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6/16 18:19:35
Name 잠잘까
Subject 최근 본 영화 13편





안녕하세요. 잠잘까입니다.


최근 본 13편 영화 감상기 입니다. 별개로 이번에는 전부 다 재미나게 봤습니다. 흐흐. 스포는 없다고 자부하지만, 혹시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원래 10편이었는데, 쓰다가 그 사이에 3편을 더 봤네요(...).





1. 러시 : 더 라이벌

rush_ver3.jpg

장르 : 액션, 드라마
감독 : 론 하워드
주연 : 크리스 햄스워드, 다니엘 브릴

천부적인 재능으로 무장한 레이서 제임스 헌트(크리스 햄스워드), 연습과 연구로 승부하는 니키 라우다(다니엘 브릴)의 경쟁을 다룬 액션 드라마입니다.

레이싱 하니까 실버스타 스텔론 주연의 '드리븐'이 생각납니다. (찾아보니까  드리븐은 인디카, 러시는 F1이라고...) 당시에 액션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기대를 왕창했는데요, 현실은 시궁창... 액션은 화려해도 내용이 너무 별로더군요. 도대체 실버스타 스텔론은 왜 등장해서 전도사 역할을 하는지 이해가 안갔어요. 거기에 극마무리까지 어떻게든 끼어들면서;; 그런 류의 영화가 아니었으면 했는데, 실제 인물을 다룬 영화라 크게 엇나가지 않더군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화려한 액션을 수식어로 내세우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CG로 무장된 다른 영화가 더 나을테고요, 오히려 둘의 라이벌 관계를 레이스가 아닌 바깥에서 그려내는게 더 흥미로웠습니다. 거의 모든 부분 있어서 완벽하게 반대의 삶을 사는 그들을 조명함으로써 라이벌 관계를 심화시키고, 그 점을 레이스에 투영해서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누가 이길까'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후엔 어떻게 될까'도 궁금해집니다.

화려한 액션이 적은 대신 긴박감을 느낄 수 있는 한스 짐머 음악, 그리고 그 시대를 충분히 반영한 주위 배경들이 부족한 점을 메꿔줘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2. 뮌헨

munich.jpg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범죄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에릭 바나, 다니엘 크레이그, 제프리 러쉬, 마티유 아말릭


1972년 뮌헨 올림픽이 열린 축제에 날에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검은 9월단'은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습니다. 그들은 이 사건이 자신들의 문제를 무대 위로 올리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인질들은 모두 죽습니다. 이에 격분한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예요원을 통해 복수극을 펼치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기초로 하는데, 저는 이런 사건이 있는지도 몰랐고 사실...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문제도 크게 관심이 없었거든요. 관련사건(테러, 가자지구)이 벌어질때마다 위키를 찾는데, 분량 압박(...)이 심해서 매번 포기했고요. 이번에도 결국 읽는데 실패했습니다. 아쉬운 건, 굳이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그 배경을 알아야 더욱 더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작품이라 겉만 본 느낌이네요. 

처음엔 아주 간략한 설정이지만, 이후 복수극의 무의미함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여러 상황를 추가시킵니다. 모사드 요원들(에릭 바나 외)이 복수를 펼치는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은 그들을 변화시키고, 이들은 점점 이성보단 감성적 행위를 더 중시합니다. 결국엔 해결은 커녕 실타래를 풀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죠. 이 점에서 마티유 아말릭이 분한 '로이'라는 캐릭터는 이런 상황 자체가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인 것 같네요. 감독은 주인공을 통해 나름 해답을 제시합니다. 물론 그 해답은 아주 이상적이라 크게 공감을 못했습니다만,  '그럼 답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참 할말이 없더군요.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의 느낌이 안나는 모습으로 나와서 좋았고(대신 배우 자체가 너무 눈에 익어서 역할이 참 안어울린다능...) 그랜드 부다페스트에 나온 마티유 아말릭이란 배우도 봐서 반가웠습니다.




