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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20 13:48:01
Name ROKZeaLoT
Subject 오래간만의 경기감상-이경민vs김동건 ever스타리그 36강
이번에도 역시 스타리그 36강전 감상평입니다. 이경민vs김동건 전인데요. 김동건 선수가 언제 STX로 이적을 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삼성칸 테란라인이 그리 탄탄해보이진 않아보이는 입장이라서, 인본 김동건 선수정도면 삼성칸으로선 전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좋은 카드라고 생각되었는데요. 뭐 가을이횽이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만[...]

각설하고, 경기 리뷰 시작해보겠습니다.



1경기

-생더블로 시작하는 이경민. 요새 대세는 생더블인가? 허허 이거야원. 가장 최근에 본 프테전이 김택용 vs 변형태 경기라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김동건은 벙커링 훼이크를 쓴 뒤 무난히 원팩 더블을 시전합니다.

-이후 빠른 스타포트를 올리는 김동건.

-개인적으로 테란의 이 스타포트가 언제나 좋아보입니다. 타이밍러쉬와 업테란을 배제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레이스로 셔틀견제 봉쇄에 이은 드랍쉽으로 이리치고 저리치고 콤보는 타이밍러쉬와 업테란을 필요없게까지 만듭니다. 이 스타포트로 인해 프로토스의 삼룡이 타이밍이 많이 늦어졌죠.

-그나저나, 이경민 어디 안가는군요. 바로 스타게이트 올려버립니다.

-이후 원 커세어를 뽑아내고 캐리어를 생산하는 이경민. 앞마당까지 먹었기 때문에 게이트 쉬는 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았구요.

-그다음은 예상된 벌쳐드랍. 어짜피 쉬는 타이밍의 스타게이트에서 커세어 한기를 뽑아, 그만큼의 시야를 밝혀 드랍쉽을 더 빨리 발견하는데 이용하는 이경민의 판짜기. 뭐 김동건도 유효타는 꽤 먹였고 토스의 체제파악도 성공했습니다만, 어쨋든 이경민은 테란을 자신의 바운더리 내에 가두는 것을 성공합니다.

-패스트 캐리어를 발견한 김동건은 테란이 할수있는 가장 최적의 선택을 합니다. 아모리 지으며 진출이죠.

-이 타이밍의 진출이 약간 무모하다고 생각될수 있으나, 프로토스는 아직 로보틱스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마인에 굉장히 취약한 상태였다는 것이죠. 이 타이밍의 진출은 제가 보기엔 무조건 옳은 진출이었습니다.

-좋은 타이밍의 진출 후 자리잡기에 성공한 김동건은 터렛신공을 시전하며 조금씩 기어올라갑니다. 이장면에서 저는 이경민의 드라군 움직임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치고 빠질 때를 정확히 알고, 무빙샷 역시 깔끔했습니다. 예전의 생컨저질토스 이경민은 온데간데 없었죠. 마치 송병구선수의 드라군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터셉터도 채우지 못한 2캐리어로는 할수 있는게 없었고, 4캐리어가 모였을 때에는 이미 골리앗 역시 머릿수가 꽤 되었던 상황이어서, 이경민의 캐리어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에 반해 김동건의 메카닉 병력은 점점 위로 올라와 어느새 넥서스에까지 포격이 닿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그리고 여기서 이경민의 신의 한수가 나옵니다. 바로 6캐리어가 되자마자 캐리어를 과감히 테란 본진으로 투입시키는 판단이었는데요. 탱크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의 모든 골리앗을 생산되는 족족 조이기 라인으로 투입했던 김동건을 보고 침착하게 6캐리어까지 모으면서 4캐리어때까지 적절히 '나는 수비에만 집중한다' 라는 모션을 취해줬던 이경민. 그야말로 테란을 철저히 농락한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까 수준급의 드라군 전술에 이은 수준급의 캐리어 마이크로로 경기를 마무리짓습니다.

-김태형 해설님, 이제 캐리어 버리셨나요? 캐리어에게 너무도 차가워지셨어요. 김캐리버 시즌 123의 충격이 너무 크셨나 봐요. 흑흑.




