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배아줄기세포연구에 관심이 있던 터라 어제 pd수첩을 시청했습니다.

-DNA 뱅크라는 유령 난자 유통 회사
-미즈메디라는 한 병원에서 비밀리에 시행 된 '싱싱한' 600 여개의 난자 채취 시술
-논문에도 나타나지 않은 병원원장에게 주어진 알 수 없는 40%의 지분

마치 어마어마한 비리에 얽힌 '다빈치코드' 같은 한 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느낌이더군요.

황교수님의 연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두 가지인 거 같습니다.
'매입된 난자의 사용'과 '연구원의 난자사용'.

첫 번째는 외국에서 볼 때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거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난자 매입을 위해 대대적 광고를 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고작 16명의 기증자 밖에 구하지 못했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는 비밀리에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수 백명의 기증자를 찾았다니.. 한국 여성들의 윤리 의식 결여든지 아니면 시술 전 의사의 설명 부족 때문이라고 봅니다.

난자를 매각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보니.. 부작용이나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 의사의 설명도 거의 없었다고 하더군요.
만약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걸 알았다면 그리고 연구에 쓰일 것을 알았다면 허락했겠느냐고 질문하자.. 하지 않았을 거라고 대답하는 거 보니 분명 더 이상 피해여성이 속출하지 않도록 숨겨서는 안 될 큰 문제이긴 합니다.

두 번째는 연구팀 내 상급자의 '강요'가 있을 수 있다고 금지되어 있는 사항인데..(세튼박사가 결별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황교수님은 부인하지만.. 연구원들의 태도, 황교수님의 인터뷰를 보니 어느정도의 '강요'가 있었던 거 같아 씁쓰름하더군요.

또 그동안 연구로 인해 수 많은 불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고,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양  과대 선전을 한 거 같습니다.
간, 폐, 심장 등 일부 질환에서만 적용 가능할 수도 있는 연구(역시 이것도 초기 단계이므로 만약 상용화 가능하다고 쳐도 수십년이 걸린다고 하죠)인데..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하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나 그 가족들을 더 불쌍하게 만드는 행위가 아닐까요..

그리고 외국연구원들은 황교수님의 성과에 찬사를 보내기 보다.. 그 많은 실험용 난자의 출처를 더 궁금해한다고 하던데.. 지금까지 황교수님은 대답을 피하며 오로지 "젓가락 사용으로 단련된 한국인들의 손재주가 낳은 결과이다"라는 해명만 한 거 같습니다.

만약 중국이 이런 논문을 발표했다면 우리는 어땠을까요..
분명 '비 인권 공산국가의 힘으로 얻은 저가 난자 물량공세가 낳은 결과'라고 비난했을겁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의 연구를 위해 그대로 덮어두기 보단.. 국익을 위해 외국에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사실을 숨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황교수님이 진정 역사에 '국민의 영웅'으로 남으려면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거든요.
일단 내일 직접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기대되는군요.

물론 방송사의 너무 황교수님을 몰아 세우려는 태도도 잘못이지만..
"매국노 방송사", "이제 누가 난자를 기증하겠느냐", "연구를 가로막는구나", "국익을 생각하라", "남의 잘 되는 꼴을 못 본다"고 무작정 황교수님을 지지하기 보다는..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깨닫고, 또한 잘못을 인정하고 이제는 떳떳하게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박사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