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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3/31 09:20:58
Name Outlawz
Subject KTF의 어제와 오늘, 내일
위너스 리그가 시작하기 전, 필자는 윤용태와 오영종을 영입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위너스 리그에서 KTF가 1,2라운드 보다 별반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아무리 맵과 종족을 불문하고 이겨내는 이영호라 할 지라도, 매경기 올킬에 가까운 활약을
하긴 힘들것이고, 그것을 커버해줘야 할 박찬수는 그가 저그라는 것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위너스 리그가 끝난 후, 나는 KTF가 거둔 성적에 대해 하나의 팬으로서 만족한다.
아주 좋은 성적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CJ에게 마지막 경기를 패하며 4위로 밀리기 전까지
항상 상위권에서 존재하며 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매경기가 그리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고
생각되지만.

삼성 칸과의 첫 경기에서 박찬수가 허영무와 송병구, 이성은 등을 꺾어내며 올킬을 기록한 것이
이러한 팀의 분위기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 박찬수가 다시 일어선다는 것은,
KTF가 원맨팀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1. 이영호

종족 올스타전에서 송병구를 잡아내며 송병구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말려 패한 빛을 갚았다.
하지만 김택용에게 데스티네이션에서 패전하며 꺾이고 말았는데, 기실 이벤트 전이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는 일은 아니다. 요새 패전을 거듭하고 있긴 하지만, 프로리그가 시작되기 전
라이벌 배틀에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던가? 그리고 프로리그가 시작되자 이영호는
다시 달라졌다. 지금이 슬럼프라 해도,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영호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그가 아직도 매우 젊고 테란이라는 사실이다. 대선수 이윤열이
테란이란 종족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이정도 수준을 보여주며 버티는 것은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테란이란 종족의 생명력은 질기다.

강민과 홍진호의 나이와 같은 나로서는, 올드들이 가지는 문제점을 어느정도는 나 개인적으로도
실감하고 있다. 7~8년 전에 손빠르기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누가 얼마나 대담하고,
전략을 쓰며 병력을 잘 운용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러한 그들이 시대가 지나 엄청난 손빠르기를
익힌 선수들 앞에서 힘을 못쓰게 된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손빠르기란 물량과 컨트롤, 멀티테스킹에
있어 매우 중요한 주요 요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손놀림이 느려진다고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입장은 지금 올드들은 예전 당시 지금처럼 손놀림이 필요없었기 때문에,
그리하여 빠르지 않다. 라고 말하고 싶다. 즉, 슬픈 이야기지만 올드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처럼 올드의 몰락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지금 선수들에 있어 피지컬은
더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어보인다.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이
향상될 수는 있겠지만 그 속도는 느릴것이다. 그렇다면, 이영호가 가지게 될 미래에 대한 리스크는
지금의 올드들이 가지는 그것만큼은 아니다. 그래서 난 이 선수의 미래를 굉장히 밝게 생각한다.

99년 부터 저그만 해온 나로써는 테란은 사기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팀보다는 종족을
응원했던 나로서는 이영호를 응원하게 된것이 스스로 신기할 정도다. 그리고 내가 이영호를 응원하는
이유는 바로 다음에 있다.

이영호는 강한 선수, 특히 역상성인 프로토스들을 만나길 원한다. 평소의 그의 인터뷰를 꾸준히 지켜본
사람들은 알 수 있겠지만, 이영호는 당대에 이름을 날리는 -그중에서도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선수들과 맞붙어
꺾어내길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항상 강한 상대를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다는 것이다. 마치 김용 선생의 무협지에 나오는 독고구패를 생각나게 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전 주장이었던 에펜베르크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다는 것. 이것은 왠만한
배짱과 자신감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이영호는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 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마치 항상 조던의 등을 보며 자신을 채찍질 했던 찰스 바클리 처럼.



2. 변길섭

이렇게 홀로 자신을 궁지에 계속해서 내몰며 강하게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는 이영호에게
변길섭 코치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필자가 그토록 비판했던 KTF의 코칭스태프
들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안정되어 가는 느낌이다. 다만, 테란들의 전략을 같이 짜줄 코치가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점이다.