3. 모스트 원티드 맨

most_wanted_man.jpg

장르 : 스릴러, 드라마
감독 : 안톤 고르빈
배우 :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레이첼 맥아담스, 로빈 라이트, 윌렘 데포

군터 바흐만(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정보원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독일 스파이 요원입니다. 그는 수사 도중 이슬람 출신 밀항자 '이삭' 이란 인물을 쫓게 되는데, 이를 통해 거대한 사건을 해결하려 합니다. 반면에 우연히 '이삭'를 알게 된 인권 변호사 리히터(레이첼 맥아담스), '이삭'의 아버지와 관계있는 은행장(윌렘 데포)이 엮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됩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마지막 주연작(유작은 헝거게임)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식을 안하려고 해도 뭐....워낙 연기력이 뛰어난지라 그냥 계속 눈에 띱니다. 흐흐. 이 영화에선 고전 스파이물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고뇌에 찬 모습'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덕분에 특유의 연기력을 더 볼 수 있었습니다.

007 혹은 미션 임파서블 처럼 빠르고 자극적인게 아니라 정적으로 흘러갑니다. 잡아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 이 말이 맞지만, 저 말도 맞네? 를 계속 언급하면서 선과 악을 모호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영화는 크게 집중하지 않으면 지루합니다. (반면에 이런 고전적인 첩보 스릴러에 익숙한 사람들은 큰 희열을 느끼겠고요.) 

이러한 애매한 분위기 속에서 군터 바흐만의 수사팀은 우직하게 일을 진행합니다. 전 이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봐요. 주위 상황을 신경쓰긴 하나 그건 어디까지 사건의 해결을 위한 움직임일뿐,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배우들도 수사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튀지 않고 차분하게 연기합니다.(눈에 익은 다니엘 브륄 조차 그냥 조연1) 실제 스파이들도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수사 자체는 긴박해요. 지루할 것 같은데 의외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추격전을 떼어 놓고 보면 정말 별로인데 설정이 붙으니까 조그마한 반응도 스릴이 넘칩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이런 사건 해결 과정 부분이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좋아하는데 아직 영화를 안보셨다면(그럴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봐도 좋을 것 같아요.






4.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miss_peregrines_home_for_peculiar_children.jpg

장르 : 판타지, 스릴러
감독 : 팀버튼
배우 : 에바그린, 사무엘 L. 잭슨, 에이사 버터필드, 주디 덴치, 엘라 퍼넬

간단하게 주인공 '제이크'(에이사 버터필드)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신기한 사건과 조우하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그동안 팀 버튼 영화가 싫었던 건 흉측함 속 아름다움만 표현하다만 끝나는 영화라서 꺼려졌는데요, 이 영화는 좀 다르게 힘을 뺐더군요. 물론 그의 습성이 어디가겠냐만, 과거만큼의 해괴한(?) 분위기는 없고 가볍게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성인이 볼만한 동화 정도는 될 것 같네요. 

영화는 크게 전반부, 후반부로 나눠집니다. 인물, 배경설명과 떡밥을 던지고, 사건해결 그리고 마무리. 많은 평을 읽어봤지만, 역시 저도 전반부의 내용이 워낙 좋았습니다. 특히 조화라는 면에서 '이 영화는 이런 것이다'는 걸 아주 제대로 선보인 느낌이었어요. 적절하게 흘러가면서 조미료를 살짝 첨가하거든요. 가령 에이사와 엘라 퍼넬의 로맨스를 위해 둘만의 공간을 능력으로 마련한 부분이 있는데, 평범한 로맨스가 아니라  소재를 활용한 전개라서 맘에 들었습니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눈깔씬 역시 마냥 평범하지 않은 듯한 세계를 표현하는데 제격이라 생각했고요. 

근데 후반에 '나홀로 집에'가 되면서 ㅠㅠ 사무엘 잭슨은 수다 떨러 나오고...뭔가 있어 보이는 악역은 죄다 떨거지 바보들이고요. 전반부에 좋았던 것 생각안했으면 오글거려서 꺼버렸을겁니다. 잔혹한 아름다운 동화가 될 뻔 했으나, 유치한 아동극으로 변모했네요.





