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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19 14:31:53
Name skzl
Subject 아곤(agon)
프랑스의 사회학자 로제 까이와(Roser Callois)는 인간의 놀이를 아곤(경쟁), 알레아(운), 미미크리(모의), 일링크스(현기증) 등 네 가지 개념으로 구분했다. 이 중 '아곤(agon)'은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놀이의 패턴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싸움 놀이'라는 것. 스타크래프트도 놀이가 가능한 것도 '아곤'이다. 상대 편과 맞붙어 이겨야 하는 것이다. 아주 많은 '스포츠'는 '아곤'의 형태로 재미를 이끌어낸다. 효도르와 싸우는 크로캅이나, 이창호에 맞서는 이세돌, 이제동에 도전하는 김택용 등.

눈여겨 볼 것은, '경기 내적'인 요소 뿐 아니라 경기 외적인 요소에서도 '아곤'은 적용이 되기 마련이다. 이는 '기록'을 통한 '경쟁'. 그러니까 '스타'와 '야구'는 다르지만, 이걸 데이터로 치환하여 접근하였을 때는 이때 느끼는 재미는 아주 흡사해진다. 누가 누구를 이겼고, 누구의 기록이 어떠하고, 선수의 컨디션이 어떠하다는 듯. 이 같은 '기록'을 통한 경쟁들. 이것 또한 ag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기록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스타팬덤에서는 '스토리'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사'와 '팬덤'의 영향, e-sport 산업적인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게임 외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타계를 바라보는 다양하고 복잡한 '프레임'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닌 '프레임'에 대한 논쟁은 사실 답이 없다. 한 프레임이 밝힐 수 있는 세계, 혹은 의미의 영역을 인정하고 정리하는 것이 최선인데, 몇 가지 개념적 혼동에 의해 생겨난 문제들을 끝까지 물고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의미없고 부질없는 싸움들이 끊이지 않고 반복된다. 그건 왜 그럴까? 이것 또한 'agon'이기 때문이다. 스타 내적 agon, 데이터를 통한 agon외에, 스타에 작동하는 또 하나의 agon이 생겨나는 것인데, 그건 바로 팬들끼리 싸움질 하면서 노는 거다. 이렇게 소모적인 짓을 왜 하냐? 싸우면 재미있기 때문이다. 싸움이 주는 흥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dc의 스갤에서는 싸움이 멈추질 않는다. 싸움이 멈추면, '정전'되었다고 슬퍼한다.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싸움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호이징가는 <호모루덴스>에서, 놀이 의 적은 loser가 아니라, 놀이 파괴자라고 말한다.

놀이 이론의 관점에서 pgr의 논쟁또한 기본적으로 agon을 벗어날 수 없다. agon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플라톤의 대화록에 등장한 소크라테스 또한 변증술의 agon적 성격에 휩쓸려 버럭 버럭 화를 내는 장면이 여러차례 있으니 말이다. 아곤에 대한 가치판단은 제외하더라도, 어떤 형식으로 agon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로제 까이와는 놀이의 4가지 범주 이외에, 규칙성의 정도를 통해서 놀이를 다시 루두스 (ludus)와 파이디아(paidia)로 나눈다. 루두스는 규칙성이 아주 높은 단계이고 파이디아는 혼란이 아주 높은 단계이다.

극단적인 루두스 단계에서는 놀이가 발생할 수 없다. 일은 놀이가 아니다. 예술또한 극단적인 실험에 가서는 재미가 없다. 그 역 또한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혼란 상태는 재미가 없다. 아이들을 교실에서 방치하였을 때, 지네들끼리 우우웅 몰려다니며 놀다가 어느순간 잠잠해지는 걸 볼 수 있다. 이 양 극단 사이에서 놀이는 앞서 언급한 4가지 양태로 나타난다.