사실 코치가 짜준 전략이 전부 옳은 것도 아니요, 선수가 자신이 잘 소화해낼 전략을 준비하는게 좋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자신이 빌드를 짠 전략보다, 누군가 같이 짜준 전략은 심적인 부담을 크게
경감시킨다. 프로게이머들의 세계에 대입시키기엔 너무 부족하지만, 고교시절 문이과 대항전에
전교에서 제일 잘하는 이과의 프로토스 상대로, 문과의 유일한 저그 라고 맞상대 하러 나간적이 있다.
5드론이냐 땡히드라냐 계속 경기전에 고민했던 필자에게 친구들은 내가 항상 하던 빌드인
사우론을 추천해주었고, 덕분에 나는 부담감을 줄이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임감을 나누었다고 할까-
승부에 나설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 경기는 결국 필자의 미숙한 운영으로 패하였는데, 항상 더블넥만 하던 그 친구가
그날은 필자에게 하드코어 푸시를 한 것이다. 2000년 이전에도 원시적인 더블넥은 존재했었다.)

또한 필자가 반복하여 변길섭 코치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팀이 팀의 레전드들에 대해
너무 홀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서이다. 박지수 이적 사건 만큼이나 떠들석 했던 조용호의
은퇴, 레알 KTF 시절의 그 멤버들과 라이벌 T1의 그 멤버들의 향후 행보를 보면 더욱 대비되는 아쉬움은
왜일까.



3. 테란

양대 통신사 라이벌전이 한창 그 권위를 진동시킬 무렵, T1은 가장 강력한 테란라인을 갖추고 있었다.
임요환, 최연성이라는 두 거물과 전상욱, 고인규. 어느 팀에 가서 테란 에이스를 하고 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네 선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라이벌인 KTF는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프로토스
두명 강민과 박정석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다 그 둘의 테란전은 가히 최상급이 아닌가.
또한 팀플과 저그맵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저그 카드도 매우 좋았다. 홍진호와 조용호. 저저전에 능한
이 둘은 팀플에 갖다놔도, 개인전에 출격시켜도 상대 저그 카드를 상대할 수 있는 최고의 라인업이었다.
적어도 종족 상성으로 봤을땐, KTF는 T1을 상대할 수 있는 충분한 팀이었다.

테테전에 약점을 보인다던 이병민이 그랜드파이널 1차전에서 상징적인 적의 총대장인 임요환을 격파하는
순간, 우승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3년이나 지난 아쉬움이지만
철의 장막에서만이라도 이겼더라면, 강민과 박태민의 에이스 결정전을 갔더라면. 동시대 상대종족전의
최상위 클래스의 선수들이 우승을 놓고 자웅을 가렸더라면, KTF가 토스를 영입한게 우승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더라면.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 KTF는 강력한 테란 라인을 갖추고 있다. 위에 언급했듯이 종족과 맵을 불문하고
상대를 척결하길 원하는 이영호와, 명품 저그전을 갖춘 박지수. 테란을 딱히 잡아낼 토스카드가 없어
테테전으로 잡아내기에 안성맞춤인 안상원 까지. T1이 강력한 토스라인을 갖추게 된것과 비교해보면,
세대가 확실히 갈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테란은 희망적이다. 강력한 테란라인을 갖춘 팀이 얼마나 강하냐는 것은 이미 그간의 수많은
경기를 통해 증명되었다. 하필이면 테란이 매우 약해진 이 시점에 테란 라인을 보유하게 되었다는게
한가지 아쉽지만, 테란이란 종족의 적응력은 다른 종족이 따라올 수 없으므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4. 저그

박찬수의 영입은 성공적인가? 이 물음에는 찬반이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개인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프로리그에서의 그의 활약은 기대치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올킬을 기록했을지라도 말이다.
필자는 박찬수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이번 개인리그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히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박찬수를 상대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꽤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신의 토스전이
강력한 것은 그의 실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가 얼마나 공격적인 선수인가를 단단히
인식시켜 놓음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로 하여금 움츠러 들게 한다는데 있다. 역상성인 종족을 상대하며
생각이 많아지면, 경기는 매우 꼬이게 된다.

