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4/10/18 03:01:23
Name 저퀴
Subject [기타] 이블 위딘 리뷰

최근에 연이어서 공포 게임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나온 에일리언 : 아이솔레이션과 이블 위딘이죠. 개인적으로는 공포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특히 에일리언 : 아이솔레이션과 같은 작품은 완성도를 떠나서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관심은 있었지만, 플레이하진 않게 되더군요. 반면에, 이블 위딘은 고어를 싫어하는 편인데도 꽤 매력을 느꼈습니다. 발매 전까지만 해도 진저리 칠 정도였는데, 몇몇 플레이 영상을 보고 마음이 바뀌게 되더군요. 그래서 후딱 플레이해봤습니다.


1. 공포의 조건

게임에서 공포를 느끼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무서운 괴물이나 귀신이 나오면 해결될까요? 아니면 어두컴컴한 숲이나 고성이 배경이면 될까요? 그런 건 부차적인거고, 그렇게 해도 무섭지 않은 게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깜짝 놀라기만 하거나 혐오스럽기만 하면 또 모르겠지만요.

전 공포 게임은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긴장감을 주려면 게임에 벽이 있어야 합니다. 그냥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해결되는 수준에서 긴장이 생길 것 같나요? 넘기 힘들 것 같은 벽이 있어야만 긴장감이 생깁니다. 그러면 주변 환경에도 다 집중하게 되고, 화면에서 튀어 나오는 괴물이 더욱 무서워지는 겁니다.

그 점에서 초반부의 분위기는 대단한 압박감을 줍니다. 특히 전 일방적으로 쫓기는 환경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공포감이 느꼈던 편이고요. 오히려 인상적인 초반부 때문에, 중후반부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제일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부분도 딱 초중반부였습니다.

챕터 구성도 괜찮았습니다. 여러 배경이 계속해서 나오고, 다양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저 단순 반복도 아니고요. 보스 격의 괴물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 적절한 배분

만일 이블 위딘이 철저하게 무기력한 주인공만을 내세운다면 전 별로라 생각했을 겁니다. 이 작품을 기대하던 분들도 그런 이블 위딘을 바라진 않았을 거라고 보고요. 하지만 반대로 너무 강력한 힘을 가진 주인공을 원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품 안에는 온갖 무기로 가득 채우고, 발차기 한 방에 적이 나가 떨어지는 모습이 공포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전 언제나 극단적인 환경을 고수하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수없이 달려오는 적보다 적은 총알을 아껴야 하는 그런 절박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작품이 주는 재미는 제가 제일 선호하는 부분이고요. 그 점에서 이블 위딘은 아주 훌륭합니다. 최소한 제 취향에선 완벽합니다.

초반부에는 자주 죽을 정도로 탄약이 모자를 때가 있으며, 모든 적을 상대하려고 하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 없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종일 숨어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적의 뒤를 노린다거나, 여러 무기를 신중히 생각해서 골라야 하게 만드는 디자인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확실히 예전 바이오 하자드가 생각나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점에선 바이오 하자드4보다 나았습니다.


3. 문제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그래픽입니다. 최소한 긍정적인 평을 주기 어렵습니다. 특히 PC판은 사양도 꽤 요구되는 편이었고요. 개인적으로 그래픽을 잘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도, 이블 위딘의 모습은 아쉽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단점이 크게 드러나는 때가 환한 낮 시간대입니다. 건물 벽이나 바위가 보기 민망할 정도의 텍스쳐로 덮여 있는 걸 보면, 왜 낮 시간대를 넣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가뜩이나 어두운 시간대조차 보이는데, 단점을 부각시키는 꼴 밖에 되지 않거든요. 거기다가 이블 위딘은 일단 공포 게임입니다. 게임 내내 어두운 배경을 고수한다고 해서 그게 심각한 문제점이 되지도 않습니다. 좀 더 덮을 수 있는 단점인데 이렇게 표현되니 매우 아쉽더군요.

시점도 마치 바이오 하자드6가 생각날 정도로 답답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제한된 시야가 긴장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달려오는 적이 옆에서 오는데 안 보여서 끝나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공포를 느끼는 게 아니라, 짜증을 느끼게 됩니다. 안 보이는 곳에서 튀어 나오는 괴물이 무서운 것도 한 두번이지, 마치 FPS 장르에서 끝 없이 날아오는 수류탄 세례를 보는 듯합니다.

거기다가 세련되지도 못했습니다. 메트로 시리즈의 가스 마스크를 통해 보는 멸망한 세계의 모습이나 최근 나온 에일리언 : 아이솔레이션에서 옷장의 조그만한 틈으로 도망자의 심정을 느끼는 것은 이블 위딘에서 주인공 몸뚱이가 화면 절반을 가려버리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훌륭한 묘사죠. 그냥 별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도 개인적으로 그저 그랬습니다. 초중반의 긴장감이나 공포는 대단했지만,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긴 쉽지 않더군요. 기본적으로 전개 자체가 난해하거든요. 거기다가 주인공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매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감정 이입도 잘 되지 않더군요.


