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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26 23:38:05
Name Artemis
Subject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겨우 한두 경기로 일회일비하고 싶지 않지만...
지난 스파키즈와의 일전에서부터 오늘 KTF와의 경기까지 르까프의 경기는 다소 실망이었다.

1경기 오영종 선수의 플레이.
한순간 입에서 '오영종 바보'란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신백두대간에서 오영종 대 박정석 선수의 경기는 어떻게 봐도 오영종 선수가 유리한 경기였다.
단 그 마지막 한 번의 교전이 있기 전까지는.

그리고 오영종 선수의 GG가 화면에 떠오르는 순간, 2주 전에 있었던 신한은행 시즌2 결승전 5경기가 오버랩됐다.
타우크로스에서의 다시 한 번 혈전을 벌이게 된 두 선수.
이윤열 선수는 초반부터 공세적이었고, 오영종 선수는 기가 막힌 수비를 해내며 일순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나도, 같이 보던 모든 이들도 오영종 선수에게 타이밍이 왔고 이것만 걷어내면 이긴다 했던 그 순간.
그런데 결과는 예상 외로 오영종 선수의 패배였다.
질럿이 드라군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교전은 일순간 이윤열 선수에게 유리해졌고, 결국 우승자의 영예는 이윤열 선수에게 돌아갔다.

오늘도 그와 비슷했다.
아니 사실, 오늘 경기는 결승전 때보다 몇 배는 더 확실히 오영종 선수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유리함을 지키지 못하고 한순간에 그는 패배를 했다.

물론 상대인 박정석 선수가 잘했다.
하지만 오영종 선수의 교전 능력에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오영종 선수도 자신이 유리하다라는 걸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결승전 때도 오늘 경기도 자신이 그 타이밍만 잘 잡으면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예감했으리라.
그래서였을까?
그는 침착성을 잃고 다소 실수를 범했다.
결승전에서는 컨트롤이 잘못되었고, 오늘 경기에서는 상대보다 많은 멀티에 비해 물량도 받쳐주지 못했고 전투에서도 영리하지 못했다.

뭔가 이상하다.
원래 뒤쫓아오는 사람이 더 불안해야 하는 법 아닌가?
그런데 왜 앞서 가는 사람이 더 조급함에 시달리는 거지?

승부의 세계에서는 불리함을 뒤집는 것도 능력이지만 유리함을 지키는 것도 능력이다.
뒤지는 사람은 반전의 효과를 노리기에 도박을 걸지만, 이긴 사람이 승부를 확실히 결정 짓기 위해 도박하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앞서 가는 그가 더 꼼꼼하고 침착한 대응을 했어야 했다.
한마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단단함이 필요했단 이야기다.

4경기 알카노이드에서의 박지수 대 김윤환 선수의 경기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누가 봐도 박지수 선수가 유리한 상황이었고, 보는 사람이나 팀이나 에이스 결정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유리함을 지키지 못하고 김윤환 선수에게 멀티를 하나씩 둘씩 내주더니 급기야 회복 못하는 교전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번 스파키즈의 한동욱 선수와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그때도 박지수 선수는 분명 유리하게 이끌던 경기를 일순간 한동욱 선수에게 기선을 내주며 패배를 안았다.

그나마 역전승의 빌미를 제공해주던 르까프의 팀플마저도 연속으로 패배의 수렁에 빠져버렸다.
지난번 스파키즈와의 경기에서는 무리한 공격이 패인이었고, 오늘 같은 경우는 유닛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
심지어 오늘은 아까운 골리앗을 두세 기 흘리며 상대의 공격에 속절없이 잃는 모습까지 보였다.

지금 르까프의 모습은 이와 같다.
특히 오영종과 박지수 선수의 모습을 닮았다.

이제 르까프는 1승만 해도 후기리그 결승전 직행일 거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 시점에서 1승을 더해야 할지 2승을 더해야 할지 누가 확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르까프가 후기리그 결승 직행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음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르까프에게 절호의 기회다.
그렇다면 더 단단히 그 기회를 부여잡아야 한다.
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래, 여기서 1승만 더 추가해도 르까프는 결승에 갈 수 있어."

