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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19 22:04:19
Name 드라카
Subject [연재] 웃는 좀비 - 5





다음 날 우리 일행은 정보를 수집했다. 아직 인터넷 회선이 끊어지지 않았기에 인터넷에 접속해 이 사태에 대한 기사와 각종 커뮤니티의 정보 글 등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죄다 모아서 정리했다. 스마트 폰 통신망도 죽지 않았기에 연락이 가능한 지인들에게도 많은 정보를 받았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조사를 마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곳에서 얼마나 머무를 것인지, 다른 거점이나 대피소는 있는지, 바깥 상황은 어떤지, 정부의 대응은 어떤지 등등. 정은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정부가 지정한 대피소는 가지 말래요. 그냥 학교나 체육관 같은 공공 시설에 대충 담요 깔아놓고 재운다고. 그나마도 지금은 좀비들한테 습격 당해서 난리가 났다고 하네요.”

“정부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어휴 모지란 놈들 같으니. 일단 이 사태는 한국에서만 발생한 모양이야. 아직까지는 다른 국가에 퍼졌다는 얘기는 없어.”



“외국에서도 이 사태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사방에서 해외 언론매체들이 들어오려고 난리를 피우는 것 같은데 공항이고 항구고 죄다 마비상태라 못 들어오는 것 같아요. 미군과 UN에서는 지원군 파견 관련해서 한국 정부와 협의중인 것 같은데 정부는 어떻게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모양이에요. 원래는 사건 자체를 은폐하고 싶었겠지만 이미 사건 단위를 넘어서 국가적 비상사태니 불가능하죠. SNS를 통해서 이미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퍼지고 있어요.”



“아 승현씨. SNS나 개인 블로그쪽은 저랑 준성씨가 좀 찾아봤는데요 대부분 10대 어린애들이 좋아요 받으려고 허위로 작성한 게 많더라고요. 친구한테 좀비 시늉을 내게 하고는 자기가 때려잡는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애도 있었는데 좋아요 15만개 돌파중이에요. 기가 막히네요.
한 파워블로거는 좀비한테 물렸을 때 응급처치로 J모 회사에서 파는 약을 먹으면 좀비로 변하지 않는다고 열심히 사업 광고중이고요. 중고나라에는 좀비 처치에 효과적인 무기 판매한다는 글만 수백 건이네요.”



“알루미늄 배트부터 시작해서 장식용 도검, 일본도, 전기톱, 심지어 K-2 파는 미친놈이랑 그걸 사는 또라이도 있어요. 나원 참. 개인이 총기 파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아수라장에도 다들 어떻게든 돈 벌려고 바쁘구만. 하여간 이놈의 자본주의 근성은 알아줘야 돼. 그렇게 돈이 좋으실까?”



“반면에 유익한 정보도 있어요. 아직 우리가 두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지만 좀비한테 물리면 100% 감염되고 좀비로 변하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대부분의 기사와 게시글에서 모두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좀비로 변하기까지의 시간은 제각각 이네요. 10초만에 변한다는 얘기도 있고 꼬박 하루 이틀 이상 걸린다는 사람도 있고. 어쨌거나 물리게 될 경우엔 반드시 좀비로 변한다고 해요.”


“중요한 건 정부측에서 아직 좀비로 변한 사람에 대한 조치사항이 격리로 한정돼있다는 겁니다. 이미 흥분해서 좀비를 때려죽인 사람도 있고 자동차로 쳐버린 경우도 있는데 정당방위에 대한 법적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아무런 얘기가 없어요. 한마디로 섣불리 좀비를 죽였다간 나중에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거죠. 그냥 피해 다녀야겠네요.”

“하. 어처구니가 없구만. 외국인 노동자 인권에 범죄자 인권까지 그렇게 챙겨주더니 이젠 좀비 인권까지 보장해주는 거야? 도대체 죄 없는 진짜 국민들 인권은 언제 보장해주는 거야?”

“글쎄요. 일단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잠재적 시민으로 인정하고 격리조치 하자는 거죠. 말로는 그래도 높으신 분들 중 한 분이 직접 좀비에게 물어 뜯겨서 죽어나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전 국가적 비상사태에 따른 예외적 정당방위 법이 초고속으로 통과돼서 시행되지 않을까요?”



“그럴싸한데? 니미..욕 나오네.”

“어쨌든 좀비와의 전투는 지금으로선 최대한 피해야 해요. 우리가 때려잡아도 손해고 반대로 물려 죽으면 끝이니 답이 없어요. 법이 좀비 편이거든요. 다행인건 아직 사회 기반이 무너진 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군대가 나서서 진압작전을 펼치고 사태가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굳이 밖에 나가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요.”



