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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01 14:47:48
Name 와인하우스
Subject 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

오늘은 5월 1일, '노동절'입니다.
노동절의 본격적인 유래는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헤이마켓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경찰에 의해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5월 4일 집회에서 누군가가 경찰에 사제폭탄을 던져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를 명확한 증거도 없이 아나키스트 운동가 8명을 체포해 사형을 언도하고 일부 집행한 사건입니다. 이는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법살인의 예로 꼽힙니다.
1889년 사회주의자 국제기구인 제2인터내셔널이 5월 1일을 노동절로 선포했고, 이후 많은 나라에서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 각종 집회와 행사가 열립니다.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아나키스트들은 몇 년 후 제2인터내셔널에서 축출된다는 게 유머.)


labor day
*노동절이 국가공휴일인 나라 목록. (인터넷에서 긁은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절의 기원이 된 미국은 5월이 아니라 9월에 노동자의 날(Labor Day)이 있습니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의 일환으로 노동절을 국가공휴일로 지정했지만, 한편으론 헤이마켓 사건을 잊게 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Labor Day가 단순 휴일이 아니라 노동절로서의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5월 1일은 '법의 날'이라고 하네요.



오늘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기도 합니다. 근로자의 날은 법정공휴일이 아닌 법정기념일입니다(다만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는 지정되어 있습니다. 오늘 근무하는 곳이 휴일 수당을 줄리가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가 아닌 국가에 의해 고용된 교사나 공무원 또한 근로자의 날에 휴무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평등권 침해라는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2015년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다른 8명의 의견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시기부터 시작된 자체적인 노동절 기념행사가 있었지만, 해방 후 1958년, 정부는 우익단체이자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의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1963년엔 그 명칭까지 근로자의 날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니까 5월 1일의 '노동절'과 3월 10일의 '근로자의 날'이 대립하고 있었고, 이것이 유급휴일 지정과 함께 지금의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된 게 1994년의 일인 것입니다.


근로자의 날은 노동절이 아닙니다. '근로자의 날'은 그 제정 이유를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며, 근무의욕을 제고하기 위함이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절은 국가나 회사의 은혜 따위가 아니라 100년이 훨씬 넘는 투쟁의 역사에서 비롯된 역사적 기념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은 결코 긍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고용)노동부와 노동법이라는 예외가 있지만 법에서나 각종 매체에서나 '근로'가 마치 '노동'의 순화어인 듯한 인상이 곳곳에 풍깁니다. 하지만 근로는 단순히 '부지런히 일함'을 뜻하고, 노동의 뜻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 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느낌입니다. (네이버 사전 발췌) 단적으로 말해 기업은 근로자를 좋아하지만 노동자를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어단어로도 Worker가 개인 단위라면 Labo(u)r은 계급적 의미를 담고 있고, Worker's party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노동당은 Labo(u)r Party라고 쓰입니다. 노동자라는 단어에 집착하고 노동운동에 주로 힘을 쏟는 국내외의 좌파들이 분명 낡아보이는 점도 있지만, 그 맥락은 역사적인 것, 그리고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현실에 기인합니다.