김재춘의 영입은 안그래도 많은 저그를 더 많게 만들었지만, 이 역시도 필자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종족별
의무 출전제로 하여, 저저전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저그 카드인 배병우는 저저전에 확실히 약점을 보여왔다.
고강민은 당시 유망주였지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아니었고 정명호는 조금 못미더운게 사실. 주장 역시
팀플로 많이 활약한 선수라 프리시즌에 몇번 실험을 해보았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이 때, 거물 저그를 영입 (아시겠지만 김재춘은 박찬수 영입 전에 영입된 선수) 하게 되더라도, 저저전을 맡기기엔
다소 아쉽다. 에이스 저그를 저저전에서 소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재춘의 영입은
저저전에 있어 팀이 내세울 수 있는 유용한 카드로 쓰일 것이다. 아마 KTF의 프론트 진은 이것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안상원의 영입도 (테테전 카드) 마찬가지이고. 프론트 진이라고 생각없이 영입한 것은 아니다.

신인왕 출신 배병우의 제자리 걸음은 아쉽기만 하다. 팀이 정명호를 이스트로로 이적시켰지만 이는 배병우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고강민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의미가 크다. 배병우로서는 고강민이 치고 올라왔고
박찬수가 개인리그 타이틀을 따며 위상을 한층 더 드높인 이상, 심기일전 해야 할 것이다. 가끔씩 기용되는 것을
보면 연습실 성적은 나쁘지 않다는 것인데, 실전에서 그의 모습은 평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고강민의 성장은 팀의 큰 행운이다. 신인 육성 못하기로 소문난 팀에서 (그것도 이영호 역시 팀에서 키운
선수가 아니라는 말이 엄연히 나오고 있는 이상) 고강민의 성장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홍진호와 최연성의
스타브레인에서 홍진호에게 질책당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1군이 되었을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지금 팀의 저그는 포화상태이다. 저저전 실력을 키운다면, 김재춘의 출전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5. 프로토스

위너스리그에서 KTF의 토스가 나온 경기를 보신분이 얼마나 될까. 개인리그에서 16강에 올라가며 팀의 에이스 토스 카드(?)
로 활약했던 박재영 조차 위너스리그에선 거의 출전하지 못하였다. 3승으로 팀의 프로토스 승리의 60% (토스 총 전적 5승 20패)
를 담당하고 있고 팀내 프로토스 최고 승률 25% 를 거두고 있음에도 말이다.

한 종족이 약하다는 것은, 위너스 리그에서는 상성 종족으로 어느정도 커버가 되었을지 몰라도, 종족별 의무 출전제가 다시 시작되는
4라운드 부터는 팀에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1패를 안고 시작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KTF에서 송병구에게 영입제안을 했던것은 이제 밝혀진 사실이고, 그 전에도 송병구 영입설은 풍문으로 나돌기도 하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마 오영종과 윤용태에도 관심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결렬이 되었건, 성사 가능성이 워낙 낮아
제안을 못했건, KTF 프론트진 역시 프로토스에 관해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프로토스 카드는 매우 영입하기가 어렵다. 6룡급 선수와 다른 프로토스와는 승률의 차이가 어마어마 하다.
6룡은 데려오기가 어렵고, 다른 선수들은 영입하자니 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진다. 몇팀을 제외하곤 토스카드를 두장씩 쥐고 있는
팀이 없으니, 데려오기가 매우 힘든 것이다.

데려올 수 없다면? 키우는 수밖에 더 있나.



6. 박재영

난 이 선수를 매우 좋아한다. 메두사에서 이제동을 격파할 때 처럼, 정명훈을 격파할 때 처럼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 좋다.
또한 이 선수는 자신의 스타일을 꽤 고집하는 측면이 있다. 안되는 아비터 리콜을 끝끝내 계속 시도하며 돌을 던지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선수들이 패는 엄청 늘어나는데,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 조합과 경험이 쌓인다면
성적을 내준다. 그리고 지금 KTF 토스 카드로 그나마 오십보라도 앞서 있는게 템페스트 이다.

