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2/02 09:12:11
Name DeaDBirD
Subject 홍진호 선수,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게도 변합니다. 임요환 선수에 의해 최강 테란이 탄생하면서, 그 전 이기석, 김대건, 조정현 테란들은 묻어 갔지요. 분명한 건, 그들의 패배를 철저히 곱씹을 수 있었기 때문에 '테란의 황제'도 가능할 수 있었지만요.

수는 많았지만 매번 결정적 순간에는 조역으로 전락했던 저그가 지금, 마재윤 선수에 의해 사기 종족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천재테란마저 정리한 그 본좌 마에스트로가 지금 진두 지휘하는 건, 다름 아닌 저글링이며 히드라며 럴커며 뮤탈이며 가디언, 디파, 울트라, 디바우러, 드론, 오버로드입니다. 연주자들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지만, 단지 지휘자에 의해 평생 조역일 줄 알았던 저그는 이제 본좌의 자리를 탈취했습니다.

초반 저글링의 성과, 중반 빈집의 성공 등 폭풍으로 만들어낸 그 유리한 정황에서도 결국 테란의 한 방 병력에 주욱 밀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5경기 김준영 선수는 '네가 더블한다면 나머지 땅는 다 내 것'이라는 마인드로 결국 승리를 따냈습니다.

황제로서 임요환 선수는 '나도 가난할 테니 너도 가난해라'라는 마인드로 시종 일관 전투에 임했습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네가 먹는 만큼 나도 먹고 시작하면 나는 네게 지지 않는다'라는 더블커맨드의 귀재들이 저그와 토스를 종료시켰습니다. 참 빠른 세월, 결국 캐리건의 극에 달한 운영은, 같은 시간이라면 너희들에게 지지 않는다는 컨트롤과 운영을 저그에게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유이'의 한 방이 내려올 때, 이미 지금 시대로 적응되어 버린 눈은 컨슘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욱 밀리게 되면서 그제서야 턱없이 부족한 드론 수를 보게 되었고, 어디에선가 서서히 파열된 현실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연배, 비슷한 추이를 겪으며 많은 저그들이 알게 모르게 사라져 갔고, 그래도 지금까지 당당히 (구)사대천왕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저그 게이머입니다. 세월은 무수한 후배들에 의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고, 그 과거 지긋지긋한 테란 유저들에 맞서 최다승을 올려 온 옐로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저그 본좌도 가능했으니까요.

컨트롤만의 시대가 가고, 물량만의 시대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이제 컨트롤과 물량을 다 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정말 잔인한 시대가 왔습니다. 그리고 또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주제가 앞으로 더 생겨 나겠지요. 최다승 만큼 그렇게도 패배해 왔기 때문에, 아니 반대로 그렇게 져오면서도 가장 많은 승리를 얻어 온 게이머이기 때문에, 오늘의 패배가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또 다시 새로운 주제로서 돌아오리가 믿기에 한 마디만 더 보탭니다.

저그의 황제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예전보다 더 많이 져도 좋습니다만,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고집하면서 강한 인상을 주는 그러한 단 한 경기를 기다리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2/02 09:15
수정 아이콘
어제 경기를 보면서 팬으로서 정말 기운빠지는 경기였습니다.
1경기 패배는 괜찮아도, 패자전 패배는 너무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정말 팬 그만해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응원하는 저를 보면
내 마음속 저그본좌는 홍진호 한사람뿐 입니다..
sAdteRraN
06/12/02 09:20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좋은 글이네요. 홍진호 선수가 이런글을 읽는다면, 우울함속에서 작은 미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희망을 , 도약의 기회를 잡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부러운 멋진 팬입니다. ^^
06/12/02 10:02
수정 아이콘
홍진소 선수의 스타일리쉬한 경기를 좋아하는데 요즘 맵의 탓인지, 수비지향적인 전략의 탓인지는 몰라도 자주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이기에 다시 폭풍을 몰고 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
06/12/02 10:13
수정 아이콘
지금의 마에스트로가 탄생하기까지

선대 레전드 저그유저들의 영향도 빼놀수 없었겠죠

홍진호 선수 메이저에서 현역시절 우승꼭 한번은 해봤으면 좋겠네요. 조용호 선수도 결국 해내지 않았습니까. 화이팅입니다.
새로운시작
06/12/02 10:18
수정 아이콘
그많은 저그유저들속에서...
지금까지 메이저에서 가장많이 뛴선수입니다...
과거의 저그유저들이 군대를 가고.. 게임을 그만두고 했지만...
젋은 친구들 속에서도... 끝까지 버티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포기할겁니까??...
다른사람은 새로운 기회로 군대를 선택하는것도 좋다하겠지만...
그건 본인 선택이고...
홍진호선수 결정이 어떻게 되든간에.. 전 또 응원할겁니다...
당신은... 팬들을 멀리 보내기도 하지만.. 또 붙들어 매는
매력있는 선수입니다...
닥치고 홧팅
김주인
06/12/02 11:56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가 예전만큼 성적을 보여주지않아도
아직도 많은 팬들은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기대하고,
여전히 최고령인 그는 까마득한 후배들과 겨루며 일년에 한 번씩은
결승에 오르고 있습니다.

