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4/06/25 21:11:20
Name   Tigris
Subject   유랑담 약록 #10 / 120611月 _ 미인의 도시 아키타 / 외전2 _ 삿포로의 신년맞이


※ 이번 화에서는 아키타 시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대신 지금까지의 궤적을 한 지도에 모아봤습니다. 붉은 선은 출국 이후 10개월 간의 여정이며, 푸른 선은 연재 1편부터의 이동경로입니다.

- 컬러 프로필 지원이 미비한 웹브라우저가령 Internet Explorer라든지 혹은 인터넷 익스프로러라든지 아니면 MS IE라든지를 사용하시는 경우 지도의 색이 이상하게 출력될 수 있습니다.







- 위 지도와 아래 지도가 같은 색으로 보인다면 사진 감상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두 지도가 다른 색으로 보인다면 다른 사진도 의도치 않은 색상으로 출력될 것입니다.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8시였다. 장지문으로 아침의 빛이 은은하게 깃들고 있었다. 방은 고요했다. 나는 평소 잠을 오래 못 자는데다 한 번 깨어나면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해 곤란을 겪는 편인데, 이 날은 어쩐지 한숨 더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붕 아래 담요 위에서 잔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나….' 그러나 구내식당의 운영시간이 9시까지인 것이 신경쓰였다. 식대를 이미 지불해두었기 때문에 먹지 않으면 여비를 버리는 셈이었다. 간단히 세수하고 식당에 갔다.






 구내시설 안내에 '레스토랑'이라고 되어 있더니, 과연 좌석은 꽤 많았다. 아침식사시간이 끝나가서인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상차림은 평범했다. 개개의 반찬은 적어보였지만 먹다보니 생각보다는 배가 찼다. 딱히 흠잡을 구석 없는 무난한 맛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후, 잠시 짐을 정리하며 오늘의 일정을 생각했다. 아오모리 현에서의 며칠을 돌이켜보면 아마 간토 지방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e모바일 사의 전파음영지역이 많을 듯 싶었다. 인터넷도 여행안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기왕에 좋은 숙소를 잡은 거 하루 정도 머물면서 정보를 챙겨두는 편이 좋을 듯 싶었다.

 나는 카운터에 갔다. 어제의 미인 여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혹시 같은 조건으로 하루 더 숙박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어딘가에 전화로 문의한 후 괜찮다고 대답해주었다. 추가 요금은 체크아웃 할 때 지불하기로 했다. 카운터 옆 알림판에 눈이 갔다. 각종 청소년 행사, 정기 농구 모임 등의 홍보물과 더불어 '아키타 미인(秋田美人)'이라는 문구가 붙은 아키타 시 관광홍보 포스터가 있었다. 전문모델이 아닌 여성들의 포트레이트를 엮어 만든, 관광홍보용 치고는 특이한 포스터였다. 미인대회가 손가락질 받는 이 시대에 새삼스럽게 지역명과 미인을 결부시키는 건 무슨 의도일까, 싶었다.

 방으로 돌아와 넷북으로 '아키타 미인'을 검색했다. 아키타 미인은 아예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에 항목이 개설되어 있을만큼 널리 알려진 관용표현이었다. '아키타 미인'이라는 말의 유래는 9세기 무렵의 인물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며, 아키타 미인은 교토 미인, 하카타(후쿠오카) 미인과 더불어 '일본 3대 미인'으로 꼽히고, 그 특징은 일조량 적고 강설량 많은 지역 특유의 하얀 피부라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본인 기준에서의 미인인만큼 이방인의 눈까지 매혹시킬 거라는 보장은 없었으나, 어찌됐건 관광홍보를 위해 급조한 표현은 또 아닌 모양이었다.

 이후 나는 한 시간 정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이와테 현, 미야기 현, 후쿠시마 현 등 앞으로 들릴 지역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다. 몇 곳인가 흥미가 가는 곳이 있었다. 메모하는 도중 솔솔 잠이 오기에 그대로 이불에 엎드려 낮잠을 잤다.








 느긋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16시가 지나 있었다. 피로가 말끔히 풀렸다. 창 밖은 오후의 색을 띄고 있었다. 문득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가면 아키타 도심의 낮과 밤을 모두 둘러볼 수 있겠다 싶었던 나는, 간단히 씻고 유스호스텔을 나섰다.









