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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06 00:32:15
Name 초갼
Subject [기타] 인생에서 가장 즐겁게 게임하던 3번의 기억.
1.

98년도 여름에 저는 부모님의 권유로 미국으로 섬머스쿨을 다녀왔습니다. 여름 보충학교? 이렇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그때 묵게된 사촌 형의 집에는 COMPAQ이라는 미국의 완성품 컴퓨터 판매업체에서 나온 그리 좋지 않은 컴퓨터가 있었죠.
하지만 그 컴퓨터에는 피파 98이 있었고...처음으로 피파 게임을 접하게 된 저는 사용법을 익히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밤을 새워가며 피파를 했고 섬머스쿨때 영어가 늘기는 커녕 피파 실력만 늘어서 한국으로 돌아왔었네요.

사촌형과 사촌누나가 뭐라 할까봐 키보드 위로 티셔츠를 덮고 밤새워서 게임을 했었죠 크크.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체크무늬의 잔디밭 경기장을 고르고, 센터서클에서 킥오프를 하자마자
앞으로 잔디 두칸, 밑으로 한칸 내려간후에 그대로 슛하면 90%의 확률로 골이 들어가던..

지금 생각하면 아련한 기억입니다.



2.

디아3가 처음 나왔을때가 기억납니다.
디아1,2 모두 했었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저에게 디아3는 혁명이었어요.
무엇보다도 타격감이 너무 대단하고, 아이템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전설 아이템이 뜰때의 그 빛기둥을 보는 쾌감이..너무나 좋았습니다.

절친한 친구 두명과 함께 피씨방에서 날을 새우기도 했고,
아니면 노트북 하나씩 챙겨와서 저희 집에서 디아만 주구장창 하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때가 매우 초창기여서, 네팔렘의 균열이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땐데

제 악사는 그당시에 유명하지 않았던 습격 악사 세팅이었죠. 친구들은 그당시 대세였던 확산탄 세팅을 안 쓴다고 저에게 자꾸 뭐라했지만
저는 동물들 우르르 데리고 다니고 포탑 깔아놓고 사냥하는 습격 악사가 제일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디아3를 접자마자 습격 악사가 대세가 되었던...ㅠㅠ

성전사를 했던 친구가 "아카라트!!" 를 외치면서 샷건은 날리고, 저는 여기저기 뽈뽈 돌아다니면서 포탑깔고..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겜 할 수 있구나를 이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3.

제가 미해군 병원선 Mercy에 있을때,
우연하게도 함내의 오락부장..이라고 할 수 있는 MWR Rep. (Morale, Welfare & Recreation Representative)에게 잘보이게 된 일이 있어서

공공기재 중 하나였던 플4를 제 사무실에 할당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친한 동료 프랭클린, 알리사 두명과 함께 플4로 디아 3를 했었죠.

항해 중이니 당연히 최신 패치 같은건 있을리가 만무했고
확장팩 제일 첫 버전으로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디아블로 시리즈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다른 두명과 다르게
저는 어느정도 지식과 짬;; 이 있었기에 그 둘을 이끄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플4로 하게된 디아3는 또 다른 맛이 있더군요.
저는 처음에는 예전에 하던대로 악사를 했었지만 제 친구들이 피관리를 너무 못해서 이놈들 도와줄겸 수도사를 하게되었는데
컨트롤러로 콤보 넣을때마다 무슨 대전액션게임하는 것과 같은 손맛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우스 클릭하던 것과 비교해 진동 피드백이 오는 건 너무 좋더군요.

플4에서 코옵으로 하는 디아3는 한 화면에 플레이어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다른 말로는 한명이라도 길을 못찾고 버벅이면 우리 모두 그 화면에 묶여 있어야 했죠.

말티엘을 수없이 잡아본 제 입장에선 속터질만큼 답답했고 짜증도 더러 났지만..

알리사는 염색과 형상변환에 꽂혀서 룩 꾸미는데 한세월이 걸렸고
프랭클린은 효율성같은건 냅다버린채 그냥 자기가 재미있는 세팅을 찾아서 하고..
게다가 그 무슨 이상한 빨간 도깨비가 딸려나오는 전설 검에 꽂혀서..그것보다 좋은 아이템이 수두룩한데도 불구하고 그것만 주구장창..

그래도 정말..정말 즐겁게 했습니다.
항해하는 5개월 내내 말티엘과 네팔렘의 균열 수호자를 잡은것만 치면 한 대대는 나오지 않을까.........






지독한 게임 불감증에 시달리는 요즘,

옛 일들이지만 조금씩 생각이 나네요.

그땐 정말 게임 즐겁게 했었지..하는 생각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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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흡-허-
21/09/06 00:3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스타1 멀티플레이를 다시 하고 싶은데.... 여기서는 한국 서버에 가면 랙 때문에 방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도 빨강핑이라고 강퇴 당하네요....

