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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06 23:01:07
Name 하수태란
File #1 __051203_0004.jpg (70.9 KB), Download : 17
Subject 잠든사이에 뒤집어진 승부 그리고 첫눈.


꽤나 추운 하루였죠.
중간고사가 끝나긴 했지만 해야할 숙제와 공부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또 춥다는 핑계로 집에 일찍들어오고 말았네요.

1경기가 끝나있었고, 성학승선수가 이겨있더군요. 군대도 간다고.
2경기 정말 멋졌습니다. 아카디아가 언제 저그맵이었나요? 요환선수가 많은걸 전수해 주고 간것일까요? 여튼 일방적인 경기.

팀플은 뭐 .. 질수도 있는거지 하면서..

오늘은 티원이 이제 이기겠구나. 뭐 팀플 1패정도는 팀의 미래를 위해서 괜찮겠지.
그러고 잠들었습니다. 역시나 경기는 누워서 보면 안됩니다 ^^

잠결에 김성제가 어쩌고 최연성이 어쩌고.
경기결과 확인하니 거짓말처럼 둘다 졌더군요.
잠들어서 안봤던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부재중 전화 한통과 문자 하나.
전화는 귀찮아서 안받았던 기억이 가물가물 났었는데.

문자

' 바쁜가봐? 첫눈오는데 봤어? ㅎ  h  h '

어 잔다고 바빴어 -_- 첫눈 왔냐?

-------

제가 못봤으니 첫눈은 무효입니다^^
올해는 참 빨리 왔네요. 작년엔 12월 3일정도에 왔었던것 같은데.

아마 그때가 토요일이었을겁니다.

과도서실에서 애들이랑 나름 기말고사시간이라 시험공부하던중

정말 일기예보대로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가방을 쌌습니다. (공부는 무슨 공부냐!)

뭐랄까 선물이라도 하나 사가야할텐데.
한창 작업중이었던 그녀에게 사실 선물이라고 해줬던건 다이어리 하나가 전부였는데.

뭘사갈까. 머리띠-_-라도 하나 사갈까 하던중
버스정류장 근처에 마네킹에 걸려있는 목도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visit in newyork ? 이거 머하는 상표지? 메이커 있는건가?
네? 6만원이라구요? 목도리가 왜이렇게 비싸나요? 대충 2만원이면 살수 있는거 아니었나요?

뉴욕방문? 생전 듣도보도 못한 메이커였지만. (알고보니 나름 유명한 여성복메이커 ㅎ)
목도리가 너무 예뻐서 6만원이라는 나름 거금을 휙 써버렸지요.

정말 눈이 많이 왔습니다. 첫눈이라고 강조하는건지.
1호선 ** 역에서 그렇게 눈을 맞으면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만났습니다.

이런날은 분위기 있는곳에서 칵테일이라도 마셔야할텐데
그녀는 라볶이가 먹고싶다네요 ^^

그리고 또 노래방엘 갔습니다 @.@ 예상을 벗어나는 그녀의 소망상자였지만.
뭘 해도 행복했으니까요 ^^

막차시간 11시 10분은 벌써 넘겼었고.
한시반까지.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시에 그녀를 집앞까지 바래다주고

처음으로 그녀의 집 발신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으면서 역까지 걸어갔습니다.
눈이와서인지 버스는 1시 5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손이 얼어서 양손을 번갈아가면서 통화했지만 하나도 춥지 않았지요.

2시 정도에 택시를 타려는 순간 기적처럼 버스가 왔고.
집에 도착하는 3시 반정도까지. 계속 통화를 했었죠.

그렇게 첫눈이 오는 날이 지나갔습니다.

학교에서 맨날 보는 사이었고,
그녀는 그 목도리를 매일매일 하고 왔었죠.

다들 목도리 이쁘다~  저도 그냥 씨익 웃으면서 목도리 이쁘다 ~
누가 사준줄은 그녀와 저만 아는 비밀이었지요 ^^

며칠뒤에 저도 목도리를 하나 받아서. 난생 처음으로 목도리란걸 하고 다녔습니다.
살면서 귀찮아서 한번도 해본적 없는 목도리.

