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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24 00:09:19
Name lost myself
Subject KOR의 미러클 보이, 이제 그 희망을 버려라.
[Oops]ClouD 차재욱 총 전적 384전 189승 195패 (49.2%) (와이고수 전적검색)


(응원글이라 편하게 반말로 하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강한 선수들을 연거푸 꺾어내던 너의 모습을 기억한다. 사람들은 너를 에이스 킬러, 자이언트 킬러라고 불렀지.
가장 빛났던 순간은 역시나 2004년 프로리그 결승전이었던 것 같아. 후... 지금 돌아봐도 참 멋진 리그였지 않아?

2004 프로리그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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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을 다시봐도 가슴 설레게 하는 장면들이 많아. 그리운 얼굴들도 많고.
그러고 보니 에이스 킬러가 이제는 그 에이스들과 한팀이 되었구나.
그때 넌 2004년 프로리그 1,2라운드 다승왕, 정규시즌(1~3라운드)MVP 였었지.



3:3 스코어 마지막 경기에서 너와 조용호가 출전했을 때 난 네가 너무도 믿음직 스러워 보였어. 그당시만해도 난 언제나 팀의 에이스는 무조건 테란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용호는 왠지 불안해 보였거든. 불꽃러쉬로 성큰과 마린을 뚫어버리며 결국 GG를 받아내는 순간 너의 그 만족한 듯한 표정이 생각나.

그에 반해 개인리그는 참 운이 없었던 것 같아.
너의 듀얼 토너먼트 대진표는 언제나 죽음의 조였지
나도현 차재욱 박태민 안기효
박태민, 차재욱, 안기효, 변은종
이윤열, 강민, 마재윤, 차재욱

느리지만 절대로 후퇴는 하지않는다던 엄재경 해설의 말이 기억이 난다.
차재욱은 언제나 항상 한단계씩 위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이야.
그렇지만 지금은 어떨까?

프로리그 08-09시즌 4전 4패
09-10시즌 출전 없음

그러고 보니 너의 다른 별명은 ‘차돌’이었지? 난 그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어. 성이 ‘차’씨이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 순간 마다 지어지는 벙커를 통해, 네가 뚝심있게 이겨낼 때마다 그 이미지를 떠올렸으니까.
혹시 바위 하면 그리스 신화 속에서 끊임없이 바위를 굴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니? 그의 이름은 시지프스. 신들을 골탕 먹이고 평생을 산 정상에 바위를 굴려 올리도록 벌을 받았단다. 어찌보면 거인들을 꺾어내던 너와도 비슷하구나.

누군가가 그랬어. 저 시지프스는 바로 우리 인간을 뜻하는 거라고.
매일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행복이란 가능한 것인지, 우리들은 항상 좌절만 할 뿐이야. 시지프스 역시 마찬가지지. 거대한 바위를 죽을 힘을 다해 밀어 올리지만 그는 왜 그것을 해야 하나 알 수 없어. 그리고 그것은 허망하게도 다시 무너져 내리지.

그럼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할까? 왜 자살하지 않는 거지? 고통과 무의미 밖에 없는 이 삶을 왜 유지해야만 하는거지?

마치 그런 거야. 힘들게 미네랄 50을 모아 눌러 낸 마린은 곧 죽을 운명이야. 세상에는 얼마나 강력한 놈들이 많은지. 왜 싸워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 지지만 그래도 방아쇠를 당겨야만해. 이렇게 해서 적을 물리치면 나에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힘들게 상대에게 GG를 받아 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거지?

하지만 이 점에서 우리는 시지프스의 얼굴을 다시 잘 바라보아야 해.
저 시지프스가 힘겹게 바위를 굴려올린 순간 반대편으로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해 보는거야. 그는 울음을 터뜨리며 절망했을까? 아니면 화를 내었을까. 웃어버렸을까?

