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다는 말은 대단한 말입니다.

뭔가 내가 기분이 나쁘지만, 사회적으로 기분나빠도 되는 일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은 무언가에 대해, 나 이거 불편합니다 하는 얘기는 많은 경우 문제제기의 초석이 되죠.

여성인권 발현에 있어서 많은 것들이 이 불편하다에서 시작되었고, 대한민국의 뿌리깊은 수직적 권위주의의 타파도 이 불편하다는 표현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정말 마술과도 같은 말이 틀림없습니다. 뭔가 부정의하지만 딱 찝어 말하기 힘든 수많은 것들에 이 불편함이라는 단어는 이것들을 "찝어서 말하게" 해줬죠. 인권의 무기와도 같은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불편하다는 말은 너무나도 많이 남용되고 있습니다.

오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닭 잡는 데에 소 잡는 칼 쓰면, 매우 많은 에너지 낭비 끝에 닭은 잡힙니다. 하지만 적확하게 사용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죠.

분명하게도 원인이 있는 것에 불편하다는 표현이 쓰입니다. 애매한 표현, 마치 한동안 줄창 까여서 쓸 법한 데에도 왠지 쓰기 꺼려진 "~~한 것 같아요"와 비슷한 지위를 불편하다가 가져간 것 같습니다.

물론 불편하다는 말이 그런 곳에 쓰이면 안 되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불편하다는 말이 "느낌적인 느낌"만을 나타내는 데서 끝나게 하는 건, 너무나 일방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나는 불편하게 느낀다! 이유는, 알아서 봐라. 라는 식의 표현이 되는거죠.

불편하다는 말에는 보통 "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알긴 뭘 아냐는 선임이나,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냐는 연인마냥 내가 왜 불편한지 니가 알아봐라 하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불편하다는 말을 휙 던지고는, 왜인지 모르면 니가 사회인이냐? 라는 느낌이 드는거죠.

이 사회는 너무도 많은 눈치를 요구합니다. 야 눈치없게, 알아서 못하고, 라는 말은 사회의 낙오자를 의미하는 듯한 곳이죠. 이 불편하다는 말의 범람이 꼭 그런 걸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특히나, "나만 불편한가" 라는 표현은 지금 굉장히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마치 버스터콜과 같은, 나와 같은 불편함을 공유하는 사람들아, 와서 우리 함께 불편하다고 해줘! 라는 느낌이죠. 아아! 이 세상에 불편이 가득해!



불편하다로 끝내선 안됩니다. 왜? 왜 불편한지에 대해 당연하게 합의된 것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아직 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젊기 그지없는 나라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죠.

왜인지 설명합시다. 설명충이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불편함은 모르고 나타납니다. 정말 그게 불편하다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유도 모르는데 당연하게 진행되는 악은, 생각보다 그리 많이 나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