우루루 집에 가는 날엔 슬쩍 뒤에가서 목도리 잡아당기고.
그녀도 제 목도리를 잡아당기고. 둘만이 아는 눈빛을 교환하고.
다른애들은 쟤들 왜저러나 했었겠죠?

...........

1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오늘 이렇게 방에서 혼자 스타리그 보다가 잠들었고 ㅎ 감기에 걸린건지
기침이 심하게 나네요.

그녀는 지금쯤 새로 만났다는 남자친구랑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

.........

시간이 지나면..
아마 좋았던 기억들만 남겠죠?


사진은 그날 라볶이 집에 그녀가 한 낙서군요.
제 이름은 꽃으로 지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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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시렙터
06/11/06 23:06
수정 아이콘
와아............. 감정이입 제대로되서 [비슷한상황이었습니다.]
싱긋싱긋 웃어가면서 봤는데. 와.. 정말 마지막이 ;


짧은 인생에, 사랑에 대해서 기억나는건 재밌고 좋은기억밖엔 없는것 같네요,

아, 갑자기 슬퍼지네요.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
06/11/06 23:17
수정 아이콘
오늘 첫눈.. 저도 아쉽게 못봤습니다.
작년은 군에서 쓸쓸히 첫눈을 맞이 했었는데,

또 다음 눈이 언제 내릴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녀와 손 꼬옥 붙잡고 눈맞으며 걷고 싶네요 ^^

글 잘봤습니다 ^^
06/11/06 23:21
수정 아이콘
시간이 지나면 아마 좋았던 기억들만 남겠죠?
그럼요. 애써 힘내거나, 아프거나, 화내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아프거나 힘들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만큼의 긴 시간이 지나면...
06/11/06 23:25
수정 아이콘
좀더 긴 시간이었다면 좋았을것을... 더 행복햇을것을... 너무나도 짧은 맘아픈 이야기네요.. 전 1년반을 사귀고 헤어졌어도 아직도 그시간보다 더 긴시간이었다면 좋았을텐데...라고 혼자 중얼거리곤 하는데 말이죠... 좋은 추억 행복하게 간직하세요~
Zakk Wylde
06/11/06 23:29
수정 아이콘
아아..감정이입.. ;ㅁ ;
06/11/06 23:39
수정 아이콘
학교에서 야자하고 있는데 단풍으로 울긋불긋한 산에 눈이 내리더군요...
그대는눈물겹
06/11/07 00:43
수정 아이콘
작년에 첫눈 오는거 보고 기말고사 공부하다 말고 제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친구우산 빌려가지고 택시 타고 달려간게 기억나네요.

전 급하게 가서 손에 캔커피 뜨거운거 하나 들고 갔다는

그리고 그냥 커피주고 싶어서 추운데 마시고 공부하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캔 커피마시면서 사실은 첫눈 같이 보고 싶었다고

그렇게 말했죠. 그랬더니 웃으면서 자기도 저랑 봐서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아픈........

오늘 온 첫눈 그녀는 알고있을까요? 수능을 10일 남기고 공부하느라 몰랐을까요? 알았다면 제 생각해주면 좋겠네요.

6월달에 헤어지고 pgr에 글쓴게 어제같은데 악몽같던 시간이 벌써 5개월 가까이 흘렀군요.

그 동안 방황을 많이 해서 성적도 떨어지고......

뒤늦게 다시 열심히 공부했지만 고대 가려던 목표 될런지 모르겠네요....

바보같이 옛날생각하면서 이런글 쓰는걸 보니 가긴 글렀나 봅니다.


보고싶다 ㅁㅎ아~ 수능끝나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 ㅠ _ㅜ
아다치 미츠루
06/11/07 01:31
수정 아이콘
첫눈 무효~ ;;
06/11/07 03:42
수정 아이콘
수능 치는 분이 지금 여기 있으면 안돼죠. -_-
목동저그
06/11/07 04:56
수정 아이콘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수능 열흘 남기고 여기 계시는 건;;
여자예비역
06/11/07 14:23
수정 아이콘
첫눈 유효~ 저는 펑펑내리는 함박눈을 맞았습니다~ 종로에서요~

전화할데가 엄마밖에 없었다는..; 엄마 사랑해요...^-^;
그대는눈물겹
06/11/08 00:25
수정 아이콘
수능뒤에 좋은소식 2개 들고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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