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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08 16:12:47
Name 고구마장수
Subject [LOL] LCK 응원글 : 변수에 대한 관점 (실리 vs 전투)
1. 변수

이창호 사범의 바둑을 좋아합니다. 수많은 변수를 손 안에 놓고 통제하는 것 같은 전성기 시절의 이창호 사범의 바둑을 볼 때마다 그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분명히 공평하게 한수씩 번갈아 가면서 두는데도 격차는 벌어지고 따라갈 여지조차 없어지는가. 그는 스스로 유리하다 싶으면 싸움을 회피해버리고, 반대로 불리하다 싶으면 (불리한 상황이 애초에 있기가 쉽지 않지만) 어느샌가 자신이 유리한 상황으로 슬그머니 형세를 바꿔버리는 이창호 사범의 스타일은 분명 어나더레벨 그 자체였습니다. 어쩌면 그는 한수씩 번갈아 가면서 두는 공평한 "룰"와 19*19 사이즈의 동일한 "공간"에서 주어진 선택의 기회를 가장 효율적으로 잘 활용했던 천재가 아닐까 합니다. 롤에서도 어느 정도 승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변수들이 있습니다. 상대방보다 레벨이 높거나, 상대방보다 아이템이 더 좋거나, 상대방보다 더 피지컬이 좋거나, 전투시 가용할 스킬과 마나가 갖춰져 있거나 등의 요소입니다. 상대방보다 내가 레벨이 낮아도, 아이템이 좀 안 좋아도 이길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더 높은 레벨, 더 좋은 아이템, 더 높은 스킬과 가용한 마나등은 상대방을 제압할 가능성을 좀 더 높여주는 (어느 정도는 상수에 가까운)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2. 변수를 줄이다. 변수를 줄였다.

축구과 경제라는 주제에 대해서 다루면서, 각국의 축구 실력에 대해 계량화 시키는 모델을 일부 소개한 "사커노믹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각 나라의 축구 실력은 "경제력, 인구, 축구 경험의 총합" 3가지 변수로 결정된다는 모델을 책 후반부에 제시합니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는 인재를 공급하는 풀인 인구는 작지만 축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클럽 체계와 아마추어 리그, 높은 수준의 리그를 보유하고 있기에 국가대표의 실력이 계속 높게 유지되고, 비슷한 기준으로 볼 때 서유럽의 축구 실력이 타지역보다 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잉글랜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합니다만, 본 글은 축구글이 아니므로 이정도로만 소개하겠습니다.
롤도 비슷한 관점으로 본다면, LCK는 널리 보급된 PC방 인프라에 힘입어 뛰어난 인재풀이 계속 공급되고 또한 아마추어 경험치가 계속해서 잘 쌓이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인재와 경험으로 지난 수년간 어느 정도 확립된 게임내 승리 방정식을 LCK는 만들어 갑니다. 그것은 변수의 "제어"입니다.

이미 수많은 분들이 작성한 분석글을 보면, LCK의 강점은 "운영"에 있습니다.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두터운 세력"이고, 축구로 비유하자면 "점유율"이며, 스타로 비유하자만 "미네랄과 가스 혹은 멀티 갯수"일 겁니다. 와드를 통해 맵을 밝혀 내가 싸울 시간과 공간을 결정하고, 동일한 미니언, 정글몹에 대해 상대방보다 우월한 CS관리로 시간이 갈수록 골드 격차를 벌리고, 제한된 리소스인 드래곤과 바론은 조금 더 취하는 방식으로 "집바둑"으로, "점유율"로, "자원수"로 결국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노하우를 체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타리그보다 수없이 많이 싸웠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득과 실에 대해 어느 정도 계산이 섰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노하우입니다.

문제는 게임사인 라이엇은 "운영"위주의 게임보다는 "전투"위주의 게임을 더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당연하겠지요. 롤은 기본적으로 싸우는 게임입니다. 소환사의 협곡은 누가 더 골드를 많이 획득하여 레벨업을 높게 빨리 달성하는 RPG게임의 전장터가 아닙니다. 액트5의 바알을 제압하고 드디어 "3일14시간52분만에 바바리안렙99를 달성했다"는 게임이 아닙니다.


