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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27 23:13:12
Name fOu Hell
Subject 여자화장실에서 똥 싼 이야기
때는 2015년 8월. 두 남자가 방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이란, 너무 심심한 나머지 상상 이상의 쓰레기짓을 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라 말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냥 뻘짓을 하고 싶은 거다.

일단 옻닭으로 해장을 하는 데에는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그 다음 코스가 문제였다. 과연 어떤 쓰레기짓을 해야 우리의 공허한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 얼핏 심오하지만 그냥 심심해서 죽을 거 같은 현실에서 나오는 질문에 양쪽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일단 아무데나 간다!"

아무데나 라는 네 글자에서 풍겨지는 뻘짓의 아우라는 우리를 삽시간에 사로잡았고, 이름 넉 자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우리는 홀린 듯 시동을 걸고 악셀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목적지 없이 가는 길답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일단 파주 방향으로 향했는데, 김포TG를 10km쯤 앞둔 지점에서, 어제 밤새 퍼마신 술로 인한 급똥이 곧 발사를 시작한다는 시그널을 느닷없이 괄약근에 통보한 것. 엉치뼈부터 대뇌 전두엽까지 타고 오른 전기 신호가 정확히 10분 후에는 발사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도 아닌데 휴게소 따위가 있을리가... 3분이 더 경과하자 인간의 탈을 벗고 자연으로 돌아가 하쿠나 마타타를 노래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근심 걱정이 없다는 뜻... 확실히 발사하면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니잖는가? 팬티를 기저귀라 생각하면 내 존엄함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무렵, 기적이 찾아왔다.

일반적으로 졸음 쉼터는 그냥 조그만 주차 공간만 있는 곳이지만, 표지판에 나온 졸음 쉼터에는 분명 화장실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일단 톨게이트를 지나 쉼터로 들어가려는 찰나, 이 빌어먹을 쉼터는 톨게이트 옆에 딱 붙어있었다. 즉 5차선으로 빠져나오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뜻. 하지만 이미 괄약근의 발사 준비가 마무리 과정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딴 건 알 바 아니었다.

그냥 무작정 5차선으로 붙어서 나오는 길에 후진으로 들이댔다. 솔직히 진짜 급하면 공공질서따위 알 바 아니다. 그렇게 공공질서따위는 쌩까버린 주차를 마치자 타이머는 정확히 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3분이라는 담배까지 한 대 피울 여유가 있는 넉넉한 시간 제한 탓이었을까? 화장실 옆문으로 올라가는 길이 일반 계단이 아니라, S자형 장애인 통로라는 것을 보고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똥은 카운트다운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발사해야 제맛이라는 생각에 여유있게 담배를 한 대 피우고 S자 계단을 올라 화장실에 들어가려는 순간 일이 터지고 말았다.

