서 신념이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말이다.

전쟁은 이기기 위해서 행하는 것이고, 진 자의 변명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절대적인 강함의 끝에 이르면, 이기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더마린과 우브, 나다, 싱크가 이런 종류의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의 플레이는 이기기 위한 플레이가 아니었다.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강함 자체를 위한 플레이였다.

그들에게는 극강의 센터싸움이 있었고, 나에게는 추적불가의 드랍십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끝없는 멀티가 있었고, 나는 끝없이 적의 멀티를 파괴했다. 그들에게는 철퇴가 있었고 나에게는 단검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많이 달랐다.

'저글링 한마리를 철퇴로 때려죽이나 단검으로 죽이나 죽이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내 생각이었다. 단검을 더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더 손에 익었을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단검은 점점 더 손에 익었고, 철퇴는 어색해져갔다. 결국 나에게는 두개의 별명이 동시에 생겼다.

'전략가' 와 '정전테란' 이라는,

난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은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 나의 단검은 점점 더 파악되었고, 파악 여부와 관계가 없는 철퇴의 힘이 점점 더 강해보였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사람은 자신의 '색깔'로 자신을 이야기 한다. 전국 시대 말기, 역수에서 진시황을 암살하러 떠나던 '형가'에게 누군가가 말했다. 어차피 실패할 암살을 왜 굳이 떠나려 하냐고. 형가는 대답했다.

'그러한 암살이 시도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색깔'은 변하기 때문입니다.'

색깔.

내 색깔.

내 색깔.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난 나의 색깔을 찾아야 했다.

내 색깔은 단검인가?

놀랍게도 대답은 '그렇지 않다' 였다.

내 색깔은 방법에 구애되지 않는 전투술, 오로지 승리를 위한 무차별적인, 때로는 사악하기까지 한 전투술의 추구에 있다. 그것이 한 때는 단검이었을 뿐,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나는 무기를 가리지 않는다. 저번에는 단검과 철퇴를 같이 사용했지만, 내일은 또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싱크의 색깔.

싱크의 색깔은 그럼 정녕 철퇴일 뿐인가?

그 역시 사실이 아니다.

싱크도 철퇴를 주무기로 사용할 뿐, 점점 승리를 위한 플레이어로 변해가고 있다.

싱크, 그런 의미에서 넌 나의 거울이다. 스타를 시작할 때에는 각자의 길을 걸었고, 지금은 교차로에서 만났지. 그래도 너는 내가 걸어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간 또 하나의 나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마 나도 너에게 그런 의미로 보이겠지. 다시 한번 싸워서 결론을 내자.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인지, 이긴 자가 강한 것인지. 어차피 그 결론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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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독백은 임요환 선수의 진짜 마음가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제 상상이지요.

혹시나 임요환 선수가 이런 종류의 글을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아닌 걱정을 5초나 했습니다 헐헐.

이 꽁트는 이번 OSL 에서 임요환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은 계속 됩니다. 기왕이면 결승전 전날까지 계속 쓸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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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수
04/10/19 05:54
수정 아이콘
틀렸습니다. 인간의 한계는 결코 그리 녹록치 않을 정도로 만만한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보면 완벽한 분업이 이루어져 생산과 컨트롤 모두가 물아일체가 되어 사실상 무 생산, 마이크로 컨트롤 따위의 이야기는 이미 먼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적에 통하던 전술 그이상의 의미는 없죠. 결국엔 프로그래밍상 모두 동일한 유닛들의 수치와 데이터라면 결국 많이 뽑는 쪽이 당연 높은 고지를 점유할수 밖에 없는것이 전략 시뮬레이션 입니다.

거기다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뛰어난 생산력 이라는 것은 승리의 조건, 특출난 게이머의 능력이나 스타일이 아닌 그저 전략적 요소가 되어 갈뿐이죠.
04/10/19 09:46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관음증 으로 부터 오는 역시 누군가의 생각을
상상하는 재미는 크군요. 사실과 같거나 달라도... 어차피 상상의 날개니까요.

배규수님// 남의 생각에 단 한마디 "틀렸습니다"는 좀 아닌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누가 맞고 틀리는 것은 없는 것 아닐까요? 각자 승리는 보는 관
점은 다르니까요. 틀린것이 아니라 다른 것 이겠죠.
Debugging...
04/10/19 10:25
수정 아이콘
새벽에 스타하시다 물량에 밀리셨나.. 원..
04/10/19 12:49
수정 아이콘
왜 이런 글에도 태클이 달리는지 모르겠군요.. 말 그대로 순수 꽁트일 뿐인데 말이죠.. 실제 임요환선수가 저런 생각을 하는것도 아닌
순수 임요환선수를 좋아하는 팬분의 꽁트일 뿐인데말입니다.. 어휴 정말.. 자꾸 큰 일도 아닌 글에 태클이 달릴 때마다 싫어지네요
04/10/19 13:08
수정 아이콘
배규수님은 강경한 입장이지만 뭐 제대로된 이유라도 달아놨지..
Debugging 당신은 뭡니까?
새벽에 프로그램 짜다가 에러에 치여서 여기와서 화풀이라도 하는건가.. 원..

그렇게 툭 내던진 한줄짜리 리플에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 거란걸 정말 모르는걸까..
몇번이나 되풀이 되던 주제였는데.. 역시 고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네요-_-
pgr눈팅경력20년
04/10/19 15:0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라고 댓글 달려다가 악플이 있어서 놀랐습니다-_-;
글쓴이님 잘읽었습니다.
버로우드론
04/10/20 02:53
수정 아이콘
아공. lovehis 님 글이 더 재미있어요. Setsuna 님 눈팅님 감사합니다.
태클에 대해서는 뭐 크게 생각안합니다. 어차피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거고, 피지알에 글 올릴때에는 태클 달리는건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올리니까요. 그리고 전 임선수가 최근에 물량전의 어떤 요소를 터득했다고 믿고있고, 그걸 표현해보려고 쓴 글인데 아마 글이 많이 부족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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