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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1/20 00:39:29
Name 솔빈
Subject 책 리뷰 <오래된 미래>
경어체라 불편하신분들에겐 죄송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 국경에 한가운데 히말라야 산맥 아래서 자연과 함께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며 살아가는 인도 라다크 지역으로 1975년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첫발을 디뎠다. 그녀는 16년간 라다크 지방에서 지역의 언어를 배우며 그들의 문화, 민담, 노래 등을 번역하며 그들의 삶을 배웠다.  

서구생활에 익숙한 그녀는 처음 라다크를 방문했을 때 그들의 생활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티베트 대승불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라다크 사람들은 윤회라는 불교사상을 생활에 그대로 반영하여 일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풍요롭지 않고 적은 자원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라다크 사람들에게 있어서 윤회란 그들의 기저에 깔린 기본 바탕일 수 밖에 없었다. 보리로 술을 담그면 남은 찌꺼기에 물을 다시 부어 서너 번 술을 우려먹고 더는 술을 우릴 수 없는 찌꺼기는 가축의 사료로 활용하고, 가축의 배설물은 보리를 키우기 위한 비료로 활용한다. 결국, 모든 것은 영원히 순환되고 반복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무척이나 초연하다. 가족이나 친구가 죽는다 해도 윤회를 통해 우리 곁을 떠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으로 세상과 고리를 끊는 다는 서양종교와 다른 사상이 있기 때문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 때문에 4달밖에 안되는 농작물 재배기간 동안 서로 파종과 수확 기간 동안 남의 밭이라 할지라도 서로 도와가며 농사를 돕는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의 품앗이와 많이 닮았지만, 서양에서 온 헬레나 그런 그들의 모든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 수확이 끝나고 하는 축제는 그들의 영혼이 충만함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표시들이었다.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자연과 공존을 하며  부자는 없어도 가난한 사람들이 없고, 시기와 질투는 없어도 사랑과 정이 있는 라다크에서 헬레나는 그들과 같이 오랜 생활을 하며 그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배웠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평화롭고 욕심 없는 삶은 어느 날부터 개발이라는 바람, 진보라는 바람에 휩쓸려 그들의 삶은 철저히 파괴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과 영화 그들의 거실에 들어오면서 라다크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입고 있는 누덕누덕 기운 옷들이 이제는 티비에 나오는 화려한 옷과 비교하면서 부끄럽기 시작했고, 그들의 풍요롭진 않지만 부족하지 않았던 삶들은 티비 화면에 보이는 화려한 서구식 도시생활은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한 개발은 걷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라다크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돈이 중요치 않았던 라다크에서 돈이 어느덧 우리가 살아가는 개발된 서구식 생활에서 수단이 목적으로 와전되어 버린 것 처럼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정신적 풍요를 추구했던 라다크 사람들이 물질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이렇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개발을 하려는 자들의 구미에 맞는 사람들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과거 대항해시대에는 칼과 총으로 강제로 개항했다면 지금은 미디어를 통해 개항한다.

헬레나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이 점점 서구의 도시생활에 대한 동경과 자신들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개발과 진보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은 서구식으로 획일화된 계획은 지역적 특색,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개발을 하더라도 지역의 특징을 중요시하는 반(半)개 발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존중해주며 반(半)개 발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작년 낮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히말라야 산맥 동부에 있는 부탄이라는 나라에서 국민의 73%가 행복하다고 응답을 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작은 나라에서 어째서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낄까 많이 궁금했다. 비정상회담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부탄국민이 패널로 나와 부탄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 부탄의 삶은 개발이 되기 전 라다크의 삶과 많이 닮아 있었다. 욕심내지 않고 자연과 공존하며 이웃 간의 화합을 이루는 조화로운 삶이 었다.

그때 볼 때는 제한된 정보로 세상과 단절시켜서 행복하다고 믿게 하는 것은 어쩌면 부탄국민들에 대한 기만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조상부터 내려온 삶의 방식이 아닌 서구에서 강제로 주입한 삶의 방식이 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지 같은 신분제가 좋다는 게 아니라) 각자 발전해온 사회시스템이 강제로 획일화 됐다는 국제경제를 위해 희생된 것이라고 보는 게 이젠 옳을듯하다. 한번 시작된 진보의 수레바퀴는 멈출 수는 없어도 같은 길을 달리는 게 아닌 환경과 지역의 특색을 살려서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듯 민족과 국가에 맞는 길을 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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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0 02:05
수정 아이콘
초면에 존댓말이라니 불편하네요
스타로드
17/01/20 08:21
수정 아이콘
흐흐
전자수도승
17/01/20 07:55
수정 아이콘
개방과 현대화의 영원한 딜레마죠
행복하게 산다는데 냅둬 vs 그래도 사람 사는 꼴이 그거 뭐냐

문제는 전자를 원하는 외부인과 후자를 원하는 내부인 이라는 구도 속에서 드러나는 소위 '문명인'의 야만성이랄까요
좀 거칠게 말하자면 '나 보기 좋으니 니들은 계속 힘들게 살고 있어.'라는 태도 말이죠
즐겁게삽시다
17/01/20 08:26
수정 아이콘
대학생 때 읽고 엄청 감명받았었죠.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오래된 미래> 읽고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읽으니
이게 얼마나 나쁜 책인지 눈에 막 들어오더군요;;
모지후
17/01/20 11:25
수정 아이콘
제가 고등학교 때인가, 이 책 내용이 비문학 교과서에 실려서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불량공돌이
17/01/20 12:18
수정 아이콘
문화의 다양성이라는게 다양한종류의 청바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글귀를 그 책에서 본것같은데
암튼 저에게는 책을 읽고나서 참 정답이 없는문제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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