정말로 그랬다. 헬스장에서 본 나체 좀비가 쫓아 올라오지 않는 걸 보면 좀비의 상황 판단 능력이나 인지능력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승현씨를 쫓아갔다가 못 찾자 다시 돌아간 것으로 봐도 좀비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보다는 한 곳에 머물려고 하는 성격이 강한 것 같았다. 하루가 지나도록 이 사무실에는 좀비가 침입하지 않은 걸로 봐서 우리가 얌전히 있으면 앞으로도 쭉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겠지. 승현씨의 말에 정은씨의 눈썹이 다시 축 처졌다.



“그럼 앞으로도 여기서 계속 지내는 거에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갈아입을 옷이 없어요. 최소한 두 벌씩 있었다면 계속 빨아 입기라도 할 텐데 한 벌만 가지고는 곤란해요. 나중에 냄새 때문에 질식사 할지도 몰라요.”

“에이 아무리 악취가 심해도 질식하지는 않지. 입으로 숨쉬면 될 꺼 아냐?”

“질식은 안 하겠지만 냄새를 견디지 못해 결국에는 다른 사람 목을 조르게 될지도 몰라요. 이 모든 냄새의 원흉! 내 후각세포의 원수를 갚겠다! 이러면서요.”



정은의 농담에 모두들 크게 웃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인지라 작은 재미도 큰 웃음으로 이어졌다. 어떻게든 온 몸이 부족한 웃음을 채우려는 듯이.



“식량도 사실 제가 가져온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최소 일주일에서 한달 이상은 먹을 식량이 필요한데 이 건물 내에서 해결하려면 결국 편의점이나 구내식당을 다시 가야 해요. 편의점에서 옷은 안 팔지만 속옷은 파니까 위생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고요.”

“거길 다시 가자고? 난 안 가련다. 차라리 여기서 책상을 씹어먹는 한이 있더라도 남아 있겠어. 그 미친 변태좀비 새끼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죽기 싫어.”

“괜찮아요. 헬스장 자동문만 안 열리게 반대쪽 벽에 딱 붙어서 이동하면 헬스장 나체 좀비랑 마주칠 일은 없을 거에요. 안에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에 취해 정신 없이 웃고 있을테니. 저랑 준성씨만 갔다 올게요. 정은씨랑..” 승현씨는 성훈씨를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성훈씨는 여기서 다른 정보를 더 찾으면서 사무실을 지켜주세요.”



승현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성훈씨는 험악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잠깐. 승현씨 방금 좀 기분 나쁜데? 왜 날 보면서 한숨을 쉬지? 응? 내가 만만해?”

“네? 아뇨. 무슨 말씀이세요. 말이 길어지니까 중간에 호흡 한번 한 거..”

“뭔 개소리야. 방금 그쪽이 나 보면서 한숨 쉰 거 다 봤는데. 내가 지금 한심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거 인정하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엄연히 나이가 있고 직급이 있는데.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지.”



“제가 아니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자꾸 이러시면 곤란해요. 남은 사람끼리 더 잘 뭉쳐야죠.”

“그만들 하세요. 정은씨도 보고 있는데 그냥 넘어가요.”

“넘어가긴 뭘 넘어가? 뭐? 곤란해? 니가 곤란하면 어쩔 건데? 아 난 이 새끼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나이도 어린 게 아주 지 잘난 맛에 사는 놈이야. 야. 니가 뭔데 그렇게 잘났냐 응? 시발 좆도 아닌게.”



“같이 살아남기로 했으면 최소한 자기가 맡은 역할은 수행해야죠. 가만히 눌러앉아서 식량이나 축내면서 이래라 저래라 불평이나 뱉어내시겠다는 겁니까?”

“누가 아무것도 안 한데? 내 말은 위험한데 뭐 하러 가냐 이거야. 좀더 안전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거 아냐? 갑갑하네 진짜. 멀쩡한 사람 쓰레기로 몰아 가니까 좋으시겠네 응? 나만 쓰레기고 나만 못된 놈이지?”



