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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01 22:02:13
Name   신불해
Subject   "네가 태어났을 때, 사실 나는 기쁘지 않았다."



여성의 인권이라는 개념이 발달하지 못한 전통 사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교육 자체는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 여성 교훈서의 가르침이라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소녀가 결혼할 때까지는 친정집에 속하고, 결혼하면 시댁에 합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야기 였습니다.



전통 사회의 부모들은 딸들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꺼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설사 과부가 되거나 아이를 낳지 못해도, 딸은 시댁 식구들과 살아야 했기에 결국엔 남이 될 사람입니다.
 

그러나 현대까지 남은 몇몇 묘지명을 보면, 일부 아버지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딸을 귀여워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명나라 만력제 시절, 그러니까 400년 전. 


명나라의 한 아버지는 천연두로 두 명이나 되는 딸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죽고, 그 다음에는 누나가 되는 아이가 죽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죽은 큰 딸의 묘지명을 직접 쓰며, 딸의 어린 시절을 담담히 추억했습니다. 400년 전 명나라 시절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은, 현대의 눈으로 보기엔 어땠을까 보시면 되겠습니다.




부분 번역, 출처 『발레리 한센, 신성곤 번역 열린 제국 : 중국 pp. 460-461』

(중국어 - 영어 번역 - 다시 한국 번역의 중역이라 원문과 약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네가 태어났을 때, 사실 나는 기쁘지 않았다. 


그야 30세가 넘은 남자는 아들을 원하지 딸을 원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채 첫돌이 되기도 전에 너는 나를 사로 잡았지. 


내가 너를 쳐다볼 때마다 킥킥대며 응답할 때도……"




너는 자주 방문을 두드리곤, 재빨리 안으로 들어아 물었지. 


"거기, 누구세요?" 하고 말이다.



너는 가끔 나와 수수께끼를 하여 이긴 사람이 집 주위를 돌며, 진 사람을 따라잡는 놀이를 했지. 


네가 마지막으로 나를 따라잡았을 때, 넌 환호하며 박수를 쳐댔었지.



그런데, 



채 반 달도 지나지 않아 네가 죽었다면,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니."







아진(阿震)이라는 이름의 딸은 발랄한 기질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딸이 처음 태어났을 당시, "딸자식 따위가 무슨 소용일까." 하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아버지는, 그러나 이후엔 말괄량이 딸의 교육 방침에 대해서 아내와 논쟁을 벌일 정도로 변하게 됩니다.





"너의 어머니는 너무 엄격하단다. 



네 습관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될까봐, 두려워하여 가끔 너를 혼냈었지.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네가 없을 때면 네 어머니에게 이야기 하곤 했단다. 



'아직 어린아이라서 잘잘못을 알 수 없지 않소. 좀 더 클 때까지 그대로 둡시다.' "





 딸의 생전 모습을 회고하던 아버지는, 이후엔 딸의 저승 여정을 묘사하면서 이야기를 끝냅니다.





"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것이 이 세상사이다…… 




너보다 열흘 앞서 두 살 어린 동생 아손(阿巽)이 너와 함꼐 몸져누웠다가, 




사흘 뒤 아손이 죽고 너 또한 떠나버렸구나.




이제 더 이상 너와 놀아줄 상대도 없지만, 




적어도 너도 잘 아는 동생과 함께 가는구나.




너는 걸을 수 있겠지만, 네 동생은 이제 겨우 불안하게 발걸음을 뗴는 상태란다. 




어디를 가건, 손으로 네 동생을 꼭 붙잡고 가렴.




그리고 서로 좋게 지내면서, 다투는 일은 없도록 하렴.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한다. 





내가 얼마나 너를 그리워하는지 안다면, 꼼속에서나마 자주 돌아오거라. 





그리고 만일 인연이 허락해준다면, 나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거라. 





그런 바람에서 경전과 주술서와 금강경의 사본을 보낸다……





또 네가 저승의 염라대왕을 보면, 무릎을 꿓고 손을 들어올려 자비를 구하거라.





염라대왕에게 말만 하고 울거나 시끄럽게 굴지는 말거라. 




너는 저승이 집과 다르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처음에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든 글이었습니다. 


특히 죽은 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라는 부분이나, 염라대왕 앞에서 울지 말고 조심히 손 들라고 충고하는 부분 같은건, 참.....






심승(沈承), 제진녀문(祭震女文), 원문.


