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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12 15:28:55
Name ipa
Subject 뒤늦은 리뷰 - 신대근 v. 신상문 in 투혼.



1. 초반


신대근은 세번째 해처리를 모두 가스자원지역에 펴버리는 초극단적인 노스포닝 3햇을 선택.
신상문은 투배럭 더블.
거기에 스타팅 위치는 대각선.

만약 가로거리가 꽤나 가까운 투혼의 특성상 스타팅이 가로로 걸린 상태에서 저런 식의 빌드가 맞물렸다면, 신대근에게 한 타이밍 위험한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이 경우에는 자원 격차는 더 적더라도 원배럭 더블이 오히려 신대근에게 더 안정적인 우위를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경기에서는 빌드의 상성이 위치운까지 맞물리면서 저그가 노스포 3가스 3햇을 택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최상의 여건이 나왔다.  
신대근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퍼펙트한 출발.




2. 초중반


이후 신상문은 투배럭 병력으로 일단 앞마당 쪽으로 찌르기를 시도.
이미 너무 불리한 상황으로 시작한 신상문으로서는 외통수나 다름없는 선택이었지만, 사실상 이 찌르기로 신상문이 가져갈 수 있는 이득은 기껏해야 이미 벌어진 마이너스(-)의 절대값을 줄이는 정도.
타이밍상 저그가 뚫리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고, 신상문이 기대할 수 있는 구체적 이익이란 고작 최대한 많은 수의 성큰을 짓게하는 것 정도였다.

다만, 여기서 신상문은 4기 정도의 마메를 12시 미네랄 위쪽에 올려보내 3~4기의 드론을 잡아내고 뮤탈이 뜨는 순간까지 12시의 자원채취를 중단시키는 성과를 올린다.

하지만 이 역시 초반의 유불리를 뒤집거나 대등하게 맞추는 정도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어차피 미친저그는 원래 뮤탈로 시간을 벌면서 3가스를 가져가는 걸 정석으로 하는 빌드다.
본진 3햇을 기반으로 한 통상적인 미친저그의 경우, 뮤탈이 뜬 타이밍, 아무리 빨라봤자 스파이어가 지어지고 있는 타이밍에 3가스를 가져가기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고, 그것만 방해받지 않아도 미친저그는 이미 자원상으로는 상당한 성공이다.
그런데 신대근은 아예 스포닝도 없이 3가스를 가져가는 배짱을 부려버렸으니, 그렇담 이건 미쳐도 곱게 미친 저그가 아니라 아주 더럽게 미친, 대략 "개또라이저그"정도로 불러주면 적당하려나.

비록 12시 마메의 방해에 의해 뮤탈은 커녕 저글링도 나오기 전에 제2 자원지역을 돌리려던 개또라이성 배짱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더라도, 뮤탈이 뜨는 시점에 즉시 찌끄러기 마메를 정리했고 이미 지어져있는 가스통에 드론을 붙이기만함으로써 즉시 3가스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으니, 3가스의 절대적인 활성화 타이밍 자체는 통상적인 미친 저그보다 오히려 조금 빨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최초에 노스포 "3가스" 3햇이라는 초극단적인 로또성 자원이득이 통상의 성공적인 자원이득의 범위로 줄었다는 정도의 손해만 있을 뿐, 신상문과의 상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신대근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손해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
비유하자면 12시의 마메가 가져온 차이란 '압살'을 '무난한 승리'로 바꾸어놓은 것에 불과한 정도.




3. 중후반


저그가 하이브를 완성시키고 4가스를 가져가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진출하는 테란의 병력이 해야 할 역할은 첫째, 아예 앞마당 쪽으로 들이닥쳐 경기를 끝내기, 둘째,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저그의 가스멀티를 깨거나 차단하기다.
그리고 요즘 테란은 여기에 하나의 역할을 더 부가한다.
자신이 3가스, 4가스 멀티를 가져 갈 시간을 벌기.

그런데 결과적으로 신상문의 병력은 이 세 가지에 모두 실패한다.


이 시기의 테란의 정석이 한 방 병력을 진출시켜 압박하는 것이라면, 저그의 정석은 당연히 그에 대한 수비가 된다.

-가끔 롱기누스의 마재윤이나, 로키의 이제동, 촉이 살아있을 때의 박찬수 등등이 이걸 뒤집어내는 전술로 테란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변칙에 가깝다-

이때의 저그 수비 방법 역시 몇 가지로 정형화되어 있는데, 첫째가 저럴디파, 둘째, 다수의 성큰, 그리고 셋째가 바로 가디언이다.
그리고 미친저그 빌드의 경우 빌드 자체가 첫째의 방법을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의 선택지는 둘째와 셋째, 즉 다수 성큰으로 버티며 최종적으로 울트라로 밀어내는 방법 또는 가디언이 된다.

즉, 미친저그 빌드에서 가디언의 역할은 그 배치가 자신의 진영 쪽이든 테란의 진영 쪽이든 궁극적으로는 다수 성큰의 역할과 같다.
자신의 자원지역을 지켜내는 동시에 역공할 병력을 갖추는 시간을 벌어내는 것.