저는 스타1 멀티플레이 할 때가 게임 불감증 없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서린언니
21/09/06 00:45
수정 아이콘
간만입니다~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시는군요
Mercy함에 근무하실때 통역하신 얘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티모대위
21/09/06 00:52
수정 아이콘
옛날 기억을 되짚어보면, 뭔가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의 게임이 정말로 재미있었습니다.
만수동원딜러
21/09/06 00:57
수정 아이콘
창세기전2 이후 모든 창세기전 (2가 명작이라지만 어려서 몰랐던...) + 시험기간 친구방에서 했던 파랜드택틱스
카푸스틴
21/09/06 01:04
수정 아이콘
예전에 포트리스 스카이하던 때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8명 턴기다려야하는데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크크
MC_윤선생
21/09/06 01:12
수정 아이콘
저는 공연팀 하던 시절에 전국 피씨방을 누비며 '던파' 하던 그 시절이 최고였어요.
어딜가든 던파던파, 앉으나서나 던파던파,...게임은 그 무엇보다 '같이 하는 재미'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만끽했던 그 시절..
21/09/06 09:13
수정 아이콘
던파 초창기 형이랑 친구들이랑 어둠의 선더랜드, 하늘성 돌던 시절이 제일 재밌더군요.
내맘대로만듦
21/09/06 01:42
수정 아이콘
두번째 디아블로3 얘기는 아마 영거자 첫발매때인것같네요. 흐흐. 오리지날 디아블로3 발매때는 똥겜이었거든요

저도 오리지날때 사서 이래저래 만져보다가 똥겜판정받고 추억살해당한 기분으로 대충하다 버려놨었는데, 영거자 나오고 또 속는셈치고 샀다가 이게 같은겜이 맞나 싶은 생각을 했었죠. 그 아이템수집의 재미란..지금도 첫 200시간정도는 갓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수천시간의 파밍이 수면제인거지..

대학교 다닐때라 그냥 컴퓨터살지 피방다닐지 고민하다가 그냥 본가에 같이쓰는컴퓨터 있으니 한학기만 피방 다니자 생각했다가 피씨방비로 거의 팔십만원 썼던 기억이 나네요.

블리자드가 망했다고는 하지만 오버워치까지는 계속 돈값하는 재밌는 게임 만들던 회사였는데 이렇게 가버려서 참 안타깝습니다.
21/09/06 03:19
수정 아이콘
집나갔던 동생 대리고 집에왔는데 방안에서만 틀어박혀서 말도 안하다가 저랑 디아3 했었는데 어머니가 같이 게임이라도 하니까 말이라도 한다고 해서 본다에서 편도 3시간 거리로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랜슬롯
21/09/06 03:30
수정 아이콘
디아3는 저는 처음 출시됬을때 아직도 기억나네요. 엄청나게 인기였죠 정말...

막 난리였거든요. 신문으로 나와서 저희 부모님이 그 게임하느라 공부안할까봐 너도 그게임하니? 라고 물어보시기도 하셨을 정도니 -0-
처음에 뭐 헬난이도에서 한방맞으면 죽고 이런 걸로 논란되긴했지만, 오히려 그렇게 많았던 논란들이 그 게임의 성공을 알려주지않나 싶습니다. 제 기억으로, 비교적 최근 (10-15년)정도 나온 게임들 중에서 초반 인기가 가장 압도적이였던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아쉬운건, 그 초반에 운영을 잘해서 게임을 잘살렸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게 안됬다는게 씁.
마음속의빛
21/09/06 07:20
수정 아이콘
94년 첫 듄2를 했을 때, 당시 처음으로 마우스라는 외부 기기를 연결해서 플레이를 하게 되면서 신선한 충격을!!

얼마 지나지 않아 삼국지3를 했을 때, 처음으로 날밤을 지세우며 행복...

나머지 하나는 기억이 안 나네요.
21/09/06 07:59
수정 아이콘
울티마 온라인 , 에버퀘스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놀랍게도 이 모든게임을 상당한 경지까지 올라가도록 즐겼었습니다. 당연하게도 학업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운(?)이 좋아서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잘살고 있긴하네요..
강동원
21/09/06 08:10
수정 아이콘
대학 들어가서 와우가 출시되고 죽음의 폐광을 친구놈들이랑 깰거라고
3시간을 낑낑대며 들이박다가 벤클리프 배 위로 안올라가고 뺑 돌아서 나가는 길로 나가 버린 일

학교 기숙사 2인실 3개 총 6명이 배정받았는데 같은 층인데다 두 방은 또 바로 옆방으로 붙어서
맨날 6명이서 워3하고 카오스하고 모여서 애니보고... 했던 일

군대 갔다와서 친구, 후배들이랑 팀짜서 피씨방을 매일 등교하던 시절
카오스 5vs5 하다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서 쫓겨날 뻔 한 일

1. 결국 게임은 같이 해야 제맛
2. 죄다 블리자드네...
린 슈바르처
21/09/06 08:57
수정 아이콘
전 대학생때 퀴즈퀴즈, 포트리스, 디아2
이후 회사 들어가기 전에 죽어라 팠던 서든
회사 들어가고 나서도 밤새던 아이온, 롤

15년 이후로 정말 재밌었다라는 게임이 없네요..ㅠㅠ 나이먹으니까 게임도 재미가 없나봐요
기사조련가
21/09/06 11:57
수정 아이콘
스타1. 스타만큼 재미있는 게임은 못해봤네요
혼자 하는것도 재미있고 친구들이랑 팀플해도 재미있고 관전하는거까지 재미있는 유일한 게임
21/09/07 12:45
수정 아이콘
20년전 고등학교때 친구들하고 포트리스 참 많이 했네요. 지금은 그때 그 친구들하고 배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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