 슬슬 퇴근이 시작될 무렵이었는데도 도로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도심은 기차역 부근에 조성되기 마련이다. 지도를 살펴보니 JR 아키타 역 바로 근처에 구보타 성 유적(久保田城跡)이 센슈 공원(千秋公園)이라는 이름으로 공원화되어 있었다. 불법주차가 자연스럽게 근절되어 있는만큼 어딘가에 차를 두고 걸어다니기 위해서는 주차장소를 잘 골라야했는데, 공원이라면 아마 무료주차장이 딸려 있을 듯도 싶었다.






 허나 공원 주변을 돌아도 무료주차장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공원 구석의 보조 출입구 부근에 소형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기에, 나도 그 부근에 차를 세웠다.

 센슈 공원의 측면 출입구에는 구보타 성 터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대략 1602년 경에 만들어진 성이었으나 1880년의 화재로 전소되었고 1890년부터 공원으로서 재개방되었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지도를 보니 보통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가 일부만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도시개발로 인해 주변 지형이 꽤 변한 모양이었다. 유물 전시장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있었으나 이미 운영시간은 끝나 있었다.








 성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약간 언덕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바로 옆에 도심이 있음에도 무척 조용하고 평안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조용히 말하고 조용히 걸어다녔다. 히로사키 성과 달리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없었고, 다들 내려서 끌고 갔다. 공원 곳곳에 커플이 보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 커플도 있었다.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가 아오모리 현에 비해 훨씬 짧아져 있었다. 역시 무릎까지는 내려오는 편이 더 예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다른 도시의 공원들처럼 이곳에도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이 흔히 보였다. 맨손인 사람은 없었고, 다들 주머니든 가방이든 하다못해 비닐봉투라도 들고 있었다.








 천수각 가는 길에는 복원된 것인 듯한 문이 서 있었다. 문 옆으로 이어진 담장을 검은 얼룩 무늬 고양이가 사뿐이 걸어갔다. 줌을 당겨 찍었더니 생식기가 땅콩 모양으로 부풀어있는 게 보였다. 그러고보니 흘레붙기에 좋은 계절이구나, 싶었다.








 본성의 터에는 몇 개인가의 조형물이 있었다. 인물상은 크게 흥미가 가지 않았는데, 종 모양의 조형물에는 눈이 갔다. 정면에 '순직 소방단원 초혼비(殉職消防組員招魂碑)'라는 글자가 양각되어 있었다. 설명이 없어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성이 전소되었던 당시 희생된 소방인력의 희생을 기리는 탑인듯 했다. 우리도 이런 탑이나마 있어서 소방활동 중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 안전의식을 함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 내에는 단촐한 진자(神社)가 세 곳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은 이세진구(伊勢神宮)와 연관이 있는 곳인지 이세진구의 식년천궁(式年遷宮, 20년 주기의 재건설)을 위한 봉납을 받는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서 있었다. 본격 프랜차이즈 영업








 다른 한 진자에는 여러 겹의 도리이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조금 안쪽으로 걸어가보니 에마(絵馬)걸이가 있었다. 적힌 소원들은 대략



- 엄마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를

- 우리 가족 모두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 누나가 대학에 합격하기를

- 모두의 도움으로 재해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혼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기를 삼가 아룁니다.

- 언제까지라도 둘이서 웃으며 살 수 있기를

- 무사 합격

- MCAS 합격할 수 있도록!

- 91년 8월 8일생 OO O가 제발 건강했던 시절만큼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세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남을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부디 힘을 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이었다. 그 중 '91년 8월 8일생'으로 시작하는 소원은, 소원을 비는 대상을 '용신 관음 님(龍神観音さま)'이라 밝히고 있었다. 언뜻 그런 신도 있나 싶었지만 에마를 가득 채운 구구절절함을 보아 농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망루가 복원되어 있었다.















