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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24 21:00:28
Name Timeless
Subject [단편]로열로드 '그'의 탄생
“그딴 식으로 하려면 당장 짐 싸서 가라”

아직도 감독님의 차가운 말이 귓가에 맴돈다. 스타크래프트 명문 구단은 아니지만 신인 발굴에 앞장서고 있는 Multiply 팀에 들어 온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나의 실력은 감독님의 그 말처럼 ‘그딴 식’에 불과하다. 팀원들 모두 모인 자리에서 감독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혼자 밥 먹고 있을 정도로 나는 팀원들과도 별로 친하지 않다.

“쿨럭, 쿨럭”

밥 먹을 때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사래 걸렸나 보다. 앞에 걸려 있는 거울에 기침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나를 본다. 참 초라하다. 하지만 낯설지는 않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 아니 같은 반 녀석들한테 맞거나 괴롭힘 당하고 집에 와서는 문 걸어 잠그고 울던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쓸모 없는 녀석이다. 그렇게 눈에 띄는 녀석이 아니었지만 일단 눈에 띄었을 때는 괴롭힘 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더욱 더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차라리 그만두자’

그렇게 울다가 잠이 들었던 것일까?


볼에 따가운 느낌이 든다. 눈을 살짝 떴으나 이내 질끈 감는다. 눈에 모래 같은 것이 들어왔나 보다. 모래? 그럴 리가 없는데.. 눈을 조심스레 떠본다. 모래바람이 내 볼을 때린다.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분명히 어제 잠들 때만 해도 내 방이었는데, 지금은 전방 50미터도 내다볼 수 없는 황사가 몰아치는 사막과 같은 곳이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 앞에서 나는 멍하게 서있었다.

“전방의 우리 병력은 이미 전멸했고, 곧 있으면 대군이 이곳 서남쪽 기지를 향해 들이닥칠 것입니다.”

다급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물체가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크템플러님”

응? 자세히 보니 내 눈 앞에 있는 이 물체는 내가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보았던 또 마우스로 조종했던 그 자그마한 프로브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프로브는 나를 ‘다크템플러’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럼 여기가 스타 맵이고, 나는 다크템플러에 지금 우리측이 불리한 상황?

이렇게 정리가 되는 스토리인가? 재미있는 꿈이다. 하하하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명령을”

‘펑’ ‘펑’

사막의 땅이 일순간 일어난다. 나는 분명히 보았다. 방금 전까지 내 눈앞에 있던 프로브가 포격을 당함과 함께 푸른 빛으로 산화되는 모습을. 다행히 나는 조금 아프긴 했지만 별 피해가 없었다.

“아무도 없습니다. Sir”

날렵하게 생긴 미래형 자동차 같은 것이 내 주위를 돌면서 무전을 한다.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 아무도 없다고 말을 한다. 저만치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먼지가 일어난다. 그리고 곧 탱크가 나타났다.

벌쳐와 탱크.. 여전히 나는 재미있는 꿈을 꾸고 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서남쪽의 넥서스를 부순 후 서쪽의 본진으로 치고 들어간다는 이야기였다.

상황이 어느 정도 그려졌다. 테란과 토스가 사막 디자인의 맵에서 게임을 치르는 중인 것이다. 전방에 토스 병력은 전멸하고, 이제 서남쪽 멀티(7시쯤 되는 건가?)도 위험한 지경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상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다크템플러이다.

우습긴하다. 내가 평소에도 눈에 안 띄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이 꿈에서는 이렇게 눈에 안 띄는 다크템플러가 되었지 않은가? 하하

내가 겁에 질린 것은 만 하루가 지난 후였다. 꿈이라면 벌써 끝이 났어야 했고, 나는 일어나서 숙소로 돌아가 무단 외출을 한 용서를 구해야 할 때였는데, 아직도 나는 사막에서 지친 몸을 끌고 가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감각은 정말 실제와 다름이 없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내가 두려움에 떠는 이유는 그 서남쪽 기지에서 질럿, 드라군, 프로브들이 차례차례 죽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드라군이 젤리가 된다고 표현했는가? 실제는 정말 참혹했다. 푸른 액이 흘러나오는.. 욱.. 나는 그들이 끝까지 싸우다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한 구석에 숨어 살아남았다. 내 근처에 스캔이 뿌려지고, 내 옆에 마인이 심어졌을 때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

그리고 나는 그것들로부터 벗어나 지금 도망을 치는 중이다. 학창 시절의 어느 때부터였던가 나는 눈에 띄지 않는데, 또 피해 다니는데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여전히 나는 여러 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테란의 눈을 피해 무사하다.

얼마나 갔을까..

저만치 무엇인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아까 죽어간 녀석들과 똑같이 생긴 프로브였다.

“살아계셨군요. 서남쪽 기지 파괴당한 후에 저희는 북서쪽에 또다시 기지를 꾸리고 있습니다. 불리함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중론입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십시오. 쉴드를 채워야겠습니다.”

나는 쉴드배터리로 안내가 되어 순식간에 리프레쉬가 되었다. 이곳은 본 기지이기 때문에 다크템플러, 하이템플러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나를 반기며 나의 생존을 기뻐하였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럴 때는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것이겠지만..