저그의 황제...
대충 어떤 뜻인지알겠네요. 홍진호 선수가 우승하지 못했어도,
늘 저그 우선순위에는 홍진호 선수가 있었습니다.

무관의 제왕 홍진호...그런 모습 다시 기대합니다.
여기로와
06/12/02 12:0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직 이런 글이 올라온다는 것 만으로도 반갑네요. 어제 진호선수가 이기면 보려고 안봤었는데.. 결과를 보고 많이 실망도 했고.. 본좌의 이야기로 떠들석한 가운데.. 그래도 진호선수의 글이 올라오는걸 보니깐 아직 진호선수들 팬은 많이 있나보네요. 진호선수가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발컨저글링
06/12/02 12:09
수정 아이콘
후...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뭐 우승따위 이런 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홍진호란 존재감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렵니다.
스타일의 변화든, 환경의 변화든,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합니다.
d-_-b증스기질롯
06/12/02 13:10
수정 아이콘
vs 임요환 vs 이윤열 vs 서지훈 vs 최연성.... 그리고 모두 패배.... 그리고 언제나 전 당신의 팬입니다. 당신이 만들었던 전설의 4대테란.... 그들을 다시 밟고 당당히 저그의 정상에 서는 그날까지 폭풍 화이팅
06/12/02 16:33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마시길...!!
힘내세요 화이팅~!!
카에데
06/12/03 14:58
수정 아이콘
아 글 정말 좋네요... ㅠㅠ
언제까지나 저에게는 홍선수가 저그 본좌이십니다... 화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634 SKY프로리그2006 후기리그 STX Soul VS 온게임넷 Sparkyz 엔트리 공개! [187] DNA Killer4966 06/12/02 4966 0
27633 역대 저그본좌 논쟁에서 빠져선 안되는 저그 [70] 노게잇더블넥5708 06/12/02 5708 0
27631 워크래프트3 ACB6차대회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8] 사기유닛SCV4365 06/12/02 4365 0
27630 마재윤이 공격하게 만드는건? [21] 64675755661 06/12/02 5661 0
27629 이 느낌 너무나 싫은걸요? [25] 혀니5001 06/12/02 5001 0
27628 팬택 vs 르카프 경기 엔트리발표! [78] 미라클신화4436 06/12/02 4436 0
27627 전상욱과 마재윤 경기는 재미가 없다? [부제:로마군의전술] [29] Tsunami4388 06/12/02 4388 0
27626 스타판.... 다시 활기를 되찾다. [18] 無의미3604 06/12/02 3604 0
27625 [TvsZ] 테란의 해법을 제시하라! [18] 이명제4238 06/12/02 4238 0
27624 [응원글]최강칭호를 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윤열을 이겨라 [7] 무적뱃살3836 06/12/02 3836 0
27623 비판의 글을 올리는 것은 때와 타이밍이 필요하지 않을까? [5] OPMAN4047 06/12/02 4047 0
27622 이윤열은 단지 최악의 상황에서 마재윤과 붙은 것 뿐이다. [53] G.N.L6000 06/12/02 6000 0
27621 마재윤선수를 분석해보자! [6] 다쿠5473 06/12/02 5473 0
27620 늦은 슈퍼파이트 3회대회 감상평 [19] 아유3921 06/12/02 3921 0
27619 어제 홍진호 선수 경기를 보고난 후.. [14] [NC]...TesTER3932 06/12/02 3932 0
27618 본좌들의 싸움... 그 뒤에 묻힌 사람... [14] 언젠가는4178 06/12/02 4178 0
27617 마에스트로 마재윤, 누가 더 수준이 높은지 여실히 증명했군요. [79] 김광훈7540 06/12/02 7540 0
27616 대세는 묻어가기. [1] nodelay3917 06/12/02 3917 0
27615 홍진호 선수, 잊지 않겠습니다. [11] DeaDBirD4244 06/12/02 4244 0
27614 최강들의 경기였습니다.(슈파감상기) [13] 태엽시계불태3867 06/12/02 3867 0
27613 거기도 사람사는 곳이었다...디시 스갤에 대한 생각... [10] 모짜르트4357 06/12/02 4357 0
27612 프로토스로도 본좌가 가능할까요? [56] 마르키아르5491 06/12/02 5491 0
27611 [잡담]T.G.I.F. [3] 쿨희3855 06/12/02 385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