 공원 한쪽에는 전통 다실 '세난(宣庵)'이라는 곳이 있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공원 관리측에 신청하면 사용이 가능한 모양인데, 딱히 차를 팔거나 하는 상업적인 용도는 아니고 그야말로 전통 다도의 숙련자들이 빌려서 함께 다도 활동을 하는 용도로 쓰이는 듯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곳의 마당에 놓여있는 배舟 모양 돌 장식(사진에는 나오지 않았다. : 관련 링크)은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가 조선에서 가져온 것을 오사카 성에 보관하다가 하사받은 거라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일본의 정통식 정원처럼 다도의 선(禅)적인 의미와 관련되는 물건이겠거니 싶었다. 뭔가 보물적인 가치를 느꼈다면 수탈이라고 느꼈을 법도 하겠으나, 내 눈에는 딱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돌덩이로밖에 보이지 않다보니 가치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공원에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어내려왔다. 길 오른편에 넓은 건물이 있었다. 정문 현판에 '아키타 현민회관'이라고 되어 있었다. 안내판에는 공연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는데,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도시에 교향악단의 공연, 엔카 콘서트, 뮤지컬, 가부키, 퍼커션 댄스 퍼포먼스, 근처 여고의 취주악부 정기발표회 등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은, 역시 조금 부러웠다. 소수의 취향도 경제적 선순환이 가능할 정도의 시장만 확보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명맥을 이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어떤 분야에서건 대세만 살리고 나머지는 다 죽이는 방식은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해자였을 호수 사이에 길이 나 있었다. 한 남자가 스케이트보드 트릭을 연습하고 있었다. 사람이 꽤 많이 다니는 곳인데도 딱히 시선을 의식하는 거 같지 않았다.








 작은 성이라 생각했는데, 해자의 크기를 보니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해자가 곧 성의 외곽 경계선이었을테니, 지금 현민회관이니 고등학교니 하는 건물들의 자리도 과거에는 모두 성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낮이 끝나가고 있었다.








CBR 250, 아마도 10년식인 듯 보였다.
















 역을 향해 걸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학생이 헬멧을 쓰고 있었다.








 곧 역이 보였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양복 차림의 살찐 대머리 남성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는 내 옆에 서 있던 20대 초반 정도의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 아가씨, 나랑 놀러가자.

- 싫어요.

- 그러지 말고. 맛있는 거 사줄게.
 


 이른바 헌팅이었던 모양이다. 헌데 뭐랄까, 이성을 달콤하게 꼬신다거나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기보다는, 유괴나 불심검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내가 일본어를 몰랐다면 영락없이 협박이라 착각했을 듯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고 여성이 길을 건너가자, 남성은 계속 여성에게 말을 걸며 게걸음으로 좇아갔다. 여성이 끝내 무시하며 가버리자 남성은 포기한 듯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되돌아왔다. 걷기도 참 건달처럼 걷는구나 싶었다. 역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뭘 봐'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기에 나도 사진기를 내리고 '비켜'하는 눈빛으로 쳐다봐주었다. 그는 택시정류장 쪽에서 걸어오는 여성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역 주변에는 아케이드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어쩐지 활기가 없었다. 다니는 사람도 적고, 그나마의 사람들에게서도 무언가 지친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 문을 닫은 가게들도 많았다. 겨우 19시 30분 경이었는데도 마치 22시는 된 듯한 느낌이었다.







"우는 아이는 어딨느냐", "게으름뱅이는 어딨느냐"
역 한쪽에 마련된 기념사진용 틀. 지역 전설에 등장하는 도깨비쯤 될 듯 보였다.









 아케이드 쪽의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던 두 명의 여학생들이 나더러 들으라는 듯이 '함부로 사진 찍는 놈은 재수없지 않니?', '변태 아냐?'하는 식의 대화를 하며 지나갔다. 나는 못 들은 척하고 계속 사진을 찍었다. 딱히 그네를 찍으려던 건 아니고, 도시의 풍경을 찍을 때마다 행인들에게 촬영동의서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허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건 내 사정일 뿐이고, 무단으로 찍힌 사람의 불쾌감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나 역시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다. 찍는 쪽에서 가능한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케이드를 통과해 주변의 거리를 걸었다. 음식점과 술집은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활발히 돌아가고 있었다.




 거리를 걸으며 여성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펴본 결과, '아키타 미인'이라는 말은 아주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의 여성이 전부 연예인 풍의 미인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비교해서 말하자면, 일본인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이 많았다. 허나 그보다 이들을 미인으로 보이게 하는 결정적 요소는 피부였다. 노소를 불문한 많은 여성들의 피부톤이 밝았으며 잡티도 적었다. 다들 화장을 연하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 얼굴과 목의 색이 다른 사람도 없었다. 괴물 같은 인조 속눈썹이나 과장된 눈화장도 보기 힘들었으며, 채도 높은 립스틱을 바른 사람조차 적었다. 피부가 밝고 고우니 이목구비의 특징은 하나의 개성으로 보였다. 말하자면 밑바탕이 예쁜 것이다.