5. 링컨

lincoln.jpg

장르 : 드라마, 전쟁
감독 : 스티븐 스틸버그
배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샐리 필드, 조셉 고든-레빗, 토미 리 존스, 리 페이스.

미국 남북 전쟁 속 수정 헌법 13조(노예제도 폐지)를 통과시키려는 대통령(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굉장히 어려웠네요. 보통 이런 류의 영화는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이해서 에피소드로 진행하는데, 위 영화는 링컨의 고뇌를 중점으로 다뤄서 그런지 그런 방법을 전부 배제했습니다.(죄다 대화중심) 우리나라 제도가 아닌 미국 제도가 메인이라 평소에 보기 힘든 용어도 한몫했네요. 전 다운 받아서 봤기에 그나마 나았지만, 극장에서 봤으면 그냥 상황만 보고 영화를 이해했을 것 같아요.

내용을 다 떠나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와....
한국 드라마/영화 연기는 잘하는지 못하는지 구분이 가는데, 저는 외국어를 통한 연기는 정말 못하는 사람 아니면 평가를 못하겠더라고요. 일부 잘하는 사람이 눈에 띠는 정도?(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라던지, 호아킨 피닉스라던지) 근데 이 영화는 링컨의 등장과 첫 대사부터 바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영화를 3편 봤는데 어떻게 3편 다 전부 다른 사람으로 보일까요. 허허.

이 영화는 노예 해방 자체가 주가 아니고 남북전쟁도 주가 아닌, '링컨이 수정 헌법 13조를 어떻게 통과시켰냐'가 메인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링컨의 암살은 다루지 않고 그의 감정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주제로 설정하지 않다보니까 많은 살이 붙을 수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링컨의 아내와 링컨의 대립입니다. 사실 '노예해방'에 가치를 두자면 둘의 대화는 빼도 무방할테지만 둘의 대화를 통해 수정 헌법 13조의 가치가 단순히 선한 의지로만 나온게 아닌 것으로 보이더군요. 노예해방이 목적이 아닌 전쟁, 노예 해방을 앞에 세우고 다른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 단순히 노예 해방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 이후 벌어질 각 진영들의 이득과 피해 등등을 다루면서 그 사건 중심에 링컨을 내세웁니다. 그래서 링컨의 고뇌를 다각적으로 느낄 수 있죠.

덕분에 미치도록 어려웠고(...) 뭐 재미나게 본 것 같습니다.




6. 언터처블 : 1%의 우정

intouchables.jpg

장르 : 드라마, 코미디
감독 : 올리비에르 니카체, 에릭 토레다노
배우 : 프랑수와 클루제, 오마 사이.

간단하게 백만장자 필립(프랑스와 클루제)는 상위 1%계층이지만 전신마비를 가진 인물, 드리스는 하위 1%계층이자 흑인이지만 그러나 신체가 건강한 인물인데 이 둘의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줄거리에서도 보이듯 그다지 특이할게 없는 플롯의 영화입니다. 백만장자와 무일푼 백수, 흑인과 백인, 일반인과 장애인 등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대척점을 섞고서 둘이 가까워지는 관계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뻔한 스토리에도 재미있던 건, 억지눈물, 신파, 극단적인 선택, 죽음의 위기 등이 없으며 피가 튀기지도, 삶이 어려워 울지도 않으며 언제나 (물론 다소 어두운 부분이 있으나 결국엔) 밝고 희망찬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신체, 신분만 보더라도 당장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이상할게 없는 둘은 대화를 통해 그런 어려운 조건이 있음에도 사는 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영화내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가진 다른 장점은 편견이나 차이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제시한 점입니다. 완전히 다른 계층인 둘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취미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꼭 장애인, 일반인 같은 영화 속 차이가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대화, 만남 등 행위에 의해 차이를 줄여갈 수 있으며, 이러한 서로간의 차이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이런 부분을 쉽게 공감하게 해줄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벅차오른다는 느낌보단 훈훈한 느낌을 받아서 미소를 짓게 되죠.