4. 총평

만일 이블 위딘이 평범한 액션 게임이었다면 아마 일단 해보시라고 추천했을 겁니다. 그만큼 잘 만든 구석이 많습니다.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오로지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 묘사가 많은 공포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옛 바이오 하자드의 팬이라면, 최근 시리즈가 별로였다면 이블 위딘은 훌륭한 대체품이 될 수 있습니다. 사일런트 힐 같은 다른 공포 게임을 좋아했던 분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공포에 내성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 쯤은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이 명확합니다. 그게 외형적인 면이라서 극복이 가능하긴 하지만,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별로입니다. 그 점만 극복할 수 있다면야 이블 위딘은 별로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특히 난해한 이야기는 PS4는 한국어 지원이 예정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더욱 추천드릴 수 있을 듯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4/10/18 04:18
수정 아이콘
ps4판 예판 첫날 예약 성공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픽 문제는 어쩔수 없는 듯...개발 환경이 거의 인디수준이었던걸로 알고 있어서...
저는 게임자체만 재미있다면 그래픽은 좀 구려도 별 상관 안하는 사람이라.. 오히려 요즘엔 그래픽만 번지르르한 속 빈 강정도 많은 시대라서요.
플레이영상을 보니 아웃라스트+라오어를 잘 버무려 놓은듯한 느낌이더군요. 이런 리뷰 보니까 빨리 해보고 싶습니다.
근데 피시판 최적화 문제(최근 멀티작들이 대부분 신경을 안 쓰는 듯)는 좀 많이 아쉬운 점이 될 듯 합니다. 권장사양이 진짜 호러;;
14/10/18 04:49
수정 아이콘
PC는 오히려 저사양 최적화가 괜찮고, 고사양이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PC 부담이 심하진 않더군요. 그래픽은 가끔 보면 허겁지겁 만든 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종종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다기보다는 역시 능력 부족이었던 걸로 보이고요. 그래서 더더욱 이런 부분을 감출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가령 데드 스페이스1처럼 어두운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겠죠.)
14/10/18 05:36
수정 아이콘
시점이 바하 6 수준이라니 ㅠㅠ
다른건 몰라도 시점 짜증나는건 못참는데 플레이영상 보고 구매를 결정해야겠네요...
일단 그동안은 아이솔레이션이나 즐겨야겠습니다
일간베스트
14/10/18 08:13
수정 아이콘
구매할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빨려다니는 것 같은 사일런트 힐 계열의 게임을 좋아하고, 끌려다니는 바이오하자드 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에도 끌고다니는 것 같아서...
14/10/18 09:37
수정 아이콘
위 아래 잘린 21:9 비율인거야 공포감을 위해 그렇다 쳐도 21:9 모니터에서 이블위딘을 했을때... 라고 나온 사진을 보니까 하고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지더군요... 이건 너무 무신경한게 아닌가;;
크림소스파스타
14/10/18 11:52
수정 아이콘
바하시리즈를 좋아했던 분들에게는 좋을듯...

저는 안 살려구요 ㅠ

드클도 그렇고 이블위딘도 그렇고 실망감만 ㅠ
행복한인생
14/10/18 11:57
수정 아이콘
오히려 올드 바하 팬으로서 실망감만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옛 바이오하자드의 팬으로서 에일리언:아이솔레이션을 이블위딘보다 몇배는 더 추천합니다.
미카미가 호러게임 만드는 감을 잃어버린 것 같고 앞으로 리버스 같은 작품을 다시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14/10/18 11:59
수정 아이콘
방송보니까 시점은 정말 심각한 것 같던데요. 그냥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입장에서도 답답하더라구요.
BJ도 계속 시점 때문에 불편해하고..
행복한인생
14/10/18 12:08
수정 아이콘
엄청나게 무섭다고 느낀 첫 게임인 사일런트힐1 때부터 느꼈던 점인데 호러게임의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작품들에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는 정작 괴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운드와 스토리를 포함한 분위기입니다.
고전 바하나 사힐 이후로 이런게 가장 잘 느껴졌던게 데드스페이스였는데(3제외) 폐쇄된 공간, 음침한 스토리가 찜찜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발에 물건이 채이는 소리조차 현장감과 공포감을 낳도록 사운드가 훌륭하죠.
마찬가지로 에일리언:아이솔레이션과 이블위딘을 해본 분들도 호러게임에서 공포감을 낳는게 어떤 요소인지 다들 체감하셨으리라 보는게
이블위딘이 훨씬 고어하지만 안 무섭거든요. 에일리언에서 제일 긴장되는 순간은 오히려 에일리언이 눈에 보일때가 아니라 긴박한 bgm과
함께 모션 트레커의 작동 소리가 점점 커져가는 때라는걸 생각해보면 호러게임의 문법을 세가 제작진이 이 쪽의 원조 미카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게 아이러니하네요.
14/10/18 14:51
수정 아이콘
에일리언은 세가가 아니라 CA 개발입니다. 세가는 단순 유통이고요.
행복한인생
14/10/18 12:10
수정 아이콘
어쩌면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1이 그만큼 훌륭한거고 이 게임은 그 영화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게임으로 재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14/10/18 14:20
수정 아이콘
초반 프롤로그챕터는 정말 긴장감 쩔더군요...근데 전 이런류는 플레이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패스.
라오어 호텔지하에서도 슬쩍 짜증나서 간신히 넘기고 그 이후부턴 고속도로였는데..이런겜은 진짜 못할거같아요
접니다
14/10/18 18:19
수정 아이콘
역시 그랬군요 안그래도 주변모두가 기대하는 게임인데
친구랑 저는 광고영상을 보면서도 아무래도 시대에 비해 후진 느낌이 든다고 막 그랬었는데 그게 시각적인면이 그랬던 거군요
14/10/19 01:26
수정 아이콘
전 가장 아쉬운게 결국 제대로된 스토리는 뭐인가 하는 점입니다;;;
엔딩까지 보면서 그 내용을 다 말하면 스포가 되니 자세한건 말 못하는데
결국 엔딩까지 보면서