 '여기에 화장술이 더해지면 삿포로 풍의 미인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를 주차해둔 센슈 공원 방향으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의 대머리 양복과 다시 마주쳤는데, 아직 혼자였다.

 달과 어우러진 호수의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달이 없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남자는 여전히 연습을 계속하고 있었다. 묵묵히 취미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잠깐 그를 쳐다보는데, 한 아주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저 사람 참 열심히 하죠?

- 그러네요. 제가 몇 시간 전에 지나갔을 때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대단하네요.

- 매일 연습하더라구요. 저는 매일 이 시간이면 운동삼아 센슈 공원을 한 바퀴 돌아서 매일 지나가거든요. 아마 석 달쯤 전에 저 사람을 처음 본 거 같은데, 그 뒤로 언제나 있길래 가끔 인사도 하고 그래요.

- 그렇군요. 저는 여행 중이라서, 이곳엔 오늘 처음 와봤습니다.

- 그래요? 어디에서 왔나요?

- 한국에서 왔습니다. 홋카이도에서부터 남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 한국인?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

- 종종 그런 이야기 듣습니다. 근데 어디를 어떻게 봐도 한국인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사람도 많아서, 저로서는 제가 어떤 인상인지 모르겠네요.

- 그건 제가 한국을 잘 몰라서 그런 걸 거예요. 나는 한류 드라마는 취향이 아니라서 잘 안 보거든요. 후유소나(겨울연가)도 안 봤어요.

- 이해합니다. 저도 후유소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나는 아주머니와 한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류라는 유행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흥미가 없는 우리 두 사람은, 어쩐지 죽이 잘 맞았다. 아주머니는 한류에 흥미가 없다면서도 나에게 친절했고, 한국에 대한 적대감은 전혀 없어보였다. 단지 내가 한국의 TV연속극을 거의 보지 않는 것―마지막으로 챙겨본 게 「파리의 연인」이다―처럼 그쪽도 취향에 맞지 않아서 즐기지 않는 것 뿐이었다. 역시 인간을 친한파와 혐한파로 구분할 수는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아주머니가 『로마의 휴일』이나 『티파니에서 아침을』처럼 오래된 서양 영화를 좋아한다기에 나는 키타노 타케시(北野 武)의 영화에 관해 잠깐 이야기했다. 일본에서는 코메디언이자 방송인으로 더 유명한 키타노가 한국에서는 영화인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 것이 흥미로운 듯 보였다.



- 맞아, 그러고보니 우리 딸은 동방신기를 좋아한댔어요.

- 그런가요? 저는 동방신기의 대단함을 몰랐는데, 일본에 와서 느꼈습니다. 팬이 참 많더라구요. 그래서 뮤직비디오 같은 것도 찾아봤더니, 과연 좋아할만 하겠더라구요. 춤이 정말 멋지더군요.

- 이제 두 명이라면서요?

- 그러게요. 속사정은 잘 모르지만 다섯 명의 군무가 정말 멋있었는데 유감입니다.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덕담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아주머니는 스케이트보드의 남자와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갔다.




 저녁을 해결할 차례였다. 어째 그 흔한 규동집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로손이 있기에 들어갔다. 투숙을 연장할 때 식사까지 예약하진 않았기 때문에 삼각김밥과 컵라면, 빵과 우유 등을 넉넉히 샀다.

 밤의 아키타 시내는 달리기에 딱 좋았다. 바람을 맞아도 춥지 않았고, 신호에 멈춰서도 덥지 않았다. 유스펄로 이어지는 긴 직선도로에서, 나는 핸들에서 두 손을 놓고 한껏 기지개를 켰다. 전신에 쏟아지는 바람이 기분 좋았다.








 숙소로 돌아왔다. 목욕탕 이용시간이 급해서 우선 씻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먹으니 U.F.O. 야키소바 컵라면도 제법 맛있었다. 급히 잠이 왔다. 비몽사몽간에 하루 정도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TV를 틀어놓은 채, 푸근한 이불에 파묻혀서, 양치를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계속)
















【 외전 #2 - 삿포로의 새해맞이 】



- 이번 편의 분량이 애매해서 짧은 외전을 덧붙입니다. 이번에는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던 날의 새해맞이 풍경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 저는 관용의 차원에서 타인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지만, 저 자신은 종교 전반에 회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종교의식에도 절대 참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도 신토적 행위(참배, 새전, 봉납, 에마 쓰기 등)를 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이국의 문화를 가까운 곳에서 구경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오해 없길 바랍니다.