극도로 날카로워진 분위기 속에 나와 정은씨는 주먹질이 오가기 직전까지 간 두 사람을 겨우 뜯어 말렸다. 성훈씨는 혼자 밖으로 나가버렸고 승현씨는 창가로 가 조용히 밖을 바라봤다. 그런 승현씨에게 정은씨가 다가가 말을 걸며 달랬다. 그 와중에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나에게 출입문을 가리키며 ‘따라가봐요’ 라고 소리 없이 말했다. 난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간 성훈씨를 찾으러 책상 바리게이트를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평소 담배를 사랑하는 애연가였으니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지 않을까? 이런 난리통에 흡연구역까지 가서 담배를 필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달리 다른 장소가 떠오르지 않아 흡연실로 갔다.흡연실은 3층 베란다와 1층 실외 두 곳에 있다. 지하 2층까지 가는 것도 두려워했는데 좀비가 사방에 퍼져있을지도 모르는 1층 실외로 나갈 용기는 없을 거란 생각에 계단을 통해 3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문 앞에 서 있던 좀비가 나를 반기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기에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했다.


계단에는 사람들이 도망가며 흘린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테이크아웃 커피잔, 지갑, 구두. 그리고 누군가의 급한 발걸음 아래 박살 난 안경을 보자 주인의 갑갑한 심정이 새삼 느껴졌다.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부디 안전하길. 3층에 도착해 흡연구역 베란다로 나가자 성훈씨가 발로 테이블과 의자를 차고 있었다. 분을 이기지 못해 날뛰는 모양이다.



“골키퍼도 없이 혼자 슈팅연습 하시는 거에요? 골대는 없나요?”

“후우, 장난할 기분 아니니까 조용히 하고 가만 있어. 건드리지 마.”



막무가내로 나오는 성훈씨를 별로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다. 조용히 양손을 앞으로 반쯤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제스처를 보인 후에 다시 복도로 돌아온 나는 자연스럽게 3층 사무실 문에 시선이 갔다. 우리 말고도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3층 사무실 문에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예전 그 상태 그대로였다. 안에 사람이 있다면 신경 써서 문 쪽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했을 텐데, 아무도 없는 건가. 난 걸음소리를 죽이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사무실 안쪽은 불이 켜진 상태 그대로였다. 주머니에서 사원증을 꺼내 리더기에 대자 자동문이 매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에 누구 있냐고 소리를 질러야 하나? 좀비가 있으면 어쩌지? 밖에서 테이블을 짓밟으며 화를 푸는 성훈씨의 소리만 가끔씩 들려올 뿐 적막으로 가득한 사무실 안을 걸어가고 있자니 점차 심박수가 빨라졌다. 생각해보니 아무런 무기도 없이 들어온 내 자신이 위험천만하게 느껴졌다. 문에서 이어진 통로를 지나 코너를 돌자 사무실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건가. 도움이 될만한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니 기왕 들어온 거 좀더 둘러보고 싶었다. 계속해서 걸어나가며 책상을 하나 하나 살펴나갔다. 한참 일하다 급박하게 나갔는지 마우스가 책상 아래로 대롱대롱 매달린 자리도 있었고 자신이 자리를 비운 상태임을 숨기고 싶었는지 화면보호기도 없이 일하던 화면 그대로 켜진 자리도 있었다.

파티션에 가족과 강아지, 두 남녀가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붙어있는 자리의 주인은 직장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는지 책상 위에 음료수 병이 여러 개 보였다. 맞은편 자리에는 탁상용 달력이 있었는데 오밀조밀한 글씨로 개인 일정과 기념일들이 적혀있었다. 바로 내일이 연인과의 300일 기념일인 모양이다.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지금 와서는 하루하루 목숨 부지할 고민을 하고 있을 테지.

몸을 돌려 회의실로 들어가자 벽에 걸린 화이트 보드에 빽빽하게 회의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다. 급하게 휘갈겨 쓴 글씨와 그 글씨들에 그려진 동그라미, 화살표 표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지금까지 아둥바둥 매달려 일했을까 하는 회의감이 살며시 올라왔다. 차라리 책상 위에 놓여있던 달력에 적혀있던 글씨처럼 소중한 날들을 계획하는데 좀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 걸.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 때, 멀리서 성훈씨의 비명과 함께 기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확실한 경보음인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좀비가 나타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곧바로 회의실에서 뛰쳐나와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성훈씨가 베란다에서 자신이 부시던 의자를 양손으로 휘두르며 자신에게 접근하는 좀비를 저지하고 있었다. 그 좀비는 온 몸에 사원증과 명함을 덕지덕지 붙여 흡사 미늘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삼성! 삼성삼성성 취업! 합격! 취업췁!”

“이 씨발 이번엔 취준생이냐? 안 그래도 지금 기분 좆같은데 압박면접 한번 제대로 해줘?”