유쾌하게 즐겼던 영화네요.



7. 하트 오브 더 씨

in_the_heart_of_the_sea.jpg

장르 : 액션, 드라마
감독 : 론 하워드
배우 : 크리스 햄스워드, 킬리언 머피, 벤 위쇼, 톰 홈랜드, 브렌단 글리슨

고래에 침몰한 '에식스 호'를 담고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킬리언 머피는 영화 내내 딱히 한게(...) 없네요. 킬리언 머피가 조연으로 나온 영화는 단 1장면일지라도 인상적인 역할로 출연하던데, 이 영화에선 그다지 색깔이 묻어나오지 않는 배역이라 조금 신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래와 침몰한 에식스 호입니다. 저는 그 침몰까지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궁금했는데 깔끔하게 나아가더군요. 먼저 이야기 속 이야기 형식을 차용해서 난잡할 수 있는 포인트를 모아주고 사건(침몰)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포경산업은 고래를 잡는 선원들 뿐 아니라 다양한 기득권 층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이를 오로지 크리스 햄스워드와 아내의 대화로 해결하고 출항합니다. 여기까지 보니까  '무서운 사건, 주인공과 선원들 관계, 라이벌 혹은 상관, 주위 기득권' 정도로 빠르게 정리가 되어서 극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화전문인 론 하워드 연출작이라 향해부분은 엄청나게 실감납니다. 고래 자체의 위압감은 생각보다 없었으며 오히려 향해나 난파당할때의 긴박감이 뛰어난데요, 선원들의 두려움, 넘실대는 파도, 과거 포경을 할때의 작업방식 등을 상세하게 보여준 건 론하워드 답더군요.

아쉬운 부분이라면 난파된 이후 일텐데요, 극이 늘어지면서 평이합니다. 물론 어려운 향해를 겪고 있구나라고 느낄 순 있는데, 앞서 보여준 엄청난 장면에 비하면 자극도는 훨씬 덜하기 때문에 맥이 빠집니다. 




8.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fall.jpg

장르 : 판타지 드라마
감독 : 타셈 싱
배우 : 리 페이스, 카탄카 언타루

초창기 헐리우드의 스턴트맨인 로이(리 페이스)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을 합니다. 거기서 팔에 부상을 입은 아이인 알렉산드리아(카탄카 언타루)와 친구가 되죠. 로이는 이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동화를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티 오브 갓'을 보면서 영화보는게 정말 행복하다라는 걸 느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또 그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하. 지금이라도 봐서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영화네요. 

다 보고 나니까 포스터에 이 영화의 모든 특징이 다 있더군요.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계, 순백과 빨강 등 원색의 이미지, 가면과 가면 속 의문의 인물들' 등은 이 영화를 잘 표현줍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배경이 아름답고 색감이 참 이쁘게 만들어졌습니다. CG가 안쓰여서 몇몇 장면은 어색해 보이긴 한데, 반대로 자연스러움이 더 깊어져서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저는 사전에 정보를 조금 알고서 본 터라 그 황홀감은 덜했지만, '저런 장소가 정말 실제한가?'라고 매번 반문할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그리고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동화는 어린 아이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으로 무장했기에 현실과 동화가 교차하더라도 극 몰입이 쉽습니다.

후반부에 단 몇마디만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대사가 있어요. 이 영화의 함축적 의미를 정말 잘 내포하고 있는데 그걸 아이의 입으로 말하니까...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군요. 그 부분은 정말 못잊을 것 같아요. 현실과 동화가 겹쳐지는 순간부터 영화 마무리까지 가는 여정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9.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_gangster.jpg

장르 : 범죄, 스릴러, 드라마
감독 : 리들리 스콧
배우 : 덴젤 워싱턴, 러셀 크로우, 치웨텔 에지오프, 조슈 브롤린

간단하게 부정부패에 얼룩져 있던 사회에서 유일하게 소신을 지키는 형사(러셀 크로우)가 법도와 정도를 지키려 하는 마피아(덴젤 워싱턴)를 잡는...범죄 드라마입니다.

