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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11 11:24:57
Name 질럿은깡패다
Subject [제 나름의 분석글] "나? 박정석이야!"

어제 슈퍼 파이트 박정석 선수 對 이윤열 선수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다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제의 경기는 '테란 캐사기론'이 나올 때의 경기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첫경기는 테란의 빌드가 초반에 큰 이득을 가져가면서 이기고, 두번째는 플토가 초반에 이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란이 차근차근 멀티를 가져가면서 이기고, 마지막은 토스가 승리에 집착하다 패배하고….

한 때 최연성을 3:0으로 셧아웃 시킨 박정석은 어제 경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자신감의 박정석 ]

이전에 박정석 선수를 분석하는 글을 PGR에서 본 적이 있었습니다. 오영종, 박지호 선수 등 당시 상승일로에 있던 선수들과의 비교를 통한 분석글이었습니다. 그 글에서 말하길, 박정석 선수가 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전략성'과 '모험심'이오, 충분한 것은 '안정성'이라고 했습니다.

투 드라군 멀티, 노 게이트 더블넥 등이 판을 칠 때도 박정석 선수는 테란과 플토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넥서스 타이밍에 넥서스를 가져가지 않았었습니다. 그보다 한 타이밍 더 늦게, 암묵적 타이밍이 아닌 '절대 무너질 수 없는 타이밍'에 앞마당을 가져갔었습니다. 한 마디로 방어 다 해놓고 앞마당을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가져갔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석 선수의 테란전은 빛이 났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오만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자신감과 그 것을 뒷받침하는 실력'이었습니다.



[ 최강의 프로토스 박정석 ]

선수들을 비교할 때는 여러가지 능력들이 언급됩니다. '초반 소수 유닛 컨트롤', '중반 중규모 유닛 컨트롤', '후반 대규모 유닛 컨트롤', '멀티 태스킹 능력', '전투시 생산 능력' 등등…. 테란 캐사기론이 득세할 때, 소위 말하는 A급에 속하는 대다수의 프로토스 선수들은 그 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하나 혹은 둘의 능력 부문의 최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놓았습니다. 그러나 박정석은 대부분의 능력을 이야기함에 있어 최상위권에 존재했던 최초의 플토였습니다.

'초반 질럿 컨트롤은 역시 XXX와 박정석이지', '대규모 물량 컨트롤은 XXX와 박정석이지', '최고의 생산 능력을 가진 선수는 역시 XXX와 박정석 아니겠어?', '멀티 태스킹은 XXX랑 박정석이 최고지' 등, 신체적으로 행해야 하는(마우스와 키보드가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모든 능력 부문에 있어서 박정석 선수는 최고의 위치에 존재했었습니다.



[ 승리하는 박정석 ]

위의 두 단락을 조합하면, 박정석 선수의 대 테란전 승리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한다. 멀티도 선 수비 후 늦게 가져가고, 도박적 플레이도 최대한 자제한다. 테란의 모든 전략적 요소를 막고 테란과 힘싸움한다. 물론 내가 멀티를 가져갔기 때문에 테란과 정면 힘싸움을 하면 불리하다. 하지만 난 박정석이다. 내가 더 잘 뽑고, 내가 더 잘 싸우니까 결국 내가 승리한다.'

박정석 선수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불리함을 자초했지요. 물량형임에도 불구하고, 초반 무리해서 확장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묵묵히 플레이 했지요.

다른 프로토스 유저가 그렇게 플레이했다면 패배했겠지만, 그는 박정석이기에 승리했습니다. 자신의 특성상 많지 않은 병력으로 많은 병력의 테란을 공격하면서 특유의 전투력으로 무승부를 이끌어 낸 후, 자신의 특성상 자신과 동수(同數)의 멀티를 가지고 있는 테란을 특유의 생산력으로 더 많은 후속 병력을 뽑아내 밀어버렸습니다.

박정석 선수의 셔틀 질럿 드랍과 무당 스톰, 환상적인 질럿의 무빙과 드라군 드라이브는 50 대 50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냈고, 뒤이어 달려오는 셀 수 없으리 많큼 많은 질럿은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냈습니다.

테란이 평소보다 조금 더 멀티를 먹어도, 테란이 평소보다 조금 더 자리를 잘 잡아도, 테란이 평소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도, 본신이 가진 능력으로 승리했었습니다.

이게 박정석이었습니다.