홋카이도 진구(北海道神宮)의 정문으로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도리이(鳥居)가 북동향인 것은 러시아에 대한 보호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진자(神社)는 삿포로 시 주오 구에 있는 홋카이도 진구입니다. 보통 진자 중에서 역대 덴노(일본황제)를 신으로 모시는 곳을 진구(神宮)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모시는 신은 주신 4위, 개척제신 37위로 총 41위라는데, 그 중에는 1869년에 이곳을 만들라고 지시했던 메이지 덴노도 있습니다. 위키백과의 해당인물 항목 하단에는 '한반도의 국가 원수'라는 틀이 붙어있지요. 메이지 초기의 제국주의 군주였던만큼, 저는 개인적으로 대단히 불쾌하게 여기는 인물입니다. (사족입니다만 현재의 덴노인 아키히토는 2009년에 “제국헌법 시대의 천황의 지위와 비교하면, 현행 헌법 아래의 천황의 지위가 오랜 역사에서 볼 때 전통적인 천황의 지위에 맞다고 본다.”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본당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당시가 오전 1시 35분 경이었습니다. 지하철은 2시까지 연장운행하더군요.
사실 해가 넘어가는 순간의 카운트다운을 이곳에서 하다가 자정이 지나면 바로 복을 빌고 돌아가는 인원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이 시각에 올라가는 사람은 비교적 천천히 온 경우인 거지요.







경내는 대충 이런 형태입니다.
다들 새해를 맞아 들떠있는 듯 보였습니다. 날이 무척 추웠지만 경내에 활기가 넘치더군요.
크게 새전하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 오미쿠지(운세 제비뽑기)를 뽑아보는 사람들,
부적을 구입하는 사람들, 에마(絵馬, 나무판)을 사서 소원을 쓰는 사람들 정도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혼슈의 전통 있는 진자에서는 줄을 서서 새전할 차례를 기다린다던데, 개척민의 후예들은 그런 거 없습니다.
비닐 깔린 앞마당이 통째로 새전함입니다.
여기에서 새전하는 사람들은 신토에 대한 종교적 관념이 비교적 희박한, 하나의 세시풍속으로서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새전을 하고 성호(!)를 긋거나 염불을 외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빈다' 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폐는 물론 가끔 지갑 채로 던져넣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더군요.
무엇을 빌고 저랬을지 상상해보았는데, 소원을 빈다는 관념이 없는 저로서는 영 짚이는 게 없더라구요.







본격적인 신토 신도들은 본당의 안으로 들어가서 종교의식을 갖습니다. 줄이 아예 따로 있어요.







오미쿠지(운세 제비뽑기)를 읽고 난 후에는 나뭇가지 혹은 사진 좌측에 보이는 묶음대에 묶어둡니다.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던데, 저렇게 해두는 게 뒷처리도 편할 듯 싶더군요.
아무 곳에나 버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읽고나서 버리세요'하는 용도의 쓰레기통을 마련해두면 주술적인 이미지가 망가질테니까요.







때가 때인지라 부적도 잘 팔립니다. 판매원으로 앉아있는 무녀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하더군요.
헬로키티 부적 같은 걸 보면 대단한 영험을 기대하는 거 같진 않습니다. 아마 개인의 마음이나 뜻을 하나의 상징물에 담는다는 정도의 의미겠지요.
사실 일본의 일반적인 종교시설(관광지화가 덜 된 곳)을 다녀보면, 종교가 굉장히 세속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어찌보면 엄숙주의보다 현대적인 접근법일지도 모르지요.







에마(絵馬)입니다. 문자 그대로 그림 말이죠.
원래 중세시대에는 진자에 소원을 빌 때 말(馬)을 봉납했다고 합니다. 그게 그림으로 대체된 것이 에마라고 하지요.
현대의 에마는 말 그림만이 아니라 각 진자를 상징하는 그림이나, 혹은 각 해마다의 상징동물(십이간지)을 그려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 사진에 나온 에마 뒷면에도 용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아예 직접 그림을 그리게 하는 곳(달마의 눈을 비워둔다든지, 캐릭터의 얼굴형만 그려두고 이목구비를 비워둔다든지)도 있습니다.
이게 진자의 수입원 중 하나겠지요. 한국 절의 기와불사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 듯 싶습니다.