dcinside의 스갤이 경우 놀이는 파이디아에 가까운 형태다. 무규정, 무규칙 적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의 rule이 있기 때문에, rule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진따 취급 받기 일쑤다. "넌 그냥 말 하지 마라. 답답하니까." pgr의 경우는 그 역에 가깝다. 루두스다. pgr이 제시하는 몇 가지 rule은 놀이의 형식을 제한시킨다. 그래서 다른 공간에 비해 '딱딱한 데이터'가 주요한 텍스트인 편인데, 그건 그것대로 어울린다. 그런데 pgr에서 자주 보이는 '놀이'의 형식은 데이터, 혹은 프레임, 혹은 선수에 대한 감정 표현에 대한 '논쟁'이 붙었을 때. 평상시 강제하는 다양한 제약들을 뚫고 아곤이 솟구쳐 오른다.

문제는 논쟁이든 아니든. 다 논다는 것이다. pgr이 dc에 비해 엄격하게 재한하는, 막말들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틀림없이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명을 다해 노는 것은 좋다. 낚시질에 걸려서 흥분을 하거나, 막말을 들었다고 막말을 하거나, 마음에 안든다고 다구리를 하거나. 어쨌든 노는 것이다. 그걸 인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놀 때는 유치하게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굳이 바락 바락 나는 원래 점잖은데 니가 유치해서 따라하는 거라고 우길 필요도 없다. 그럴 생각이면, 애초에 논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아냥으로 상대를 낚시질 하는 것은, '논쟁'의 아곤을 빛나게 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소명을 다 해서 놀되. 놀이에 너무 애쓰지 말자라는 거다.

pgr의 ludus에 관한 형식은, 나중에 문화학 수업에서 보고서로 작성할 계획이 있는 주제였는데. 어쩐지 어중간하게 까발려 버렸네요.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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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이
09/11/19 14:48
수정 아이콘
호오 흥미로운 글이로군요 재밋게 잘읽었습니다
ps. 마지막 문단에 pgr이 dc에 비해 엄격하게 재한하는->제한하는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만.
KnightBaran.K
09/11/19 14:50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이군요. 이제 그만 놀고 할 일을 해야겠군요 -_-;
09/11/19 14:53
수정 아이콘
DC,PGR 등 에서 네티즌들의 놀이양상에 대한 글인 거 같은데, 글은 잘 읽었습니다만 게임게시판에 적합한 글 일까요...?
09/11/19 14:55
수정 아이콘
Rukawa님// 이 또한 pgr의 ludus적인 측면이지요. -_-;
compromise
09/11/19 15:01
수정 아이콘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주는 건 역시 논쟁인 거 같습니다.
09/11/19 15:02
수정 아이콘
compromise님// 아곤은 나쁜게 아니죠. ^^
09/11/19 15:03
수정 아이콘
skzl님// 하하 그렇군요. 저도 dc, 와이고수, pgr 등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인데 어떤 사이트에 접속중일 땐 그 사이트의 Rule을 저도 모르게 따르게 되더라구요.
09/11/19 15:15
수정 아이콘
Rukawa님// 지나친 rule의 강조는 놀이를 죽이는 효과가 있사옵니다. ^^
09/11/19 15:18
수정 아이콘
게임에 관한 글에 특히 관심있었는데..흥미로운 내용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사견입니디만, 이 이론으로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놀이'에 대한 설명은 되지만
커뮤니티의 본래 기능인 '대화' '공감' '친목'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으련지요.
'화합'보다는 '경쟁'에만 초점을 맞춘 거 같아서 조금은 씁쓸하네요.
뭐 애초에 '게임'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09/11/19 15:23
수정 아이콘
Gidol님// 아마 호이징가였다면, 공감과 친목은 그렇지 않은 곳을 '배제'함으로써 결속을 다지기 때문에 'agon'적이라고 불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 아곤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것이 있지요. 호이징가-로제까이와의 놀이이론이 가지는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말씀하신 부분을 좀 깊게 검토하여 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Ms. Anscombe
09/11/19 15:31
수정 아이콘
rule 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예컨대 '보험 약관'과 같은 식으로 이해한다면 '놀이'의 이미지와 배치되어 보이겠지만, 규칙을 바꾸어간다는 것도 놀이의 한 속성일 것입니다.
09/11/19 15:37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그렇지요. 규칙을 바꿔가면서 놀기도 하고, 규칙을 이용해가면서 놀기도 할 겁니다.
사실좀괜찮은
09/11/19 15:50
수정 아이콘
게시판에서 발생하는 논쟁의 경우... 놀이의 속성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놀이'라는 것이 모집합이 아니라 부분집합일 공산이 더 크다고 봐요. 단순히 '놀이'를 찾아 헤매다가 논쟁에 유입되는 경우도 상당하지만... 결국 '놀이'라는 측면은 '팬덤의 기본적인 속성'이라든가, '자기만족', '정태적 집착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아집'이라든가 하는 부수적인 속성들과 동급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특정 현상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어떤 현상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속성이랄까요.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죠.

