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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0/03 15:23:27
Name 황무지
Subject 영화이야기.
"모든 텍스트는 세계와 존재에 대한 주석, 각주이다"

어쨌든,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아주아주 어릴 때, 부산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보았던 '아마데우스', TV에서보고 정서적인 충격까지 받았던 '바보선언', 이런건 큰화면으로 봐야돼...라면서 역시나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 남포동 극장에서 보았던 '붉은 10월' ...

영화를 '열심히' 보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였는데
문학이나 음악과 같이 나름의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대학에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고 친구들?과 영화관에 가고 비디오테이프를 돌리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력이 생겨 나는 점점  영화를 '따지게'되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처음에는 영화를 보고 "음..." 혹은 "아..."하는 것으로 끝이다.
그리고 좀 시간이 흐르고 영화보기에 대한 이력이 붙으면 영화에 '대하여' 떠들기 시작하고 거기에서 나름의 잣대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좀 심해지면? 급기야는 영화를 만들고싶어지는 것이다.

대학시절, 특히 입대 전... 영화관에 가는 것과 비디오테이프를 합쳐 나는 대충 한달에 스무편 내외의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영화가 있다. '다이하드'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타르코프스키,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영화까지... 나는 그 모든 영화들을 좋아한다.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든, 나름의 잣대를 갖게 된 이후로는 영화를 구분하게 된다.
구분의 방법은 여러가지이겠지만. 한가지 예를 들자면
마치 마취제나 최면술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상처들을 감추고 영화관 안을 '별세계'로 만드는 영화, 실제로 존재하나 우리가 잊고 있었던 상처들과 어둠을 혹은 우리의 위선을 들추어 내어 우리의 가슴을 찌르는 영화,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사랑'을 되찾아주려는 영화도 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영화란 "현재/현실"과 어떻게 관계맺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나는 '리얼리티'를 감추는 영화나 '상처를 감싸는' 영화보다는
가슴를 찌르고 '뜨끔'하게 만드는 영화가 좋다. 그쪽이 더 재미있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 한사람으로 마탄 스콜세즈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강하게 보이는 인간의 내면의 상처와 겉으로는 선의와 도덕의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위선을 아주 세련되고도 날카롭게, 특히나 '폭력'이라는 화두를 자주 사용하여 드러낸다 (물리적 폭력일 뿐 아니라 감정적 폭력이기도 한...)

많은 영화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영화에 대해서 떠들기를 즐기기도 하지만 사실은 영화 앞에서 겸허해져야 한다는 것을, 아니 그보다 인간 앞에서 겸허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안다고 다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고...안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영화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결국엔 인간이 만드는 것이고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좋은영화란 무엇인가?'의 해답이 나올 만한 실마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생각을 하는 사람마다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질문, 그 생각의 가장 적절한 실마리가 바로 '인간'일 것이다.

영화에 대해서 떠들기보다는, 말하기보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사랑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사랑을' 하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한때 그런 시도를 한 적도 있다. 아무튼, 아쉽게도,
이제는 추억의 영역에 있는 것 같다.


ps.이런저런 글을 쓰면서 '경어체'로 쓰는 것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나 봅니다.
아무래도 특정 그룹, 특정인...을 대상으로 글을 적는 것이 어색하다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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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03 15:29
수정 아이콘
공공의 적 짱 ..
라됴헤드
02/10/03 16:12
수정 아이콘
락 스탑 앤 투 스모킹 베럴즈 인가..그런 영화가 있었지요. 전 그 영화를보고 갑자기 영화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학들어가서 어찌어찌하다 보니 애니메이션과란 곳으로 가게 되더군요. 뭐 요즘세상에 전공이 내 앞날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영화를 하고싶었지만..' 으로 끝난 제 모습이 조금은 부끄럽네요. 그것이 단순한 '좋아함' 어쩌면 '경외' 일지라도.
아.. 시외버스를 타고부산 나가셨다고 했는데.. 저도 가끔 영화보러갈때 남포동 같은데 가서 보곤 하는데.. 혹시 사시던곳이 김해나 경남쪽 아니셨는지요? 전 김해 살거든요. 넷상에 경남사시는 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같은 지방 사람보면 왠지 친근감이 ^^
카오스
02/10/03 16:36
수정 아이콘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리치 가이 인가 하는감독 영화인데.

저도 정말 재밋게 봤습니다^^ 이전 영화에서는 보지못한 영상과.

끝내주는 반전.. 그 이후에 같은 감독이 만든 스내치란 영화도 보았는

데요. 여전히 기발하고 재밌게 영화를 만들었더군요..

관심있음 한번 보시는게...
02/10/03 17:24
수정 아이콘
리치 가이........ -_-;;;;;;;; 혹시 가이 리치가 아닐지... ^^;
mtv적 영상. 즉 화려한 눈부신영상을 만들어내는 신경향의 감독이죠.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사람. 락 스모킹~~ 은 너무나 매니아층에겐 유명한 영화이고 스내치는.... 머 기대를 잔뜩하고 보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 개봉할 아이앰 샘, 이 영화는 감동 그 자체입니다. 숀팬의 연기는 정말 눈물없이는 볼수 없죠. ^^;
황무지
네 경남...'통영'출신이지요... 고등학교까지 그쪽에 있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도 안양이군요 ...흐...
그나저나 세대가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랄까..그런 특별한? 영화들이 다르긴 다르군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된,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작가'는 켄 로치라는 사람입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데이빗 린치, 마틴 스콜세즈, 켄 로치, 존 세일즈 등이 저의 애호작가들이지요... 참고로 저는 9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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