3. 변수를 만들다. 변수를 증폭시키다.

LPL, LEC는 변수를 더 만들려고 합니다. 어차피 정해진 똑같은 미니언을 놓고 싸우는 것보다는 좀 더 능동적으로 노력하면 획득할 수 있는 "포탑골드" "바위게" "전령" "퍼스트킬"을 노립니다. 물론 LCK도 라인전만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LCK는 지난 2년간 어차피 "우리는 실수만 줄이면 이기니까" CS수급을 통해 안정적인 레벨업과 아이템, 이를 바탕으로 확실한 경우에만 그 다음 스탭으로 드래곤 혹은 전령을 노리는 방식으로 천천히 조이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계대회를 나가보면, 타 리그의 경우 상기 변수(포탑골드외)의 가치를 좀 더 크게 보고, 전투를 통해 "킬(혹은 라인에서 이탈시킴) - 포탑채굴/아키텍트 확보"과 같은 시도를 훨씬 더 자주 합니다. 시도의 종류나 타이밍, 합류지역등도 매우 다양한 유형이 보입니다. 그리고 몇년간 라이엇은 이런 변수를 장려하는 것 같은 패치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4. 우리가 원래 전투민족

사실 "전투(와 변수 창출)"는 "운영" 이전에 LCK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섹, 매라, 빠른별, 페이커가 보여준 수많은 재기넘치는 플레이와 시도는 LCK야말로 원조 "전투종족"의 종가리그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탄탄한 운영은 우리의 장점입니다. 게임에 대한 이해와 전장에 대한 지배욕구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변수를 줄이는 것도 우리의 통제하에 있음을 보여주었듯이, 변수를 증폭시켜 제압하는 것도 우리의 강점이었음을, 그래서 이번 롤드컵에서는 다시 한번 LCK가 전세계 롤 유저들에게 멋진 수준의 게임을 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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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16: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못하는 팀은 준비라도 열심히 해와야지라고 댓글을 열심히 달았지만 사실 롤은 라인전이 전부라고 봅니다. 지금의 담원이나 2018 IG처럼 압도적인 기본기(체급) 앞에선 모든 플랜이 다 무너지죠. 서로 체급이 비슷해야 전투, 운영 이런게 의미있는거지. 리그 상위권 팀들마저도 체급 미달이라는게 제일 큰거죠..
20/09/08 16:53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Xe365JqLIX4?t=565
도파의 이 영상이 생각납니다.
저도 그냥 라인전(댕겅력, 체급)이 최우선 요소라 생각합니다. 다른 건 다 그 다음 문제죠.
댄디팬
20/09/08 16:23
수정 아이콘
4에 관해서... 운영을 선도한 삼성화이트는 사실 싸움의 달인이었습니다. 교전에서 마타의 이니시, 댄디의 어그로 핑퐁, 폰과 임프와 루퍼의 딜링이 빛이 났죠. 아직도 프로스트와의 1만골드를 역전한 그 순간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싸움을 잘하니 운영으로 조금만 유리하게 하면 이긴다에서, 싸움은 불확실하니 운영으로 이겨야 한다로 간게 아쉽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변수의 제어와 창출과 무관하게 결국에는 교전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lck는 다행히 전과는 좀 달라진거 같아요. 다만 그 교전능력의 편차가 이번에 너무 크게 드러나서 동부 서부 간 균열이 커진거 같구요. 싸워이기는 lck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다리기
20/09/08 16:4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사실 삼화의 힘은 미친 라인전이었죠. 3라인 다 어지간하면 이기는데 정글러가 댄디
바텀은 누굴 만나도 일단 1,2렙 때 딜교환 이득을 보고 마타가 시야 먹어주는 게 필승카드인 수준이었는데..

상대 정글은 어디부터 풀어야할지 모르겠는데 정글에 와드 다 있고 댄디 마타 자꾸 들어오고 겜을 할 수가 없죠.
탈수기 전원버튼은 라인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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