엄청난 러닝타임의 압박(2시간 36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완벽하게 대비를 이루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물론 좋은데, 그 사이사이 당시 미국 내 시대상(할렘가, 부정부패, 배경)을 담은 건 더 뛰어납니다. 마약 밀수 및 거래, 유통, 쌓아올린 부를 소비하는 과정은 두 인물의 배경 속에서 윤활류 역할을 톡톡히 해내어서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또한 심판 받아야할 마피아는 화목한 가족들이 있지만, 범죄를 처단하는 형사는 가정생활이 파탄나 있습니다. 이런 둘의 대비를 보여줌으로써  인물에게 포커스를 집중하게 하고 반대로 이런 대비를 이루는 둘 모두가 자기만의 소신은 뚜렷하게 지키는 것도 보여줘서 캐릭터성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여기에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마약유통)보다 더 추악한 부정부패, 담합 등의 기득권 층을 비판하는 구조를 세우면서 영화의 주제를 이끌어내고요. 정말 잘 짜여져 있는 영화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덴젤 워싱턴은 완벽에 가까운 암흑 세계 왕을 표현했다고 느끼는데, 청령과 소신을 가졌지만 막장 일상을 보여주는 러셀 크로우 역은 좀 그랬습니다. 마피아와는 다른 일탈을 보여줘야 했기에 아이템이 '가정불화'였겠지만, 저는 그다지 상반된 개념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그럴 수 있다고 여겼기에 영화 내 힘(?)이 덴젤워싱턴 쪽으로 많이 기운 듯 보였습니다.




10. 저지 드레드

dredd.jpg

장르 : 액션, SF, 스릴러
감독 : 피트 트레비스
배우 : 칼 어번, 올리비아 썰비, 레나 헤디, 도널 글리슨

아주 먼 미래, 기존의 세상은 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정부가 없는 도시만이 존재하며 그 밖은 거대한 담벽으로 둘러쌓인 상태. 다만, '저지'라는 심판관이 존재해 도시의 치안을 담당합니다. 그 심판관 중 하나인 드레드(칼 어번)와 신입 저지 앤더슨이 200층 높이의 건물의 왕 마마(레나 헤디)와 맞대결을 펼치는 SF 액션 영화입니다.

원작 영국 만화 저지 드레드를 배경으로 일부 요소를 따온 영화라고 합니다. 저는 만화는 당연히 몰랐고 이 영화가 색다른 히어로 영화라고 해서 고른건데 이거 정말 웃기더군요. 요즘 히어로 영화는 다크나이트의 영향으로 죄다 깊은 사연을 하나둘씩 가지고 있는데 그런 비극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저지'의 존재 이유는 범죄를 막는다로 퉁치고 이들이 어떤 과정으로 탄생했는지도 조명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인물 배경은 커녕 시대 배경도 모호합니다. 주인공(칼 어번)은 영화 내내 헬멧을 벗지 않으며, 오히려 파트너인 앤더슨은 홀로 미모를 뽐내며(?) 헬멧을 쓰지 않습니다. 전투는 오로지 건물 안에서 이뤄집니다.

