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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13 04:21:23
Name 글곰
Subject 비몽사몽간에 연달아 꿈을 꾸고 새벽에 일어나서
좀비가 늘어나고 있다. 생존자들의 거주지역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사방에서 좀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려 시도한다. 영화에서처럼 괴성을 지르거나 사람을 잡아먹으려 들지는 않는다. 그들은 항상 시체처럼 조용하다. 다만 그들은 꾸준히, 멈추지 않고 반복적으로 문을 열려 시도할 따름이다. 문이 열리게 되면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살아남은 자들 중 그런 경험을 겪어본 자는 없다.

물류와 유통이 멈추는 바람에 식당에서는 저장한 지 몇 달이나 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그것만도 감지덕지다. 식사를 마친 아이는 실내 수영장에서 철없이 놀면서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그래. 저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내일은 자동차의 기름을 구하러 가야겠다. 좀비가 사방을 돌아다니는 세상에 차 없이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아이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신음소리를 낸다. 섬뜩하다. 이게 무슨 소리지. 불안한 예감이 든다. 나는 묻는다. 어디가 안 좋은 거니? 아이가 말한다. 몸이 이상하다고. 어딘가 불편하다고. 안 돼. 나는 조용히 비명지른다. 그리고 깨닫는다. 난 지금 자다 깼고 옆에서 아이가 칭얼대고 있음을. 아이가 다시 끙끙거리며 말한다. 아빠. 배가 이상해.

꿈이었음을 뒤늦게 깨닫자 안도의 식은땀이 흐른다. 아마 살짝 배탈이 난 모양이다. 나는 아이의 배를 어루만져 주고 손을 잡아 준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다행이라고. 넌 아빠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지. 나는 아이를 토닥여 주다 다시 까무룩 잠이 든다.  

꿈에서 나는 가상화폐에 투자한다. 가상화폐 시장은 전체적으로 정신이 나갔고, 사람들은 미쳤거나, 돌았거나, 혹은 둘 모두다. 나는 긁어모을 수 있는 모든 재산을 긁어모아 가상화폐에 밀어넣는다. 그리고 두 시간만에 정확하게 75%가 폭락한다. 나는 키보드를 내려치고 분노를 내뱉고, 다시 주워섬길 수 있는 모든 욕설을 퍼붓는다. 그리고 다시 잠에서 깨어난다.

시간은 새벽 세 시고 칭얼거리던 아이는 곤히 잠들어 있다. 아이의 배에 이불을 살짝 덮어준 후 방을 나서 서재로 간다. 졸린 눈을 부비며 컴퓨터를 켜고 꿈에서 나온 가상화폐를 검색해 본다. 음. 역시 꿈이었다. 그리고 이 새벽에 가상화폐 가격이나 찾아보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얼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히오스를 켜서 인공지능대전을 한 번 돌린다. 세상이 무너져도 일일퀘스트는 완료해야 한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두 번째 꿈이 나았다. 세상이 망하지 않았고 우리 딸도 멀쩡했으니까.  

이제 다시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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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3 04:35
수정 아이콘
아이가 조금 더 크면 꿈속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든든한 아군으로 등장합니다. 몇 년만 더 버티세요!
17/06/13 08:38
수정 아이콘
시.공.조.아
코.인.시.러

주제 : 악몽을 꾸다 깨어나도 히오스 일퀘는 해야 한다.

... 아아 레스토랑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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