성훈씨에게 접근하던 좀비는 그가 휘두른 의자를 정통으로 맞고 자빠졌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일어나며 귀가 찢어져라 웃어대기 시작했다. 흡사 비명소리 같은 웃음이었다. 그 기세가 너무나 강렬해서 나도 성훈씨도 몸이 굳어버릴 정도였다. 의자를 들고 머뭇거리는 성훈씨를 보고 나 역시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빨리 이쪽으로 와요! 상대할 생각하지 말고 도망가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성훈씨는 황급히 몸을 돌려 베란다에서 빠져 나왔다. 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올라갔다.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사방으로 퍼져나가 마치 수십 명이 이동하는 것 같았다. 5층에 도착해서 복도로 나와 원래 사무실로 돌아오고 나서야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정은씨와 승현씨가 어색하게 떨어져 있었다.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승현씨는 시선을 피하며 손으로 머리를 헝클었고 정은씨는 문 앞으로 다가와 반겼다.



“어? 성훈씨 돌아 오셨어요? 슬슬 점심인데 식사 하셔야죠. 근데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어딜 갔다 오셨길래.”

성훈씨는 정은씨의 질문에 섣불리 답하지 못하고 몸을 숙인 채 한참을 거칠게 숨만 내쉬었다. 어렵사리 고개를 들고 반쯤 간 목소리로 말했다.



“밑에.. 밑에 3층 베란다에서 찔러죽일 좀비새끼랑 마주쳤어. 시발 죽을 뻔 했다고! 옆에 있던 의자로 대갈통을 한방 후려쳐서 겨우 쓰러뜨렸어.”

“네? 진짜요? 괜찮으신 거에요? 어디 다치신 덴 없고요?”

“어...음 괜찮아. 입이 좀 찢어지긴 했는데 뭐 별거 아냐. 후우, 조금 쉬고 싶네.”

“네. 뭐 먹을 것 좀 드릴까요? 마실 거라도?”



바로 그 때, 출입문에서 엄청난 소리가 났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쌓여있던 책상이 덜컥거리자 일행 모두가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쌓여있던 책상들 틈새로 아까 3층 베란다에서 봤던 취준생 좀비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문 너머에 보였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얼굴을 시뻘겋게 뒤엎어 불꽃 같은 광기를 더욱 크게 태우고 있었다. 공포영화에서나 보던 끔찍한 연쇄살인마의 얼굴이었다. 좀비를 보자마자 가장 크게 놀란 건 성훈씨였다.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더니 그대로 일어서지도 못한 채 뒷걸음질쳐 달아나기 시작했고 정은씨는 비명을 질렀다. 승현씨는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자신이 만든 무기를 가지고 와 문 쪽으로 다가갔다. 어느새 자동문은 계속되는 충격에 너덜너덜해져 떨어져나가기 직전이었다. 승현씨는 책상 틈새로 대걸레 봉을 집어 넣고 좀비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문이 뜯어져 나가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고 좀비가 기분 나쁜 저음의 웃음소리를 내며 걸어들어왔다.


책상 바리게이트에 다가와 대걸레 봉의 사거리에 들어오자 마자 승현은 대걸레 봉을 힘차게 찌르며 앞으로 내질렀다. 책상더미 속에서 튀어나온 대걸레 봉 끝에 달린 아령이 좀비의 얼굴을 강타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좀비는 뒤로 밀려나며 부서진 문 조각에 발이걸려 자빠졌고 그 틈을 타 승현은 책상위로 올라가 건너편으로 뛰어 내리면서 좀비의 머리를 아령으로 찍어 내렸다.


그리곤 도끼질 하듯 풀 스윙으로 계속해서 좀비의 머리를 찍어 버리자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천장에 핏방울이 맺혀 다시 밑으로 떨어지고, 둔탁한 파열음 속에 따악! 하고 단단한 금속과 뼈가 내는 충돌음이 연달아 이어졌다. 소리가 날 때마다 심장이 움찔거렸다. 뻥 뚫린 문 너머 복도에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웃음소리는 그때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침내 빠각! 하고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가 송곳처럼 고막을 찔러 들어와 머리 속에 깊숙이 박혔다.



더 이상 아무런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책상 바리게이트 아래 바닥으로 검붉은 피가 흘러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물러섰다. 책상 틈새로 보이는 승현의 얼굴은 피로 가득했고 방금 전까지 보이던 좀비의 얼굴과 섬뜩하리만큼 비슷했다. 무표정으로 웃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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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끝나가네요. 제 소설도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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