위너스 리그에선 출전기회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였지만, 4라운드 부턴 자주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두달간 3라운드를 거의
통째로 쉬다시피 하였으니, 그기간 무언가를 이뤄내고 발전하였지 않을 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지금 그의 모습을 보면, 헌옷을 입고 대감 감투를 쓰듯 어색한 에이스 토스(?) 카드가 되기 보다는, 주전 토스 의 백업으로
경험을 쌓고 배워나가는 모습이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그를 비판하기가 미안해 지는 것이, 그는 팀에서 보고 배울 프로토스가
없다.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실험하고 자신이 해내야 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것이 그를 한발 더 진일보하게 만들어 줄것이라
생각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7. 박찬호 라인

박찬호 라인이 만들어 진것은, 앞으로 4,5 라운드에서 KTF가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둘것이라 기대하게 만든다.
필자의 설레발인지도 모르겠으나, 이제야 '강팀' 이 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리그에서 1승을 거두어 줄 수 있는 선수가 둘이 있는것과 셋이 있는것은 다르다. 3선승제이기 때문에
더욱 크게 다가온다. 세 선수중에 한 선수가 꺾이고 프로토스 한 선수가 꺾인다 해도, 에이스 결정전 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주요 백업으로 안상원, 김재춘, 고강민, 배병우 같은 카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CJ 만큼은 아닐지라도 벤치맙이 꽤나 튼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KTF 프론트진이 영입을 천명하고 나선 프로토스 카드가 영입된다면 가히 멤버상으론 최강팀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설령 프로토스 카드를 영입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박재영 (혹은 우정호,
김대엽, 이영호)이 승률 40%를 넘기는 순간 어느 팀도 KTF를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8. 프론트 & 코칭 스태프

프론트 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일까? 영입이다. 수익을 내기 위한 비지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팀에 맞는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KTF의 유니폼을 입혀놓는다면, 프론트진은 할일을 다 한 것이다. 그리고
KTF는 그것을 다시 하고 있다. 프론트 진의 역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타팀에 비해 부러워 할 것이 없다.

그리고 위너스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 코칭스태프의 문제를 꾸준히 의심해온 필자는, 이젠 그들을 밀어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지훈 감독 체제가 과도기를 지나 시기적인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코칭 스태프를 비난 하는 일은,
시즌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는다. 좋은 선수들이 KTF로 영입되는 지금이야 말로, 코칭 스태프가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9. KTF의 미래

개인적으로는, 5라운드가 마치고 나면 KTF가 상위 6개팀에 이름을 올려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 확신한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지금, 박지수와 안상원의 영입은 전력상 중위권에서 KTF가 상당히 우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 팀들도 팜에서 성장한 유망주들이 터져주면서 전력이 급상승 할 수 있겠지만, KTF의 전력은
그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인다. 좋으면 대박, 못하면 쪽박이란 주사위를 던지지 않아도 되는게 지금의
KTF다.

은근히 이영호가 김택용과 이제동의 반수 아래쯤으로 평가되고 있는 지금, 소년가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한층
벗어 던지게 될 이영호가 기대된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그러한 부담을 이겨낼 만큼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언제가 될 지라도 김택용과 이제동이 서 있는 위치로 다시 치고 올라갈 것이다. 어디까지나 김택용과
이제동의 반수 아래라고 평가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굳이 불안 요소를 따지자면, 박지수를 불안요인으로 꼽고 싶다.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의 새로운
팀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KTF를 강팀으로 만들어줄 선수라는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을 얼마나 빨리 덜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향간에 불고 있는 박지수 열풍(?)을 돋움 삼아 이영호처럼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길 기원한다.

주장 송병석이 은퇴할 무렵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KTF의 애환. 홍진호, 강민, 박정석, 변길섭, 조용호, 이병민 등 팀의
이름을 빛낸 많은 선수들의 애환. 아니, 그리고 선수보다 몇배는 더 심한 애환을 겪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보는
KTF의 팬들의 애환. 이제는 달래줄 때도 되지 않았나.

그동안 많이도 당했다. 희망고문. 하지만 고문을 당하더라도, 희망을 갖는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다시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KTF의 팬들은 희망을 갖고 미래를 즐겼으면 한다. 다시 고문당하면 어떠랴.
한두번 당하는 일도 아닌것을.

지금은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이다.


P.S -
이영호가 패배를 한 후 짓는 씁슬한 표정을 보며 그간 항상 의문이었던게 있습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 (라이벌 선수들을 무너뜨리는 것) 를 이루지 못해 아쉬워 하는 것일까 팀의 패배를 아쉬워 하는 것일까.
그러나, 인터뷰를 하나 하나 되새겨 보고, 그간 보여준 여러 모습을 생각할 때, 저는 이영호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네요.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팀 플레이어.

