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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12 11:08:16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우리말은 너무 어려워...
  질게에 "그거 주우신 분은 쓰레기 주우신 거죠."라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답글 달기 전에 한참 고민했습니다.
  '주우신이 맞나? 주으신 아닌가? 아니 아니 줏으신인가?'
  그래서 찾아보니 '주우신'이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더군요.





  0. 기본형은 '줍다'입니다.



  1. '줍다'는 어간이 '비읍'으로 끝나는 용언입니다. 어간이 '비읍'으로 끝나는 용언 중에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를 만날 경우 어간의 '비읍'이 '오/우'로 바뀌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비읍 불규칙 용언'이라고 합니다.

  예)
  씹다: 씹+어 → 씹어(규칙 용언)
  업다: 업+어 → 업어(규칙 용언)

  굽다: 굽+어 → 구우어 → 구워 (비읍 불규칙 용언)
  아름답다: 아름답+어 → 아름다우어 → 아름다워 (비읍 불규칙 용언)

  '줍다'는 모음 어미를 만날 경우 '비읍'이 '우'로 바뀌는 용언이므로 '비읍 불규칙 용언'입니다.
  줍다: 줍+어 → 주우어 → 주워 (비읍 불규칙 용언)



  2. '줍다'의 어간에 주체 높임 선어말 어미 '시'를 붙인 말이 '주우신'입니다.

  그런데 받침이 있는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결합할 경우 그 발음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모음 '으'를 삽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매개 모음'이라고 합니다. '줍다'의 어간에 자음 어미 '시'가 이어질 경우에도 매개 모음 '으'가 삽입됩니다. '으'는 모음이므로 어간의 '비읍'이 '우'로 바뀝니다. 이 때 모음 '우'와 '으'가 겹치면서 '우'만 남게 됩니다. 따라서 '주우신'이 맞습니다.



  3. 요약
  0) 기본형은 '줍다'. ☞ 줍다.
  1)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시'가 결합할 경우 매개 모음 '으' 추가. ☞ 줍으신
  2) 어간이 비읍으로 끝나는 용언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으'를 만나 비읍이 빠지고 '우' 추가. ☞ 주우으신
  3) '우'와 '으'가 겹치면서 '우'만 남음. ☞ 주우신
  4) 최종 형태 [줍(어간) + 으(매개 모음) + 시(주체 높임 선어말 어미) + 니은(관형사형 전성어미) = 주우으신 → 주우신]



출처 :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11&dirId=110801&docId=55116825&qb=7KO87Jy87IugIOyjvOyasOyLoA==&enc=utf8&section=kin&rank=1&search_sort=0&spq=0&pid=undefined&sid=undefined





