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티비를 기억하시나요?
스타 시절에는 꽤나 비중있는 중계 플랫폼이었죠. 적극적인 리그 후원으로 곰티비세대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OGN이 스타리그를 포기한 후에도 GSL을 꾸준히 개최하여 스타2까지 명맥을 이어주었던 고마운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최근 문득 그 곰티비 생각이 났습니다.
최정원 해설이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만 곰티비 결승 후 뒷풀이 방송 같은 데서 그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곰티비는 정말 VOD에 진심이라고요. 한 시즌의 마지막 이벤트인 결승전이 끝나고 다들 뒷풀이하러 갈 때에도 VOD팀은 끝까지 실시간으로 VOD를 편집하고 업로드를 마친 후에야 합류를 한다고요. 독한 사람들이라고.
같은 직장인으로 이입해서 생각해보면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일에는 그냥 통으로 올리고 세트별 VOD 같은 건 다음 날 올려도 사실 큰 문제는 없잖아요.

하지만 그 덕분에 저 같은 시청자들은 모든 경기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틀릴 수도 있는데, 스포방지 VOD도 곰티비에서 처음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만약 생방송을 놓치면 바로 vod 탭으로 가서 어떠한 스포의 실마리도 없는 상태로 대회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단순히 미진행 세트의 vod를 함께 올려두는 것 뿐 아니라, 전체 UI 자체가 스포없이 보기 쉽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참 고마운 배려였고, 낭만이었네요.

뭐 대강 눈치를 채셨겠지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LCK의 중계시간대는 평일 5시, 주말 3시부터입니다. 직장인들은 생방으로 챙겨보기 참 애매하죠.
한 두 세트를 날리고 라이브로 보느냐, 경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온전히 보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전 시즌까지 트위치가 중계 플랫폼에 포함되었을 때는 지연중계로 보는 것이 가능했었습니다.
메뉴를 찾아들어가기까지 흐린 눈 등의 스킬이 좀 필요하긴 했지만요.
아프리카tv에서는 스포방지 vod를 넣은 세트별 vod도 제공했었습니다. 아예 다음 날 중계를 찾아보거나 할 때는 아프리카tv로 가서 매치업 검색으로 세트별 vod를 찾아보는 것이 더 편했습니다. 트위치보다 스포로부터 더 안전했거든요.
제 기억으로는 아프리카tv도 지연중계까지 지원했던 것 같은데, 정확치는 않군요.

그런데 이번 시즌 트위치가 빠지면서, 왜인지 아프리카tv는 지연중계도, 세트 종료 후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오던 세트별 vod도 제공하지 않네요. 플레이타임이 그대로 나오는 매치별 vod와 하이라이트 영상이 전부입니다.
네이버tv는 세트별 vod를 올리기는 합니다만 지연중계를 대체할 정도로 편하게 되어 있지 않고, 몇 세트가 진행되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LCK는 온전히 풀로 즐겨본 경기를 손에 꼽네요.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막고, 트위치는 철수하고, 아프리카tv는 사실상 독점중계가 되면서 유저 편의성을 저하시킵니다. 시대의 흐름인가 싶기도 합니다.
적잖은 돈을 내며 보는 넷플릭스에도 찍소리할 방법이 없는 마당에, 광고 몇 초 보는 게 다인 아프리카tv에 소비자랍시고 뭐라 큰 소리치기도 민망스럽네요.

그래서 곰티비의 낭만을 떠올리며 한숨 쉬듯 한 번 투덜거려봅니다.
아쉬움보다는 진하고, 분노보다는 연한, 그저 '유감'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