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닉TV 똘PD입니다.
대망의 결승전, 하루 남았어요. 이제 남은 시간 25시간... 덜덜덜. 제가 왜 이리 긴장이 될까요.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이제 막 내일의 무대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온게임넷 제작진 여러분들이 정말 많은 수고 해주시고 계시구요.
선수들 역시 어제 만나봤는데, 서로 웃으면서 대화는 하는데 알듯 모를듯 긴장감이 흐르더라구요.
두 선수 모두 입을 모아, 정말 재밌는 테테전을 보여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럼, 부족하나마, 프리뷰를 시작해 봅니다.
[스베누 스타리그 결승전 2월 15일 일요일 오후 2시 잠실학생체육관]
[Terran 김성현 vs 최호선 Terran]
1 SET 신백두대간
2 SET 투 혼
3 SET 왕의귀환
4 SET 블루스톰
5 SET 신백두대간
T 김성현: 9승 2패 81.8% / vsT 7승 무패 / @신백두대간 1승 / @투혼 1승 / @왕의귀환 3승 / @블루스톰 2승
T 최호선: 101승 63패 61.6% / vsT 30승 12패 (71.4%) / @신백두대간 1승 / @투혼 3승 4패 / @왕의귀환 1승 / @블루스톰 3승1패
기계 vs 기계
이 두 선수의 결승전은 저 한 문장으로 귀결되지 않을까요. 소속팀에서 현역시절 테테전을 전담하던 선수. 공히 테테전 기계라 불리었던 두 사람. 소닉TV 데뷔 후 테테전 전승의 김성현과, 소닉TV 테테전 공식 승률 1위의 최호선, 테테전으로 나올 수 있는 결승전 매치업이라면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름값을 제하고, 실력만 놓고 본다면 더더욱이요.
이 두 기계의 스타일은 그러나, 묘하게 다릅니다.
최호선이 전통적인 테테전 강자의 모습 - 단단한 메카닉 운영으로 인한 테테전 승률 - 을 지녔다면, 김성현은 수읽기에 능한 동족전 스페셜리스트의 모습이랄까요. 최호선이 덩치크고 힘도 좋은 T-800(아놀드 옹이 열연했던 그 터미네이터)같다면, 김성현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는 T-1000(네, 터미네이터2의 그 사이보그입니다)같은 느낌입니다. 김성현 선수가 최호선의 장점은 유연한 대처라고 하면서 동시에 단점이 하는게 뻔하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테테전의 주된 흐름인 메카닉 운영은 주로 중후반에 빛을 발하기 때문에 최호선의 대처가 상대적으로 유연할 수밖에 없겠죠. 대신 최호선은 메카닉 싸움으로 경기를 끌어나갈 것이 뻔하다는 얘기일 거구요. 반면, 김성현의 장점은 애초부터 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입니다. 김성현 스스로도 말하듯, 상대에 대한 분석을 깊게 하고, 예측해서, 판을 미리 짠 채로 움직이죠. 김성현이 경기 시작 전에 이미 심리전을 시작한다면, 최호선은 경기 내내 상대를 보면서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초정밀기계. 김성현의 테테전은 그런 느낌입니다. 난수를 집어넣으면 정답을 추출해서 그에 맞게 움직이는 기계. 작은 거리 싸움 하나하나에 정밀한 계산으로 움직이는 예리함. 상대의 변수를 아예 허용하지 않는 경기 운영.
고출력기계. 최호선의 테테전은 상당히 단단하죠. 그는 먼저 움직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저 늘 하던데로, 몰 흐르듯이, 상대가 주는 변수에 맞추어 지지 않을 싸움을 꾸준히 해줍니다. 단기간의 승부보다 장기전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이 차이에서 두 선수가 치룬 4강전의 다른 양상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두 4강 매치업 모두 3:0이 나왔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는 매우 달랐죠. 김성현이 윤찬희를 압도적으로 이긴 듯 하다면, 최호선은 구성훈과 매 경기 살얼음승부를 치뤘습니다. 김성현은 이미 이기는 판을 짜놓고 그 틀에 최적인 수만을 두었기에 윤찬희의 변수를 아예 없애버렸죠. 해서 세 경기 모두 경기 시작 5분이 지나지 않아 이미 경기는 김성현에게로 완전히 기운 채로 흘러갔습니다. 반면, 최호선은 3세트 내내 유리했지만, 언제든 뒤집어 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경기들이었죠. 재기발랄한 구성훈이 새로운 움직임을 할 때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처로 아주 작은 유리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성현은 이번에도 자신이 짜놓은 어떤 모습의 판을 향해 먼저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움직임을 보면서 최호선이 어떤 맞수를 내놓을까요. 다섯 경기 모두, 김성현이 내놓는 첫 수와 최호선이 답하는 두번째 수에서 승패가 갈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테테전 전승. 스타리그 내내 테란만 7번을 만나며 (그에게만) 개꿀 대진을 치뤄내며 올라온 김성현과,
테테전 1위, 스타리그 내내 (vs조일장 을 제외하고) 위태위태 승부를 모두 헤쳐낸 최호선.
프로리그에선 빛을 발했지만, 개인리그에선 늘 뒷자리였던 이들의 첫 결승.
누구보다 스타를 사랑하고, 리그에 매진했던 두 선수의 대결,
이번 스베누 스타리그 결승은 그래서, 경기력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믿고 보는 승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참, 구성훈과의 4강전에서 3승을 거두어, 최호선 선수 소닉TV 100승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결승전에서 3:0을 또다시 보여준다면, 김성현은 (40전 이상 기준 무시한다면) 소닉TV 최고의 승률로 올라서게 됩니다. (현 1위는 장윤철)
두 선수의 맞대결은 소닉TV에선 처음입니다.
현역 시절에도 딱 한 번, 맞붙은 적이 있다고 하네요.
그 경기에서 마패가 나왔답니다. 김성현은 기억하고 있었고, 최호선은 기억해냈습니다.
이 얘기를 하면서 지었던 두 선수의 미소는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제 약 스물하고 대여섯 시간이 지나면, 3년만에 부활한 스타리그의 첫 우승자가 가려집니다.
최강의 기계.
누가 될까요?
최호선 선수가 그러더라구요, 평소에도 친한 게이머가 아니라, 상황이 된다면 핵이나 마패도 걸어버릴 생각이라고.
그 얘기가 아마도, 겨우 찾아낸 옛 기억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