그들은 아까 프로브가 나에게 말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북서쪽에서 재기를 꾀하고 있지만 언제 이곳 본기지가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게 마라톤 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멀리서부터 점점 커지는 소리와 진동이 느껴졌다.

“그들이 왔다. 하지만 우리는 도망가지 않는다. 형제들이여 싸우자! 아둔을 위하여!”

이번에도 나는 살아남았다. 나는 재건중인 북서쪽 기지를 향해 달아났다. 수 많은 전사들이 죽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뒤에 숨어있는 나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공격할 목표물만을 향해 나아갔다. 스캔이 이곳 저곳에 뿌려지고 모두 전멸했을 때 나는 한가지 알아차렸다. 그들의 스캔이 이미 바닥이 났다는 것.. 나는 그 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가슴 속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기 때문이다. 그 뜨거운 것은 이내 사그라들고 어서 빨리 스플레쉬 데미지로 인해 달아난 나의 쉴드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북서쪽 기지에 도착했을 때도 역시나 그들은 나를 반겨주었다. 살아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한다.

나는 다른 전사들이 죽어가는 것을 숨어서 지켜보았을 뿐인 단순한 겁쟁이에 또 비열할 정도로 비겁자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뜨거운 것이 다시 한 번 치솟는다. 눈을 감았다. 그 뜨거운 것이 이번에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내 머리 속에 전장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모두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게 명령권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당신은 다크템플러의 위치인데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 왔기 때문에 이곳 누구보다 전세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 우리는 당신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다크템플러들을 모아주세요.”

적의 커맨드센터는 두 개다. 스캔의 양은 최대 6번. 적지 않은 숫자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는 방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모을 수 있는 다크템플러는 8기였다.

나는 2기의 다크템플러들을 적의 본진으로 보냈다.

일단 이곳에 진입하기 전에 스캔 1번, 다른 곳에 우리측 멀티기지가 있는가 스캔 1번, 적의 본진 쪽에 파견된 다크템플러 둘이 뺏어낼 수 있는 것은 최소 1번에서 최대 3번까지의 스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윽고 우리기지에 스캔이 한 번 뿌려진다. 그리고 그들은 진입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전개시!

적의 본진에 침투한 우리측 전사들은 터렛을 피해 스캔을 2번 소모케 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세 번. 그 때 우리측 일차부대와 상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다크템플러 1기에 질럿, 드라군의 전투였다. 자신의 본진에 신경 써서 인지 스캔 타이밍이 조금 늦는다. 그 동안 우리 일차부대는 병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거의 산화되어갔다. 스캔이 사라질 무렵 셔틀이 시즈탱크 위로 떨어졌다. 겨우 다크템플러 한 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캔이 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한 번. 다크템플러는 이제 나를 포함해서 넷이었다. 이 때 이차부대를 보냈다. 질럿, 드라군만 있는 부대였다. 상대는 미리 스캔을 뿌렸다. 이차부대에게 퇴각명령을 내리고, 다크템플러 넷이 출동 하려 했다. 하지만 내 앞을 다른 다크템플러 셋이 막아 선다. 그들은 나에게 눈빛을 보내더니 이차부대를 이끌고 전장으로 들어간다. 스캔은 역시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균형이 맞을 무렵 스캔이 한 번 더 떨어지며 우리측은 모두 산화해버렸다.

아.. 또다시 나만 살아남았다. 몸이 아프지 않아서 좋았지만 마음이 아팠다.

그 때 나를 이끄는 것은 새로 소환된 질럿과 드라군이었다.

“지금입니다”

우리는 진군하였다. 내 앞의 질럿과 드라군들은 마인을 제거해주었다. 나는 최후의 힘을 다해 적을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하늘이 밝아질 무렵 눈 앞이 환해지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볼에 따가운 느낌이 든다. 눈을 살짝 떴다가 이내 질끈 감는다. 눈에 환한 태양빛이 들어왔나 보다.

나는 돌아왔다. 내가 있어야 할 그곳으로. 샤워를 하고 문을 나선다.





“아~ 이게 뭔가요! 이건 사신. 네! 사신입니다!”

“저그 뿐만 아니라 테란도 마구 썰어요. 아 테란한테 무슨 원한이 있나요? 이거 참!”


나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숨어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항상 전장에 있고, 싸울 것이다. 그들의 외침인가? 나는 또다시 전장으로 뛰어든다.



“하나, 둘, 셋! 사신토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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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마도사
05/11/24 21:03
수정 아이콘
우와...........
Timeless
05/11/24 21:03
수정 아이콘
공모작은 아닙니다. MSL보면서 제 주종 프로토스에 feel 받아서 한 시간만에 뚝딱 쓴 것이라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하하하

염치가 없네요.
아케미
05/11/24 21:06
수정 아이콘
사신 다크템플러, 사신 오영종.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그나저나 Timeless님, 이거 팬픽 공모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다시 생각해 보시지~ ^^
체념토스
05/11/24 22:36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좀더 구체적이고 장편이였으면 하는 바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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