첨부 링크

헤이마켓 사건 : https://namu.wiki/w/%ED%97%A4%EC%9D%B4%EB%A7%88%EC%BC%93%20%EC%82%AC%EA%B1%B4
                     http://bostonkorea.com/news.php?mode=view&num=10301
미국의 노동절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0791763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대한 위헌 심판(2013헌마343) : http://search.ccourt.go.kr/ths/pr/ths_pr0101_P1.do?seq=0&cname=&eventNum=37820&eventNo=2013%ED%97%8C%EB%A7%88343&pubFlag=0&cId=010200&selectFont=
한국 노동절의 역사 : http://mayday.nodong.net/2002/html/history02.htm
국가기록원의 근로자의 날 소개 : http://theme.archives.go.kr/next/anniversary/anniversary.do?anniversaryId=9823000000
국립국어원의 '노동자' 순화 : http://www.upubli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4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노동헌장 선포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929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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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D.뚜레
17/05/01 14:59
수정 아이콘
같은게 아니였네요.... (오늘 출근한사람 저말고도 많으시겠죠...?? ㅠㅠ)
Been & hive
17/05/01 17:23
수정 아이콘
저요!
17/05/01 15:04
수정 아이콘
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있나 궁금했었는데 잘 읽고 갑니다
마스터충달
17/05/01 15:06
수정 아이콘
근데 노동이란 말을 들으면 "로동 8호"가 떠오르는 것도 부정할 수가 없...
진짜 우리나라에는 북한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참 많아요;;;
이부키
17/05/01 15:38
수정 아이콘
인민이란 말이 원래 지금 우리가 쓰는 국민이란 단어의 위상이었습니다만, 이제 사용하면 빨갱이 소리 듣죠. 동무란 단어도 마찬가지구요. 동요에서는 아직 동무란 말 쓰던데. 참 아쉽습니다.
마스터충달
17/05/01 15:44
수정 아이콘
동무는 발음도 이쁜데 말이죠 ㅠ,ㅠ
조지영
17/05/01 15:41
수정 아이콘
그런데 로동미사일은 labor와 상관없다는게 함정. 정동이나 계동처럼 동네 이름입니다..
마스터충달
17/05/01 15:44
수정 아이콘
으잌... 크크크 하나 배워갑니다.
파이몬
17/05/01 16:12
수정 아이콘
헉.. 지금 알았습니다 크크
다람쥐룰루
17/05/01 19:09
수정 아이콘
국민보다는 인민
근로보다는 노동
이게 더 좋은표현이지만....우리나라만 독특하게 이걸 사용하기 꺼려지게 하는 외부환경이 조성되어있죠
무무무무무무
17/05/01 23:37
수정 아이콘
어쩔 수 없죠. 친미친중은 되는데 친일은 안되는거랑 똑같은거라서.
아점화한틱
17/05/01 15:35
수정 아이콘
북한때문에 굳이 다른단어 쓴 게 몇개 있죠. 그 중에 유명한게 '인민'... 원래는 인민이 더 정확한 표현인데 북괴들이 쓰는 표현이라고 억지로 시민을 끄집어내와서는...
언어물리
17/05/01 15:42
수정 아이콘
인민이라는 말이 국민이라는 말과 다르다고 들었어요. 인민은 국가라는 존재를 전제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아점화한틱
17/05/01 15:59
수정 아이콘
네. 근데 인민이라는 단어를 북한에서 쓰니 우리는 '시민'이라는 개념을 차용해서 쓰는데 이게 사실 엄밀히 말하면 어거지라고 배웠어요. 일단 뭐 도시국가가 아니니...
비둘기야 먹자
17/05/01 16:16
수정 아이콘
서울 시민 한국 국민 이렇게 쓰지 않나여??
도시국가가 뭔상관인지
와인하우스
17/05/01 16:18
수정 아이콘
대중 전반을 표할 때 국가에 속한 '국민'이란 단어보다 순수한 정치 주체로서의 '시민'이란 단어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저도 아무래도 인민은 못쓰겠고, 그렇다고 국민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으니 시민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비둘기야 먹자
17/05/01 18:52
수정 아이콘
오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아점화한틱
17/05/01 16:26
수정 아이콘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시민'이라는 개념은 현대에서 '대중'과 구별되는 정치, 권력의 주체라는 개념으로 사용되죠. 딱 'xx시에 거주하는 주민'만을 일컬어서 시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뭐 국민하고도 많이들 혼용해서 쓰는걸요
17/05/01 16:56
수정 아이콘
인민 시민 국민 신민 순으로 능동적인 주체일거에요
블루투스 너마저
17/05/01 18:40
수정 아이콘
미국 시민이라는 말도 많이 쓰쟎아요. 시민이라는 말이 단순히 도시국가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17/05/01 18:52
수정 아이콘
시민권자..
토실토실
17/05/01 16:13
수정 아이콘
2011인가 12년까지 노동절로 알고있어서 노동절이라고 했다가 아재라고 놀림당했는데... 94년부터 근로자의 날이였군요...
늅늅이
17/05/01 16:36
수정 아이콘
일본은 노동절이 공휴일이 아닌가보군요..
와인하우스
17/05/01 16:38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일본은 11월 23일이 '근로감사의 날'이라고 합니다. 골든위크라고 해서 휴일주간이다보니 5월 1일을 따로 쇠는 곳도 있는 것 같고, 아무튼 쉬기는 하나 보네요.
솔로12년차
17/05/01 17:04
수정 아이콘
어차피 골든위크라?
17/05/01 19:13
수정 아이콘
오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6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 20명이 경상이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7/05/01 20:00
수정 아이콘
작은 디테일이긴 하지만 저 자료에서 잘못 적은게 뉴질랜드는 10월 넷째주 월요일 입니다... 저 표에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묶어 버리니 저런 실수도 나오네요...
도들도들
17/05/01 21:53
수정 아이콘
링크 걸어주신 김이수 재판관의 반대의견은 짧지만 명문입니다. 노동절의 역사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17/05/02 01:02
수정 아이콘
그냥 지나갔다가 댓글보고 다시 올라가서 읽었네요. 좋은글 소개 감사합니다.
17/05/02 01:12
수정 아이콘
미국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미국은 5월 1일에 쉬지 않는다?!
Quarterback
17/05/02 16:16
수정 아이콘
대신 9월의 첫번째 월요일에 쉬죠. 게다가 언제나 연휴니까 오히려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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