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0/28 04:01:39
Name WoongWoong
Subject 보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
오늘은 슬픈 마음에 글을 적습니다..;;;

스타리그를 본 지 어느덧 거의 6년째 정도.. 이게 거의 나의 모든 것이라구 생각할 만큼 열광할만큼 보구 즐겼습니다.
정석이라구 하는 것은 그런대로 숙지하고 피지알 전략 게시판에 글도 재밌게 읽을 정도에 내공이 쌓인 지금,
친구 한 명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_-+

상대는...대학교에서 만난 제일 친한 친구 중의 한 명.. 임요환 선수 빼고  스타선수들을 제대로 알지도 모르는 얘가 한 때 스타를 한 때 잘했다는 이유로 뻐기길래 욱하는 마음에 저번주 토요일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 야! 최연성이 누군지도 모르는 자식이 스타를 아는 척 하지마! '

' 너 나보다 못하잖아? '

' 너 목요일에 나랑 스타 한 번 하자 만원빵이다'

이런 식의 시비가 나름 자존심 싸움이 되어서 만원빵이 오만원빵이 되고
나중엔 십만원빵이 되어서 당일날 아침엔 집문서 내기까지 되어버렸습니다.. =_=;;

저번주 토욜에 붙은 시비를 목요일로 옮긴 것은 나름 준비할 시간과
스타리그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시간이 5일 정도일 것을 감안해서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버렸습니다..-_-;;

5일동안 연습이라고는 어짜피 배틀넷 들어가면 계속 지기만하고 최대한 최신 VOD를 보면서 상대방이 뭐를 할 지 예측해서
요즘 유행하는  운영으로 짓밟아주고 (우헤헤) 필살기로 마무리해주는 전략을 세웠습니다.(3판 2선승제)

컴퓨터랑 무던히 연습하고 APM이 100이 넘어가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프로리그를 보고 친구 주종이 테란이라는 걸 알고 테란 상대로 필살기를 준비했습니다. 걸리지만 않는다면 100% 이긴다는...

'자식 넌 죽었어! 너한테 지면 난 앞으로 스타 안하고 구경만 한다!'



대망의 오늘 마지막 강의 끝나고 친구와 피시방을 갔습니다. (여러 친구들을 이끌고<---스포 폐인)
대회에 나간 것 만큼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 그래 오늘같이 추운 날 선수들은 팬들이 주는 따뜻한 캔커피에 손을 녹일꺼야

  손을 녹이자..'


" 야 라이타 불 좀 켜줘! 손 좀 녹이자"



손을 녹이고 그렇게 녹이고 드디어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맵 순서는 로템-로템-로템...

첫 번째 게임은 랜덤전.. 상대방이 랜덤을 하길래 자존심에 같이 랜덤을 했습니다...

제발 테란이 걸리기를 바라면서.(가장 잘하는게 테란;;;)
두둥 소리가 나면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2시 저그..

' 젠장..큰 일 났다.. 일단 전략은 3 해처리 패스트 럴커다.. 상대방의 위치와 종족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5드론 째 나오는 순간 12시로 정찰을 보냈습니다. 정찰은 빠를수록 좋으니깐..;;
12시에는 없었고 8시로 보내니깐 SCV가 나오는 게 보였습니다. 8시 본진까지 가보니 없고 6시에 드론을 보냈습니다...

' 일단 종족 상성은 내가 불리하지만,, 위치는 내가 좋다.. 왜냐면 6시가 안좋다구 했으니깐..'


드론이 6시 입구를 들어가니 배럭스가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습니다..
' 헉.. 8배럭 패스트 벙커링이다.. 이자식 스타리그 안 봤다더니...!'

급하게 두번째 오버로드를 취소하고 스포닝 쿨을 짓고 배럭이 완성되는 걸 보자 정찰 왔던 드론을 빼고 앞마당 쪽으로 일하던 드론 까지 5마리를 뺏습니다..

벙커를 짓는 걸 방해하려구... 근데 한참 후에도 마린은 커녕 SCV도 안왔습니다..

' 이자식 고도의 심리전이다.. 벙커링인 척 하면서 날 가난하게 만드는 수작이구나.. 당할줄 알고! 나도 부자가 된다!'