이런 불친절한 설명과 제한된 설정으로 인해 구멍난 부분을 강한 캐릭터로 메꿨습니다. 드레드는 영화 내 최강의 사나이로 어떠한 감정도 들어내지 않는 인물, 앤더슨은 도시내 저지가 모두 헬멧을 쓰는 가운데 유일하게 아름다운 미모(...)를 보여주는 여성, 왕좌의 시즌의 악녀 레나 헤디 역시 애처롭고 연약한 여성성은 없으며 아예 싸이코 역할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레나 헤디의 부하로 나오는 도널 글리슨은 부하들 가운데  가장 톡톡 튀는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스토리에 강력한 총기액션과 캐릭터를 구축하다보니까 영화는 담백합니다. 난해하거나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끊임없는 총기액션이 주를 이룸에도 피로하지 않고요. 근데 딱봐도 그럴거 같더니....흥행실패더군요. 흐흐. 제가 혼자보면 모르겠지만, 이걸 여친이랑 본다? 혹은 가족들과 본다?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류의 장르를 싫어하는 분들에겐 '이건 뭥미'라고 느껴질 부분도 꽤 많은 듯 해요.(가령 개연성이라던지)




11. 타운

town.jpg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감독 : 벤 애플렉
배우 : 벤 애플렉, 피트 포스틀 스웨이트, 크리슨 쿠퍼, 레베카 홀, 블레이크 라이블리, 제레미 러너, 존 햄


범죄가 일상인 보스턴, 그 안에 사는 맥크라이(벤 에플렉)와 친구들(제레미 러너 외) 역시 범죄자입니다. 그들은 은행을 털면서 1명의 여성을 인질로 잡는데(레베카 홀) 맥크라이는 그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고 새로운 결심하게 됩니다. 

그냥 그럭저럭 봤네요. 그다지 특이할게 없는 클리셰 범벅인 영화입니다. 여자를 사랑하는 남주인공이 알고보니 범죄자, 조직을 떠나가고픈 사람, 주인공 배후의 방해, 탈출, 쫓는 경찰 등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영화를 답습하고 있으며 덕분에 보자마자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처음엔 깔끔한 하이스트 무비 정도로 예상했는데(실제로 예고편은 그리 보였고 영화 내 범죄 장면은 꽤 기술적으로 그려집니다) 범죄 영화인거에 놀랐고 거기서 특별한게 없다는 것(...)에 2번 놀랐네요.

 평론가들은 초보감독인 벤에플랙의 진정성을 봤다고 하던데, 전 그런 것 까지는 모르겠고 무리수가 없이 타협하는 선에서 잘 마무리 했다고 느낍니다.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엔 별로라도, 갱스터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 향수에 젖어서 팝콘 뜯는 각 정도? 영화 서두와 후반부를 보면 '이거 누가 봐도 마이클 만의 히트인데....'라고 떠올릴 수 밖에 없거든요. 근데 떠올리면서도 '타운' 나름대로의 색깔은 느껴집니다.




12. 다크시티

dark_city_ver1.jpg

장르 : SF, 스릴러
감독 : 알렉스 프로야스
배우 : 루퍼스 스웰, 키퍼 서덜랜드, 제니퍼 코넬리, 이안 리처드슨

 잠이 깬 머독(루퍼스 스웰)은 나체로 욕조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심지어 이마는 피가 나 있죠. 이상함을 느끼고 있는데, 의문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방밖을 나가자 괴상한 복장의 3인조가 쫓아오고 이를 피해 호텔 로비로 내려왔지만, 로비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졸고 있네요? 이렇게 시작되는 괴상한 SF 스릴러 영화입니다.

너무 오래된 SF라 보기 망설여졌는데요.(1998년작) 이야... 진짜 재밌더군요. 흐흐. 13편 중에 더 폴과 함께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오히려 요 몇년간 나오는 Ctrl+C+V 같은 양산형 스릴러보다 100배는 나은 영화.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면서 스릴러를 첨가 시켰기에 많이 어둡습니다. 원통형 미니 건축물이나 원형 수영장 등은 영화 다크 시티 세계를 잘 표현해 주고 있으며, 인물들의 동선에서 자주 등장하는 긴 복도 역시도 이 세계가 현재 정상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묘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이템들이 적절히 등장(12시가 되면 잠들어 버리는 사람들, 자신을 쫓는 정체불명의 인물, 염력)해서 영화는 보는 내내 미스테리 합니다. 덕분에 다소 갸우뚱스런 설정(튜닝-생각만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조차도 위화감 없이 받아들여 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계속 쓰다 지우기를 10분 정도 했는데 자꾸 스포를 건드려서 쓸 게 없네요. 크크크크크 

여튼 잭 바우어 형님이 등장하는데,  미친(?) 정신과 의사 역할이 너무 잘 어울려서(...) 좋았습니다, 반대로 제니퍼 코넬리는 얼굴은 정말 아름다운데 딱히 인상적이지 않아서 그저 그랬습니다. 너무 평면적인 인물.