옆문이 잠겨있는 것이었다. 카운트다운이 경각에 이른 시점에서는 단 1m의 거리도 생사를 가르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오 신이시여, 내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딱히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신이 있다면 분명 개새끼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S자 계단을 내려왔다. 이 빌어먹을 S자 계단! 힘겹게 계단을 내려와 정문으로 달려갔다. 아마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빨리 달렸을 것이다. 눈앞에 화장실이 보일 시점에는 이미 모든 발사 준비가 끝난 상태였고, 5초 안에 바지를 내리고 착석하지 않으면 나는 똥쟁이가 되어 한강에서 자살을 하게 될 운명이었기에, 화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 순간 소변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따윈 전혀 신경쓸 수 없었다.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은 후 정확히 0.3초 후에 로켓 발사가 시작됐고, 진정으로 해탈에 이르러 행복한 볼일을 끝내고 내게 강 같은 평화를 흥얼거리며 여유있게 차로 돌아왔는데, 같이 간 형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너 화장실 가긴 갔냐?" "예, 시원하게 싸고 왔습니다." "나도 화장실 갔었는데, 거기 대변칸에 아무도 없던데?"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볼일을 보고 있을 때 들어오는 사람의 발소리가 또각또각하는 하이힐의 발소리였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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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win4078
15/08/27 23:14
수정 아이콘
제목이 똥이라 선추천, 선리플 합니다.
15/08/27 23:15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추천합니다. 똥이 마려우면 일단 적절한곳에 싸는게 제 맛이죠
15/08/27 23:21
수정 아이콘
저도 세종 문화회관에 실외에 위치한 여자화장실에서 똥을 쌌습니다. 두칸이었고 소변보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급똥이어서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여자 세명이 들어오더군요. 남은 한칸 그 세 명이 돌아가며 소변을 보며 수다를 떨 때... 저는 숨 죽이며 조용히 똥이나 쌀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
15/08/27 23:25
수정 아이콘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은 있듯이 미션클리어아닙니까!
15/08/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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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경과 고난, 그리고 그 극복과 성취라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스토리 아입니까??
15/08/27 23:37
수정 아이콘
아 또 이렇게 추게 치트키가
Helix Fossil
15/08/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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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
생기발랄
15/08/27 23:50
수정 아이콘
일단 추천부터!!
15/08/28 00:06
수정 아이콘
아오 술취해서 들어와서 보는데도 현웃 터지네요 크크크크크크크크
네오크로우
15/08/28 00:45
수정 아이콘
저는 정 반대로 서울서 의경생활 하던 시절에 원래는 사복기동대라 시위진압 출동이 주 업무였지만 상황 비수기 때는
지하철 방범 지원 근무를 나갔었는데, 아주 이른 새벽 거의 6시 살짝 지난 시점에
(보통 2교대 지원근무라 오전 타임은 05:30~14시, 오후 타입 14시에서 23시) 어떤 여자분이 얼굴이 노랗게 돼서 저를 붙잡고
'죄송한데요. 제가 너무 지금 몸이 안 좋은데요. (정확히 몸이 안 좋다고 한 게 생생히 기억납니다.) 지금 여자화장실은 만원이고
남자화장실은 텅 비었는데, 남자 화장실 좀 쓸게요.' 이렇게 말하고 뭐 대답도 안 듣고 확 들어가 버리시더군요.

지하철 고정 근무자도 아니고 뭘 어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황당했습니다. 다행히 근무하던 그 역은 새벽에는 한가한 편이라
딱히 화장실 쓰는 남자분이 없어서 별 일은 없었죠. 거의 20분 만에 굉장히 홀가분한얼굴로 나오신 그 분이
연신 고맙다면서 종종 걸음으로 지하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사다주신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전 쫄병이라 고참과 근무설 때였는데.. 아무것도 뭘 한 게 없는데 도대체 뭐가 고마운지도 모르겠고
아닌 말로 급똥이라 남자 화장실 쓴 게 뻔한 상황에서 충분히 창피할만 했음에도, 고맙다고 음료 사다준 그 분 멘탈을 생각했을 때
진짜 얼마나 급한 상황에 시원하게 일을 봤는지 이해가 조금은 됐었습니다.
미남주인
15/08/28 00:52
수정 아이콘
똥아리라도 만들어서 모임 가져야 할 기세네요...;;