万历己未年冬、下浣之三日沈承之长女阿震、以痘不发而殇、藁葬北邙之次、其母薄氏、日称念梵书、资其冥福、复促作一疏词、笔不忍下也、於其三七、当荐熟食、乃为文哭之、焚於其 【 便含情无限】 所生前跳弄之塲曰、呜呼、痛哉、汝名阿震。生於丙辰以丙辰字。故取震名。汝生之初。我寔不喜。三十许人。不男而女。迨汝未期汝即可怜。以颔招汝。汝笑哑然。当此之时。周妪褓汝。衣不解带一夜十起。饱就妪眠。饥就母乳。妪因汝故。亦几委曲。移湿就乾。补疮剜肉。烦则母瞋。省则汝哭。昨岁戊午。我命不济。频出就试。割汝而去。周妪既死。试又不利。归来牵袖。索物而戏。有汝在侧。愁亦快意。汝齿日添。汝慧日多。呼爹呼姆。音不少讹。常手弹门。自问谁何。我侄来时。汝呼曰哥。戏攫汝物。汝窜而波。我舅来时。汝以衣拖。呼声曰母。旋笑呵呵。汝伯来时。作宾主陪。擎杯曰请笑者如雷汝祖入乡。汝又往苏。经年不直。问汝识无。应声曰识白帽白须汝有外翁。一面未曾。问客何方即曰北京汝之外姑。视如身生。凡三五次。挈汝苏行。三更索玩。五更索果。父母留汝。汝反不可。顾谓我曰。阿婆思我今年六月。汝有疖灾。我特往苏。挈汝归来。摩娑患处。其色甚哀然不敢哭。恐哭不该。每持果饵。必窥意旨。不色授之。不遽入齿。每所玩弄。误有损伤。小目怒之。歛手退藏。汝母过严时加栉束。惧汝长大。习惯成熟。我意亦然。但私相嘱。婴孩何知。且随其欲。汝昔在苏。父母归娄。问汝何依。欲去欲留。言虽不决。意在两头顷汝归斯。喜不自持。诱汝怖汝。假面作痴小筐提枣矮座啜糜口诵大学。手拜阿弥握枚赌胜。遶屋争驰咍咍拍掌。自喜为奇。不勾半月。即汝死期。天乎命乎。神仙莫知。汝未死顷。召医诊视。或云风邪。或云癍子。风不可必。癍似有理。至今思之。不测所以。汝善话言。此际不语。声嘶气断。张目而已。环汝而泣。汝泪亦泚。呜呼痛可忍言哉。论世俗情。女死何哭。论我生年。壮大穷独汝又颇慧。虽女亦足。谁知鬼神。虐我太酷。先汝十日。汝妹阿巽。少汝二岁。与汝同病同三日亡。汝所狎认。今汝无伴。当与妹并。汝稍能行。妹立未定。往来携手。相好无竞。若逢汝妪可更一问父有室顾父有妣闵但往依之。必汝提引。所以权庴。亦近顾侧妹小汝携汝小顾掖他年卜地。葬汝同宅。我今思汝。不能去怀。汝若有知常入梦来缘或未尽。可再投胎。所诵金刚。并诸经呪。设羮燔钱。付汝领受。汝见冥王。操手哀叩。侬实不寿。侬实无咎。侬生贫家。侬甘麄陋。糁粒必拾。以畏雷吼。襦履必惜以爬微垢神有诛求侬年实幼鬼有陵轹。望神为佑。但可如是莫啼莫哗地府之中不比在家我今作文汝不议字但呼阿震。汝父在此哭汝一声呼汝一次




V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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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2:05
ㅠㅠ...
저걸 쓰면서 얼마나 울었을까요.
승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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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2:18
너무 슬프네요 왜 이렇게 감정이입이 되는지..
대복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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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2:26
자식을 둔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yangjy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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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2:29
ㅜㅠ
Shand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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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2:30
진짜 자식걱정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거 같아요...
LoNe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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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2:37
먹먹하내요 ㅠㅠ
메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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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2:41
아버지..T.T
스웨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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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3:07
아 밤인데 더운가;; 눈에 땀이 ㅜㅜ
red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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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3:09
저 정도면 현 시대에서도 보기 힘든 딸바보...
PENT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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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3:18
부모님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효도 해야겠어요 ㅠ.ㅠ
V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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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3:28
ㅠㅠ
사티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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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1 23:50
꼼속에서나마 ㅡ 이부분 꿈으로 수정을..

더워서그런가 눈에서도 땀이 나네요
제망매가가 떠오르네요
김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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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2 02:24
ㅠㅠ...슬픕니다.
혹시 글의 내용을 다른 곳으로 퍼가도 될까요? ㅠㅠ...아 그런데 앞쪽에 두명의 딸을 잃었다고 되어 있는데 누나라고 표기된 거 같아요.
어디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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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2 05:12
해당글과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신불해님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팬이이요.

마침 새벽에 비도 오네요. 부모님께 전화나 넣어 드러야겠습미다 일어나면
arq.G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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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2 05:59
페북에 퍼가도 되나요? ㅠㅠ
한량남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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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2 06:53
어서 가서 두 딸들과 놀아야겠습니다!!
birken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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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2 10:56
콧물이 나네요.
귀가작은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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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2 11:06
주륵..
종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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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2 13:09
다섯살 난 딸이 있어서 그런가,
어떤 심정으로 저렇게 글을 썼을지 상상이 가네요.
스푼 카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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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2 23:04
버스에서 눈물 훔치느라 힘들었어요.. 이제 갓 딸 아빠가 되어서 그런가요... 동생 손을 꼭 잡으라는 말이 참.. 두 딸 모두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네요..
구들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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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8 00:21
글 잘 읽고 갑니다.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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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8 08:59
이렇게 좋은 글을 인제야 읽어봤습니다.
아침부터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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