  우리말은 어렵네요... 그나마 이 어려운 게 모국어라 다행인 것 같기도 합니다. 외국인이 한국어 배울려면 참 힘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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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logist
17/04/12 11:15
수정 아이콘
'줍다'의 역사는 흥미로운 면이 있습니다. 표준어 '줍다'는 역사적으로 보면 '줍다'가 된지 얼마 안 된 어휘입니다. 방언을 살펴봐도 전국적으로 '줏다'가 훨씬 우세하고, 심지어 경기도 지역도 '줏다'가 우세한데 아이러니하게 표준어를 정할 때 몇 가지 이유로 '줍다'가 표준어로 선정되어 버린...
17/04/12 12:00
수정 아이콘
사람들이 "주워"라 하지 않고 "줏어"라고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왜 그런가 했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네요.
포도씨
17/04/12 14:4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자장면급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다가 줏었어 라고 하지 주웠어라고 발음하시는 분은 못봤는데.
17/04/13 12:43
수정 아이콘
음 저는 오다가 주웠다고 합니다. 오다가 줏었다는 표현은 오다 줏으따 라는 사투리로 장난칠 때나 씁니다...
아점화한틱
17/04/12 11:17
수정 아이콘
이러니 전국 25만 공무원 수험생들이 머리 쥐어뜯을만도 하죠...
cluefake
17/04/12 11:29
수정 아이콘
마춤뻡이 이러케 까다로씁니다.
저도 채글 일그면서 마춤뻡 친구들보다 마니 안다고 생가카는데 그래도 항상 자시니 업써요.
생각보다 되게 헤깔리고 까다로운 부부니 마나서..
귀여운호랑이
17/04/12 11:41
수정 아이콘
오~ 이 정도면 마춤뻡 잘 하시는데요?
하야로비
17/04/12 11:51
수정 아이콘
되게가 아니고 대게죠. 마춤뻡 아신다는 부니 그런걷도 몰르다니 보기 조치 안내요.
주말바다
17/04/12 11:56
수정 아이콘
문제 : 다음 댓글은 띄어쓰기가 몇 번 틀렸는가?
지켜보고있다
17/04/12 13:16
수정 아이콘
테클은 안인데요.. 맛춤법이애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17/04/13 06:06
수정 아이콘
그러개요. 맛춤법. 이 간단한개 외 않됀데요?!
페리틴크
17/04/12 21:50
수정 아이콘
님 띠어 쓰기 진짜 잘하시네여! 전 띠어 쓰기 넘우 어렵던대.
euimseed
17/04/12 11:56
수정 아이콘
국어대사전이 웹에서 검색되는 게 축복이죠.
밀물썰물
17/04/12 12:02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무슨 글을 하나 쓰고 있는데 다 쓰고 나서 맞춤법 검사기 돌리니, 거의 한줄에 한나 꼴로 걸리더군요.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만, 진짜로 판매를 위한 책을 출판한다면 아주 골치 아프겠더군요.
마스터충달
17/04/12 12:14
수정 아이콘
저도 글 쓸 때마다 맞춤법 고치는 게 큰 일이더라고요 ㅠ,ㅠ
아케르나르
17/04/12 12:24
수정 아이콘
줍 + 어 =주 + 브어(순경음 비읍) = 주워 로 바뀌었다고 배운 거 같네요.
Philologist
17/04/12 14:21
수정 아이콘
잘못 배우셨어요. 재미없는 이야기라 저기서 끊고 말랬는데.... 위에 단 댓글을 이어가자면, 본래 '줏-'(반치음)을 가지던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반치음은 뭐 대략 16세기쯤 가면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고, 받침 자리에서는 '시옷', 음절초 자리에서는 '이응'으로 바뀌게 됩니다.
즉, 예전에 [줏고, 주서, 주스니](모두 반치음 '세모')로 활용하던 상태에서 [줏고, 주어, 주으니]가 되게 됩니다. 경상도나 전라도 지방에서는 [줏고, 주서, 주스니]가 되었죠.
그런데 발음을 하다보면 입술이 동그랗게 변하는 '우'는 혀보다 좀 굼떠서, 때로는 뒤에 필요없는 '우' 발음을 남겨놓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주어'라는 발음이 때로는 '주워'라고 발음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 이 발음이 꽤나 우세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되고 나면 활용은 [줏고, 주워, 주우니]가 됩니다. 한편, 이른바 비읍 불규칙 용언들은 순경음의 소실로 이 당시에 [굽고, 구워, 구우니]와 같이 발음이 되었습니다.
반치음을 가지던 '줏-'과 순경음을 가지던 '굽-'류가 뒤에 두 활용에서 동일해져버렸습니다. 그리고 표준어를 제정하는 날, '줏-'은 '굽-'류로 배치되어 '줍-'이 되게 됩니다..

다른 반치음 말음의 용언은 이런 굴욕(?)을 겪지 않았습니다. 시옷 불규칙 용언으로 남았죠.. '줏-'만 마침 모음이 '우'라서 일어난 아이러니한 단어의 역사입니다.
아케르나르
17/04/12 18:34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17/04/12 18:35
수정 아이콘
역시 내가 헷갈린 게 당연했어...
17/04/12 12:43
수정 아이콘
맞다와 맞는다의 충-격
17/04/12 12:50
수정 아이콘
한글이 쉽지 우리말은 매우 까다롭죠.. 존대법이 없었으면 난도가 좀 하락했으려나?
Jon Snow
17/04/12 13:14
수정 아이콘
맞춤법 지적같은거 절대 못하게 되는 이유죠 크크
거기다 띄어쓰기까지 생각하면...
몰아치는간지폭풍
17/04/12 13:44
수정 아이콘
맞춤법 지적 많이 봐도 이상하게 지적 안 당하는 게 '줏어' 이거였는데... 전 이거 볼때마다 가슴이 막혀 와요.
17/04/12 14:08
수정 아이콘
트렌디하게 줍줍으로 합시다
tjsrnjsdlf
17/04/12 18:17
수정 아이콘
한국말 문법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어렵죠. 가끔 너무 쉬운 걸 실수하는 사람 보면 지적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100% 내가 쓴 문장에도 문법 오류가 있으리라 확신하기 때문에 절대 지적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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