이건 팬 혹은 관계자의 마인드다.
적어도 르까프 팀이나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후기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르까프는 결승 직행 '가능성이 높은 것'일 뿐이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느냐 마느냐 하는 건 전적으로 르까프 팀의 몫이다.
고지가 눈앞에 있지만 아직 그 고지를 점령한 건 아니다.
그러니 아직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신발끈을 꽉 매야 한다.
뒤쫓아오는 추격자들은 그대들보다 더 이 악물고 추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가는 자보다 쫓아오는 자가 더 필사적이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추격자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계속 앞서 갈 수 있는 게 앞선자의 숙명이다.

르까프는 현재 이런 숙명을 얼마나 실감하고 있는가?

거의 다 왔어, 이번 한 번만 이기면...

혹여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 자체를 원천봉쇄하길 바란다.
불리한 상대는 더 이 악물고 달려든다.

아주 오래 전 임요환 대 홍진호 선수의 경기가 기억난다.
결승전이었던 것 같고, 스코어는 임요환 선수가 앞서 있었다.
그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
임요환 선수는 그 경기만 이기면 승리자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윽고 벌어진 경기.
임요환 선수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었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그럼에도 임요환 선수는 쉴새없이 공격을 퍼붓고 있었고, 그걸 지켜보는 나는 다소 잔인하게조차 느껴졌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그게 맞는 거다.
상대에게 잠시의 빈틈도 허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
내 마음에도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것.

지금 르까프에게 필요한 건 그런 마인드가 아닐까?

아직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Artemis


p.s.
진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원 본가에서 오늘 경기를 지켜보고 전철을 타고 서울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내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르까프 팀은 오영종, 이제동이란 강력한 원투펀치로 6연승을 달렸습니다.
그 와중에 많은 분들이 우려하신 대로 오영종, 이제동 카드가 무너졌을 때 패배를 안게 되었고요.
무척이나 강력한 선수들입니다.
최가람 선수의 팀플 센스도 발군이죠.
그런데 최근 이 선수들이 방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급증을 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을 텐데요.

선두를 지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저보다 당사자들이 더 잘 알겠죠.
하지만 이런 기회에 그 선두를 지키는 법을, 그것도 압도적으로 지키는 법도 터득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드네요.
아마 이후에도 르까프 팀에게는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이렇게 구구절절 풀어놓은 제 생각이 기우이고 착각이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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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itaEvella
06/11/26 23:45
수정 아이콘
아마 이 얘기를 조정웅 감독님이 숙소에 가서 하지 않을까 싶네요 ^^
Born_to_run
06/11/26 23:53
수정 아이콘
피망 프로리그때,
당시 3연승 중이던 KOR이
당시 전패중이어서 사기가 말이 아니던 AMD에게 1:2 역전패(기욤 선수가 팀플-개인전에서 대활약했죠)를 당하고
스트레이트로 4연패를 당한게 기억이 나네요;
르까프는 상당히 어린팀입니다. (MBC HERO에 이어 두번째로 평균연령이 어리죠?)
팀 분위기를 확실히 다잡지 않는다면, 분위기에 떠밀려 순식간에 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모짜르트
06/11/27 00:08
수정 아이콘
르까프는 줄곧 1위를 유지하기는 했어도 두가지 불안요소가 존재했던 팀입니다.

첫번째로 오영종, 이제동...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르까프와 비슷한 팀으로 이스트로가 있습니다만...서기수, 김원기 두 선수 무너지기 시작하자 바로 3연패하며 4승 5패로 포스트시즌에서 상당히 멀어져있는 상태입니다. 르까프도 이스트로처럼 될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습니다.

두번째로 리그 후반부의 3대 통신사와의 대진이 집중되었다는 점입니다. 비록 순위는 아래에 위치해있지만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듯이,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이 세팀은 아직까지 르까프보다 나은 팀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스파키즈전은 반드시 잡았어야 하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군요.