그는 팀을 이끌만한 준비도, 패왕이 될 마음가짐도 이미 다져논 사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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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Mo진종
09/03/31 09:29
수정 아이콘
와우~ 잘봤습니다. 특히 동족전을 노리고 데려온 안상원 김재춘에 관한 언급은 듣고 보니 굉장히 설득력있네요.
스타카토
09/03/31 09:32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좋은글 잘 봤습니다~~
굉장히 설득력 있게 조목조목 말씀하시는것이 굉장히 공감이 가네요~~
귀얇기2mm
09/03/31 09:4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저도 WizardMo진종님처럼 안상원과 김재춘 선수에 대한 언급에 공감합니다. 영입 당시에는 좀 갸우뚱했는데, 3라운드는 박찬수 선수로, 그 이후인 4~5라운드는 안상원, 김재춘 선수로 대비하려 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네요. +_+
09/03/31 10:53
수정 아이콘
저도 박재영 선수를 좋아하는데. 방송무대에서 본실력이 나오는것 같지 않아 아쉬워요. ㅜㅜ
빨리 포텐 터졌으면...
가만히 손을 잡
09/03/31 10:57
수정 아이콘
이제 케텝 엔트리가 약하지 않죠. 우승자 출신이 3명에,
한명은 바로 최종병기 이영호, 또 한명은 가장 최근 개인리그 우승자, 마지막 한명은 정벅자 테란...
자 이 구슬들을 잘 꿰어보면, 다음 4,5차 라운드에서 좋은 성적 충분히 올릴수 있을 겁니다.
이번 광안리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자구요~
09/03/31 11:55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글이네요. KTF는 말씀하신대로 프로토스가 승률 반만찍어줘도 완벽한 우승후보일텐데 정말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6룡급중에 영입할 선수는 없고... 6룡이 아니면 돈이 아깝고...
글이 정말 좋네요 ^^
케세라세라
09/03/31 12:04
수정 아이콘
케텝의 진정한 매력은 희망고문...
포스트시즌 진출도 나름 희망 고문이지만 절정은 포스트 시즌 진출하고 나서의 희망고문이 최고죠.
포스트 시즌에서만 4:0을 3번 당했으니(삼성, MBC, 화승 // 포스트 시즌만 따졌음.) ㅠㅠ
저는 이제 그냥 도를 닦는 심정으로 봅니다.
학교빡세!
09/03/31 12:21
수정 아이콘
정말 생각해보면 테란의 티원, 토스의 케텝이 완전 뒤집혔네요.....세월무상을 느끼고 있습니다
즐거운하루
09/03/31 13:43
수정 아이콘
이영호선수가 송병구선수를 이긴건 이벤트전이아니고
이영호선수가 김택용선수한테 진건 이벤트전이라고하는건
좀 그렇네요
하늘계획
09/03/31 15:10
수정 아이콘
KTF빠로서 저도 박재영선수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로스트사가 MSL 16강 2경기를 보니까 기대를 안할수가 없더라고요.

이영호선수야 워낙 단단한 선수라 더 말할 것도 없고,
박찬수, 박지수선수가 제 역할만 해주고 거기에다 박재영선수, 고강민선수까지 활약해준다면
남은 일정의 KTF는 기대할만 하네요.
09/03/31 15:42
수정 아이콘
박재영 화이팅 ㅠㅠ~
치토스
09/03/31 16:00
수정 아이콘
박찬수선수는 확실히 이번 위너스리그에서 이영호선수 대신에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죠.
찬스박이 없었다면 KTF는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못했을겁니다.
그레이브
09/03/31 17:03
수정 아이콘
송병구만 FA를 통해 영입한다면 광안리 직행도 쿰은 아니다.......
09/03/31 17:37
수정 아이콘
치토스님// 위너스리그 전체승수도 이영호선수가 훨씬 앞서는데 무슨 에이스노릇인가요??!
김재혁
09/03/31 19:16
수정 아이콘
초반부엔 이영호선수가 가장 앞섰죠.