pgr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그러는 것 같던데... 똥아리활동인 셈인가;; 혹시 어딘가 영역표시 하고 오는 건 아니겠죠?
새벽이
15/08/28 02:21
수정 아이콘
학교 다닐 때 응아는 항상 여자 화장실에서 해결했습니다. 남자 화장실보다 훨씬 더 깨끗하거든요. 두 번 정도 여학우와 마주친 적이 있었고 웃음으로 대처하였습니다.
카르타고
15/08/28 02:33
수정 아이콘
???
15/08/28 02:41
수정 아이콘
네???
최구일
15/08/28 03:33
수정 아이콘
크아앗 크크크
블랙엔젤
15/08/28 04:47
수정 아이콘
이건 뭐 장애인 전용주차공간이 넓고 비어있어서
자주 주차해놓았다는 그런 비스무리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시는지
새벽이
15/08/28 05:11
수정 아이콘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경솔했습니다, 쩝. 덧붙이자면 중학교 때까지 였고, 그 때 저는 그런 개념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저는 그냥 어린이었거든요...)
낭만토스
15/08/28 09:40
수정 아이콘
학창시절이면....여자화장실이 더 더럽던데.....
저는 교직원 화장실을 -_-;;
하정우
15/08/28 19:39
수정 아이콘
실수가 아니라 알고 그런거면 위험합니다;;
엄연한 범죄로 벌금형과, 성폭력 관련 강의 수강해야합니다..
이건 좀 아닌것 같네요.
새벽이
15/08/29 01:39
수정 아이콘
당연히 고등학교 진학하면서부터는 하지 않았구요, 쩝. 14살 짜리에게도 이 일로 벌금형을 때리고, 성폭력 관련 강의를 수강하게 하나요?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음, 철딱서니 없었던 어릴 때 얘기를 웃자고 한 건데.
실론티매니아
15/08/28 02:23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보는 가슴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제 추천은요..
15/08/28 06:53
수정 아이콘
길바닥에 싼 적은 있어도 여자화장실에서 싼 적은 없는데...
대단하시네요
강동원
15/08/28 07:43
수정 아이콘
어느 쪽이 더 대단한지 측정 불가합니다만..
종이사진
15/08/28 10:34
수정 아이콘
막상막하 같습니다...
켈로그김
15/08/28 07:51
수정 아이콘
저는 사촌동생 졸업식에 가서 소변기에 쌌지요..
여러가지 의미로 아슬아슬했어요.

여고. 직원 화장실. 성공적.
최종병기캐리어
15/08/28 08:27
수정 아이콘
범상치않다....
15/08/28 09:08
수정 아이콘
잠깐....
15/08/28 11:11
수정 아이콘
역시 클라스가.........
실론티매니아
15/08/28 16:00
수정 아이콘
역시 이분야의 갓!!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경지!!
저같은 미천한 것들은 그저 우러러볼뿐...
15/08/28 17:23
수정 아이콘
허허;;; 역시 켈로그김님이십니다.
하정우
15/08/28 19:40
수정 아이콘
네임드는 범접할수 없죠
짝사랑
15/08/28 09:03
수정 아이콘
너무 급하면 뭣도 안보이죠 크크크크
전 초등학생때까진 결벽증 비슷하게 있어서, 학교에서 큰일은 절대 안봤어요..
너무너무 힘들고 아플정도로 참기힘들때 딱한번 방과후까지 기다렸다가 여자화장실 갔던적이 있었죠..
뉴욕커다
15/08/28 10:41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전 똥싸다가 누가 들어왓는데 친구가 들어온 줄 알고 열심히 말 걸었더니 대답이 없어서 뭐지? 이랬는데 알고보니 제가 여자화장실에서 싸고 있었고 어떤 여자가 들어왔었던걸 모르고 제가 말을 걸었던거던군요 ㅠㅠ
블랙탄_진도
15/08/28 11:26
수정 아이콘
길가에서 싼적은 있지만 여자 화장실이라니.........

술먹고 집에 가는길에 너무 급해서 길옆 숲에 싸고 그다음날 거길 지나가는데 꼬맹이들 둘이 하는말이 야 저기 똥있어 가까이 가지마.

이랬을때 제 얼굴이 얼마나 화끈 거렸는지.............
15/08/28 11:49
수정 아이콘
일단 추천부터 하는 분위기라 추천 드립니다. 똥은 진리죠..
리듬파워근성
15/08/28 12:29
수정 아이콘
그래! 이 맛이야!!
캐간지볼러
15/08/28 15:59
수정 아이콘
아...세상에 똥이 가득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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