"흠...... 그래서 결국 내가 해왔던것들은 다 뭐였다는 거지?"

의문만 더 커지고 대놓고 후속작 예시하는것도 그닥이고;; 여튼 찜찜합니다.
게임 자체는 재미있게 했는데 이게 무슨 클래멘타인도 아니고;;; 아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5441 [LOL] 롤챔스의 탈을 쓴 롤드컵 결승 직관 후기 [28] 감동힐6143 14/10/19 6143 1
55440 [LOL] 결승전 직관 후기 [23] Glenfiddich5716 14/10/19 5716 0
55439 [LOL] 결승전 직관 및 여러가지 후기 [3] Leeka6249 14/10/19 6249 1
55438 [LOL] 롤드컵 결승 삼성 화이트 vs 로얄 요약분석 : 세계 최강 팀의 전술 [10] JoyLuck8141 14/10/19 8141 6
55437 [LOL] 실망입니다. (결승전 운영) [74] 제10번교향곡13425 14/10/19 13425 21
55436 [LOL] 어제 나진 팬사인회를 다녀왔습니다. [21] 삭제됨6839 14/10/19 6839 4
55434 [LOL] 결승전 30분전 현재 입장도 못하고 있네요 [57] 알콜부이16095 14/10/19 16095 0
55433 [LOL] 피글렛 커스 이적 루머 [21] 랑비9950 14/10/19 9950 0
55431 [기타] [클리커히어로즈] 여러분의 히어로 소울을 호로록 해버리겠습니다. [10] 써니는순규순규해16207 14/10/19 16207 0
55430 [LOL] 밥 먹자! 피즈공략 [27] aura9276 14/10/19 9276 0
55429 [LOL] 삼성 화이트 VS 로얄클럽 프리뷰 [10] Leeka5712 14/10/19 5712 1
55428 [LOL] 롤 프로를 하기 힘든 나라. 한국 [55] Leeka8729 14/10/18 8729 5
55427 [LOL] 압도와 페이커, 그리고 롤이 끝난 후에 [118] 주환22023 14/10/18 22023 6
55426 [LOL] 라이엇 미디어데이 관련 이야기&내용들 정리 [25] Leeka7297 14/10/18 7297 0
55424 [기타] 이블 위딘 리뷰 [14] 저퀴7295 14/10/18 7295 0
55423 [기타] [WOW] 경제가 망한 게임의 문제란... [231] 세이젤16335 14/10/18 16335 3
55422 [기타] 반인륜적 게임 'Hatred'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67] 축생 밀수업자10332 14/10/18 10332 0
55421 [기타] 마인크래프트 랠름 초대 드립니다. [16] 코왕5638 14/10/18 5638 1
55419 [LOL]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 그리고 소속 팀 스태프들에게 ... [162] 워크초짜23383 14/10/17 23383 23
55417 [LOL] 브론즈에서의 게임 탈주율 [31] 불타는밀밭8326 14/10/17 8326 0
55416 [기타] [스타1] 그때 그시절, 기억에 남는 경기들 [11] 구름이가는곳7308 14/10/17 7308 0
55415 [기타] 플스4. 북미 NPD 9월 대 기록 달성 [19] Leeka6824 14/10/17 6824 0
55414 [LOL] 라이엇이 방관하고 있는 픽/밴 및 결과창에서의 욕설 [79] 파업11706 14/10/17 1170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