 에마에 적혀있던 소원들을 간단히 소개해봅니다.



- 세계 원만

- 매일 웃는 얼굴♡

- 텐시(天使) 대학에 합격하길
(천사대학은 삿포로에 있는 간호대학 이름으로 알고 있습니다.)

- 愛, 夢, 笑, 結 pray for Japan

- 취직 시켜주십시오!! 여자친구도 주세요!!!

- 해줘요! 하고 싶어! 시켜줘!

- 형이 OO학교에 합격하길

- 평화

- J리거가, 나는 될 거야! 일본의 10번!
(원피스의 유명대사 '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의 패러디겠네요.)

- 올해도 둘이서 행복한 매일을 살아갈 수 있기를

- 좋아하는 사람과 사귈 수 있기를

- 독립이 대성공할 수 있도록! 부부끼리 걱정할 일 없기를! 남들 이상의 레벨로 생활할 수 있기를! 올해야말로 귀여운 아이가 생기기를! 마카오에서 대박나기를! 연말 점보복권 당첨되기를! 가족 모두가 행복하기를!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되기를!

- 차조심

- 건강한 baby가 태어나기를

- 사법시험 절대합격

-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잘 풀리는 한 해가 되기를

- 무사히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를

- 세계 평화

- 떼부자가 될 거야, 절대로!

- 올해 안에 메이저 데뷔!

- 결혼합니다

- 절대 합격

- 제1지망 학교 합격

- Kis-My-Ft2가 영원히 빛날 수 있기를

- 마이너스 10kg 제발
(이 에마는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혀서 걸려 있었습니다. 좀 미안하더군요.)

- 초식계 남자, 체육계 남자, J리그 축구협회, 자민당, 민주당, 삿포로의 게이 여러분, OOO을 멋대로… 했던 사람들에게 행복이… 하기를! 축구 따위 정말 싫어!
(뭔가 길게 써두었던데, 너무 심한 악필이라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 오리콘 챠트 Top 10에 든다! 혼을 담아 곡을 쓴다!

- 올해도 1년간 OO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 제1지망 OO학교, 제2지망 OO학교 절대 합격!

- 졸업할 수 있기를… OOOO(이름) - 태국인
 


 역시나 한국어로 된 에마도 두어 장 보였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쓴 거라면 언젠가 알게되기를 바라고, 알고도 쓴 거라면 뭐, 일단은 종교적 신념을 존중합니다.







이런 날이라면 노점도 빠지지 않지요.
다양한 먹거리가 있습니다. 가면이나 상품 제비뽑기, 운수 제비뽑기 같은 것도 있고요.







솜사탕입니다. 한 봉에 500엔이더군요.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원피스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쵸파 인기 좋더군요.







눈이 많은 삿포로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눈썰매로 유모차를 대신하는 거죠.
주택가나 동네 슈퍼에서도 몇 번인가 봤네요. 아이는 물건이 든 비닐봉지를 꼭 끌어안고 엄마는 썰매를 끌고가고 하더라구요.
삿포로에는 대략 11월부터 3월까지는 항상 거리가 눈 혹은 빙판입니다. 5월까지도 응달에는 눈이 남아있지요.







한류의 바람은 노점에도 붑니다. 천막에 '한국풍 오코노미야끼 - 치지미'라고 되어 있습니다.
부침개가 어째선지 일본에는 경상도 사투리인 '지지미(혹은 찌짐)'라는 이름으로 알려져있더군요.
다른 노점상에 비하면 인기가 적었습니다. 딱히 한국적인 맛을 기대하기도 힘들 듯해서 저도 안 사먹었습니다.







4시 경이 되자 사람들은 한결 더 줄었습니다. 아침이 되면 다시 붐비겠지요.
저도 슬슬 역 근처로 내려가 첫차를 타고 집에 갔습니다.