써놓고 보니 본문과 별 차이가 없는 듯한... 되송합니다.
Ms. Anscombe
09/11/19 15:58
수정 아이콘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맞는 말입니다. 놀이나 규칙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확대시켜 '다 놀이'식으로 말하는 것도 문제죠. 그래서 줄타기를 굉장히 잘해야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라..
09/11/19 15:58
수정 아이콘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아닙니다. '놀이상태'에 몰입하였을 때, 그것은 다분히 정신분석학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건 일종의 흥분상태거든요. 로제 까이와 본인도 정신분석학자였지요. 현대 심리학에서는 놀이와 관련된 연구가 얼마만큼 진행되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호이징가가 살아있었다면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께서 말씀하시는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서 놀이 이론을 전개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09/11/19 16:00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골치아프게 읽은 로제 카이와의 '놀이와 인간' 이군요.
"놀이가 인류의 문화, 법규, 도덕 등 다양한 인간 사회의 핵심 가치 체계를 조립하고 있다." 라는 도전적인 주장이 참 신선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룰을 지켜야 한다는 개념이 자리잡고, 이후로 법규와 도덕이 파생되어 나왔다. 라는 말인데,
놀이가 별 것 아닌 유아적인 행동으로만 치부하기 쉬웠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꽤나 충격이었을 거에요.
지금처럼 게임이나 놀이가 하나의 거대산업으로 발전한 시대에도 그 이론이 신선하게 느껴지니 말입니다.

PGR 게시판의 논쟁을 이야기할 때 '미미크리' 를 빼놓을 수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껏 가면을 쓰거나, 인형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행위, 또는 연극 정도로 미미크리를 즐겨 왔던 인류가
인터넷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나를 투영한 가상의 존재를 자기 마음대로, 거의 무제한으로, 아주 안전하게 만들어 낼 수 있지요.
이런 간편하면서도 완벽한 가면을 인류는 제공받은 적이 없으니, 신났죠, 아주.
본래는 잠깐 '가공의 나' 를 즐기다가 '현실' 로 돌아오는 형태였는데, 이제는 정말이지 뭐가 진짜고 뭐가 미미크리인지 모호할 정도입니다.