13. 엘라의 계곡

in_the_valley_of_elah.jpg

장르 : 전쟁, 스릴러, 범죄
감독 : 폴 해기스
배우 :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조슈 브롤린, 수잔 서렌든

전역한 군대 수사관 출신 행크(토미 리 존스)는 아침에 이라크에서 파병을 갔다 돌아온 아들이 탈영을 했다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들을 찾기 위해 지역내 형사(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는...스릴러 영화입니다.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네요. 이동진 평에서 반전 영화라는 말이 있어서 설마 '사건의 전말이 뒤집히는 영화'인가 싶었는데,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영화라는 뜻이었습니다. 휴...

이라크 전쟁이 배경이긴 한데 전쟁씬은 나오질 않고, PTSD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그동안 PTSD를 다룬 많이 영화를 봤는데, 이건 특이하게도 3자의 입장에서, 그것도 퇴역 군인이 3자가 되어 바라보는 PTSD라 굉장히 신선하더군요. 더 재미있던 건 어쨌든 스릴러란 말이죠. 아들의 뒤를 캐내는게 주 스토리인데, 행크는 고지식하고 완벽한 FM 퇴역군인입니다. 미군이 짱짱맨이라 외치며 살아온 사람에게 그걸 부정하는 씬을 다수 넣어놓다는게... 제 입장에선 굉장히 직접적인 묘사라고 느껴져서 신선했습니다. 그래서 행크의 연기가 중요한데, 뭐 배우가 토미 리 존스라(...) 표정연기가 정말 압권.

영화는 굉장히 쉬워요. 추적 스릴러라 단서에 따라 인물들이 움직이고, 사건이 밝혀지고 다시 추적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도 없고 영화 내 주제 조차도 쉽게 던져줍니다. 영화 제목이 엘라의 계곡이 붙은 이유도, 영화 서두에 던져놓은 떡밥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감독이 '반전'이란 키워드를 어렵게 꼬지 않고 대중들이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든 듯 해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

끝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윌로우
17/06/16 18:31
수정 아이콘
10번은 좀 애매하지만 좋은 영화만 용케 골라보셨네요 !
잠잘까
17/06/16 18:43
수정 아이콘
이거 괜찮다 평 있으면 왓챠에 저장해놓고 몇년간 묵혔다가 봅니다. 흐흐.
17/06/16 18:3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여기 목록에서 못 본 영화들 찾아서 봐야겠네요~
본 영화중에서는 미스 페레그린 저도 초중반이 좋고 후반이 별로였다는 점에서 공감합니다. 반대로 느끼신 분들도 있더라구요.
smalltalk
17/06/16 18:44
수정 아이콘
언타처블 저도 좋아합니다. 특히나 음악이 끝내주죠.
오만과 편견
17/06/16 18:52
수정 아이콘
다크시티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주관적객관충
17/06/16 19:50
수정 아이콘
러쉬는 주변에 추천해주는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고 남자의 가슴을 울리는 연출과 스토리...이게 실화였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본 실제 인물과 영화 주연들의 싱크로율에 다시 한번 감탄....제임스 헌트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보고 니키 라우다 입장에서 또 다시 한번 보고...한 다섯번은 본거 같습니다 영화 이후 뒷 얘기를 찾아보고선 역시.. 역시나 그랬구나...하면서 영화의 여운과는 또 다른 여운이 남기도 했고요 추천 영화입니다 러쉬
토니토니쵸파
17/06/16 20:36
수정 아이콘
다크시티 재밌죠. 학생때 영화관에서 봤었는데 엄청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17/06/16 21:41
수정 아이콘
러쉬 정말 잼나게 봤네요.
윌모어
17/06/16 22:49
수정 아이콘
미스 페레그린은 초반부에는 영상이 신선하고 동화적인 맛을 잘 살려서 좋게 보고 있었는데 중반부부터 급격히 지루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결말 부분될 때까지 졸고 말았습니다. 반면 여자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군요.
키스도사
17/06/16 23:53
수정 아이콘
아메리칸 갱스터 진짜 재밌게 본 영환데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
17/06/17 00:30
수정 아이콘
12번 다크 씨티 너무 재미있습니다.
17/06/17 10:20
수정 아이콘
뮌헨은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뤄도 꼭 이스라엘 쪽 얘기만 다루는구나 싶은 생각이 영화보면서 들었는데