가장 인간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약속되어있는 것은 없어.
삶은 부조리의 연속일 뿐이니까.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을 거야.
그리고 당장 내일 죽어버릴 지도 모르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바로 삶이 부조리하다는 사실 그것 뿐이야.
우리는 사실 모두 사형수였어.
형장으로 끌려가는 사형수에게 어떠한 희망과 구원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가 바라보는 마지막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그가 느끼는 마지막 순간들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게 될까?

따라서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순간이 자유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거야.
높은 곳을 바라볼 필요는 없어. 그저 단 한경기 팀원들과 하는 연습. 그 순간에 너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야.
미러클 보이라는 기적은 너에게서 이미 다른 소년에게 넘겨진 것 같으니까.
나는 그저 너에게 다른 삶의 방식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한동욱, 서지훈, 김성기, 민찬기.
출전기회가 별로 없을 수도 있어. 신경쓰지마.
이기고 지고, 이기고 지고, 아무 신경 쓰지마.
그저 맵이 열리고 전장 속으로 빨려들어가 자기도 모르게 일꾼을 나누고 센터에 에스를 연타하는 순간 아무 생각도 하지마.

희망을 품지마. 그대신 절망도 하지마.
단지 이 엿같은 부조리한 상황을 지켜내기만 하는 거야.
어떠한 구원도 없어 그냥 그 자리에서 반항할 뿐이지. 우리 삶은 원래가 그런 거니까 말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것 뿐이니까.

너는 영웅도, 퍼펙트도, 폭풍도 아니니까. 자이언트의 킬러 결국 인간일 뿐이니까.
그냥 너의 한계 안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어버려.
산의 정상에서 비록 패배할지라도 미소를 지어. 인간적인 반항의 미소.

이제 새로운 리그가 시작했구나. 언제 다시 너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너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

네 앞에서 처절하게 그 길을 걷고 있는 네 동기가 있잖아?



공군 에이스, 그리고 차재욱 파이팅.


ps. 몇달 전에 Judas Pain님이 김택용 선수를 시지프스에 비유해서 글을 쓰신 적이 있죠. 그때 정말 깜짝 놀랐던 게 저도 같은 시기에 차재욱 선수를 대상으로 이 글을 쓰고 있었거든요. 올리려고 하는 순간 Judas Pain님 글이 올라와서 그냥 접어버렸었지요. 하지만 시간도 많이 흘렀고, 제 생각에는 김택용 선수같은 최정상의 선수가 좌절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좀 다시 정리해서 올립니다. 제 기억에 아주 오래 전에 홍진호 선수도 시지프스에 대한 패러디로 글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냥 차재욱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며 썼으니 못난 글이지만 너그러이 봐주세요.

혹시 2004년 차재욱선수와 조용호선수의 프로리그 결승전 마지막 7경기를 다시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ongamenet.com/vod/vodView.ogn?q=L&vodInfoIndex=2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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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myself
09/10/24 00:10
수정 아이콘
음..... 왜 이미지 파일이 안보일 까요 ㅠㅠ
09/10/24 00:16
수정 아이콘
'강민틴' 이라고도 불리었던 강민의 기요틴에서 첫 패배를 안겨주었던 선수.
스타리그 진출이 전성기가 한참 지나고 나서가 되버려서 높게 올라가보지도 못했었죠 ㅠㅠ
'웰컴투에프조'라는 짤방이 아직도 생각나는 죽음의 조에서 예상밖으로 1위로 올라가기도 했었는데..
그이후 경기력들은 솔직히 실망스럽기만 했습니다만..
[oops]cloud, 차재욱선수, 다시 에이스 킬러, 그때당시 별명이었던 '자이언트 킬러'로서의 모습으로
공군에이스에서 KOR우승시절의 욱브라더스의 포스를 다시 보여줬으면 하네요!
09/10/24 00:30
수정 아이콘
시지프스는 저 먼 옛날에 홍진호 선수가 pgr21에서 먼저 차지했었죠.