집에 돌아올 즈음 조금씩 신년의 첫해가 뜨더군요.
살고 있던 집의 옥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친구들과 모여 왁자지껄하게 한 잔 걸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전 2편은 여기까지입니다. 외전 3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 kimbill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7-20 09:18)
* 관리사유 : 연재 게시물 이동 조치합니다.



서린언니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6/25 23:58
덧붙이자면 최초의 근대식 미용실이 들어선 곳은 도쿄가 아니라 아키타라고 합니다.
일본의 최초 근대 미용사 여성이 (이름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기술을 배워서 고향 아키타에
미용실을 열었다고 하네요.
Tigris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6/26 05:39
그건 또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다른 개항도시가 많은데도 아키타가 최초라니… 재밌는 거 알아갑니다.
기아트윈스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6/26 07:50
미인의 도시라는 말에 클릭했더니

바로 경고문구가...ㅠㅠ
Moschino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6/26 10:02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여행이 요즘 더욱 많이 생각납니다. 여러가지 몰랐던 점도 알게 되서 좋네요.
Tigris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6/26 20:03
흐흐, 떡밥성 제목이 아니더라도 봐주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Tigris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6/26 20:15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내적갈등이 꽤 많았던 여정이었습니다만, 하루 단위로 글을 쓰다보니 해결되지 못한 고민은 결국 동어반복이 될 수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앓는 소리는 가능한 배제하고,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을 듯한 재밌는 정보를 조금 더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쓰고 있습니다. '몰랐던 점도 알게 되서 좋다'고 말씀해주시니 힘이 납니다.
연필깎이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7/02 19:43
여행을 다니시면서 계속 메모를 하시는 것 같네요.
Tigris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7/02 23:34
가끔 정리해두고 싶은 인상에 관해서는 스마트폰에 녹음해두거나 했습니다. 사진기의 덕도 많이 보았구요. 디지털 카메라는 저처럼 게으르면서 기억력마저 나쁜 사람에게는 정말 고마운 물건입니다.
2막3장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9/23 23:48
잘 봤습니다. 연재게시판의 존재를 모르는 건 아니었는데, 막상 와보니 꿀잼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공지 [공지] 연재게시판 종료 안내 [9] Toby 14/07/21 10629
766 유랑담 약록 #11 / 120612火 _ 동네 한 바퀴 / 외전3 _ 게임, 계층, 취미, 한류 [11] Tigris9101 14/06/30 9101
765 유랑담 약록 #10 / 120611月 _ 미인의 도시 아키타 / 외전2 _ 삿포로의 신년맞이 [9] Tigris7508 14/06/25 7508
764 유랑담 약록 #09 / 120610日 _ 아키타의 푸른 하늘 [7] Tigris6545 14/06/22 6545
763 유랑담 약록 #08 / 120609土 _ 다자이 오사무의 우울 [11] Tigris7166 14/06/17 7166
762 유랑담 약록 #07 / 120608金 _ 아오모리의 신석기 유적 [4] Tigris6169 14/05/30 6169
761 유랑담 약록 #06 / 120607木 _ 홋카이도의 마지막 별하늘 [5] Tigris6431 14/05/27 6431
760 유랑담 약록 #05 / 120606水 _ 흐린 날의 노면전차, 하코다테 [6] Tigris6080 14/05/22 6080
759 유랑담 약록 #04 / 120605火 _ 8인7일 계획 / 외전1 _ 홋카이도의 먹거리 [6] Tigris6918 14/05/16 6918
758 유랑담 약록 #03 / 120604月 _ 면허증 [6] Tigris5310 14/05/14 5310
757 유랑담 약록 #02 / 120603日 _ 샤코탄의 곶, 오타루의 전망대 [3] Tigris5674 14/05/08 5674
756 유랑담 약록 #01 / 120602土 _ 삿포로를 떠나다 [4] Tigris5667 14/05/07 5667
755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5) 트린4095 14/07/10 4095
754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4) [2] 트린4443 14/06/19 4443
753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3) [1] 트린4866 14/06/05 4866
752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2) 트린5630 14/05/22 5630
751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1) [5] 트린5807 14/05/08 5807
750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8-끝) [4] 트린5788 14/04/23 5788
749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7) 트린5178 14/04/09 5178
748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6) 트린5452 14/04/02 5452
747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5) [1] 트린6718 14/03/26 6718
746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6) [2] 캡슐유산균6119 14/03/23 6119
745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5) [1] 캡슐유산균5347 14/03/20 534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