전 바로 9드론 3 해처리를 시전했습니다.. 미네랄 캐는 드론은 7마리... 계속 드론만 찍다가 앞마당이 완성되자 성큰을 4개를 박았습니다. 3해처리가 되면 해설진들이 모두 부자가 된다구 하는데 이상하게 전 경기 끝날때 까지 계속 가난했습니다..;;
레어를 올리구 히드라덴을 올리면서 상대방 하는게 너무 궁금해 본진 안으로 오버로드를 하나 넣어봤습니다.

언뜻 보이는 스타포트와 막 올라가는 아카데미...

' 헉 패스트 드랍쉽이다..! 럴커 업이 아직 안됐는데 파이어뱃까지 오면 어떻게 막지?"

급하게 본진에 성큰을 박고 럴커개발을 하면서 저글링을 죽어라 눌렀습니다..

예상대로 드랍쉽이 날라오더군요... 마린이 먼저 내릴까 매딕? 파이어뱃? 이런 걱정을 하는 사이 가스통 옆으로 내리는 건.....



시즈 탱크 두 대 !!!!!! 허억.....
' 저그 전에서 본진 시즈탱크 드랍이라니...;;;;;; 스타리그를 안 봐도 너무 안 봤구나...'

저글링 2 부대로 시즈탱크 잡아내고 히드라 3마리로 드랍쉽을 잡아내면서(-_-) 이 경기는 내가 잡았다구 생각하구 럴커 5마리 만들자마자 6시 본진으로 어택땅!!! 제대로 버러우만 하면 내가 이긴다는 생각에 버러우 단축키를 연타!!!! 근데 이상하게 버러우는 안하고 마린한테 다 막아죽는 게 아닙니까?

" 이 키보드 이상해!!! " 라고 소리치면서 키보드를 쳐다보니 o를 연타하고 있는 나의 손가락.....ㅠ_ㅠ(시즈탱크.......;;;)

그 뒤부터 게임은 말리기 시작하고 언덕 탱크로 앞마당이 깨지면서...지지......ㅠ_ㅠ


2번째 판...... '이번 판은 나의 주종으로 해주마... '

2번째 판은 테테전이었습니다.. 저는 8시... 저의 전략은 피지알 전략 게시판에서 봤던 테테전 필살기로 센터 bbs 였습니다..

' 이번 경기 간단히.. 이겨주고 다음엔 정석으로 마무리 해주마.......'

8번째 일꾼이 뽑히는 순간에 2마리 일꾼을 센터 성곽 밑으로 보내 배럭을 지었습니다..

가슴은 콩딱콩딱 상대방은 정찰을 아직 안왔습니다.. 배럭이 완성되는 순간 마린 따닥 배럭에 한 마리씩 찍어주고 일꾼을 각각 12시와 2시로 정찰을 보냈습니다..

12시와 2시 모두 없어서 마린 4마리 정찰 보낸 일꾼 2마리를 6시로 이겼다구 확신하면서 보냈습니다..

6시 입구 앞에서 다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일꾼 앞세우고 올라가는 순간! 불을 뿜는 상대방 마린 6기.........;;;




상대방은 본진 2배럭이었습니다..ㅠ_ㅠ

그 게임 지구나서 친구한테 "야 너 어떻게 내 전략알고 그랬어" 라고 했더니 친구 왈...

" 나 원래 테테전 본진 2배럭 하는데? 그게 기본 아니냐???"

된장...ㅠ_ㅠ 이런 얘한테 내가 지다니..........