그 글 참 명문이었는데 말이죠,,
진호vs요환
09/10/24 00:31
수정 아이콘
fd 류의 선구자(?)이기도 하죠.. 차재욱식 페이크 더블이라고 전력게시판에서 봤던듯..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pc방이 대구시내에 있죠~ 몇번 가기도 했었는데...
자이언트 킬러로 다시한번...!!
도달자
09/10/24 00:35
수정 아이콘
자이언트킬러... 느릴지언정 후퇴는 하지않는다. 뭐라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나와서 이기는 모습을 보고싶네요.
The_Mineral
09/10/24 00:36
수정 아이콘
음 차재욱선수 공군으로 안티가 정말 급증가했더군요. 안타깝습니다.
09/10/24 00:46
수정 아이콘
최인규, 홍진호가 보여준 값진 1승의 감동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듀얼 죽음의 조에서 마재윤과 이윤열을 잡고 진출한 그때를 저는 못잊어요.~
체념토스
09/10/24 01:10
수정 아이콘
아 오랜만에 보는 저 오프닝 참 멋있었는데.. 말이죠

글잘봤습니다.

차재욱 선수 저때 참멋있었는데... 크~
09/10/24 01:26
수정 아이콘
저 오프닝이 KBS에서 표절을 했다는 그 전설의 오프닝인가요;;
라이디스
09/10/24 02:21
수정 아이콘
lost myself님// 글 잘봤습니다.
이미지가 안나오는건 링크 눌러보니 네이버네요;;
네이버는 외부링크를 막고 있습니다.;; 링크하실려면 파란이나 이글루 같은 곳에다가 올린다음 올리시는게
좋습니다.
개미와의전쟁
09/10/24 03:09
수정 아이콘
저 오프닝이 역대 오프닝중 가장 멋지다는 생각이 드네요.
09/10/24 03:42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의 카메라 뭉개기는 정말...
lost myself
09/10/24 07:50
수정 아이콘
라이디스님// 앗 감사합니다 수정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한번 예전 오프닝 리메이크 버젼을 만들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선수들로 채우고, 예전 그 선수들도 다시 똑같은 연기를 하고 말이죠.
아류엔
09/10/24 10:46
수정 아이콘
저 결승전 유니폼 속을 삐죽- 튀어나온 분홍색 티셔츠
동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서 선물해주었던것인데 다시봐도 기분좋네요

G.O팬이었던 저를 KOR팬으로 만들고
지금까지도 스파키즈팬으로 남게 만들어준 선수입니다.

Itv 신인왕전에서 최연성선수에게 유일한 1패를 안겨주었을때부터 쭉- 응원해왔고
지금도 다시한번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욱브라더스 두사람 다 공군에서 잘하고
두 선수를 많이 닮은 신상문선수에게도 많은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생각해도 차재욱선수 듀얼조는 죽음의 조에요
특히 하부리그의 최강인 안기효선수에게 매번 떨어졌죠
카르타고
09/10/24 11:53
수정 아이콘
차재욱선수가 가장 빛을냈던 개인리그는 KT-KTF프리미어리그였나요 준플레이오프에서 김정민선수를 압도하고 플레이오프에서 홍진호선수와의 엄청난명승부끝에 석패 2:0으로앞서있던상황에서 3:2로역전당했었죠 다시한번 일어서기를 바랍니다
2초의똥꾸멍
09/10/24 12:39
수정 아이콘
차재욱 선수 그 당시 테란중에서 심시티 대충 하기로 유명했죠..듬성 듬성 떨어져있는 서플라이들..정말 개성있었는데 말이죠. 차재욱 선수 왈
"바빠죽겠는데 언제 그런거 신경써요"
임이최마율~
09/10/24 22:34
수정 아이콘
차재욱선수를 잘 모르지만..
조용호선수를 물리쳤을때의 저 표정은 너무나 자신만만해 보여서 좋네요..
현재 공군에 있을대의 그 얼어있는듯한 표정에 대비해서 말이죠..

프로리그 오프닝도 상당히 멋있네요..역시 지금 오프닝에 비하면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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