2경기

-입구 막은 후 무난히 원팩더블을 준비하는 김동건.

-그에반해 뚝심있는 이경민. 이번에는 본진 캐리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김동건이 선택한건 정통 업테란이군요. 혹시몰라 3시에 파일런까지 지어놨는데 업테란이라. 드랍쉽이 날라오지 않는다는것 만으로도 프로토스로서는 쾌재를 부를만한 일인데다, 테란은 이타이밍에 팩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이경민의 바운더리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손바닥 안에 테란이 들어왔습니다.

-셔틀이 날아오지 않자 토스본진에 스캔을 찍어본 김동건은 죽었다고 복창해도 시원찮을 상황이었죠. 터렛 도배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

-스캔소리 듣자마자 2캐리어를 출발시키는 이경민.

-그나마 김동건은 6시 미네랄멀티쪽의 커맨드센터로 캐리어의 시선을 돌리는데 성공했고 이를 틈타 터렛 도배에 성공합니다.

-터렛으로 급한불은 끄는데 성공한 김동건. 6시 미네랄멀티의 센터도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버티며 몸집 불리기에 들어갔죠.

-그러나 이경민은 앞마당을 먹고 2코어를 돌리며 캐리어를 계속 찍어냈고, 게이트웨이도 4개나 확보하는데 성공합니다. 엄해설 말마따나 이제 캐리어로 게릴라를 하기 시작하면 테란은 너무도 힘들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엘니뇨의 미네랄 장벽이 드랍쉽을 쫒는 드라군이 아닌 캐리어를 쫒는 골리앗을 막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거죠.

-하지만, 어쨋건 6시 멀티의 힘으로 덩치를 불리는데 성공한 김동건은, 본진 앞의 미네랄 멀티까지 확보하며 골탱을 차곡차곡 쌓아나갑니다. 그러면서 김동건이 준비한 히든카드는 바로 고스트네요.

-그런데 이경민, 앞마당 이후 9시쪽 미네랄 멀티를 가져가고, 그이후 멀티를 먹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 자원으로 캐리어와 지상군을 찍어내는데만 급급하구요. 게다가 캐리어는 부실한 지상군 때문에 견제도 떠나지 못하고 중앙에서 김동건의 병력과 신경전만을 펼칠 뿐입니다.

-그러다가 일순간 칼을 빼들은 이경민은 무려 자리잡고 있는 테란에게 정면싸움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고스트의 락다운이 빛을 발하며 김동건은 극적으로 이경민의 캐리어가 포함된 병력을 패퇴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엄청 불리한 상황에서도 버티고 버티며 몸집을 불리고 힘을 쌓으며 락다운을 준비하고 성공시킨 김동건을 칭찬할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이경민의 자폭이 너무 컸습니다. 물론, 이 자폭마저 받아먹지 못하는 테란이 있다는걸 감안하면 김동건 역시 인본인건 맞지만요.

-이경민은 치명적으로 왼쪽라인의 가스를 파지 않았습니다. 9시멀티 쪽의 미네랄만 팔것이 아니라, 셔틀로 프로브를 실어날라 위의 개스까지 팠어야 합니다. 2가스로 드라군 캐리어를 그렇게 뽑아댔으니, 당연히 가스가 부족하지요. 그리고 이 가스의 부족은, 템테크의 부재로 이어졌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부실한 지상군'의 원인 역시 가스의 부족으로 인한  템테크의 부재였습니다.

