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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규정을 준수해 주십시오. (2015.12.25.)
Date 2016/08/28 23:41:13
Name 과학선생
Subject [질문] 대학원을 들어온 이후, 자신감이 사라져요..
이제 2학기를 맞이하는 석사입니다.
연구가 해보고 싶어서, 대학원을 들어오게 되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실력이 늘어간다는 느낌보다
퇴화되어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그렇게 까지 못났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차라리 실험을 못한다고 혼이 나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자극이라도 될텐데
홈페이지 못만든다고 했다가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좀 슬프네요.
배운 적도 없어서 못한다고 했는데, 그게 교수님이 얼굴 빨개지면서 화를 내실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험도 내 마음대로 안되고, 배운 거라고는 임용공부 하는 것 밖에 없고...다른건 할 줄도 모르고
이렇게 못날 바에야는 차라리 대학원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한편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런식으로 그만 두려고 하는 상황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합니다.

가장 슬픈건
뭘 해도 못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숨쉬는 것 빼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살고는 싶지만 밥먹는 게 싫어서 우유 하나로 버티는 나날입니다.

주위에서는 지금 당장 임용이라도 쳐보라고 하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하기가 싫습니다. 이럴 때 일 수록 더 마음을 잡아야 하는건 알지만
이제는 내가 실험이 좋아서 대학원을 들어온게 아니라 그냥 임용이 치기 싫어서 핑계 대려고 들어온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마음도 추적추적 하네요.
내일 아침이면 부끄러워서 이 글을 삭제하고 싶을까요?
전 지금 당장 저를 삭제하고 싶기도 합니다.
인생에 reset 버튼은 없는데
그냥 뭐든지 하는게 막연하게 무섭고, 주눅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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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lySeal
16/08/28 23:48
수정 아이콘
대학원 들어가면 다들 그렇다고들 하던데
학부 -> 내가 제일 잘알아
석사 -> 난 아무것도 몰라
박사 -> 내가 아는건 일부야
16/08/29 00:42
수정 아이콘
학부 -> 난 좀 잘 알아
석사 -> 난 x밥이었어 ㅠ
박사 -> 다 똑같이 x밥이잖아?

이거 아니었나요 크크
16/08/29 00:15
수정 아이콘
3년차 들어가는 대학원생입니다.
자존감을 많이 잃은 모습이
남일 같지 않아서 댓글 달아봐요.
저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과학자라는 꿈을 가지고 살아왔었어요.
거의 20년 가까이 간직해온 꿈이네요.
하지만 곧 이길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연구도 마음대로 안되고, 병역문제도 있고
할줄 아는건 이분야 실험 밖에 없는데
박사 포기하려니까 쓸모없는 능력 같고
여기와서 배운거라고는
나는 연구하기에 너무 게으른 사람이구나라는
자기반성 뿐이고

일주일에 한번씩 랩미팅 때마다
내가 아는건 뭔가
그동안 공부가 부족했나
지금 이것보다 더 처절하게 살아야하나
하는 마음에 좌절감만 들고 우울해져서는
거의 하루를 통째로 날린적도 많았죠.

나는 부족한점이 뭔지 명확히 듣고 싶은데
교수님은 선문답 같은 비유만 들고 빈정대고
몇시간을 쪼이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죠.

교수님과 안맞는다고 느껴졌을때
적어도 랩을 옮기는 시도라도 해봤어야 했는데

부족한 저에 비해서 글쓴이님은
연구를 더 잘하고 계실거라 생각이 들어서
완벽히 비슷한 상황은 아닐것 같지만...
요지는 [두려워도 해라]입니다.

저역시도 앞으로 다가올 현실이 무서워서
현상유지만 바랐을뿐 다른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신입생 시절 여기 랩만 믿고
다른 랩과의 컨택을 소홀히 했다든지
랩을 옮기라는 랩선배의 조언에도
교수님과의 트러블이 무서워 알아보지도 않았다든지
결국 약 2년동안 아무것도 안한 셈이 됐습니다.

'내가 대학원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는
대학원 생활 계속해나가기 힘든것 같습니다.
2학기째면 늦지 않았어요.
대학원 밖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지금 당장 몸도 움직이셔야 할때에요.
물론 연구를 더하고 싶다면 그래야 하구요.