그러다 택용선수가 앞섰고

현재는 이제동 선수가 앞섰고

뭐 돌아가면서 하는듯 하네요
09/03/31 19:22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어요~ 으음 근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위너스 플옵의 아쉬움은 너무나도 가득하네요 ㅠㅠ


CJ가 우승해서 저한테는 좋긴 했지만 그래도 KTF도 좋아해서 두팀끼리 결승 하길 바랬는데......... 이제동VS이영호전 이영호선수의 눈물은 아직도 있지 못해요 ㅠㅠ


그래도 한가지 낙관적인 점은 사실 위너스리그에서 날아다니고 있을때도 이영호-박찬수 만으로는 다시 프로리그 방식으로 전환하는 4,5라운드가 암담해보였었거든요. (특히 2라운드때의 성적은 실로 처참했죠;;)

근데 박지수선수의 영입으로 인해 팀의 긍정적인 관심도 상승과 (정크벅크) 그리고 든든한 에이스가 한명더 생겼다는 점때문에 프로리그 방식도 충분히 해볼만해보여요~


고강민선수라는 수확도 있었고요~


토스 라인만 어떻게든 해주면 프로리그 통합 포스트시즌도 갈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09/03/31 19:24
수정 아이콘
그리고 박찬수선수 영입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포스트시즌에서 한번도 못이겼던 SKT를 이길수 있었던것도 박찬수선수의 공이 정말 너무나도 컸죠.

그것만으로도 KTF에게 가져다준건 엄청나다 봅니다. 비록 플옵에서 화승에게 패배했지만 더이상 높은 무대에서 SKT를 만나도 두려워해야할 이유 단 하나도 없거든요~

앞으로 그런 트라우마없이 SK랑 더 높은 무대에서 싸운다 하더라도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찬수선수도 메이저리그 우승과 WCG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요. 여러모로 KTF랑 박찬수에게 이번 영입은 확실히 윈윈이였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KTF가 가장 잘한일은 박찬수선수를 영입하는것이였다고 생각합니다.
Alexandre
09/03/3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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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는 아니지만 이병민 선수 테테전 약하지 않았어요...
Sansonalization
09/03/3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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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뭐래도 박재영, 우정호, 김대엽, 이영호 선수등 케텝플토라인이 곧 날아오를거라고 믿고있습니다 ㅠ_ㅠ
노력하는나
09/04/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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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브랜드뉴
09/04/0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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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6룡중 한명을 영입합시다.
09/04/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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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e님// 이병민선수는 케텝중후반이후 테테전 최근10전 1승 9패를 찍는등 테테전이 급속도로 약해졌습니다

물론 팬텍&케텝초반시절에는 테테전의 요정이었죠 ^^;
09/04/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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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하루님// 딱히 종족 올스타전의 모습을 크게 보는것은 아닙니다. 본문에서 적은듯이 크게 비중을 두지 않구요.
다만 송병구에게 이긴것은 환호하고 김택용에게 패한것은 별일 아니라고 해서 기분이 상하신것 같은데 딱히 승전을 기념하는것도,
패전을 어물쩡 넘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제 글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것 같군요.

Alexandre님// Xepher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제가 이병민의 후반 모습들을 가지고 테테전이 약점이다라고 오판한것 같습니다.
팬텍시절 이병민은 테테전 강자였으나 KTF 이적한 후 모습은 영 좋지 못했죠. 그랜드 파이널 전에 한동욱에게 스타리그 2패
탈락하고, 그 후 듀얼에서 전상욱에게 패했었지요. KTF이적 (2005년 9월) 부터 그랜드 파이널 (2006년 2월) 까지 이병민의
공식전 테란경기는 1승 4패입니다. 제가 본문에 쓰면서 부가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이런 의문을 갖게 해드린것
같네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최근 테란전 성적이 좋지 못한으로 표현하는게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Andante67
09/04/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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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민 선수가 보고싶네요... 테테전에서 최연성 이윤열 임요환 선수의 삼각관계도 재밌었지만, 전상욱 한동욱 이병민 변형태 네명의 선수 덕분에 테테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09/04/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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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이번 위너스 리그 결승전에 올라가면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던 올드팬입니다.
희망고문을 뚫고 언젠가 우승하는 날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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