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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27 06:49:47
Name 11cm
Subject 죽음에 관하여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다만 언제, 어떻게 죽는가 하는것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요.

사람이 죽을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을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가 그에 맞는 준비가 되었는가 이겠지만 둘째로 중요한 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의 주변사람들이 그에 맞는 준비가 되어있는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사고나 급성병증에 의한 죽음에 준비되어 있을 사람은 드물겠지요. 하지만 예외적으로.. 고령의 부모님이나 오랜 투병 중인 가족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살아가며 한번쯤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셨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 사회에 들어섰고 의료 발달 및 보장성이 강화되어 고령의 만성 질환자들을 보는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한집걸러 한집정도는 가까운 친족중에 고령 만성질환자 한분쯤은 계시게 마련인데..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예측되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많이 부족한게 현실입니다.

80~90대 고령의 만성질환자가 거동도 못하는 채로 요양원에 누워지내던 중 전신상태악화로 대학병원을 찾는 일이 아직 흔한 일인데, 막상 이런 고령만성질화자들의 경우, 대개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어도 특별히 치료가 어려운, 즉 노환에 의한 자연스러운 사망으로 이어지는 과정인 경우가 대다수 이게 마련입니다.

허나 보호자들은 이런 예측되는 죽음에도, 불필요하게 병원을 옮기거나(자식된 도리일까요..) 무의미한 치료를 '일단 해주세요' 식으로 요구한 뒤 뒤늦게 치료 중단을 요청하는 일이 아직 흔히 일어나고 있지요.

법역시 이런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연명치료 중단 이슈도 아직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내 주변에 고령 만성 질환자가 있다면.. 반드시 한번쯤은 죽음에 대하여, 한번쯤은 생각해 두어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대책없이 대학병원을 방문하시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90이 넘어 누워지내시던 분이 나빠지시면...사실 해드릴게 별로 없습니다. 필요한 건 오히려 마음의 준비겠지요.

* 유머게시판 (https://pgr21.com/?b=10&n=277451) 게시글 보고 떠오른 바가 있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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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asid
16/05/27 07:28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는 정말 중요합니다. 본인에게도, 주변인에게도요. 유머게시판의 링크는 환자의 가족이 주변에 피해를 입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만, 단순히 죽음 앞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잘 살기위해서 중요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VHL이라는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계시고, 저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습니다. 약 10년전쯤 어머니께서 신장암으로 진단받으시면서 그 원인으로 VHL이 있음을 알게되었죠. 당시에 20대 초였던 저도 검사 결과 해당 유전병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됐고요. 어머니께서는 암이 폐에도 전이되셔서 수술이 불가능한(혹은 의미없는) 상태셨고, 당시 의사가 약 1년 정도 여명이 남으신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신약이었던 항암제만 드시면서 약 10년간 치료하시다가 작년에 결국 수술을 받으셨어요. 돌려 말하면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 저희 어머니께선 10년간 암투병 하신 분 치고는 놀랄 정도로 정정하십니다. 놀랄 정도로 긍정적이시고요.

저는 20대 중반에 우측 신장에 암이 발견되어서 부분절제술을 받았고, 30대 초반인 지금 좌측 신장에 암이 있다고해서 수술할 예정입니다. 6월1일이니 얼마 안남았네요. 누군가는 저를 보면서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제가 군대를 면제받아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더군요 :) 그런데 지나고보니 이런 일이 꼭 나쁜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 나이 때의 다른 친구들과 달리, 저는 제가 언제쯤 죽을지에 관해 좀 더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죠. 어떤 식으로 죽을지에 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있고요. 어머니가 언제쯤 돌아가실지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놀라운 정신력을 볼 때 의사의 예상보다 더 오래 사실거라고 믿어 의심친 않지만요.

각설하고, 아무튼 그래서 저는 좀 더 제가 하고싶은걸 하면서 삽니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은 운동 하면서 조금 민망하지만 부모님께 애정표현도 원없이 하면서 살아요. 죽음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건 삶에서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결국 만사는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여담이지만 대학 병원에서 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호스피스 교육은 참가할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과 가족이 건강하신 분들에게도요. 죽음을 받아들이는 좀 더 품위있는 방식에 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16/05/27 09:33
수정 아이콘
자식으로써 참 고민되는 내용입니다.
파란무테
16/05/27 09:49
수정 아이콘
제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중기였는데 전이가 되어 이제 임종을 앞두고 있었죠.
의사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서명'할 수 있는 종이를 건네더라구요.
각혈을 하거나, 위급에 빠졌을 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서명서였습니다.

말기가 되어, 온 몸에 전이가 된 상태인데
만약 심폐소생술을 하면 몸이 다 망가져서 더 끔찍한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아들로써 참 먹먹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시더라구요. (나이가 57세셨구요.)
병중에 계시며 죽음을 받아드릴 준비를 해도, 먹먹했는데.. 사고나신 분들은 더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옛 생각이 나서 댓글 달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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