아곤은 승패가 결정되는 경쟁의 형태이지만, 악의적 미미크리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에게 승패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면 하나 쓰고 나타나서, 논란글 하나를 툭 던지고 사라진다던지, 다른사람에게 상처가 될 단어를 고른다던지 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그나마 PGR이니까요. 그 미묘한 양팔저울의 무게중심을 아슬아슬하게 맞추어 나가는 곳이 여기이기에, 계속해서 찾는것 같습니다.
사실좀괜찮은
09/11/19 16:25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크크... 그런데, '사람은 놀기 위해서 세상에 왔다'는 어떤 분의 말씀을 들으면 놀이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skzl님// 음... 저는 다만 '어디에나 갖다붙이면 그럴 듯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여 만세' 같은 말이 되지 않을까 해서 경계한 것 뿐입니다. 크크... 저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개입하는 다수의 행위들은, 그렇지 않은 행위들에 비해 '놀이'의 비중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것을 놀이로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한 끗 차이겠지만... 정말 사람의 마음이란 건 헤아리기 어려워요.
09/11/19 16:27
수정 아이콘
DEICIDE님// 팬덤문화에는 분명 미미크리가 강하게 작동하지요. 로제까이와를 읽으셨군요. 어쩐지 반갑습니다. ^^
09/11/19 17:04
수정 아이콘
뭔지.. 이 학구적인 분위기는..
어려운 단어들과 모르는 이야기들이 난무 한다.
Ms. Anscombe
09/11/19 17:26
수정 아이콘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그 말이 그냥 서두에서 일종의 '주목!'을 위해 쓰인 거라면 상관없겠습니다만, 그걸 진심으로 한다면 닥치는대로 깔 겁니다. 모든 것을 '놀이'로 정의해버리면 사실상 놀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그 말이 의미있는 경우는 '놀이'라는 개념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수단의 경우일 뿐입니다.(즉, 놀이 개념이 중요하다는 강조의 의미인 경우)

놀이라는 말을 쓸 때 그것을 '형식'으로 보는 입장과 '내용'으로 보는 입장이 갈릴 수 있습니다. 전자는 놀이가 갖는 형식의 차원, 즉, 규칙의 생성, 규칙의 따름, 규칙의 변형 등에 주목하고, 후자는 놀이가 갖는 내용의 차원, 즉 즐김이라는 의미에 관심을 갖죠. 저야 당근 전자입장이지만, 후자 입장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놀이라는 말을 쓸 때 두 가지를 정련되지 않은 채 쓰는 경우에 발생하죠. 예컨대, '게임은 놀이, 따라서 장난' 식의 논리가 그것입니다.
사실좀괜찮은
09/11/19 17:45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물론 말씀처럼, '놀기 위해서 세상에 왔다'라고 주장하는 건 삶의 본질이 뭔지를 깨달아라, 뭐 그런 의미였겠죠. 농담삼아 해 본 말입니다. 크...

게임과 놀이에 대한 말씀을 들으니 생각나는데, 예전에 93년이었나, 그쯤에 나왔던 게임에 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었죠. 게임은 놀이와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 그 자체는 아니다. 이를테면 심시티는 재미있는 놀이이고 장난감이지만,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정량화된 게임 코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논문이 상당히 옛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상당수의 게임들이 이러한 게임 코인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대부분의 MMORPG가 이러한 경향을 가지고 있고, 오히려 이들의 장점은 게임성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주어지는 보상들도 무형적인 것을 더 선호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컴퓨터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의 대부분은 게임이라기보다는, 보다 즉물적 체험에 기반을 둔 놀이에 가깝다, 종종 '게임'의 형태를 띄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뭔 헛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주제와 상관은 없지만, 그냥 생각나서 주절거려 봤습니다 - _-;
Ms. Anscombe
09/11/19 17:52
수정 아이콘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게임 코인'은 뭔가요? 무슨 부루마불의 지폐 같은 건가요?--;; 저는 그냥 'game' 의 번역으로 '놀이'를 씁니다만, (예컨대, 언어게임과 언어놀이) 특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좀괜찮은
09/11/19 18:24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비슷한 건데... 대충 동일한 목적을 두고 경합하는 사이에서 부여되는 일종의 '자원'을 뜻하는 표현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회'와 '선택'을 발생시키는 개념이구요. 공정한 상황에서, 수많은 기회 중 '선택'만을 통해서 우위를 점하고 승부를 보기 위한 것이 'game'이라고 보는 입장이죠. 부르마불에서라면 일단 화폐, 그리고 매 회 돌아오는 턴이 대표적인 게임 코인일 것이고, 이는 토지를 구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의사선택에 영향을 주게 되겠죠. 심시티의 경우 초반의 한정된 상황에서는 대부분 '생존'이 동일한 목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원 - 선택 - 목적'이라는 게임의 룰이 성립하지만, 도시가 거대화될 수록 목적은 자율적으로 선택되고, 결국 게임이라기보다는 장난감, 자기성취형 놀이의 형태로 변화한다고 보는 거죠. 생각해 보면 윌 라이트가 만든 게임들이 다 그런 식입니다만...