이런 그림에서 가디언이 실패하는 양상 중 하나는 성큰 방어가 실패하는 경우와 완전히 같다.
즉, 숫자가 모자라거나 전술적 실패로 버티는 타이밍 자체를 벌어내지 못하는 경우다.
성큰의 경우, 이러한 실패를 만들어내는 테란의 원인요소는 생각보다 많은 탱크, 많은 메딕 또는 아주 드물게 핵 같은 것이 되겠다.
가디언의 경우에 그런 카운터로 작용하는 테란의 요소는 바로 레이쓰다.
테란이 재빠르게 레이쓰로 가디언을 무력화시키는 경우, 보통은 저그의 성큰라인이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뚫려버리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
역공은 커녕 그 타이밍을 막아내지 못하고 테란의 병력에 테크나 자원이 무너지게 되는 것.
즉 "수비" 자체의 실패다.

설사 가디언으로 그 타이밍의 수비 자체는 성공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가디언의 선택이 실패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가디언에의 과다한 투자로 인해 역공의 타이밍이 늦춰지게 되는 경우다.
즉, 가디언의 기회비용으로 인해 역공에 쓰일 울트라의 확보가 늦어지게 되는 것.
가디언은 성큰과 달리 울트라에 쓰일 가스를 가불해 사용하는 방어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테저전에 있어서는 바로 그 역공 타이밍의 지연된 공백만큼 테란의 멀티가 늘어나기 때문에, 가디언의 과다한 기회비용으로 인한 역공타이밍의 지연은 저그에게 이전보다 더 큰 손해를 초래한다.

이 경기에서 신대근의 가디언은 신대근의 입장에서만 보면 첫번째 혹은 두 번째 이유에서 실패로 평가될 가능성이 꽤 있었던 선택이었다.
하지만 신상문의 상황과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레이쓰의 재빠른 활약에도 불구하고 테란의 병력 자체가 너무 적었기에 가디언의 정리가 바로 테란의 돌파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첫번째 양상의 실패를 피해갈 수 있었고, 나아가 가디언으로 인한 저그의 병력 공백 타이밍에 신상문의 추가멀티가 착착 확보되어 가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역공 타이밍의 지연도 결과적으로는 두번째 양상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즉, 12시의 활성화 지연이나 레이쓰의 빠른 대처가 신상문의 득점이자 신대근의 실점사유였던 것은 맞지만, 그러한 실점에도 불구하고 점수판이 뒤집히지 않을만큼 이미 벌어놓은 신대근의 점수가 너무나 많은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4. 후반


신대근은 신상문의 압박병력을 걷어낸 후 곧바로 신상문의 6시 자원지역으로 들이닥쳤고, 멀티 활성화를 상당히 지연시켰다.
그리고 울트라가 일정 숫자 모이자 디파일러를 동반하여 신상문의 앞마당으로 무리하다시피 쇄도해들어갔는데, 병력간 득실상황만 본다면 저그가 약간 무모한 전투를 벌였다고도 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저그가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압박하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테란은 추가적인 멀티를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즉, 당시의 양상에서 중요한 것은 병력의 득실이 아니라, "공격하는 쪽이 테란이 아닌 저그라는 것"  자체라는 것이다.

최근의 테저전에서 다소 불리한 전황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역전을 해내는 이영호식 테란의 근간은 테란의 멀티에 있다.
그리고 테란이 멀티를 가져갈 수 있는 전황은 당시의 공격 주도권이 테란에게 있다는 양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되었든 그 타이밍에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 압박을 가하는 쪽이 저그라는 것은 바로 그 근간을 잘라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저그가 당시 그와 같은 공세를 취하면서 동시에 1시 뿐 아니라 테란의 예정 멀티지역인 7시 지역에 해처리를 펴고 있었다는 것이 더더욱 저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 되었다.

사실 한상봉 대 이영호 전에서도 일반적으로 흘러갔다면 이 경기처럼 되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이영호가 멀티를 가져가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한상봉이 신대근처럼 적극적인 공세로 빠르게 전환했다면, 제아무리 이영호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 상황으로 수세적인 움직임을 펴야하는 상황에서 추가멀티를 두 개씩 펴면서 벌처 플레이까지 펼치기란 꽤나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반면 저그는 공세적인 플레이로 소모전만 해주면서 후방에서는 드론을 보충해 자원적 격차를 본격적으로 벌여놓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신상문과 이영호의 차이점은 후방에서 돌아다니는 유닛이 레이쓰와 벌쳐로 달랐다는 점도 있는데, 이 두 유닛을 비교해놓고 보면 벌쳐가 테란 입장에선 훨씬 좋다.
둘 모두 저그의 입장에서는 "컨트롤"면에서의 부담증가라는 압박이 큰 유닛이다.
즉, 벌쳐와 레이쓰는 저그에게 손이 많이 가도록 만드는 유닛이다.
그래서 안 그래도 손 갈 데 많은 후반으로 갈수록 더더욱 짜증을 솟구치게 하는 골칫덩어리다.