-캐리어를 확보한 토스의 템테크는, 아비터 체제의 그것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아비터 체제는 템테크를 올려놓기만 하고 쓰지 않아도, 아비터 자체가 너무도 강력해서 베슬만 조심한다면 아비터+질드라 만으로도 굉장히 위력적입니다. 하지만, 프로토스가 캐리어 체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상대의 조합이 골리앗 탱크이고, 자신은 질드라+캐리어 라면, 수적, 자원적으로 압도하지 않는 이상은 템테크 없이 이기긴 힘듭니다. 일단,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 골탱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짜증나게 템플러만 잡고 빠지는 벌쳐가 없거든요. 그리고 어쩌면 하템보다 더 중요할수도 있는게 바로 다템입니다. 다템은 클로킹 유닛입니다. 디텍터가 없으면, 다템 1기로도 200채운 병력과 상대가 가능하단 말이죠. 그리고, 이 디텍터를 말릴수 있는게 바로 모인 캐리어에요. 캐리어가 특유의 기동성을 이용해 테란의 커맨드를 모두 말리는데 성공하면, 그다음엔 다크 한두기만 있어도 게임은 끝이죠.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엘니뇨가 이 두가지를 이용한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기에 용이한 전장이었다는 겁니다. 일단 멀티끼리의 공중동선이 지상동선에 비해 많이 짧고, 센터는 광활하죠. 지상군은 센터를 돌아다니며 대치전선만 유지해주고 모인 캐리어로 테란의 센터를 말리기 시작하면, 테란은 당황하게 됩니다. 병력을 빼서 캐리어를 막자니 동선이 너무 길고, 엘리전으로 가자니 디텍터 없이는 결국엔 다템에 막히게 되니깐요. 게다가 일정수 드라군에 사이오닉 스톰까지 구비하고 있는 지상군은, 골리앗을 뽑느라 가스를 많이 소모해 베슬을 다수 생산할 여력이 없는 테란에게는 상대하기 껄끄러운 조합이죠.

-어쨌든, 이경민은 가스를 파지 않았고, 추가멀티도 없는 상황에서 덩치가 불어나는 테란을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병력을 꼴아박게 되고 캐리어마저 락다운에 잃으며 경기를 김동건에게 내줍니다.

-실수 하나로 인해 코앞에 있던 승자전 진출을 놓친 이경민. 3경기 마인드컨트롤에 성공할수 있을까요.

-만약에 제가 위에 써놓은 입스타가 2경기에서 이경민이 진짜 하고싶었을 플레이였다면, 좀 많이 슬픈 일입니다.





-3경기.. 는 적고 싶으나 적을게 없군요. 그냥 이경민의 자폭입니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이미 늦었죠. 드라군 빈집러쉬가 막히는 순간 이경민의 심정이 느껴지는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분명히 승자전 김정우전의 빌드와 판을 짜왔을 이경민이니, 2경기를 그렇게 놓친 순간에 가서 마인드컨트롤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라는 결론도 내릴 수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너무 슬프군요.

-김동건 선수, STX가서도 인본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활약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더 발전한다면 더욱 좋겠구요. 또 이경민선수, 많이 발전했습니다. 빌드와 판짜기에서는 강민의 스멜이, 생컨에서는 송병구의 스멜이 풍긴다면 좀 오바일까요. 전태규-박정길-이승훈으로 이어지던 하이트 토스라인의 한가닥 희망. 앞으로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p.s:경기를 몇번 돌려보긴 했습니다만, 틀린 부분이 있을수도 있어요. 지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p.s2:송병구선수 이번에 제발 양대에서 일좀 내주시길 바랍니다. 제발요. WO........따위의 게임 다시는 하지 마시구요. 흑흑흑.
p.s3:김태형해설님. 캐리어 너무 박대하진 말아주세요. 캐리어 살리면서도 충분히 좋은해설 할수 있습니다. 혹여나 김동수해설의 전철을 밟는 오류는 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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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09/11/20 15: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물론 읽지는 않았....
09/11/20 16:48
수정 아이콘
'자신의 바운더리 내에 가두는 것을 성공합니다.'에서 이공돌이의 향기가 느껴지는것은 기분탓이겠죠...?
09/11/20 17:17
수정 아이콘
김동건선수 토스전 기본기는 확실히 괜찮더군요. 순간적인 판단이나 타이밍 잡기 모두 괜찮던 경기였습니다.
후에 다시만난 투혼에서도 마찬가지였구요.
예전부터 느끼는거지만 이성은 선수가 김동건 선수 토스전만 가졌어도 역사가 달라질뻔 했을수도 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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