[ 특징이 없어진 박정석 ]

어제의 경기를 보면서, 박정석 선수의 특징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와 같이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멀티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자신감 또한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돌격하는 질럿에게서 "난 이길 수 있어!"라는 외침보다는 "어떻게든 이걸 막아야 해!"라는 절규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단순히 어제의 경기만이 아닙니다. 요 근래의 테란전들이 대부분 그랬었습니다. 박정석 특유의 안정성은 그대로였는데, 박정석 특유의 자신감은 사라졌습니다.

예전의 박정석으로 완벽히 돌아가던지, 새로운 박정석으로 완벽히 태어나야 합니다.



이윤열 선수의 등장 이후 스타계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더블컴의 역사는 '적극적인 위험성 포용의 역사'입니다. 더블컴이 처음 나올 때는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멀티를 하니 분명 불안했었습니다. 굉장히 위험했고, 방어선이 뚫리며 패배가 잦았습니다. 하지만 테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위험성을 포용했고, 그런 과정을 거쳐 위험성을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유일하게 안정을 추구하던 선수가 박정석 선수였습니다. 토스도 저그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마침내 테란전에서까지 더블넥을 하게 되면서(이제는 거의 노 옵저버 더블넥이 대 테란전 물량전의 기본이 된 느낌입니다 - 요즘 다시 리버와 다크가 각광을 받기는 하지만 말이죠) 적극적으로 위험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박정석 선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전보다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지, 칼을 녹여 방패로 나시 태어날지,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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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발합시다
06/11/11 11:40
수정 아이콘
박정석선수도 이윤열선수처럼 장기간의 슬럼프 이후에 다시 부활할거라 믿습니다
06/11/11 12:46
수정 아이콘
이글 완벽하게 공감합니다 정말..
잘보시면 박정석 선수의 빌드는 약간이라도 빌드차이때문에 완패할 가능성을 버리고 불리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을 믿고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겠다는 걸 느끼게해주죠.


어제경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건 아니고 예전부터 한번쯤은 박정석 선수도 선멀티 이후 경기를 주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박정석 선수가 예전부터 이윤열 선수 벌쳐에 호되게 당해서 그러기는 쉽지 않았을 거 같기는 하네요.
Kim_toss
06/11/11 14:42
수정 아이콘
스타일의 변화, 전술, 운영의 발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정석 선수는 전체 판을 짜는 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유닛 컨트롤, 전투, 생산력 능력을 최고죠. 그랬기에, 과거엔 세 종족 모두를 잘 잡았던 것 같습니다.
박정석 선수의 경기는 동족전이 아닌 경우엔, 항상 아슬아슬한 경기가 많았던 이유는 위에서 말씀하신 것 대로.
"안정성" "무너지지 않는 빌드" "다소 불리하지만, 중반 이후 전투에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빌드를 항사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저그가 목동체제가 나오기 시작하고, 멀티 성큰 후, 중장기 운영을 시작하면서, 박정석 선수의 저그전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토스전과 테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버텼던 이유는..
여전히 생산력과 전투컨트롤만큼은 확실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테란들도 슬슬 운영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지기 시작하면서, 전체 판을 짜는 능력이떨어지는 박정석 선수가 슬슬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한게 아닌가 싶네요.
여전히 생산력과 컨트롤이 중요시 되는 토스전은 여전히 강력하지만요.
너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사실 운영의 능력은.. 흠.. 연습한다고 확 눈에 띄게 발전하는 부분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Kim_toss
06/11/11 15:16
수정 아이콘
박정석 선수가 예전 연전연승할 때부터, 디씨인사이드 스갤 같은곳에서, 지적받던 부분 중 하나가 중후반 캐리어 운영과, 캐리어 넘어갈 때, 지상군의 활용이 었는데요..
박정석 선수는 캐리어가 공중유닛이라는 점을 활용해서, 전투에도 치고빠졌다가, 테란의 추가멀티를 끊어주고 하는 플레이를 원활히 해주지 못 해서, 결국. 골리앗에 무너지는 게임이 꽤 상당했고요.. 사실은 최연성 선수와의 머큐리 대전도 이런 점이 좀 아쉬웠기에, 상당한 명경기가 나온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캐리어 넘어가면서, 지상유닛의 활용성인데, 박정석 선수는 캐리어 넘어가면서, 지상군의 수를 급속도로 줄이거나, 갑자기 자리잡은 테란병력에 갖다 박아서, 캐리어만 남는 장면도 심심찮게 연출되는 것 같습니다. 슬럼프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을 법한, 라이드오브 발키리 대 염보성전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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