하지만 레이쓰는 테란 입장에서도 기회비용이 큰 유닛이라는 단점이 있다.  
베슬의 기회비용을 잡아먹고, 탱크와 벌처의 기회비용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가디언을 뽑은 저그를 상대로는 그 기회비용이 상당히 상쇄된다.
즉, 저그에게도 만만찮은 자원부담을 유발하는 가디언이라는 유닛을 요격해내는 것만으로도 레이쓰에 투하된 자원은 그 효율성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데, 저그 입장에서는 가디언을 잡히는 가시적 손해 뿐 아니라 일단 뽑히고 나면 벌처 못지않게 짜증나고 손 많이 가는 레이쓰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더불어 안게 된다는 점에서 가디언의 숨겨진 또 하나의 리스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디언과 레이쓰의 이런 상관관계는 저그와 자원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만 의미가 있다.
똑같이 저그의 컨트롤 부담을 가중시키는 유닛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벌쳐는 레이쓰보다 기회비용이 훨씬 적다.
따라서 자원격차가 큰 상황에서 멀티를 도모하고 전장의 주도권을 잡아오기 위한 유닛으로는 레이쓰보다 벌쳐가 훨씬 좋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는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 저그와 테란의 자원적 격차 자체가 꽤나 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히려 가디언과 레이쓰의 일반적 상관관계가 뒤집혀버리는 양상이 나왔다.
즉, 가디언이 레이쓰의 생산을 유도함으로써 테란 입장에서 이후 저그가 생산할 디파울링의 카운터로서 훨씬 효율적인 유닛인 탱크와 벌쳐의 기회비용을 빼앗아 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얼핏 보면 신상문의 레이쓰가 꽤나 쏠쏠한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돈으로 뽑았을 벌쳐 탱크의 기회비용에 대비해서 말이다.
레이쓰의 생산 자체는 신대근의 가디언에 의해 유도된 외통수나 다름없었다고 하더라도, 신상문은 가디언을 정리한 후에도 레이쓰를 추가적으로 몇 차례 더 생산해주는 모습을 보였는데, 차라리 그 자원을 일찌감치 팩토리에 투자해서 탱크, 마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멀티를 앞당기는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엄청난 손해로 돌아왔던 드랍쉽 역시 마찬가지고.





5. 총평


어쨌든 빌드상 신대근이 시작부터 안고 들어간 이득이 너무나 컸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신상문이 안간힘을 쓰며 따라가는 양상으로 진행된 경기라고 생각된다.
그 과정에서 12시의 초반견제라던지, 레이쓰 생산 등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거시적으로는 결국 이미 발생한 큰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형적 선택일 뿐이었다.
초반에 신대근이 잘 그려놓은 큰 그림 내에서 신상문의 그러한 전형적 선택들은 대부분 외통수나 다름없었고, 중간중간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결국 큰 흐름 내에서는 그 외통수들을 잘 막아낸 신대근이 무난한 승리의 선에서 경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이번 경기의 경우에는 위치운까지 상당히 따라줬지만, 투혼에서의 노스포닝 3가스 3햇 "제대로 미친저그" 전략은 무난한 배럭더블 테란을 상대로는 위치에 관계없이 꽤나 유용한 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또 한가지. 역시 이영호식 후반 테란은 애초에 배를 째기 전에 배 쨀 정신도 못차리도록 흠씬 두들겨 패놓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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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_Republic
10/03/12 16:21
수정 아이콘
신대근 선수 판을 잘 짜오는 능력이 괜찮은데 운영은 조금 아쉽더군요. 자칫 역전으로 이어질수도 있는 상황까지 갔다가 폭탄드랍 성공으로 승기를 잡을수 있었지요.
파일롯토
10/03/12 16:26
수정 아이콘
뒤늦게 경기를보고 신대근선수의 세심하고 꼼꼼한 플레이에 깜짝놀랐네요
작년에에결에서 지는모습을많이봐서리
큰판위에서 테란의모든상황에 대처가 완벽해보였고 생산과 멀티또한 기가막히게하더군요
앞으로 매정우,이제동,김명운선수와더불어 기대되는 테란전입니다
SigurRos
10/03/12 17:34
수정 아이콘
저도 패인은 레이스라고 봤습니다. 레이스보다는 마린메딕으로 더 강하게 압박을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레이스 컨트롤에 신경쓰다보니 정작 중요한 마린메딕은 집에 틀어박혀 있었죠. 레이스와 마린메딕을 동시에 컨트롤 해줬다면 좋았을텐데
603DragoN2
10/03/12 18:24
수정 아이콘
연결되는 다전제의 묘미였다고 생각됩니다.
한판하고 다음주에 이어서 했으면 저런경기는 안나오죠.
경기력은 그닥이였지만 저는 저런 심리상태에서 나오는 상황들을 좋아합니다. 이게 다전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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