앞으로 스타 관전만 해야겠습니다..ㅠ_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rata_Striker
05/10/28 04:15
수정 아이콘
아핫 재미있습니다~ 본인은 져서 기분 상하셨겠지만, 여기 쓰신 의도는저희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것 맞죠? 스타를 잘하고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일거에용.. 담엔 꼭 이기세요~
체념토스
05/10/28 04:19
수정 아이콘
맙소사.. 덜덜덜
05/10/28 04:20
수정 아이콘
테테전 본진 투배럭... -_-
05/10/28 04:31
수정 아이콘
로템 테테전 센터 투배럭 하는 분들 많습니다. 저는 그래서 일부러 정찰을 중앙을 가로질러서 합니다. 센터 투배럭에 당하면 기분 정말 더럽습니다. 리플 확인해보니 정찰도 안하고 바로 제 본진으로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_- 이걸 맵핵으로 의심해야 할지 상대의 도박러쉬로 이해해야할지 난감하더라구요.
05/10/28 04:32
수정 아이콘
Arata_Striker님//스타를 잘하진..-_-; 않아 보이네요. 아무튼 재밌게 읽었습니다~
테테전에 새로운 비젼을 제시했군요!
현금이 왕이다
05/10/28 04:42
수정 아이콘
보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 정말 공감합니다. 크흑...
★가츠처럼★
05/10/28 05:00
수정 아이콘
^^ 재밌네요. 친구들이랑 1:1하면 정말 더 긴장되고 재밌죠.
특히 내기.. 안타깝게 -_- 외도의 길을 걸어서 친구들이랑 레벨이 완전
틀려져서 저랑은 안 붙는다는.. 오로지 모이면 팀전 팀전...
프린키피아
05/10/28 07:54
수정 아이콘
드디어 저도 라이트 버튼이 생겼네요....(감동모드)
저도 투신 경기에 감명 받아서 무탈 견제해보면....
터렛에 원샷 원킬로 죽더군요...
마린이랑 터렛 붙어있으면 일석이조일때도 있고....T.T
sAdteRraN
05/10/28 08:20
수정 아이콘
저는 상대방이 랜덤 한다고 본인도 랜덤하는 사람이 좀 이해가 안대더라고요 그거 자존심 아닌데 ;
동네노는아이
05/10/28 09:29
수정 아이콘
아는 사람들끼리 하면 렌덤 고르는것도 자존심이 되죠
간혹 난 렌덤해서 졌고 넌 주종 골랐잖아 이런말이 나오기도 하니...
05/10/28 10:00
수정 아이콘
그럼요.

사나이는 랜덤~

이런 멘트를 날리면서 하는거죠~
youreinme
05/10/28 11:02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아장파벳™
05/10/28 11:57
수정 아이콘
친구끼리 랜덤은 자존심대결입니다 +_+!!!!!
AIR_Carter[15]
05/10/28 14:53
수정 아이콘
자존심보다 상대가 랜덤했는데, 자기가 주종하다 지면 그러니까 보험으로 같이 하는경우도 있죠. 저도 괜히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798 최연성과 오영종, 엇갈린 시대의 요구 앞에서 [27] 세이시로4536 05/10/28 4536 0
17797 Protoss Ranking 6..... [36] 어둠팬더4412 05/10/28 4412 0
17796 임요환, 그 때 그 눈물의 의미 [28] Arata_Striker5650 05/10/28 5650 0
17795 보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 [14] WoongWoong3771 05/10/28 3771 0
17794 12월 용산 아이파크몰에 건립되는 e스포츠 경기장~ [29] ktsun3903 05/10/28 3903 0
17793 (팬픽)Head on Collision [12] kama4439 05/10/28 4439 0
17791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 대한 평가-프로토스편 [78] legend5126 05/10/28 5126 0
17790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14~17편 [10] unipolar7655 05/10/28 7655 0
17789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10~13편 [5] unipolar9320 05/10/27 9320 0
17787 블리즈컨... [11] 날아와머리위3851 05/10/27 3851 0
17786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1~9편 [14] unipolar16905 05/10/27 16905 1
17785 휴. 이병민선수.[스포일러 다수] [46] Spectrum..7121 05/10/27 7121 0
17784 김성제 선수.. 당신은 뭔가 특별합니다 [46] 난언제나..5867 05/10/27 5867 0
17783 임요환 선수 플레이, 이제 이해가 가네요 [19] 므흣한오후5479 05/10/27 5479 0
17782 [잡담]그 분을 아직 기억하고 계신분이 있나요? (임요환선수가 아님) [15] 퉤퉤우엑우엑4392 05/10/27 4392 0
17779 김성제vs이병민 2경기 (스포일러 있음) [28] aiur4925 05/10/27 4925 0
17777 방금 김성제vs이병민 2차전 보셨습니까? [93] kama8148 05/10/27 8148 0
17776 임요환...대플토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 [34] 김호철4588 05/10/27 4588 0
17775 임요환 VS 이재훈 (스포일러 가득) [18] SKY924645 05/10/27 4645 0
17774 이묘환? !+ 김성제!!!!!!!!! [59] 삭제됨6035 05/10/27 6035 0
17773 요즘같은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5] laviz3475 05/10/27 3475 0
17771 S급 프로토스로 가는 길 [14] 필력수생4685 05/10/27 4685 0
17769 [펌]나는 서빠다. [15] 토돌냥3695 05/10/27 369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