이러한 개념은 RPG,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된 MMORPG에서 가장 많은 괴리를 낳는 것 같습니다. RPG에 존재한 '자유도'라는 것은, 게임을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가능성으로 만들어졌지만 반대로 게임의 룰 자체를 파괴할 위험성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애초부터 이 '놀이' 자체가 일종의 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시스템이고, 게임은 그 안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이를 테면, 전투, 대화술, 거래, 제한적 조건과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탐색 등)가 대부분이죠. 여기서 게임의 룰을 가장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레벨 시스템인데, 이것은 역할놀이에 따른 현실적인 체험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만 수시로 발생하는 국지적인 '게임'의 난이도에 개입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레벨에 따라 게임이 어려워지기도 하고, 쉬워지기도 하고... 정상적인 게임을 원한다면 이를 적당히 조절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그 때문에 게임 마스터나 게임 설계자는 게임의 공간이 한정된 경험치만을 공급하도록 하죠.
문제는 MMORPG입니다. MMORPG에서는 시간만 무한정으로 공급한다면 결국 레벨은 높아지게 되어 있으니까요(게임 코인이 무한정인 셈입니다). 폐쇄된 공간의 RPG라면 게임이 빨리 끝날 뿐이지만, 유저들 간에 경합이 존재하는 MMO에서는 이것이 다르게 작용하죠. 게다가 '현실의 시간 = 게임상의 실질적 수치'로 반환되는 세계는 단순한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고, 이건 그렇게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죠. 보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게임은 끝나지 않고, 연속선상에서 계속됩니다. 그나마 이러한 상황을 제한하는 것이 WOW같은 게임에서의 레벨제한 룰입니다만...

뻘소리였습니다. 별로 유명한 개념도 아니예요 - _-
09/11/19 18:43
수정 아이콘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놀이' 와 '게임' 을 구분해서, 게임을 좀더 작은 의미로의 놀이의 한 종류, 이를테면 PC게임 등으로 정의해서 말씀하시는 것이었군요. 근데 사용하시는 놀이와 게임이라는 단어에 있어서 살짝 혼란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흥미로운 내용인데, 일단 정의하시는 게임의 범주와 구성요소, 요건 등을 언급해주신다면 좀더 재미있게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사실좀괜찮은
09/11/19 19:08
수정 아이콘
DEICIDE님// 제가 머리가 나빠서 - _-; 제가 얘기한 건 게임의 수많은 요소 중에서도 '경쟁'을 발생시키는 것들과 관련된 것 뿐입니다. 다만 게임은 경쟁 없이 성립하지 않지만, 놀이는 경쟁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던 거죠.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제가 수준이 낮아서...
실상... 컴퓨터 게임에 대한 이야기와도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보통 컴퓨터 게임의 본질을 이야기할때면 크리스 크로포드를 언급하고는 합니다만(아마도 PGR에서는 많은 분들이 이 사람 책을 읽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컴퓨터 게임에 들어가야만 할 것으로 표현, 상호작용, 경쟁, 안정성을 예로 들고 있죠. 아마 제가 읽어보았던 91년인가, 93년인가에 나왔던 그 논문도 크로포드의 저작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 RPG 잡지에 실린 글이었는데...

['The art of computer game design] 이 대표적인 저작인데, 십수년동안 묵혀놓았던 이 책이 05년 번역되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읽어보시는 것도...
09/11/20 16:56
수정 아이콘
'컴퓨터 게임과 문화'라는 과목에서 들은 기억이 있는 내용이군요.

아곤 - 스포츠, 알레아 - 도박류, 미미크리 - rpg/연극, 일링크스 - x-게임/놀이기구

제 성향은 미미크리에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성향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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