자신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면
지금 바로 따르세요.
과학선생
16/08/29 09:57
수정 아이콘
사실 이번 학기에 교수님이 안식년을 해외로 가셔서 1년이 붕뜨게 되었는데요.
교수님 본인 말씀으로는 이 시간에 임용 공부를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연구는 연구 대로 결과물을 받으시길 원하시고,
그런데 솔직히 온전히 임용 공부 하는 애들보다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 실험실 들어온 다고 했을 때랑 말이 자꾸 달라져서 고민이 많습니다.
스카이프로 매일 전화하셔서 단속하시는데 조금 힘들기도 하구요..
그래도 이왕 칼을 빼들었으니 뭐라고 해야겠지요.
뭐라도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진심어린 충고 감사합니다~
16/08/29 04:54
수정 아이콘
교수님은 밤새서 공부해서 만들어오는걸 바란거겠죠?
하기 싫은거 억지로 하실 필요있나요
비슷한 처지의 친구는 어기적대다가 2년정도 날리고 나오던데
정말 하고싶은걸 하시고 사셔야지요
과학선생
16/08/29 10:03
수정 아이콘
저는 원래 사범대학 출신인데 자대로 대학원을 온 것이라
임용 공부를 할 수 있다고 교수님 말씀을 듣고 진학을 한 것 이었는데,
뻔히 보이는 걸 저만 못 본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임용 공부도 하고 있고, 연구도 밤새서 하고 있는데 그걸 아시면서
홈페이지 까지 맡기시니까 버겁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능력이 안되니 실험실에 다른 분께 맡기셨으면 좋겠는데 또 그렇게는 안하시고..
마음이 휘둘리는 기분이라
일단 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게 먼저라는 생각이 드네요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향성
16/08/29 09:36
수정 아이콘
홈페이지 제작정도는 배워서 하면 되지 않나요? 대학원에서 프로그래밍도 공부해보고, html도 해보고 하면 나중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과학선생
16/08/29 09:53
수정 아이콘
배워서 하면 좋은데..저도 배우고 싶은데
지금 당장 Right now! 만들라고 외치셔서요...
컴퓨터 쪽은 영 약해서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한글 엑셀 같은 기본적인 거랑 엑스레이 구조 보는 것 밖에 몰라요 하..
붉은벽돌
16/08/29 12:30
수정 아이콘
사범대 졸업하시고 자연대에서 풀타임 석사 과정이신가요?

자연대 풀타임 석사가 임용고시 준비하기 쉽지 않을텐데요. 지도교수께서 가능하니까 오라고 꼬신거라면 좀 속으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석사과정중에 평일은 12시간 넘게 랩에 묶여 있고 토요일도 반나절을 랩에 있었는데...
과학선생
16/08/29 19:31
수정 아이콘
하하하..학부생 때 봤던 교수님과 대학원생이 되어 보는 교수님은
지킬앤 하이드 같기만 하네요.
정말 거짓말 안하고 붉은 벽돌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같은 저와 같은 사례가 몇 번 있어
같은 랩실 사람들이 저를 많이 배려해주신다는 점이지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저도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지요~
붉은벽돌
16/08/29 23:15
수정 아이콘
원래 교수님들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ㅠㅠ
랩실에서 과학선생님의 상황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네요.

사실 저도 석사하다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에 한계를 느껴서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간 케이스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제 친구들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도 다시 실험에 정진해서 좋은 성과 많이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학원 생활 정말 쉽지 않고 많은 고민이 있을텐데 과학선생님께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몇년 먼저 대학원을 다닌 입장에서 초면이지만 댓글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고양사람
16/08/29 13:45
수정 아이콘
지금 생각하시는 마음 충분히 이해 됩니다.

저는 대학원 다니는 2년동안 진짜 땅만 쳐다보면서 걸었어요
제 주변 석박사 분들도 저 멀리서 고개 숙이고 오는놈은 딱 저라고 이야기 할정도였죠
자존감은 원래도 낮은 편이긴 했지만 대학원 다니면서 그 끝을 모르는 곳 까지 치달았던것 같습니다...

그럴때일수록 처음으로 돌아가는겁니다.. 대학원 입학 서류를 넣던 그때에 나는 어떤 생각이였는지( 물론 지금 그떄로 가면 멱살잡고...)

새벽에 과사에서 밤새 서류작업하다가 담배피러 나와서
계속 머리속으로 나는 왜 대학원에 왔고 대학원에서 무엇을하고 대학원을 졸업해서 무엇을 하겠다라는 생각을 저에게 주입시켰죠.
그렇게 생각하면 포기하기 싫어졌습니다 오히려 포기하면 이 상황이 개선되리라는 확신도 없고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글쓰신분이라면 충분히 이겨내실거라고 믿습니다. 힘내세요!
본인을 믿으세요!
과학선생
16/08/29 19:28
수정 아이콘
어젯밤엔 이래저래 잡생각이 많았던것 같아요
결국 묵묵하게 걸어나가는 것이 답이겠죠.
답정너 같은 질문이었지만,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슈퍼집강아지
16/08/29 20:43
수정 아이콘
어떤 사람이 자존감이 무너져서 삶이 되돌아보기도 싫을때 일어나는 방법으로 추천해준건 샤워부터 하는거였어요. 몸과 맘이 지쳤을때 할수있는 가장 작은 실천 중에 하나가 깔끔히 씻는거다라면서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인간으로써 존엄하다는걸 인식하기위해 배급받은 물을 씻는데 썼다고하죠. 힘내시길. 교수님의 말이 삶을 망가뜨리도록 하지마시고 잘 처신하시길..
과학선생
16/08/30 00:04
수정 아이콘
역시 가장 중요한건 나를 잃지 않는 것이겠지요
샤워하면서 머리를 식혀야 할 거 같습니다.
평소에도 감정의 기복이 심한데 어제 따라 감정이 북받쳐오른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슈퍼집강아지
16/08/30 00:15
수정 아이콘
어디에 이야기해보는것도 저는 좋은거같아요. 다음날이면 이불킥하고 싶지만, 그래도 그냥 뭔가라도 말하고 싶을때가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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