기부도 팔레스타인 쪽엔 안하고 이스라엘 피해자들한테만 하더군요
17/06/17 10:21
수정 아이콘
다크시티, 엘라의 계곡
추천! 추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042 [2/28 수정] 비트코인이 전고점을 뚫었습니다!!!! [116] 카즈하11044 24/02/27 11044 1
101041 한동훈 "민주당, RE100 아느냐고만 이야기해…모르면 어떤가" [102] 빼사스10523 24/02/27 10523 0
101040 Pa간호사 시범사업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14] 맥스훼인4121 24/02/27 4121 0
101039 (뻘글) 유대인과 한국인과 지능과 미래인류의 희망 [41] 여수낮바다3855 24/02/27 3855 4
101038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책은... 무려 표창장 수여!? [34] 사람되고싶다6335 24/02/27 6335 0
101037 뉴욕타임스 1.16. 일자 기사 번역(미국의 교통사고 문제) [4] 오후2시3424 24/02/26 3424 5
101036 아이돌 덕질 시작부터 월드투어 관람까지 - 1편 [4] 하카세2138 24/02/26 2138 5
101035 대통령실 "4월 총선 이후 여가부 폐지를 예정대로 추진" [133] 주말12137 24/02/26 12137 0
101034 갤럭시 S22 울트라에서 S23 FE로 넘어왔습니다. [10] 뜨거운눈물4595 24/02/26 4595 5
101032 마지막 설산 등반이 될거 같은 2월 25일 계룡산 [20] 영혼의공원4386 24/02/26 4386 10
101031 해방후 적정 의사 수 논쟁 [10] 경계인5318 24/02/26 5318 0
101030 메가박스.조용히 팝콘 가격 인상 [26] SAS Tony Parker 6619 24/02/26 6619 2
101029 이재명 "의대 정원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 선" [84] 홍철13126 24/02/25 13126 0
101028 진상의사 이야기 [1편] [63] 김승남5419 24/02/25 5419 33
101027 필수의료'라서' 후려쳐지는것 [53] 삼성시스템에어컨8458 24/02/25 8458 0
101025 그래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151] 11cm7879 24/02/25 7879 0
101024 소위 기득권 의사가 느끼는 소감 [102] Goodspeed10851 24/02/25 10851 0
101023 의료소송 폭증하고 있을까? [116] 맥스훼인8762 24/02/25 8762 42
101022 [팝송] 어셔 새 앨범 "COMING HOME" 김치찌개1465 24/02/25 1465 1
101021 아사히 “미-일 반도체 회사 합병시키려 윤 정부가 SK 압박” [53] 빼사스8969 24/02/25 8969 0
101020 의료유인수요는 진짜 존재하는가 (10년간 총의료비를 기준으로) [14] VictoryFood3651 24/02/24 3651 0
101019 의대 증원에 관한 생각입니다. [38] 푸끆이4898 24/02/24 4898 44
101018 팝 유얼 옹동! 비비지의 '매니악'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12] 메존일각2413 24/02/24 2413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