최근 기세가 주춤하기는 하지만 이윤열이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위협적인 팬택과 PO진출을 위해 전력을 다해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SKT와의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르까프도 결승 직행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일듯합니다.

특히 T1전은 르까프가 결승직행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고비가 될것 같습니다. 최연성, 전상욱, 박태민, 박용욱, 고인규, 윤종민이 총출동할것이 뻔한데 르까프로서는 오영종, 이제동 원투펀치중 하나만 꺾이더라도 이기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이쯤에서 선수들의 각성과 조정웅 감독의 진면목이 발휘되어야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귀얇기2mm
06/11/27 00:25
수정 아이콘
오영종 선수의 실수(인구 수)도 있었지만 박정석 선수가 하이템플러를 좀 더 일찍 확보하면서 마나를 더 넉넉히 쌓았던 점도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 한 번 교전에서 오영종 선수는 사이오닉 스톰을 한 번인가 두 번 밖에 쓰지 못했죠. (하이템플러는 3~4기) 정말 한 10초만 시간을 끌었어도 사이오닉 스톰을 최소한 2~3번 정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영종 선수가 마지막 한 방 진출을 막았을텐데 정말 실낱같은 시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 들었네요. 어허허허, 박정석 만세. -_-)/
.
오영종/이제동 선수 의존도가 높은 르까프가 오늘 경기로 깨달은 바가 클 것 같습니다. 물론, 이미 인지는 했겠지만 오늘은 크게 와닿았을 것 같군요.
분발합시다
06/11/27 01:10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전 오영종선수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번 신한결승 5차전은 이윤열선수가 별로 불리하지 않았습니다. 예로 든게 적절치가 않아보입니다. 오늘도 오영종선수가 쭉 잘하다가 박정석이 잘 참고 마지막에 터뜨려서 그런거죠.
Lunaticia
06/11/27 01:27
수정 아이콘
제가 오늘 2번째 경기 (르까프대 KTF)를 보지 못해서 경기 평을 하긴 어렵지만...르까프가 상대적으로 어린 팀이고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좀 높아서 기세를 탈때는 확 올라가지만 기세가 조금이라도 죽으면 팍 밀리는 건 분명 있다고 봅니다. 조정웅 감독님이 이 부분은 분명 좀 추스려 줘야 할 부분이고, 그것이 감독님의 최우선 과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뱀다리이지만 이제동 선수는 정말 전율이네요. 전 지난번에 한번 지고 듀얼도 아깝게 탈락하고 해서 조금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늘도 저저전 강자(..요즘 좀 삽들지만..) 조용호 선수를 격파하다니..
06/11/27 06:58
수정 아이콘
전 오히려 결승의 5경기와 오늘 프로리그 경기에서의 실수를
보면서 사신의 잠재력을 보았습니다.
아직 실수도 많고 자신의 능력을 전부 보이지 못하는 사신이지만
그럼에도 현 시점 온겜에서 가장 우승에 가까운 토스라는것... ...
아직 어린 선수고... ...
거기다가 결승전에서 정말 아쉬운 준우승 후에도
제가 본 준우승자중에서 가장 대범한 모습도... ...
사실 오늘 같은 실수는 정말 본인도 화날 만큼의 실수이긴 하지만
오늘 경기는 좋은 경험이 되었겠죠.
플플전 최강인 영웅을 상대로 방심이나 실수는 바로 패배죠.
사신 더 강하고 영리하고 냉정해져야 합니다.
토스의 미래를 책임지려면... ...
돌은던지지말
06/11/27 08:18
수정 아이콘
저만봤나요? 마지막 전투에서 언덕위에있던 오영종선수의 3~4기의 하템 머리위에 떨어진 스톰 그들의 죽음을 보진못하였으나 그이후 스톰없이 쭉밀린걸 보니 전사한듯한데 그게 일발역전의 큰 역활을해줬다고 봅니다 최소3방은써줄수있던 스톰이 순식간에 날라갔으니 물량전에서 쭉밀려버릴수밖에..... 확실히 기본기는 정석선수만한 토스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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